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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최면의 광기' 시사이슈/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숫자 싸움'이 아니다

탄핵 찬성했다고 '개딸'? 윤 대통령 집권 2년 반 만에 두 쪽 난 대한민국

대구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대구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쯤 되면 '확증 편향'이 아니라 '집단 최면'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난데없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 사회는 정확하게 둘로 쪼개졌다. 기존의 뿌리 깊은 지역감정에다 세대와 성별, 종교와 이념 등에 따라 갈기갈기 찢겼다. 일부 극우적 언론은 진영의 분노와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미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는 듯하다. 일부에선 윤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되고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인식이다. 두 쪽 난 여론은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하든, 기각하든, 불복할 준비를 이미 끝냈다.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을 능가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거라는 우려가 공공연하다.

"윤 대통령 집권 2년 반 만에 대한민국이 '양자택일'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돼 버렸어요."

한 지인이 몸서리쳐질 만큼 두려운 시절이라며 이렇게 토로했다. 5천만 국민 각자가 '내 편' 아니면 '네 편'으로 규정되는 살벌한 형국이라는 거다. 빨간색이 싫다고 하면 다짜고짜 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못 박아버린다. 심지어 네가 지금 믿는 하느님이 누구냐고, 신마저 이념적 성향을 '검증'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면 '종북'? 황당하다

서울구치소 앞 '탄핵 반대' 시위대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예정된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서울구치소 앞 '탄핵 반대' 시위대'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내란 국조특위)’ 2차 현장조사 청문회가 예정된 5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입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잠깐 하소연 같은 해명이 필요할 성싶다. 근래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여러 편 썼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뒤 전개된 일련의 상황이 너무나 황당하고 몰상식하며 충격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탄핵 반대 집회 현장을 찾아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려 했던 것도 이 비현실적인 상황을 도무지 해석할 수 없어서였다.

지금 난 기사에 달린 댓글을 읽지 않을뿐더러 메일도 아예 열어보지 않는다. 온통 '북한으로 가서 살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내용 일색이어서다. 난 그들에 의해 '종북 좌빨'이자 '친중파',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됐다. '종북 좌파 반국가 세력의 척결'을 부르댄 윤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고 있으니 그렇다는 거다.

굳이 이런 이야기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현대사 전공자로서, 난 북한을 '정상 국가'로 보지 않는다. 중국의 권력 구조와 사회 통제 체제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으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여긴다. 그저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한다는 게 '종북'과 '친중'의 근거가 되고 있다는 게 황당할 따름이다.

더욱 황당한 건, 졸지에 '골수 개딸'로 낙인찍혔다는 점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팬덤'의 일원이 돼 버렸다. 윤 대통령에게 '별의 순간'으로 작용한 표현을 빌자면,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삐딱한 성정 탓인지, 난 특정 정치인에게 '혼을 빼앗겨본' 적이 없다.

김대중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을 지지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몸으로 보여준 '시대 정신'에 매료됐으며, 지행합일의 삶을 산 노회찬 의원의 '정치 역정'을 존경할 뿐이다. 아직 이재명의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를뿐더러 '신상품'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다. 물론, '내란 수괴' 윤 대통령보다야 정치를 잘할 것 같다는 확신은 있다.

윤 대통령을 반대하면 이재명 편이라는 납작한 인식은 차라리 '광기'다. 국민의힘에 반대하면 민주당 편이고, 미국에 반대하면 중국 편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 개별 정치인의 소신도, 여러 정당의 정강도, 국제 사회의 외교도, 양극화한 정치 현실 속에 존재감을 잃은 채 허우적대고 있다.

온통 적을 향한 '살기'만 가득하다. 구성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할 정치의 파탄으로 공존의 미덕은 사라지고, 더는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튀어나온다. 명절날 가족끼리 모인 자리에서도 정치와 종교 이야기는 철저히 금기시되고, 이념 성향이 다른 이성과는 연예와 결혼은커녕 만남조차 꺼리는 형국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지지율로 판단하라?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 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국가비상기도회'8일 오후 동대구역 광장에서 개신교 단체 세이브코리아가 국가비상기도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와 석방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 전쟁 같은 상황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인물과 단체가 있다. 한쪽에서는 '난세의 영웅'이라며 칭송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혹세무민의 원흉'이라며 비난한다. 한국사 '1타 강사' 전한길과 무너진 대한민국을 구하겠다고 나선 전광훈이다.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세력을 키우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일등 공신이다.

누구든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힐 권리는 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국민의힘과 민주당, 나아가 중국과 미국에 대한 호불호를 피력한다고 해서 나무랄 일은 아니다. 공론의 장에서 정치적 논쟁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더없는 자양분이다. 토론의 기회는 더 늘어나야 하고 논쟁은 더 치열해져야 한다.

그러나 전한길과 전광훈의 행태는 틀렸다. 그들은 '토론' 대신 '선동'을 선택했다. 주제는 분명하니 공론의 장에 나와 반대 측과 토론을 벌이면 될 일이다.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논거를 제시하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야말로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에 부합한다. 그들에게 생방송 토론을 제안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마당이다.

그들은 공론의 장에 나오는 대신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극우적 언론 뒤에 숨었다. 그들을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세력 뒤에서 상대를 악마화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들의 주장에 반대하는 이들은 물론, 논거에 대해 질문하는 이들조차 적으로 규정해 공격한다. 그럴수록 지지자들은 환호하고 토론이 아예 불가능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결국 '숫자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본질을 무시한 언론의 경마식 보도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탄핵 찬반 집회에 참여한 인원의 숫자를 각각 추산해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경쟁이 불붙었다. 그들의 주장이 과연 합리적인지 따져보지도 않는다. 나아가 향후 우리 사회에 미칠 심각한 파장에 대해선 아예 관심을 꺼버린 듯하다.

'사회적 공기'라는 언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고, 되레 선동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헌법 위반 유무를 가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를 찬반 여론의 지지율로 판단하라는 식의 압박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거칠게 말해서, 헌법재판관들을 향해 법과 원칙을 버리고 여론에 굴복하라는 메시지를 은근슬쩍 흘리는 셈이다.

일부 극우적 언론이 만든 이러한 '프레임'에 탄핵을 추진한 민주당도 걸려든 모양새다. 전체 당원을 대상으로 탄핵 찬성 집회에 동원령을 내린 사실이 확인됐다. '숫자 싸움'이 본격화하면서, 민주주의의 광장은 상대를 향한 분노만 들끓는 '맞불 집회'의 전쟁터로 전락했다. 온 국민을 경악하게 한 '1.19 서부지법 폭동'조차 옛일처럼 잊혀가고 있다.

'숫자 싸움'은 온라인상에서도 치열하게 전개된다.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 변화가 탄핵 인용과 기각의 분수령이 될 거라는 황당한 이야기마저 나오고 있다. 전한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걸 근거로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희망 회로'를 돌리는 이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

장담하건대, 여론의 추이와 상관없이 탄핵은 인용될 것이다. 윤 대통령이 퇴장하면 주판을 퉁기던 정치인들의 이합집산이 본격화할 테고, 그 와중에 유튜브 채널과 극우적 언론은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어슬렁거리게 될 것이다. 결국 남은 건 전한길과 전광훈의 대중적 인지도와 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하면 '개딸'로 낙인찍히고 마는 '집단 최면의 광기'가 무섭다. 혹자는 그들이 분노의 광장을 '영업'의 수단으로 활용할 줄 아는 정치 감각과 사업 수완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12.3 내란 사태'의 패자는 대한민국 사회이고, 그들만이 승자라는 이야기다.-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02101&PAGE_CD=ET001&BLCK_NO=1&CMPT_CD=T0016



주제 : 시사/교육 > 시사/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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