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인 아들녀석이 저녁늦게까지 학원공부를 마치고 힘없이

현관문을 열고 집안에 들어옵니다.

지쳐보이는 아들녀석을 본 아내는 조용히 거실문과 모든 창문을 닫고 주방으로 갑니다.

"엄마!배고파 밥줘!" 힘없는 목소리의 아들녀석을 보면서 아내는 밥상을 차립니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모든 창문을 닫은 거실과 주방으로 냄새가 퍼지자

아들녀석은 코를 벌름거리며 숨을 크게 들여 마시며

"아~이냄새,끝내주는 향기.음~쩝"

풀렸던 두눈에 생기가 돌면서 연신 입맛을 다시며 만면에 미소를 짓습니다.

아들녀석이 어릴적에 잠깐 저희집에 머물러 계셨던 어머니께서

손자녀석과 저에게 먹인다고 메주를 띄워 청국장을 만드셔서 어린손자에게

조금씩 청국장을 계속 먹였습니다. 넙죽넙죽 받아먹던 아들녀석!.

어머니가 형님네 집으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 밥상에는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반찬으로

햄,소세지,계란말이등 간단간단 하게 해주기 시작했는데

딸아이는 맛있다고 잘먹는 반면에 아들녀석은 영 시원치 않게 밥을 먹는 것이었습니다.

애들이 좋아하는 음식위주로 해줬는데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어느날, 농사를 지으며 사회생활도 하는 애들 막내고모가 직접 재배해 수확한 콩으로

청국장을 만들어 저희집에 오셔서 청국장을 보글보글 뚝배기에 끓이는데

아들녀석이 주방의 뚝배기 옆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한참 음미 하더군요.

어릴적 그냄새,그맛이 살아났는지 순식간에 청국장과 밥 두공기를 비우는 것이었습니다.

그제서야 아들녀석이 청국장을 좋아 한다는걸 알고 아내는 지금까지 자주

아들 밥상에 청국장을 올려주었습니다.

아내가 바빠 늦게오는 날엔 제가 곁눈질로 배운 솜씨로 청국장을 해주었는데

"밍밍해.음~물을 너무 많이 넣었어.정성이 부족한가! 맛이 안나네" 하는 아들녀석.

나 나름대로 정성껏 했는데ㅠㅠ.

오늘도 순식간에 청국장에 밥 두공기를 비운 아들녀석이 '꺼억' 트림을 하며

포만감에 행복한 표정을 짓더니

"엄마! 나 엄마같이 청국장 잘하는 여자한테 장가 갈거야 ㅎ"

하며 웃음을 짓고 자기방에 들어갔습니다.

옆에 있던 아내는 그말에 좋아서 연신 행복한 웃음을 짓고...

방에 들어간 아들녀석이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는지 두런두런 말소리가 들리더니만

잠시후에 웃으며 방에 들어갔던 녀석이 왠일인지 시무룩한 얼굴,심각한 표정으로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빠!안되겠는데!"

"뭐가 안되는데?'

"다시 생각해 봐야 되겠어"

"뭘?"

"아빠! 좀전에 여자친구와 통화했는데 그애는 청국장 냄새도 싫고 못먹는데..

 아이참 난 청국장 잘하는 여자친구한테 장가갈건데. 할수없이 다른 여자친구

 사귀어야 되겠네 에혀"

머리를 긁적이며 방으로 들어가는 아들녀석.ㅎ

청국장 때문에 아들녀석의 풋사랑이 멀리 날아가 버린듯.....

아마도 여자친구 대신 청국장에 밥 비벼먹는 밥상의 특별함을 선택한듯..

아들녀석이 아침에 일어나 학교가기전에 먹이려는듯 아내는 미리 청국장을

보글보글 끓이고 있습니다. 많이 먹고 건강만 해다오.

아들의 마음 열기

중학생인 아들녀석의 병원 예약 검사날인 관계로 아침을 일찍먹고

아들을 데리고 대학병원에 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 건강검진에서 잠혈이 의심된다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 있어

그때부터 정기적으로 3개월에 한번씩 검사를 받아왔습니다.

지금까지 몇번의 검사에서 어느날은 소변에 혈이 보일때도 있고, 어느날은  현미경

관찰에서 전혀 검출되지 않는 정상이고,어느땐 보이고,또 정상이고.....

지난 2,5월의 검사에서는 정상으로 결과가 나왔는데 의사 선생님은 신장조직에

이상이 있으면 계속 소변에 혈이 검출 되는데 울 아들은 성장기에 흔히 있을수 있는

과도한 운동이나 피로시에 가끔씩 혈이 보이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마지막으로 3개월후에

검사 한번 더 받아보자고 하시며 걱정말라고 하시더군요.

오늘이  검사 예약한 날이었습니다.

대기소에서 진찰 순서를 기다리는데 어찌나 아픈 사람들이 많은지....

아들녀석과 의자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반대쪽 의자에 아들녀석 또래로 보이는

남학생과 부모인듯한 세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있고 여위고 왜소한 한눈에도 어딘가 큰 아픔을 겪은듯한

지쳐보이는 모습의 아이가 보였습니다.

  "아빠! 저 얘 많이 아픈가봐"  아들녀석도 그아이를 봤는지 저에게 슬쩍 말하더군요.

  "그래.안됐다.머리에 수술자국도 있는데.."하고 안쓰럽단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들녀석이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그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워낙 엉뚱한 녀석이라 뭔짓을 할지몰라 저도 조심스럽게 다가 갔는데 아들녀석이

그아이 옆에 앉으면서

  "너 중학생이지? 나도 중학생인데." 하며 처음본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그아이는 어리둥절 한지 자기 부모님 얼굴 한번 쳐다보고 또 제 얼굴을 힐끗보고

우물 쭈물 하다가

  "응 맞아!"  하며 모기소리로 대답을 하였습니다.

처음본 아이에게 아들녀석이 왜그러나 하며 안절부절 하여 데리고 벗어날려고 하는데 녀석이

  "머리수술 했구나. 많이 아팠겠다. 어디가 아픈건데?" 미소를 지으며 물어보는 아들녀석.

갑자기 다가와서 말을 거는 모르는 녀석에게 당황함을 보였던 그아이는 아들 녀석의

미소짓는 얼굴에 마음이 풀린건지,경계심이 사라진건지 그아이도 희미하게 웃으며

  "응 뇌종양 수술했어 항암치료도 했고..근데 다시 수술 해야 될지모른대"

  "으음 괜찮을거야.나도 어렸을때 서있는 오토바이에 올라가 놀다가 떨어져서

   얼굴 다치고 머리서 피났는데 금방 나았어 ㅎ"

하여간 엉뚱한 녀석. 왜 거기서 오토바이 얘기는 나오는지....

  "나도 그런적 있었는데 ㅋㅋㅋ" 둘이서 킥킥 대면서 웃더니 한쪽 구석에 여러권의 책이

비취된 장소로 가더니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하며 책도 보고 휴대폰도 서로 보여주더군요.

  "저 애가 웃고 좋아하는거 아주 오랫만에 보네요.항상 우울해하고 정서불안에 시달렸는데"

그아이의 엄마가 걱정반,기쁨반의 미소를 지으며 애들을 쳐다보며 제게 말을 하였습니다.

  "아드님 성격이 좋아 금방 완쾌 될것 같은데요! 힘내세요.'

한참을 있는데 아들 진료 순서가 되어 진료실에 들어갔더니 소변검사 결과가

지난번처럼 정상이고 깨끗하다며 이제 안와도 된다고 의사선생님이 말씀 하셨습니다.

아들녀석이 히히 웃으며 그럴줄 알았다는듯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집에 돌아올려고 진료실을 나오니 그아이와 부모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진료실에 들어갔나하고 두리번 거리니 채혈실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냥올까 하다가 내 아들같아서 채혈실에 살짝 들어가서 그아이에게

  "힘내고 건강해라 " 하고 등을 두드려 주고 나오는데 아들녀석은 그 아이에게 손을 흔들더군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주원아! 너 그친구에게 책보면서 무슨 이야기 나눴어?"

  "응! 휴대폰 대기화면 다운받은거 멋있는거 선물하고,서로 전화번호 입력하고 또

   전화오면 병실에 놀러간다고 했어. 참!항암치료 받는데 밥맛도 없다고 해서 내가 제일

   맛있어하는 청국장에 밥 비벼서 많이먹고 키도 크고 건강하라고했고 완쾌돼서 친구도하고

   놀러가자고 했어"

처음본 친구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 잠시나마 아픈 친구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안겨주고

돌아오는 아들녀석이 왜그렇게 대견스러운지.

그리고 어른인 내자신이 왜그리 부끄럽기만 한지....

순수하고 가식없이 마음을 여는 아이들이 왜그렇게 이쁜지.

비가 내립니다. 빗물에 모든 아픔이 씻어지길 바란다.아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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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아고라의 역마차 님의 예쁜 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