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하루하루를 폭풍처럼 살았다. 정책이든 이념이든 늘 논란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런 그가 스스로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고 정리했을까. 그 기록이 남아 있다. 퇴임을 두 달 앞둔 2007년 12월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송년 만찬 모임에서다. 노 전 대통령은 만찬이 말미에 이르렀을 때 긴 소회를 털어놓았다. 대선이 끝난 직후라 정치 현안과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당시엔 소개되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 대통령관, 인생관에 대한 육성을 풀어 놓는다.

“칭송받는 대통령 물 건너가”

성공한 대통령 상에 대한
화두도 풀기 전인 2004년
만나는 사람들 말 바꾸더라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은데…. 대강 이야기하면 길기는 긴데, 한두 토막 굳이 말한다면….

내가 대통령이 됐을 때 지인들이 성공한 대통령이 돼라고 했다. 그냥도 아닌 꼭 돼라고 했다. 그래서 왜 그때 사람들은 하필 성공한 대통령이 돼라고 그렇게 말했을까. 그때까지 귀가 편한 사람, 즉 칭송받는 대통령이 없었던 모양이다. 꼭 기대했던 대통령도 말년에 지탄의 대상처럼 됐다. 지지하고 사랑했든 아니든 그런 현실이 무척 아쉬워 내게 주문했던 것이 아닐까. 성공하고 칭송받는 대통령이 보고 싶다는 소망 같다.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이 1987년 때쯤인가 소망의 상징이던 시절, 그때 (국민이) 걸었던 기대는 뭘까. 그때 87년 양 김 중 한 명이 승리하면 뭐라 말했을까. 아마도 민주주의를 이뤄라? 지금 기준으론 법치주의를 만들어라, 인권이나 개혁 대통령이 돼라 했을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취임할 때쯤 개인적으로 무슨 인사를 받을까.

성공한 대통령. 지금까지 무엇이 성공한 대통령인가 계속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볼 가치도 있다. 아마도 (대통령에 취임할 당시) 그때의 인사가 대통령에게 바라는 상을 반영한 것이라 본다. 다음에라도 정리해 보고 싶다. 왜 성공한 대통령이냐 하는 것보다는 성공한 대통령의 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 이런 화두를 풀기도 전에 만나는 사람들이 말을 바꾸더라. 그 사람들은 ‘이제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역사는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할 것이다’고 말을 바꿨다. 그것이 2004년이 지나기도 전이었다. (나는 성공한 대통령에 대한 고민을 끝내기도 전인데 말을 바꾸니) 이제 칭송받는 대통령은 물 건너간 것이 됐다. 역사적 평가를 받는 대통령으로 넘겨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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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역사는 사람마다 평가가 다른 것 아닌가. 정도전 선생이 있다. 저는 수백 년 내 최고의 업적자로 본다. 정조 때에 와서야 제대로 복권됐다. 고려 말 개혁 세력들, 충신들이 복권하니까 왕권은 가고 사대부 역사가 됐다. 정조를 사상 탄압자로 그린 글을 봤다. 그 글은 근엄하지도 않았고, 천박한 마음 표현을 생생히 해서 사대부 표현으로 문제돼 나중에 반성문을 받고 했다더라.

역사 평가가 다를 수 있다. 지금 어느 쪽도 확신이 없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자부심 떳떳한 대통령이 되기로 했다. 내 기준으로는 그것이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다. 독설이나 궤변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고 적어도 그것이 답이라고 사회에서 통용되는 당위적인 기준에서 내 기준을 설정하려 한다. 이것이 내가 도리 없이 스스로 설정한 성공한 대통령이다.

국민이 오만하다 말할지 모른다. 그러면 제왕의 위치에 날 빗댈 것이냐, 충직한 신하의 관점에서 날 빗댈 것이냐. 나는 스스로 충직한 신하 위치에 나를 놓고 그렇게 대통령 노릇을 했다. 그것이 옳다고 봤기에…. 실제 위치도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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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가 국민 비위만 맞출 수 없어”

굴하지 않고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은 마지막에 홀로 목숨 놓는
지사의 삶이 고귀하다고 봐

대통령을 마치면서 대통령으로선 할 만큼 했다. 열심히 했다. 직무 관련 시비곡직을 따지면 대한민국 누구도 한 시간이면 관전자 평가에서 총평 논리로 모든 것 증명이 가능하다. 수치로 내보일 수도 있다. (대선을 끝낸 지금) 국민을 섬기지 않았다고, 섬기는 대통령을 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이게 화두죠.

국민이 섬김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면 섬기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충직한 신하로서 국민을 위해 이 시기에 필요하다고 보고, 할 수 있는 일은 해야 한다고 본다. 지도자가 (국민) 비위만 맞출 수는 없다고 스스로 믿는다.

나는 옛날부터 ‘지사(志士)’를 존경해 왔다. 어떤 경우도 굴하지 않고 굽히지 않으면서 결국은 마지막에 홀로 목숨을 놓는 지사의 삶이 고귀하다고 봤다. 정치는 그리해서도 그리할 수도 없다. 정치는 지사가 못 한다. 그러나 지사 없는 정치인만 있어도 무슨 희망으로 사는가. 지사도 더러는 있어야 한다. 정치인은 지사적 기개가 있어야 한다. 지나친 이상주의는 성공하지 못한다. 정치는 현실에 두 발을 두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상이 없는 정치가 지배하는 사회가 희망이 있는가. 정치는 현실이지만 지사가 있어야 하고, 이상이 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

이 시기 20년 정치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 다하고, 5년짜리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 다했다. 지금 다한 일, 덜한 일이 있느냐. 개의치 않는다. 자존심 때문이다.

심한 풍랑이 있었지만 경제 안전 운항했다. 속도 4.5노트로…. 7노트는 불가능한 얘기다. 김대중 대통령은 난파선을 끌고 갔고, 나는 풍랑의 바다에서 끌고 왔다. 대통령으로서 지금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줄 사회적 갈등의 토대가 뭐냐. 20년짜리, 15~18년짜리 과제 다 정리했다. 4대 보험 통합도 했다. 4대 보험 통합은 이제 국회에서 처리만 하면 된다. 머리띠 저항 어려운데, 새로운 정부 새로운 노선에선 새로운 갈등 날지 모르지만….

해결하지 못한 것은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개혁 안 한 것이다. 국가 경영에선 내가 남긴 미결 숫자가 뭐냐. 그 점 자신하고 장담한다. 이 정부 때문에, 이 정부에서 마무리하지 못해 다음 정부에서 고생할 것이 도대체 뭐가 있느냐. 물론 저출산 문제 등이 있지만…. 수십 년 해묵은 과제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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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당 무너졌다”

정치는 실패 과정 중 행운 잡는 것
이제 통합 정치인은 나올 수 없어
말할 수 없는 좌절감 갖고 떠나

오늘 정치인으로서 최대 뉴스가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래서 열린우리당이 깨진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치는 지역 구도를 뛰어넘어 정책 대결을 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합리적이다. 이를 막는 것은 지역 구도다. 지역 구도는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런데 전략적으로 이 구도로 가는 한 영원히 승리는 없을 것이다. 호남과 충청이 백번 뭉쳐도 이변이 없으면 (영남을) 이기지 못한다.

김대중 정부도 지역 구도 때문에 승리했다고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이인제씨가 500만 표 깨지 않았으면 절대로 못 이겼다. 그런데 지역으로 이긴 줄 미련이나 갖고…. (그나마 나는 영남 정치인이라) 35%의 표를 지역구에서도 가졌다. 긴 시간 동안 호남당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을 해체해 버렸다. 지역당에서 전국당으로 나의 도덕적 가치와 전 정치 생활 그리고 모든 자산을 다 바친 것이, 열린우리당에서 돌아가며 잡을 수 있는 전략인데 무너졌다.

1차로 내 책임이다. 지지도가 낮아 보궐선거 깨지면서 무너졌다. 뼈아프다. 보궐에서 못 이겨 시작됐다. 열린당 난파가. 그래도 선장과 선원이 합심해 키를 잡고 노를 저으면 깨질 당이 아닌데 가슴 아픈 일이다. 이젠 정치적으로 회복할 수도, 노력할 방법도 없다. 대통령 그만두면 정치적 후원이라도 하려 했는데 뭐가 있어 후원하나.

그래도 (선거에) 떨어지고 해도 저는 청문회에서 얻은 이름도 있고 해서, 떨어지고 해도 지지율이 올라갈 밑천은 있었다. 이제 통합 정치인은 나올 수 없게 됐다. 국민을 감동시키는 정치인이 나올 수 없다. 정치는 실패 가능성 큰 과정 중에 행운을 잡는 과정이다. 이루 말 못할 좌절감을 가지고 떠난다. 참여정부 때문에 졌다고 하는데…. 그럼 (당신네들은) 무슨 노력을 했느냐고 묻고 싶다. 5년 전에 망할 것을, 그래도 5년 연장해 줬으면 본전 아닌가 말하고 싶다. 우리 정치의 미래가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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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시장은 인간이 빈곤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는 통로다. 패자가 예속되지 않는, 비천한 지배 없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 법인세 2% 낮추지 않고 그 돈으로 교육 투자 했으면…. 국회서 도저히 안 돼 법인세를 낮췄다. 예산 구조조정 했지만 교육에서의 소외나 낙오를 국가가 충분한 구제장치를 마련했나. 아니다.

5년 부끄럽기 짝이 없다. 경제 성장 부분에 대해선 당당하지만 균등, 복지, 미래잠재력에 대한 투자 부문은 부끄럽다. 복지비 20% 늘린다 어쩐다 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웠다. 지표를 말 안 했지만 그런 논리로 당당하게 비판하는 세력이 없지 않았나. 2030 프로젝트를 하려면 (솔직히) 조세부담률 2∼3% 늘려야 한다. 지금의 조세부담률이 21%인데 24%는 돼야 한다. 그런데 세금 더 내라 말 못 하고 우물우물 물러나고 말았다.내가 느낀 가장 큰 딜레마는 지지율이 올라야 일할 수 있는데, 일하면 지지율이 깨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진 점이다. 국가를 합리적이고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데 책임 있게 하고, 밀린 과제 정리하고 기본 틀 만드는 데는 최선을 다했다. 좌파정부로서 정작 해야 할 일은 하나도 못 하고, 성실한 정부를 위해서라면 최선을 다했다.

“이제 권력과 싸우는 건 내 몫 아니다”

어릴 때 가난하고 초라한 삶 탈출을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고시 합격 후 나쁜 짓 하지 않는 소극적인 정의가 할 도리라 봤다. 그런데 변호사 하면서 나쁜 짓 안 한다는 소극적 정의로 개인적 탈출을 하는 것이 결코 탈출이 아닌 것을 알았다. 개인 탈출이 문제 해결이 아니고 비겁한 도피로 봤다. 그때 권력과 싸우는 것을 정의로 봤다. 정치를 하며 야당 중진 되며 다른 사고와 행동을 배우고, 여당 되며 또 배우고, 이렇게 변신하면서 대통령이 되고 나니 그 사람들, 내게 열광적 박수를 보내던 노동자들, 자다가도 일어나 몸으로 부딪침을 감수하던 노동자들과 멀리 (떨어져) 서 있는 자신을 봤다. 노동자를 구속하면서 대통령 직을 수행했다. 보기에 변절 같겠죠. 황당했겠죠. 그 노동자들 스스로 멀어지고 떨어지는 것을 봤다. 이제 시민이다. 정부 권력과 싸우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그 자리 어디든 영원한 화두는 민주주의다. 미완결 민주주의이고 발전할 여지가 있는 민주주의라면 그런 가치를 지향하는 각성자와 동행할 것이다.

“위엄 없는 대통령 됐다”

내 위치를 신하에 놔서 패착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제왕의 위엄이란 게 있다. 어떻든 고상한 언어랄까, 제왕의 위엄에 어울리는 언어가 있는데 그걸 갖추려 노력은 했는데…. (나는) 지도자의 위엄과 카리스마, 신비를 갖추지 않은 것 같다. 사리로 설득하려 했다. 위엄으로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

의도한 것과 의도하지 않은 것이 있다. 의도한 것은 내 위치를 그곳에 둔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것은 제왕적 위엄을 갖추지 못했고, 품위를 갖춘 대화를 한 적이 없다. 변호사 때도 그랬다.

내가 금기로 생각하는 것이 남을 지배하는 것이다. 지배에 필요한 수단을 일부러 배격했다. ‘저’라는 말을 했지 ‘나’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심지어 대통령이 돼 군 장병 앞에서도 군 최고통수권자로서, (주변에서) 그러지 말라고 하는데도 ‘저’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저는 위엄을 못 갖췄고, 카리스마를 싫어한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이 두 가지 총화가 위엄이 없는 대통령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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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과 공유 지대는 있었다”

나도 기자들도 악의 없었는데
지난 5년은 불편했던 시기
내 위치 바뀌니 다시 만나야

지난 한 해 수고 많으셨다. 고생 많으셨다. 아니 지난 5년 내내 고생 많았다. 오늘 이 자리를 준비하면서 비서들이 두 가지를 강조하더라. 오늘은 손님을 주인으로 삼고, 주인공 행세는 절대 하지 말라고. 그리고 두 번째는 제발 기삿거리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부분은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기자들이 안 쓰면 되는 건데(웃음). 내가 어느 것이 기삿거리인지 알 수가 있나.

나는 입이 하나라 가릴 수 있는데, 여러분은 손가락이 하나가 아니어서 쉽게 가릴 수 있겠나. 그러니 내가 가리겠다.

오늘 기자분들이 마련한 사진전을 보면서, 그리고 방금 전에 (참여정부) 10대 뉴스 선정 영상물을 보면서 마음이 ‘짠하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마음의 감동이 있었다. 그동안 여러분 불편했죠? 나도 악의는 없는데, 여러분도 악의는 없었는데, 이 시기는 불편한 시기였다. 말로는 건전한 긴장관계 하자고 했는데 우리가 완성하지 못했다. 직접 대면하면 이렇게 관계가 해소되는데 다른 관계에서 서로 한 발 무르는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다. 앞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

여러분께 좀 더 합리적으로 미래를 위해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희망을 갖는다. 적대적이지만 많은 부분 공감하는 그런 영역들이 있더라고 실제로 보고받았다. 그런데 그런 느낌이 없다가 오늘 준비된 영상을 보니까 공감이 온다. 공유 지대가 있었구나…. 지난 일 잊고 다시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새로운 만남 무엇일까. 왜 만나나. 직접이거나 간접도 되지만 다시 만나야 한다고 본다. 같은 목표를 가지고 어떤 주제든 대화하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내 위치가 바뀌지 않나.

민주주의 발전에서 기여 아닌가. 공공에 한번 발을 들이면 아무리 과거를 단절시키려고 하여도 단절시킬 수 없다. 존재가치가 이미 공공 자리의 한 자락에 있기 때문이다. 함께 공유하고 일해야 하지 않겠나. 설산(雪山)은 말이 없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이치와 같다. 오늘 기사 안 되는 말만 하려니까 어렵네. 자유롭게 볼 수 있길 바란다. 그동안 감사했다.　

정리=박승희 기자 , 일러스트=박용석 기자

 

블로그 비지니스 아이디어

2003년 11월 04일. 김중태문화원(www.help119.co.kr) [블로그방]

11.3.블로그 비지니스 아이디어

앞 장을 통해 블로그의 기업 활용 범위를 소개했습니다. 좀더 구체적인 활용 사례는 개별 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활용하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습니다. 기업마다 업무 환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블로그를 활용하여 비지니스 아이템을 만드는 것은 개별 기업이나 개인의 역량에 맡길 문제입니다.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고 아바타를 판매할 수도 있고, 뉴스를 RSS 형태로 제공하고 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좀더 확실한 멀티미디어 웹 일기장과 일정관리 프로그램을 결합하여 유료화할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의 일지 형태만 가지고도 무수하게 많은 개별 아이템이 사업적으로 기획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숙제입니다.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인 지식인의 경우 최근 1년 동안 가장 인기를 모은 서비스이며, 가장 크게 성장한 서비스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지식인 서비스는 과거 PC통신이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운영하던 묻고 답하기 게시판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당시 PC통신에서도 질문이 있고, 이에 대한 답변이 늘 올라왔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이 다른 점은 집중된 지식의 검색 기능입니다. PC통신이나 인터넷의 묻고답하기 게시판은 수 많은 질문과 답이 올라왔지만 체계적으로 정리되거나 검색되지 못했습니다. 때문에 자신이 묻고 싶은 질문이나 이에 대한 해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어떻게 그 질문과 답변을 찾을지 막막했습니다. 지식인은 검색 사이트답게 질문과 답을 잘 분류하고 검색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인기도와 질문의 가치를 고려하여 등급을 매기고 정리된 질문은 다시 다른 곳으로 옮겨 분류했습니다. 이것이 과거 질문 답변 게시판과 같은 내용으로 운영하면서도 지식 검색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이유입니다.

네이버의 지식검색 서비스는 블로그의 트랙백 기능이 추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트랙백의 애초 의도가 하나의 질문에 대하여 수 많은 사람이 트랙백핑을 걸어줌으로써 관련 사이트나 문서가 하나로 묶이는 것입니다. 예컨대 누군가 '한글날의 유래'에 대해 질문을 했을 경우 많은 블로거가 관련 문서를 트랙백으로 걸어준다면 이 문서는 '한글날의 유래'에 대한 지식을 묶어놓은 지식 저장소가 됩니다.

네이버와 다른 점은 링크만 있을 뿐 실제 자료는 흩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네이버는 사람들이 와서 놀 수 있는 게시판만 만들어놓았습니다. 포탈사이트의 위력에 의해 사람들은 이 게시판에 모여들었고, 자신이 가진 지식을 네이버에 쏟아부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수 많은 사람들의 지식은 네이버 지식인 서버로 집중되었고 이 모든 지식은 네이버의 DB로 저장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묻고 답한 수 많은 지식은 네이버의 재산이 된 것입니다. 단적으로 말해 네이버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 동안 축적된 수 많은 지식이 한 번에 사라질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똑 같은 지식검색 서비스를 블로그적인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한 곳의 정거장을 중개 장소로 설정하고 이곳에 해당 주제어를 입력시킵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지식 정보는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에 남겨두고 중개소에는 링크만 걸어둡니다. 이렇게 운영할 경우 중개소가 지식 자료 자체를 보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이 있는 곳의 위치(주소, 링크)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주소는 분량이 매우 적기 때문에 다른 곳에서도 쉽게 가져가 쓸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중개소가 문을 닫는다 하더라도 각 사이트에 분산된 지식 자료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주소의 링크목록만 복사해두면 해당 주제에 대한 네트웍과 지식 중개 기능은 다른 곳을 통해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똑 같은 지식 검색 서비스지만 네이버 지식인은 자료 자체가 게시판에 남겨지는 기존의 게시판 방식인 반면, 블로그 지식 검색 서비스는 자료는 블로그 사이트에 있고, 이 자료의 링크만 검색해주는 서비스가 됩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블로그 방식의 지식 검색은 P2P 방식의 서비스와 같습니다. 냅스터(napster)나 아이메쉬(imesh) 등의 P2P 방식의 서비스가 하는 일은 자료 자체는 개인이 관리하고 냅스터 서버를 중개소로 이용해 각 개인의 PC에 있는 자료를 중개만 해주는 일입니다.

여기서 냅스터나 아이메쉬 등의 서비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유를 생각해봅시다. MP3를 다운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인기 이유가 아닙니다. MP3 파일은 P2P가 나오기 전에도 개인 홈페이지나 와레즈 사이트, 뉴스그룹 등을 통해 공짜로 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방식은 네티즌이 일일이 포스트(기둥)를 찾아다니는 방식입니다. 게시판 방식인 것입니다. MP3가 있는 곳을 검색하고, 검색한 곳에 접속해 자료실에 있는 MP3 파일을 클릭해 받아가는 형태였습니다. 많은 발품이 드는 작업이고 매우 피곤한 일입니다.

그래서 당시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이 생각한 가장 좋은 방법은 MP3를 수집한 사람들끼리 하드디스크로 서로 상대방 노래 수천 곡을 한 번에 복사해 교환하는 방법입니다. 즉 다른 사람의 자료를 내 하드디스크로 끌어오기를 희망한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개인이 잘 정리해 가지고 있는 MP3 자료야말로 가장 많고 확실한 자료일 것이며, 네티즌이 원하는 자료입니다.

P2P인 냅스터는 이러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자료를 서로 끌어갈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다른 사람의 하드디스크를 검색해 좋은 자료가 있으면 내 PC로 끌어오는 서비스입니다. 내 PC에 있는 노래를 상대방에게 전송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PC에 있는 자료를 끌어오는 것입니다. 상대방 역시 내 PC에 있는 것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이 있으면 끌어갑니다. 냅스터의 P2P 서비스 역시 전형적인 끌어오기 서비스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끌어오기 서비스는 개인 사용자에게 가장 어필하는 형식입니다. 왜냐하면 내가 가진 것을 버리지 않고 남이 가진 것을 더할 수 있으며, 자신이 선택하는 것만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권이 자신에게 주어진다는 점이 push 방식이 아닌 full 방식의 장점인 것이죠.

네이버의 지식인 서비스는 목표나 목적을 기준으로 본다면 끌어오기 서비스에 해당합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자신의 지식 창고로 끌어오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모든 잡다한 정보를 끌어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만 끌어옵니다. 이 점에서 보면 다른 사람의 지식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만 받아들이는 지식검색 서비스는 분명 끌어오기 관점에서 출발한 서비스입니다. 그렇지만 네이버 지식인 서비스는 방법론에서 게시판 형태를 취했습니다. 이는 네이버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네티즌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네티즌의 노력을 통해 네이버에만 지식이 축적되고 네티즌은 점차 자신의 정보를 빼앗기는 결과가 되고 맙니다. 게시판 형태의 서비스는 어떤 형태로든 개인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팝송에 관한 지식이 있어 사람들이 묻는 질문에 자주 대답해주는 사람 '갑'을 생각해봅시다. '갑'은 네이버, 야후, 엠파스 등의 각 사이트를 돌아다니면서 100개의 질문에 답을 올려줬습니다. 그 결과 '갑'이 소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며칠만 지나면 '갑' 스스로도 자신이 어느 사이트의 무슨 게시판에 몇 번 게시물로 글을 올렸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자신이 올린 글을 찾기 위해서 해당 사이트 게시판에서 각종 검색 명령어를 입력하다가 결국은 자신이 올린 글도 찾지 못하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각 사이트의 네티즌은 '갑'이라는 사람이 어쩌다 좋은 게시물 한 두개 올린 정도의 사람으로 평가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갑'이 블로그 형태로 자신의 지식을 관리했다면 100개의 답변은 자신의 사이트에 쌓였을 것이고 사람들은 '갑'의 사이트에 쌓인 100개이 지식을 보면서 '갑'의 지식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사람들은 '갑'의 팬이 될 겁니다. '갑'은 블로그를 이용함으로써 100개의 지식을 자신이 보유하게 되며, 원하는 지식을 쉽게 검색 관리할 수 있고, 사람들이 자신의 실력을 인정하는 증거를 갖추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갑'이 실력에 비례해 대접받고 스타로 뜰 기회가 많아집니다.

지식 검색 서비스를 기존의 네이버 지식인 방식으로 하려면 자료를 모두 보관해야 하므로 네이버 측에도 방대한 서버와 관리 요원이 필요하며 개인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반면 블로그적인 방식으로 지식 검색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훨씬 적은 자원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네이버와는 달리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노하우와 지식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인 About.com(http://www.about.com)의 경우 블로그 형태로 대대적인 개편을 하였습니다. 블로그 시스템으로는 무버블 타입을 사용하였습니다. About.com은 전문가가 자신의 분야에 관해 글을 쓴다는 점에서 블로그라는 형태가 자사 사이트와 잘 어울리는 시스템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블로그는 끌어오기 방식이라는 점에서 P2P 서비스와 닮았습니다. 그렇다면 냅스터나 소리바다가 MP3 끌어오기를 기반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블로그 역시, 특정 주제의 자료를 교환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고 이것이 인기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영화 자료, 음악 자료, 사진 자료를 교환하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죠. 블로그와 P2P 서비스가 결합하면 개인 간의 자료 교환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자료 교환 시스템은 활용 여부에 따라서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새로운 비지니스 아이템이 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응용 과정을 설명하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는 블로그에 개인의 PC 정보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들 수 있습니다. 블로그 사이트는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좋습니다. 그렇다면 클래식이나 비틀스라는 특정 주제를 가지고 링크를 형성할 수 있는데, 이들 블로그끼리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있는 파일 정보를 등록하고 이를 이용해 언제든지 상대방 하드디스크의 자료를 끌어올 수 있다면 냅스터와 같은 서비스가 됩니다.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중앙 서버에 정보를 기록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개인 블로그 사이트에 정보를 기록할까요? 역시 아닙니다. 예컨대 네이버에서 이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할 경우 개인 블로그 사이트에 MP3 파일 목록을 올려놓을 경우 이 문서 역시 네이버 서버에 기록됩니다. 따라서 이런 방식보다 좀더 확실하게 법률적 문제를 피해가려면 개인의 PC에 목록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즉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동작이 이루어지는 겁니다.

[블로그를 이용한 P2P 서비스]
1. A가 B의 블로그에 접속.
2. B 블로그의 PC로그인 기능을 클릭해 A의 권한 가짐.
3. B의 PC에 지정된 디렉토리에서 MP3 파일 목록을 읽음.
4. 파일 목록의 파일 주소를 참고하여 MP3 파일을 선택하고 A의 PC로 전송받음.

네이버 블로그에서 이런 서비스를 위해 준비할 것은 B의 PC에 디렉토리를 만들어 MP3 목록 파일을 저장해주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과 A가 B의 PC로 접속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능을 추가하는 것입니다. B가 A의 PC 파일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실 이미 네이버 포토앨범에서 구현하는 기능입니다. B의 ID로 네이버에 접속할 경우에는 B의 PC에 있는 그림 파일을 여러 개 선택해 네이버 포토앨범에 등록할 수 있습니다. 출력 방향을 네이버 쪽이 아닌 A로 P2P 전송을 선택한다면 되는 일이죠. 물론 이를 위해서는 A와 B가 모두 통신에 접속해있어야 하고 이를 알려주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이는 냅스터를 보완한 서버 없는 P2P 방식과 유사합니다. 차이점은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파일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를 통해 연결된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서비스이며, 서로에게 권한을 부여해줄 때 사용이 가능한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블로그를 이용한 P2P와 기존 P2P의 차이]
1. 블로그를 이용해 형성된 네트웍 구성원들만 이용.
2. 모든 정보와 기록은 각 사용자의 PC를 이용.
3. 등록하거나 권한을 허락한 사람에게만 파일 제공 가능.
4. 서비스 업체는 자료 교환에 관한 어떤 정보도 서버에 기록하지 않음. 단지 두 사용자 간의 네트웍 설정 기능만 제공.

블로그를 이용한 P2P는 단지 두 블로거의 서비스 업체에는 기존의 P2P 서비스가 가진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특히 개인 사용자의 경우 검증된 주변 사람에게만 사용을 허락할 수 있기 때문에 보안 문제도 어느 정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로 구성된 소규모 네트웍끼리 자료 전송 기능을 제공하고 서비스 업체는 이 기능에 광고를 끼우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비지니스 아이템이 될 겁니다.

Blogdex(http://blogdex.net)는 우리나라에서는 메타 블로그 서비스로 알려진 서비스입니다. 좀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메타 블로그가 아니라 블로그 사이트의 인기를 측정하고 추적하는 서비스입니다. Blogdex는 카메론 말로우에 의해 2001년 7월에 시작했으며 블로그 사이트를 트랙킹하여 인기가 많은 순서대로 순위를 매겨줍니다. 이때 기준이 되는 것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 링크)로 블로그에서 가장 많이 링크된 순서로 현재 블로그 사이트가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Blogdex를 통해 블로그의 대중적인 화제거리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데 블로그가 대중화되면서 Blogdex에서 순위에 오르는 것은 곧 인터넷 상의 화제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검색 창에서 최근 며칠 동안 가장 많이 검색한 낱말 서비스와 비슷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인기 검색어와 다른 점은 검색이 아니라 링크라는 점입니다. 때문에 글 결과는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트릭스3'이라는 영화가 개봉되거나 연예인 누가 누드집을 냈다면 '매트릭스3'이나 '김xx'라는 검색어가 그날 가장 인기 있는 검색어가 됩니다. 그렇지만 한 달만 지나면 이 검색어가 인기 검색어였다는 사실을 아무도 기억하지 하지 않을 것이며 자취도 남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블로그 사이트의 인기 주제어는 당시에 결성된 네트웍으로 남아 서로 관련 주제를 계속 주고받을 겁니다.

사람들은 검색 창에서 알고 싶은 검색어를 입력하고 관련 기사를 클릭해 보는 것으로 그칩니다. 관련 사이트에 잠시 들르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 사이트와 어떤 연결을 시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매트릭스3'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다른 사람을 찾을 방법이 없습니다. 즉 10명의 사람이 '매트릭스3'을 검색하지만 그들은 검색 사이트의 결과만 클릭할 뿐 서로를 연결시킬 방법을 얻지 못합니다.

그렇지만 블로그에서는 '매트릭스3'을 주제로 올라온 문서를 중개로 하여 자신이 네트웍을 걸게 됩니다. 물론 다른 사람도 해당 문서에 네트웍을 겁니다. 검색된 문서에 덧글과 트랙백을 남김으로써 '매트릭스3'을 검색한 10명은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고 네트웍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매트릭스3'이라는 낱말에 관심을 표명하는 사람의 그룹이 형성되어 남게 되는 겁니다. 검색어는 개인이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읽는 것으로 그치지만 블로그는 해당 주제어를 가진 블로그와 링크로 연결된다는 점이 인기 검색어와 인기 블로그(엔트리)의 차이입니다.

카메론 말로우는 인터뷰를 통해 'Blogdex는 웹로그 콘텐트의 독특한 특징은 사회적인 네트워크들이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전체 커뮤니티를 통하는 포괄적인 인식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시기 적절성과 인기도를 기준으로 웹로그 콘텐트를 한 장소에 추려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링크를 콘텐트 추적을 위한 분석의 단위로 사용하는 Blogdex였습니다.'라고 말합니다.

Blogdex와 같은 서비스는 블로그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누가 이런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어쩌면 상업적 회사에서 블로그 랭킹 서비스나 검색 서비스를 새로운 수익 모델로 보고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또는 한 개인이 이런 서비스를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에는 블로그를 검색하는 서비스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블로그 사이트만을 대상으로 한 검색 서비스나 랭킹 서비스, 최신 정보 제공 서비스, 주제별 자료 얻기 등 다양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서비스가 등장할 겁니다. 그리고 상업적으로 블로그 검색 서비스나 랭킹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당연히 광고를 주 수입원으로 삼을 겁니다. 주제별로 잘 얽혀 있는 블로그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서비스는 광고 효과면에서 좀더 효율적이기 때문에 타겟 마케팅의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 모릅니다.

2003년 8월에 선보인 인터넷서점 알라딘(http://www.aladdin.co.kr)의 사이버 서재는 블로그 연관된 서비스는 아니지만 블로그의 속성을 많이 포함하고 있습니다. '나의 서재(My 서재)'는 자신이 읽은 책과 구입한 책을 인터넷으로 관리하는 서비스입니다. 책을 많이 구입해 읽고 많은 서평을 남길수록 서가에 책이 쌓이는 사이버 서재입니다. 마이서재는 블로그 서비스가 아니지만 블로그의 형식을 적용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책이라는 주제로 한정된 점을 제외한다면 책에 대한 자신의 소감을 기록한다는 점에서 블로그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서재의 운영자가 쓴 글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형식 면에서는 기존의 개인 홈피나 블로그 요소를 취합한 형태입니다. 다만 주제가 책이라는 것만 다를 뿐입니다. 책을 주제로 한 개인 일기장이며 커뮤니티 구성의 소재라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 김영하라는 소설가가 어떤 책을 읽는지 궁금하다면 김영하씨의 서재(http://my.aladdin.co.kr/timemuseum)를 둘러보면 됩니다. 이를 통해 김영하씨가 어떤 책을 요즘 읽고 있고 어떤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또한 김영하씨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 형성이 가능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해 괜찮은 서평을 작성한 사람이 있을 경우 예전에는 해당 작성자와 교류하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지만 이제는 해당 서평자의 서재를 방문합니다. 그리고 해당 서평자가 자신과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관점도 비슷하다는 점을 알고 바로 친구가 됩니다. 특정 책 한 권을 소재로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외 서평 모음, 추천도서 목록 등의 다양한 기능을 통해 독서가들끼리 좀더 많은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서재가 기존의 홈피나 블로그로 연동될 수 있는 까닭은 도메인 주소를 따로 부여받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개인 서평가의 주소를 입력하면 해당 서평가의 '나의 서재'로 연결됩니다. 블로그와 같은 1인 미디어가 되는 셈입니다. 유명인이 쓰는 신문의 서평에 뒤지지 않는 서평 미디어를 가지는 셈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나의 서재'를 통해서 신문사의 서평보다 더 뛰어난 인기 서평가들이 탄생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서재'는 아직 초기 단계라 보완할 점이 많지만 기존의 홈피와 블로그의 요소를 섞어두었습니다. 앞으로 형식을 보완하고 기능이 점차 확장된다면 블로그 형태의 서재가 될 가능성도 많습니다. 지금은 차림표 나열 방식으로 서재가 꾸며져있는데 블로그 형식을 좀더 많이 도입한다면 그날그날 쓴 낙서가 일지 형태로 기록될 수 있습니다.

'나의 서재'는 일단 성공적으로 출발한 것으로 봅니다. 책을 소재로 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만으로도 성공적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서재'가 사업적인 관점에서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만 해도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나의 서재'에 있는 서평이나 기타 콘텐트를 보기 위해 많은 네티즌이 해당 서평자의 '나의 서재'로 접속할 것입니다. 이는 곧 알라딘에 좀더 많이 접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알라딘의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킬 것입니다. 이것만 해도 알라딘은 충분한 효과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한 서적이 많아야 자신이 최근에 구입한 책의 목록이 많아진다. 사람이 남의 눈을 의식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남을 의식해서 책을 좀더 구입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자신의 서재를 가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서재를 제공하는 알라딘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질 것입니다.

물론 이런 효과들은 어디까지 예상일 뿐이며 실제로 서재 서비스 제공 이후 알라딘의 책 판매량이 느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알라딘의 '나의 서재' 서비스는 다른 서비스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알라딘의 '나의 서재' 서비스도 기존의 음악 사이트 서비스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지만 좀더 개선된 '나의 서재' 서비스는 다시 음악 사이트에 보급될 수 있습니다.

음악 사이트라면 '나의 음악감상실' '나의 소장앨범' 등을 통해 음반이나 가수에 대한 비평, 감상평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좋아하는 가수나 노래를 통해 사용자들끼리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앞서 설명한 P2P 서비스를 여기에 접목시킨다면 '나의 음악감상실' 사용자끼리 노래 파일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DVD, 비디오 사이트 역시 '나의 DVD' 서비스를 통해 고객이 보고들은 DV에 대한 감상평이나 추천 DVD 목록 등의 다양한 콘텐트를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 패션, 디자인, 쇼핑, 여행, 레저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관련 사이트에서 블로그적인 요소를 도입한다면 영화나 여행에 대한 콘텐트를 손쉽게 생성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홈페이지나 게시판 방식으로는 사용자들이 콘텐트를 만드는데 거부감을 느꼈지만 '나의 여행 일지'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누구나 쉽게 여행 기록을 남길 것입니다. 이렇게 생산된 콘텐트는 해당 사이트의 브랜드 효과를 향상시키고 좀더 많은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블로그는 개인 별 기록을 이용하는데 이를 활용한다면 사람찾기 서비스나 짝짖기 서비스와 같은 인간 관계를 형성하거나 커뮤니티를 형성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보다 발달했다고 자찬하는 네토맷(http://www.netomat.net)은 호스팅 서비스와 전용 브라우저 및 디자인 툴로 구성된 서비스로 직접 개발한 공개 표준인 NML(Netomat Markup Language)으로 작성된 페이지를 보거나 만들 수 있습니다. 네토맷을 이용하면 글과 사진 외에도 음성 등을 페이지에 함께 배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글과 사진을 보면서 오디오 아이콘을 클릭해 작성자의 인사말이나 사진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여기에 그림 그리기 도구를 이용해 마우스로 그린 그림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설정 내용에 따라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는 사람들도 그림이나 텍스트, 링크의 다양한 콘텐트를 추가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즉 원래 작성자 A가 올린 글이나 그림에 B라는 사람이 글과 그림을 추가할 수 있으며, 나중에 온 C는 A가 올린 원본에 B가 추가한 글 그림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원저자가 올린 글을 다른 사람이 수정하고 추가하는 형태의 글쓰기 시스템은 이미 시도된 형태지만 네토맷은 그림 그리기 도구 등의 멀티미디어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차별성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방문자가 추가할 수 있는 네토맷의 서비스가 어떤 식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요? 네토맷 공동 CEO 앨런 거쉔펠드는 가족용으로 만든 족보 페이지를 예로 보여줍니다. 이 페이지에서는 친척들이 접속해 빈 곳을 채울 수 있으며 친가와 외가쪽 가계도로 이어지는 링크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계속 고리를 연결하며 확장하는 문서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식의 활용은 상업적으로 별 도움이 못됩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상업적인 것입니다. 네토맷은 사람찾기나 짝짓기 서비스용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A라는 여성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올리고, B나 C라는 남성이 이에 대한 추가 내용을 올려 만남을 요구하는 형태가 될 수 있습니다. A는 자신을 중심으로 계속 남자들이 자신에게 달라붙는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와 비슷한 형태로 서비스를 이미 시작하고 있는 사이트도 많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이트로 Hot or Not(http://www.hotornot.com)이 있습니다. 'Hot or Not'의 짝짓기 시스템은 매우 간단합니다. 그렇지만 가장 직관적이고 서로의 의사가 결정되는 시스템입니다.

네티즌은 'Hot or Not'의 짝짓기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Hot or Not'의 짝짓기 과정]
1. A라는 여성이나 남성이 자신의 계정에 자기에 대한 정보를 올립니다. 물론 이 중 사진이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2. 다른 네티즌이 A 여성에게 점수를 부여합니다. 이때 만남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명의 남성이 신청했다고 합시다.
3. A는 100명의 신청자 중에서 마음에 드는 1명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둘 만의 연결 통로가 만들어집니다. 둘만 쓸 수 있는 공간과 정보 공개가 되는 것이죠.

'Hot or Not'에 가입한 사람들은 서로 자신의 정보를 공개합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데이트 신청하는 사람 중에서 단 한 명을 선택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고 만남을 이룰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전화번호나 위치가와 같은 사생활 정보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위험을 막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인기도에 따라서 선택권이 넓어지고, 다수의 사람과 만날 기회도 많아집니다.

알다시피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TV 프로그램에서 짝짓기 프로그램이 전성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x 천생연분' '장미x' 등의 프로그램이 방송을 타고 있습니다. 짝짓기는 동서고금의 관심사입니다. 국내의 결혼정보 회사나 미팅주선 회사에서도 이를 적용한 사업을 실시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사이트를 만들어주고 개인 정보를 올린 다음에 만남 신청을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연결된 둘에게만 서로의 추가 정보가 공개되거나 둘만의 공동 블로그를 꾸밀 수 있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인기도에 따라서 새로운 스타를 만들 수도 있고, 기존의 스타에게 더욱 집중하도록 하는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엔토이가 선보인 '우유 주기' 행사는 'Hot or Not'와는 다른 형태지만 좋아하는 사람에게 인기를 몰아준다는 점에서 새로운 서비스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우유 서비스는 좋아하는 스타에게 자신이 가진 우유를 몰아주는 서비스입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프로게이머를 대상으로 우유를 몰아줄 수 있습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등의 스타 프로게이머에게 우유를 보냅니다. 상금이 있는데 우유를 많이 획득한 선수일수록 상금을 많이 받습니다. 어떻게 보면 카페 등의 성금 모집 기능과 비슷합니다만 우유라는 건전한 용어를 택함으로써 거부감을 많이 줄였습니다. 만약 '성금 보내기'나 '사이버머니 보내기'를 택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지 모릅니다. 우유 보내기 행사는 스타에게는 상금을, 팬들에게는 좋아하는 스타에게 참여하는 기회를, 소속사에게는 스타 홍보용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만약 네이버 블로그와 같은 대형 사이트에서 이런 시스템을 도입한다면 어떤 사업 아이템이 나올까요? 사이버머니나 캐쉬백 등의 활용이 훨씬 넓어질 겁니다. 예를 들어 제 블로그에 우유통을 개설하고 제 블로그를 방문한 사람이 제 블로그의 자료로 많은 도움을 얻었다고 생각하거나 제 얼굴에 반해(?) 우유를 넣어주고 갈 수 있습니다. 이때 우유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SK의 OK캐쉬백이나 각종 사이트의 마일리지, 사이버머니 등이 가능합니다. 물론 자체적으로 만든 마일리지나 포인트도 쓸 수 있습니다. 인기 블로그는 사실상 인기도에 따라 금전적인 보상을 받는 결과가 됩니다.

사실 아직도 OK캐쉬백 등은 활용도가 떨어지는데 이는 얼마 안되는 포인트를 가지고 물건을 사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해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몰아줄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블로그 서비스에 포인트 몰아주기를 활용한다면 사람들이 좀더 적극적으로 포인트 활용에 나설 겁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면 사이버머니를 판매하고 이를 사람들에게 선물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포인트 몰아주기로 인기 블로그 사이트를 키우고, 포인트를 활용함으로써 포인트 서비스 회사의 가치가 향상될 겁니다. 여기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더한다면 회원들의 참여도를 더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우유를 준 팬 중 몇명을 선택하면 그 팬들과 함께 데이트를 하는 상품 같은 것이 한 예입니다.

블로그는 기본적으로 개인을 기준으로 정보를 관리하는데 특정한 권한을 부여한 사람들끼리만 이런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짝짓기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기도에 따른 포인트 활용 서비스 역시 개인의 인기도를 포인트로 연결시키는 서비스로 활용함으로써 포인트가 중요한 등급 판정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블로그의 개인 정보 기록과 다른 사람의 판단 가치를 결합한 서비스라 할 수 있겠죠.

블로그가 감성 마케팅 도구로서 유용하다는 사실은 앞서 설명했습니다. 물론 기존의 게시판이나 전자우편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감성 마케팅 도구로 효과적이며, 도구보다는 기업의 열린 마음이 더 중요합니다만 블로그가 더 쉬운 도구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예를 들어 요즘 많이 보급되는 새로운 여가 문화로 수목원이나 펜션 등이 잇습니다. 그런데 이들 사업과 관련된 홈페이지를 보면 참 딱딱합니다. 잘 알려진 '아침고요' 수목원을 예로 들자면 홈페이지의 전형적인 구조인 '소개, 위치, 찾아오는 길, 아침고요 사진' 등으로 구성된 홍보용 홈페이지로 구성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침고요가 블로그를 활용하여 그날그날의 식물 성장기나 방문자와의 일화 등을 소개한다면 사람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설 겁니다. 물론 이곳은 너무 유명해서 사람이 오는 것을 꺼릴 정도가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이 찾아오지 않아서 고민되는 곳이라면 블로그를 활용해 효과적인 마케팅이 가능합니다.

유진닷컴의 정유진님이 올린 글은 이런 마케팅의 사례를 보여줍니다. 유진님이 누군가의 소개로 펜션인 '산에언덕에(http://www.sane.co.kr)'를 알고 홈페이지를 방문해서 느낌 소감은 '별로'였습니다. 어느 사이트나 같은 '소개, 위치, 약도'로 구성된 홈페이지입니다. 도대체 갈 마음이 안생겼죠. 그런데 이 펜션 주인장이 운영하는 '오대산 산적 다락방 이야기(http://mm.intizen.com/sanedule)'를 우연히 들어간 이후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펜션을 가야겠다고 마음을 바꿉니다. 그 변화의 이유는 산에언덕에 주인장이 차분하게 블로그에 기록한 산중 일기 때문입니다.

펜션을 운영하면서 찍은 겨울산 모습이며, 옥수수밭 사진, 배고파서 먹는 버섯라면이니 도루묵 찌개 등을 올리면서 바람과 산과 함께 사는 삶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덕분에 이 블로그를 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런 삶을 동경하게 되었고 며칠이라도 들러서 그런 삶을 경험하고 싶다는 감정이 물씬 솟게 되는 겁니다.

'소개, 위치, 찾아오는 길'이 몇 년 째 자리를 차지하는 기존 홈페이지와는 달리 블로그 사이트는 매일매일 자연과 함께 삶의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깨우쳐줍니다. 이는 어떤 미사려구로 '우리 펜션은 이런 점이 좋습니다. 우리 펜션에 오세요'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강력하게 소비자를 움직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블로그를 통해 진솔하게 소비자와 대화를 하느냐 여부인데 '산에언덕에' 주인은 이를 실천에 옮긴 것이죠. 이 분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서 처음에는 블로그에 사진 올리는 일조차 힘겨워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블로그를 통해 '산에언덕에'에서의 삶을 정말 생생하게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은 열린 마음이 적기에 블로그 활용을 할 기업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소규모 기업이나 1인 기업, 소호 시장에서는 블로그를 마케팅 도구로 활용할 경우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자기 회사 이야기를 하고 회사의 업무 이야기와 소비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면서 가장 진솔한 정보를 소비자를 든든한 지원자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식당을 운영한다면 식당을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일화를 블로그에 일기 쓰듯이 적어보기 바랍니다. 그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블로그 사이트에서 식당 이야기를 들으면서 단골이 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겪는 수 많은 이야기는 '우동 한 그릇'이라는 유명한 소설보다 훨씬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식당 소개, 메뉴 소개, 추천 메뉴, 가격표, 찾아오는 길'이라는 형태로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것은 소비자의 마음을 끌지 못합니다. 1년 내내 같은 추천 메뉴가 무슨 의미가 있습니다.

그보다는 블로그를 통해 '내일은 중복입니다. 그래서 닭을 가지고 획기적인 음식을 선보입니다. 어떤 요리를 내놓을지 궁금하세요? 그렇다면 와서 확인해보세요. 내일 중복 날에 닭 요리 드시러 오세요.'라고 올려놓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도대체 무슨 닭요리일까?'라는 궁금증에 방문할 단골 손님이 많겠죠. 그리고 다음날 저녁에는 '오늘 제가 준비한 닭요리 어때요?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글을 올리고 이에 대해서 손님들이 덧글과 트랙백으로 '최고였어요. 독특한 닭요리 맛있어요.'라고 반응을 올리면서 튼튼한 기반을 다질 수 있습니다.

솔직하게 운영되는 블로그는 소비자를 자신의 기업에 더욱 밀착시키는 도구로 분명 효과적입니다. 열린 마음만 가지고 운영한다면 말이죠.

저는 블로그가 일기 형태라는 점에서 가장 잘 어울리는 곳으로 어린이 교육 산업(kid edutainment)을 생각했습니다. 초등학생이나 청소년이 종이에 일기를 쓰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블로그를 이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할 때마다 일기를 쓰는 일은 꽤 괜찮은 일이죠. 자신의 블로그 사이트를 멋진 아바타로 꾸미고 친구와 링크를 걸어 그룹을 만들거나 요즘 유행하는 일기 교환도 할 수 있습니다. 힘들게 공책을 교환할 필요 없이 블로그에 일기를 써서 트랙백을 걸어도 되고, 그룹 블로깅을 이용하여 하나의 블로그에 각자의 일기를 적는 공동 일기장을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블로그를 웹 일기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많습니다. 글쓰기 연습을 통한 창의력 감성 교육, 자료 정리, 하루 반성, 친구들과의 커뮤니티 형성, 사회성 증가 등등. 블로그를 통해 맺은 커뮤니티를 통해 왕따 문제를 해결하는 한 수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모에게는 속마음을 내놓지 않는 자녀들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함으로써 부모가 자녀의 문제를 파악하는 중요한 대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컴퓨터로 오락만 하는 아이들에게 블로그를 통해 글쓰기를 연습시키고 숙제를 위한 자료 수집과 정리 습관을 길들이고 네트웍을 통해 사회성을 길러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법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온라인 게임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PK(다른 네티즌을 해치는 행위)나 몬스터 사냥에만 열중하는 것보다 낫다는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하게 하고 아들 딸이 올린 일기나 글에 직장에서 일하던 아빠나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엄마가 덧글이나 트랙백을 달아주는 장면을.

[우리 집의 블로그 활용 사례]
(1) 딸이 올린 글
조금 전에 수업이 끝났다. 오늘은 ...해서 ...일이 있었다. 우울한 하루였다. -_-;

(2) 덧글
아빠: 오늘 학교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뭐 그 정도로 어깨 처질 우리 딸이 아니라고 아빠는 생각한다. 이따 집에서 보자. ^_^
엄마: 이쁜 내 딸아~! 엄마가 니가 좋아하는 고등어 구워놨다. 딴데 가지 말고 퍼뜩 오너라.

(3) 트랙백
동생: 누나, 우울한 날에는 댄스 음악이 최고야. 내가 지금 클론 걸로 MP3 하나 링크 걸어줄테니 듣고 힘내.

블로그를 이렇게 활용하는 일.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습니까? 가족 중 누가 글을 올리고 각기 다른 장소에 있는 다른 가족이 또 대답을 해주는 형태. 하나의 블로그를 만들어 가족이 함께 블로그를 운영할 수도 있고, 개인마다 하나씩 만든 다음에 트랙백과 덧글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형태이건 블로그를 가족이 운영하는 일은 분명 가족 내 대화 단절을 막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물론 기존의 홈페이지와 게시판으로도 가족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블로그는 기존의 홈페이지보다 더욱 쉽게, 더욱 진솔하게 글을 쓰게 해줍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까지 가족과의 대화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블로그는 가족과 간접적으로나마 대화하는 소중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노인층에게도 블로그는 유용한 수단입니다. 외국에서는 블로깅 행위가 치매 예방에 좋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가만 앉아 있는 것보다는 끊임 없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블로깅이 치매 예방에 조금이라도 더 나을 겁니다. 물론 블로깅이 치매 예방에 엄청난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쉽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블로그는 노인층에게도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급격하게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인구의 활동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블로그는 노인 인구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데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노인들이 자신의 과거를 기록하고 정리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잘 되면 회고록을 출판할 수도 있죠. 또 부족한 실버 정보를 주고받으며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네트웍을 통한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노인들의 최대 적이라는 외로움을 덜 수 있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멀리 있는 아들딸, 손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같은 집에 사는 손녀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유용하죠. 일기 형태의 형식에 사용하기 쉽다는 점은 지금의 블로그가 가진 중요한 장점입니다.

지금의 블로그 서비스는 아직 기능 면에서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학습 교재 회사나 교육 사이트, 유아 정보 사이트 등이라면 기능이 좀더 강화된 블로그를 유료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 또는 블로그는 무료로 제공하고 아바타, 가족 앨범, 동영상 채팅 등의 기능을 유료로 할 수 있습니다.

블로그 사이트 자체를 하나의 학습장으로 제공하는 아이템도 있습니다. 학습지를 구독하는 아이들에게 블로그 사이트를 만들어주고 이 사이트에서 학습지를 보내고, 문제를 풀고, 그날의 학습 상황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역 담당 선생님 밑에 서브 네트웍으로 학생들을 묶고 선생님이 개별 아이의 진도에 따라서 적절한 학습지를 보내고 아이들이 푼 것을 블로그를 통해 검사하고 학습 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스템은 학습지 회사 뿐 아니라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들은 블로그에 접속해 학습지 메뉴를 통해 오늘의 진도를 나가고, 일기를 쓰고, 자신의 학습 상황을 점검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은 RSS 구독기를 이용해 아이들이 블로그에 올린 정보를 통해 학습 현황을 파악하고 개별적인 도움말을 남겨 지도를 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학습지 회사에는 선생님의 방문 시간을 줄이면서 더욱 많은 아이들을 관리할 수 있어 인건비 절약에 도움이 되며, 학교 선생님에게는 학교 수업 시간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부분을 관리할 수 있어 좋습니다.

만약 학습지 사이트를 운영 중이라면 아이들과 선생님을 위한 블로그 시스템을 개발해보기 바랍니다. 일주일에 4번 방문할 것을 하루로 줄이고 나머지 3번은 블로그를 통해 지도한다면 집을 방문하기 위한 교통시간을 벌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여러분이 실버 산업을 운영 중이라면 고객에게 블로그 사이트를 만들어주고 활용법을 알려주기 바랍니다. 고객을 방문하지 않고도 고객의 욕구를 좀더 정확화게 파악할 수 있으며 좀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생길 겁니다.

블로그만으로 학습지 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물론 블로그만의 학습지 사이트가 성공할지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블로그를 이용할 경우 기존의 학습지 교육 시스템을 좀더 보완하고 좀더 효율적인 활용이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블로그를 교육 현장에 활용할 경우 교실에서 다 하지 못한 말을 선생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블로그를 가족 사이트 운영에 이용할 경우 가족 간의 대화 통로가 좀더 활발해진다는 점도 분명합니다. 블로그는 개인과 개인을 이어주는 중요한 대화 통로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되는 동시에 이를 이용한 새로운 비지니스 창출이 기회도 됩니다.

이 외에도 블로그를 활용한 사례는 많습니다. 그렇지만 진짜 블로그의 장점인 일지 형태를 이용한 상업적인 서비스는 아직 흔치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개최된 '제1회 러브호텔 모바일 블로깅 컨퍼런스'는 러브 호텔에서 찍은 사진과 글을 블로그에 올리는 대회지만 사실 사진 갤러리에 올리는 것이나 미니 홈피에 올리는 것이나 큰 차이가 없는 행사입니다.

오디오 비디오 블로그가 보급되면서 블로그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열기도 했습니다. 블로그에서도 멀티미디어 기능을 선보이게 될 수 있지만 이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현재로서는 멀티미디어 콘텐트 출판에 어떤 형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만 할 뿐 오디오 블로그나 비디오 블로그가 어떤 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는 멀티미디어가 블로그의 일기 형식과 거리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블로그에 잘 맞는 것은 역시 글입니다.

블로그를 비지니스에 활용하려면 블로그가 가진 특징을 잘 파악하고 블로그적인 요소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합니다. 개인의 일기 형식이 주는 여러 가지 독특한 매력과 여기에서 생성되는 콘텐트의 의미를 파악할 때 블로그를 이용한 새로운 비지니스 창출은 가능할 겁니다.

세계 2위 갑부, 워런버펫 48시간 동행취재

세계 2위 갑부 워런 버핏 - 오마하 현지 48시간 동행 취재

“내 건강비결은 콜라…아시아 시장 투자기회 찾고 있다”

글 정경민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격동의 시대, 혼돈의 시대일수록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진 현자(賢者)에 대한 갈망은 절실해진다. 지난 5월 2, 3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투자가의 이목은 미국 네브래스카주의 소도시 오마하로 쏠렸다. ‘오마하의 현자(The Oracle of Omaha)’로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의 혜안을 빌리기 위해서였다.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Berkshire Hathaway)의 회장이자 세계 두 번째 부자인 버핏은 주식투자에 관한 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식료품 가게 집 아들로 태어나 330억달러(39조6,000억원)에 달하는 부를 이룬 비결이 바로주식투자였기 때문이다.

매년 5월 첫 번째 주에 열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버핏 회장이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밝히는 유일한 자리다. 올해는 예년보다 훨씬 많은 1만5,000여명의 주주와 세계 각국의 취재진이 몰렸다. 인구 39만명의 도시에 1만5,000명이 넘는 외지인이 쏟아졌으니 오죽하랴. 오마하 시내에서 방을 잡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10여 곳의 여관을 알아봤지만 방이 없었다. 싸고 깨끗하다고 알려진 호텔은 1월부터 예약이 밀렸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미주리 강을 사이에 놓고 오마하와 마주 보고 있는 아이오와주의 카운실 블러프라는 도시에 숙소를 잡았다.

주주총회가 열린 5월 2일. 오마하에서 가장 큰 강당인 시민회관 앞은 아침 7시부터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주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한 주당 7만달러(8,400만원)가 넘는 주식을 가진 주주이건만 회사측에서 나눠주는 싸구려 기념품을 받기 위해 수십m는 됨직한 줄을 서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공짜 앞에선 장사가 없는 모양이다.

아침 8시께 버핏 회장이 회관에 도착했다. 귀빈석에서 주주들과 담소를 나누던 버핏 회장은 8시 30분부터 시작된 회사 홍보 영화를 보기 위해 주주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왼쪽엔 아내 수잔(Susan), 오른쪽엔 딸 수지(Susie)가 앉았다. 한 시간 동안 상영된 홍보 영화는 한 편의 개그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버핏 회장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때론 만화 주인공이 됐다가 때론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로 변신했다. 내용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 광고였다. 대부분 버핏 회장의 아이디어로 만든 것이었다. 물론 TV에선 볼 수 없다. 주주총회를 위해 특별 제작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노래부르기를 즐긴다. 광고에서도 장난감 같은 기타를 들고 나와 우스꽝스런 노래를 불러 주주들을 웃겼다. 군데군데 미식 축구나 농구 스타가 깜짝 출연을 하기도 했다.

한바탕 배꼽을 잡고 나자 9시 30분께 버핏 회장이 무대에 등장했다. 강당 한쪽 끝에 마련된 무대 위엔 버핏 회장과 버크셔 해서웨이의 2인자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부회장이 앉았다. 주주총회는 늘 이런 식이다. 점심을 먹기 위해 쉬는 한 시간을 빼고 오후 3시 30분까지 무려 5시간 동안 버핏 회장과 멍거가 주주들과 일문일답 형식의 대화를 이끌어간다. 버핏 회장이 올해 72세, 멍거 부회장이 79세인 것을 감안하면 노익장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무리 ‘오마하의 현자’라도 주주총회인 만큼 실적 자랑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39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사상 최고 성적을 냈다. 올해는 1분기에만 17억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려 신기록을 다시 갈아치울 태세다. 미국 주식시장은 ‘닷컴’ 거품이 빠지면서 몇 년째 죽을 쑤고 있다. 그런데도 버크셔 해서웨이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비결은 뭘까. 바로 보험부문 때문이다. 버핏 회장은 보험업의 장점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웠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 6위의 자동차 보험회사인 가이코(GEICO)와 세계 4대 재보험사인 제너럴리(General RE) 등 8개의 보험사를 거느리고 있다.

보유 현금만 160억달러

보험업의 매력은 9 ·11 테러와 같은 대형 사고만 터지지 않는다면 언제나 현금이 넘쳐난다는 데 있다. 고객이 내는 보험료가 꼬박꼬박 들어오기 때문에 한꺼번에 물어줘야 할 보험금이 많지 않으면 보험회사 금고엔 항상 현금이 남아 있게 된다. 지난해 버크셔 해서웨이의 보험부문이 굴린 이런 현금(보험 용어로 float)은 412억달러(49조4,000억원)에 달했다. 천문학적 액수의 현금을 투자의 지존 버핏 회장이 운용해서 큰 이익을 남긴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160억달러나 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업이 자금난 때문에 부심하고 있는 이때 충분한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건 즐거운 고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버핏 회장의 목소리엔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전노장이다. 한두 번의 승전에 도취해 만용을 부릴 장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보험업의 선전에 지나친 기대를 갖는 건 위험합니다. 언제 엄청난 자연 재앙이나 사고가 터질지 아무도 모릅니다. 이럴 경우 보험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 할 것입니다.”
그는 투자에 관해서도 신중론을 고수했다. “미국의 주식시장은 몇 년 째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좋은 투자 기회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가장 현명한 투자일 수도 있습니다.”

옆에 앉은 멍거 부회장은 한술 더 떴다. “아마도 버핏 회장과 내가 살아 생전에 1973∼74년과 같은 호시절(당시 미국 주가지수는 40% 폭락했다)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지난해 우리는 정크본드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발견했지만 그 마저도 이제는 매력이 없어졌습니다. ”
그렇다면 오마하의 두 현자는 주가가 반토막이 날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인가. 주주의 궁금증에 버핏 회장은 현실적인 처방을 냈다. “얼마 전 설문조사를 해보니 미국 투자가가 기대하는 연간 수익률은 14∼15%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건 꿈일 뿐입니다. 미국의 주식투자가는 앞으로 잘해야 연간 6∼7%의 수익을 올리는 게 고작일 것입니다. 수수료와 경비를 떼고 나면 5∼6%를 건지기도 힘들 겁니다.”

투자 이야기를 할 때 버핏 회장이 빼놓지 않는 메뉴는 금융파생상품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그의 설명은 간단하면서도 명료하다. “파생상품은 말 그대로 실제 존재하는 상품에서 파생돼 나온 가공의 상품입니다. 가공에 가공을 더하다 보니 파생상품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따라서 모든 파생상품에 시장이 형성될 수는 없게 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파생상품의 가격은 수십 개의 수학공식으로 이뤄진 모델에 의해 결정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의 기술자들은 모델을 미신(Myth)과 교묘하게 바꿔치기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의 가격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 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 규모가 커질수록 위험은 점점 더 커집니다. ”
멍거 부회장은 언제나 버핏 회장보다 비관론을 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파생상품과 관련된 대형 금융사고가 터지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기적입니다.”

곧바로 주주석에서 질문이 날아갔다. “그렇다면 금융사고는 언제쯤 터질 거라고 봅니까?”분위기가 너무 과열됐다고 여겼을까. 버핏 회장은 특유의 위트로 위기를 모면했다. “우리 얘기는 예언이 아니라 단지 경고일 뿐입니다. 우리는 예언가가 아닙니다. ”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환상의 복식조다. 버핏 회장이 재치와 유머로 무장한 공격수라면 멍거 부회장은 태산 같은 뚝심으로 뒤를 지키는 수비수다. 버핏 회장이 화려한 언변으로 주주들을 사로잡는다면 멍거 부회장은 촌철살인(寸鐵殺人)과 같은 한 마디로 급소를 찌른다. 버핏 회장과 어릴 적부터 어울렸던 멍거 부회장은 70년대 중반 버크셔 해서웨이에 합류한 뒤 줄곧 2인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버핏 회장은 멍거 부회장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30초 컨설턴트’라고 부추겼다.

“내가 어려운 문제에 부닥쳤을 때 멍거 부회장을 찾으면 그는 딱 30초 안에 전 세계 어느 누구보다 간단 명료하게 해법을 제시해 주는 사람입니다. 그의 30초 짜리 조언은 세계 최고의 경영 컨설턴트가 1년 동안 연구해 온 자료보다 낫습니다. ”
이만 하면 멍거 부회장의 입이 귀밑에 걸려 있을 법도 하다. 그러나 그는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다. 버핏 회장이 멍거 부회장을 수십 년 동안 한결같이 곁에 두고 있는 건 저런 뚝심 때문이 아닐까.

보험에서 에너지사업으로

이윽고 점심시간이 됐다. 대부분의 주주들은 시민회관에서 파는 핫도그나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웠다. 주주는 노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버핏 회장의 나이가 많기 때문에 노인 팬이 많은 것은 아닐 터. 시민회관 밖에서 5월의 햇볕을 쬐고 있는 주주에게 버크셔 해서웨이에 투자한 이유를 물었다. 시카고에서 온 앤 스밀랴닉(Ann Smilanic?3)이라는 할머니는 주저 없이 대답했다.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것에만 투자한다는 버핏 회장의 철학을 믿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닷컴 바람이 불 때 잠시 흔들렸지만 나는 버핏 회장이 역경을 훌륭하게 헤쳐나가리라고 믿었습니다.”
앤 할머니는 96년에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샀다. 2년 동안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산가치는 미국의 S&P 500 주가지수의 상승률을 웃돌았다. 그러나 99년 할머니는 쓴 맛을 봤다. S&P 500지수가 25% 뛸 때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산가치는 0.5% 오르는데 그쳤던 것이다. 남들이 잔치를 벌일 때 옆에서 지켜만 봐야 하는 건 언제나 참기 힘든 고역이다. 버핏 회장이 ‘손에 잡히는 것에만 투자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닷컴 기업을 외면한 결과였다.

워런 버핏 신화도 한물 간 게 아니냐는 비관론에 젊은 주주들은 앞다퉈 버크셔 해서웨이를 떠났다. 그러나 닷컴 거품은 1년도 채 못 가 꺼지고 말았다. ‘오마하의 현자’는 명예를 회복했다. 천당과 지옥을 넘나들었던 앤 할머니에게 버핏의 철학은 투자의 바이블이 됐다. 할머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홍보 영화 끝을 장식한 사가의 후렴을 흥얼거렸다. 후렴은 이렇다.

“우리가 찾는 건 실질적인 것입니다(That’s the real thing). 바로 그것입니다(That’s the way it should be). 세상이 그걸 원하고 있으니까요(That’s what the world wants today).”
노래가 흐르는 동안 화면엔 버크셔 해서웨이의 자회사가 만드는 ‘실질적인 것’들이 스쳐지나갔다. 자동차 보험, 카우보이 부츠, 캔디, 벽돌, 조립식 주택, 보석, 가구 등등…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는 에너지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2000년 3월 미드아메리칸(Mid-American)이라는 중견 에너지회사를 사들인 버크셔 해서웨이는 미국의 공공서비스 지분제한법(Public Utility Holding Company Act)의 폐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PUHCA가 폐지되면 미드아메리칸은 보험업에 버금가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중추사업으로 커질 것입니다. 머지않아 우리는 세상이 깜짝 놀랄 빅딜을 할지 모릅니다.”
옆에 있던 멍거 부회장이 거들었다. “에너지에 대한 수요는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업을 좋아합니다.”

무거운 투자 얘기가 오가던 도중 자신을 13세 중학생이라고 소개한 동양인 주주 한 명이 마이크를 잡았다.
“저는 지난해에도 주주총회에 참석해 버핏 회장님께 질문을 드렸고 좋은 답변도 얻었습니다. 올해도 한 가지 여쭤보겠습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회장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당돌한 학생의 질문에 천하의 버핏 회장도 말문이 막혔던지 멍거 부회장을 돌아봤다. 멍거 부회장이 못 본 척하며 잠자코 있자 버핏 회장은 자세를 고쳐 잡고 말했다.

“학생이 내 나이가 되면 내가 정말 사랑 받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진정으로 성공했다는 걸 느끼게 될 겁니다. 그건 돈으로 살 수가 없으니까요.”
짧은 답변이 끝나자 장내엔 우렁찬 박수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주총회장엔 소년 소녀 주주가 많았다. 대부분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왔다. 마침 앞자리에 앉았던 존 바이츠(John Weitz)라는 할아버지는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손자 두 명을 데리고 왔다.
“손자들에게 투자란 무엇인가를 가르치기 위해 몇 년 전에 이 회사 주식을 한 주씩 사줬습니다. 그리고 매년 주주총회에 함께 왔지요. 학교에서 백 마디 듣는 것보다 버핏 회장의 한 마디가 더 피부에 와 닿는 교육이 될 거라고 봅니다. ”

그러고 보면 버핏 회장도 11세 때 처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그가 일찌감치 주식투자에 눈을 뜬 데는 사연이 있었다. 버핏 회장은 3대째 식료품 가게를 이어 내려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은 삼촌이 운영했던 가게에서 심부름을 하며 용돈을 벌어야 했다. 힘들고 지루한 육체 노동은 어린 버핏에게 하루빨리 탈출해야 할 지옥과도 같은 굴레였다.

머리 회전이 빨랐던 버핏은 아버지로부터 주식에 투자하는 법을 기를 쓰고 배웠고 곧 식료품 가게 사환 노릇을 때려치운다. 그 이후로 버핏 회장은 단 한번도 육체 노동을 하는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 ‘실질적인’ 것만 고집하는 버핏 회장이 정작 자신은 실질적인 것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본 적은 없는 셈이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가구를 어떻게 만들고 보석을 어떻게 가공하는지는 모르지만 그걸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은 틀림없었다.

사인하는 버핏, 노래하는 아내

주주총회가 끝나자 버핏 회장은 곧바로 가구를 파는 자회사인 네브래스카 퍼니처마트(Nebraska Furniture Mart)로 달려갔다. 이날 가구회사에선 주주 초청 바비큐 파티가 있었다. 70대의 노인이 장장 5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이야기를 한 뒤에 다시 저녁 바비큐 파티에 참석해 노래를 부른다는 걸 상상할 수 있을까. 혹 숨겨놓은 산삼 밭이 있는 건 아닌지 의문스러울 따름이었다. 네브래스카 퍼니처마트는 버핏의 열창 덕분에 이날 하루에만 470만달러(56억4,000만원)의 매상을 올렸다. 어지간한 가구회사의 연간 매출을 단 하루에 긁어 모은 셈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일요일인 이튿날 아침 버핏 회장은 단일 매장으론 미국 최고의 매출을 자랑하는 보석 판매회사 보샤임(BorSheim)의 팬 사인회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버핏 회장의 사인을 받기 위해 주주들은 수십m 줄을 서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보샤임은 100만달러 짜리 다이아몬드 반지도 진열해 놓고 파는 보석매장이다. 그러나 버핏 회장이 이곳을 찾는다는 소식 때문인지 매장엔 고객들로 가득 찼다.

“이번 주말에만 1만5,000명이 넘는 고객이 다녀갔습니다. 평소 주말의 세 배 정도 됩니다. 매출 실적은 밝힐 수 없지만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가 열리는 주의 매출이 연중 가장 많다고 보면 됩니다.”
우리를 안내한 보샤임의 펠리샤 콜린스(Fellicia Collins)라는 여직원의 설명이었다. 잠시 후 버핏 회장이 아내 수잔과 함께 보석상 앞에 마련된 사인회 자리로 나왔다. 버핏 회장이 주주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동안 수잔 여사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렀다. 부창부수(夫唱婦隨)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수잔 여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두 번 째 대주주이자 사외 이사다. 가끔씩 버핏 회장이 아내가 있는 자리에 가서 함께 노래를 부르며 부부애를 과시했지만 사실 이들 부부는 77년 이후 따로 살고 있다. 버핏 회장도 대단하지만 수잔 여사도 보통은 넘는다. 그녀는 한때 카바레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이자 열렬한 낙태 찬성론자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주총회 때마다 낙태반대론자들이 몰려 와 피켓 시위를 벌이는 건 이 때문이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현재 버핏 회장과 함께 살고 있는 애스트리드 멩크스(Astrid Menks)라는 여인도 수잔 여사가 버핏 회장에게 직접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여성 편력이야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다. 그러나 버핏 회장과 수잔 여사의 관계는 남다른 면이 있다. 매년 초 버핏 회장이 친지들에게 보내는 선물의 겉봉투엔 항상 세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다고 한다. ‘버핏, 수지, 애스트리드. ’

사인회를 마친 버핏 회장은 보샤임 보석매장 옆의 메리어트 호텔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으로 갔다. 세계 각국에서 온 취재진 60여명이 한 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핏 회장과 멍거 부회장의 뒤에는 은으로 만든 큰 대접이 놓여 있었다. 그게 무얼까 궁금했는데 의문은 금방 풀렸다. 두 사람은 기자회견이 시작되자마자 은 대접에서 코카콜라 한 캔씩을 꺼내 컵에 따랐다. 버핏 회장은 보통 콜라, 멍거 부회장은 다이어트 콜라였다. 버핏 회장의 코카콜라 사랑은 정평이 나 있다. 오늘날 그를 투자의 지존으로 만들어준 종목이 바로 코카콜라가 아니던가. 버핏 회장은 스테이크나 바비큐를 먹을 때도 코카콜라로 씻어서 먹을 정도로 콜라를 끼고 산다.

주주총회장에선 화기애애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지만 기자회견장은 달랐다. 처음부터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회를 겨냥한 가시 돋친 질문이 쏟아졌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회는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모두 버핏 회장이나 멍거 부회장의 측근들이라는 점이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가 상장돼 있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회사로부터 독립적인 사외이사의 선임을 의무화하자 버크셔 해서웨이도 새 사외이사를 선임하라는 압력을 받아 왔다.

버핏 회장은 예상했다는 듯 담담하게 밝혔다. “현재 십여명의 후보를 놓고 인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곧 새 사외이사를 발표할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버크셔 해서웨이는 5월 8일 도널드 커프(Donald Keough) 전 코카콜라 사장과 토머스 머피(Thomas Murphy) 전 ABC 회장을 새 사외이사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워런 버핏, 그는 누구인가

워런 버핏과 함께한 정경민 기자
투자의 ‘살아있는 전설’....40년 만에 주가 1만배 키워

버크셔 해서웨이와 워런 버핏 회장을 소개할 때면 언제나 회자(膾炙)되는 유명한 얘기가 있다. 1965년 1만달러를 가진 두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스탠더드 앤 푸어스(S&P) 주가지수에 연동 하는 상품에 투자를 했다.

다른 한 사람은 네브래스카주의 오마하시에서 막 출범한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을 샀다. 40년 가까이 흐른 뒤 두 사람은 다시 만났다. S&P 지수에 투자했던 사람은 50만달러(6억원)로 큰 집을 살 수 있었다. 그렇다면 오마하시의 이름 없는 투자회사에 돈을 맡겼던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그는 5천만달러(600억원)의 돈방석에 앉은 거부가 돼 돌아왔다.

버핏 회장은 1930년 오마하에서 식료품 가게를 3대 째 이어온 집안의 아들로 태어났다. 집안의 가업은 식료품 가게였지만 그의 아버지는 주식 중개인이자 공화당 하원의원이었다. 집안의 식료품 가게에서 잠시 사환 노릇을 하다 육체 노동에 염증을 느낀 버핏은 11세 때 아버지로부터 주식 투자하는 법을 배운다.
그가 처음 산 주식은 CSP라는 주식이었다.

그가 주당 35달러에 주식을 사자마자 CSP의 주가는 27달러로 곤두박질쳤다. 조바심이 난 버핏은 이 회사의 주가가 40달러까지 회복되자 바로 팔아 버렸다. 그러나 버핏이 주식을 팔고 나자 CSP 주가는 2백달러까지 치솟았다. 당시의 뼈아픈 경험은 어린 버핏에게 인내력이야말로 투자가가 갖춰야 할 첫 번째 덕목이라는 교훈을 남긴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대로 손을 대던 버핏은 어느 날 벤저민 그레이엄(Benjamin Graham)이라는 컬럼비아대학의 교수가 쓴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라는 책을 접하고 충격을 받는다.

‘가치 투자(Value Investment)’의 경전이라고 일컬어지는 이 책을 본 버핏은 곧바로 뉴욕으로 날아가 그레이엄 교수의 제자가 됐다. 그레이엄 교수는 버핏에게 가치 투자의 진수를 전수했다. 가치 투자란 한 마디로 잠재적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기업을 찾아 투자한 뒤 시장이 그 가치를 깨달을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을 말한다. 경기 변동이나 월스트리트의 유행은 철저히 무시한다.

말은 쉽지만 잠재적 가치에 비해 저평가돼 있는 숨은 진주를 찾아낸다는 건 엄청난 인내력과 산술적인 능력을 필요로 했다. 난수표나 다름없는 기업의 회계 장부에서 시장이 보지 못한 잠재적 가치를 끄집어내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어려서부터 수리에 뛰어난 감각을 보였던 버핏은 결국 암호 해독에 성공한다. 그리곤 1957년 오마하로 돌아와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그의 첫 투자조합은 1969년 해산하면서 연 수익률 30%라는 경이적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줬다.

돈과 자신감을 얻은 버핏은 62년 매사추세츠주의 뉴 베드포드라는 도시에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방직회사를 발견한다. 사양산업이던 방직업 때문에 골병이 들긴 했지만 이 회사는 튼튼한 재무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월스트리트의 은어로 누군가 피우다 버린 ‘장초(cigar butts)’였던 것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버핏은 이 회사를 투자회사로 환골탈태(換骨奪胎)시킨다.

몇 년 전 한국에서도 닷컴 기업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굴뚝업체’를 인수한 다음 주가 뻥튀기를 통해 투자회사로 탈바꿈시키는 A&D(인수 후 개발)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버핏은 그 기법을 40년 전에 이미 써먹었던 것이다. 버핏 회장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하자 보험업에 먼저 손을 댔다. 보험업은 대형 사고만 터지지 않으면 큰 현금을 가만히 앉아서 굴릴 수 있는 사업이었다. 보험 고객이 낸 보험료로 주식투자에 나선 버핏은 막대한 투자이익을 쌓아 나갔다.

80년대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버핏 회장을 일약 주식투자의 지존으로 만든 종목은 코카콜라였다. 88년 버핏 회장이 코카콜라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코카콜라는 평범한 음료수 회사였을 뿐이었다. 주가도 주당 10달러를 맴돌았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남들이 보지 못한 코카콜라의 가능성을 읽었다. 다른 음료수 업체는 따라갈 수 없는 브랜드 가치와 해외시장 개척 가능성이었다. 그의 예언은 5년이 못 가 현실로 나타났다. 코카콜라 주가는 5년만에 주당 74.50달러로 치솟으며 버크셔 해서웨이를 미국 최대의 투자회사로 발돋움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기업 부정, 기댈 곳은 기관투자가 뿐”

자신에게 날아온 화살을 멋지게 피한 버핏 회장은 상장기업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공격으로 화제를 돌렸다.
“90년대 후반 증시에 거품이 일면서 일부 기업의 경영진은 주가 부풀리기가 마치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할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습니다.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주주들을 현혹하는가 하면 회계 장부의 조작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터무니 없는 스톡옵션과 연봉을 보장받기 위한 이기심의 발로이지 주주를 위한 서비스는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도 버핏 회장의 도마에 올랐다. 일부 경영진의 회계 부정에 이들 투자은행들이 방조를 넘어 공범에까지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부정 행위를 저지해야 할 이사회조차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고 그는 열을 올렸다.
“우리가 이제 기대할 곳은 기관투자가 밖에 없습니다. 경영진과 이사회는 믿을 수가 없고 개인투자가는 힘이 없습니다. 기관투자가만이 상장기업 경영진과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하지 못 하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어느 상장기업 경영진이나 이사회라도 800파운드가 나가는 고릴라(기관투자가)를 흥분하게 만들어선 재미없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버핏 회장이 깨끗한 기업 경영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선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는 월스트리트의 투자 분석이나 유행을 철저히 무시한다. 심지어 “내가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이 쓴 자료를 볼 때는 개그 소재가 필요할 때”라고 조롱할 정도다. 대신 버핏 회장은 기업의 회계 장부에 파묻혀 산다. 그 속에서 아직 시장이 진가를 알아보지 못한 진주를 찾아내 10년이고 20년이고 돈을 묻어두는 게 그의 투자 전략이자 철학이다.

그런데 파생상품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이를 이용한 회계 부정이 극성을 부리면서 숨은 진주를 찾아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 회계 장부를 믿을 수가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회계 부정이야말로 버핏 회장에겐 가장 악질적인 기업 비리다. 한국이 IMF 직격탄을 맞았을 때 앞장서서 한국기업의 회계 부정을 질타했던 미국이 기업들의 회계 부정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건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필자의 질문 차례가 되었기에 세 가지를 물었다.

“최근 버크셔 해서웨이는 중국 국경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PetroChina)의 지분을 13.35%로 끌어올리며 3대 주주가 됐습니다. 이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신호탄으로 봐도 되는 것인 지요. 덧붙여 한국 시장에 대한 버핏 회장님의 견해를 듣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틀간 회장님을 지켜보면서 경이적인 에너지와 정력에 놀랐습니다. 특별한 건강 비결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페트로차이나 투자 건은 미국과 유럽에서도 화제가 됐던 터였다. 취재진은 버핏 회장의 말을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바짝 긴장했다. 잠시 생각하던 버핏 회장은 입을 열었다.

“아시아 시장에 대해선 최근에 관심을 가진 게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연구해 왔습니다. 훌륭한 시장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우리 기준에 맞는 투자 기회를 찾지는 못 했습니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은 실적에 비해 가격이 많이 싸진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 바깥의 시장에 대해 미국 시장 만큼 잘 알지 못 합니다. 우리가 모르는 위험요소가 많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시아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선 이런 위험요소를 충분히 상쇄해줄 만큼의 투자 기회가 있어야 합니다. 미국 기업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언뜻 보면 구렁이 담 넘어 가는 소리였다. 그러나 미국의 주가지수가 반토막이 나다시피 했는데도 아직 비싸다고 했던 버핏 회장이다. 그런 그가 중국 국영기업의 주식을 사 모았다면 철저한 시장 조사와 회계 검토를 거쳤으리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아시아 시장에 대해 몇 년 전부터 관심을 갖고 연구해 왔다는 말엔 이런 뜻이 숨어 있었다. 다만 그는 한국 기업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던 버핏 회장은 필자를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참 건강 비결을 물어보셨죠. 딱히 숨겨둔 비방은 없고 바로 이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들어 보인 건 코카콜라였다. 기자회견장에선 한바탕 폭소가 터졌다.

“부시의 감세정책은 반대”

분위기가 누그러지자 기자들의 짓궂은 질문에 발동이 걸렸다. 대뜸 조지 부시 대통령의 감세 정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미국 경제계에선 기업의 배당금에 매기던 세금을 면제해주자는 부시 정부의 감세안을 놓고 논란이 분분한 터였다. 이번에도 선문답이 이어지겠지 했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나는 부시 정부의 감세 정책을 반대합니다. 세금을 깎아 줘 봤자 현재로선 기업이 투자를 늘리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백 번 양보해 경기 부양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감세 정책은 경제 정의에 어긋나기 때문에 반대입니다. 매년 수십만달러씩 배당을 받는 기업에게 세금까지 깎아주는 건 불공평합니다.”

아무리 미국이라지만 대기업의 총수가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전 세계 언론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정면으로 비판하고 반대하는 건 뜻밖이었다. 기자회견 도중 갑자기 사이렌이 울렸다. 밖에 서 있던 보안요원이 황급히 버핏 회장 쪽으로 달려가 귀엣말로 뭔가 속삭였다. 심각하게 듣던 버핏 회장은 기자들에게 말했다.
“지금 울린 사이렌은 토네이도(회오리 바람) 경보라고 합니다. 호텔 측에서 모든 고객은 지하실로 대피하라고 했답니다. 그러나 나와 멍거 부회장은 이 자리에 남아 기자 여러분의 질문에 답변을 계속 할 테니 혹 불안한 기자 분이 있으시면 대피하기 바랍니다. ”

마침 이 말이 끝나자마자 질문 차례가 된 기자가 자리에 없자 버핏 회장은 “벌써 한 분이 대피 하셨네요”하면서 너스레를 떨었다. 다시 한번 폭소가 터진 후 기자회견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더 이상 버핏 회장의 아픈 곳을 찌르는 질문은 없었다.
회견 말미에 그는 후계자 문제를 거론했다.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젊은 인재이며 네 명 정도가 물망에 올라 있다고 소개했다. 버핏 회장이 굳이 후계자를 이처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워런 버핏 프리미엄’을 의식해서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건 바로 버핏 회장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버핏 회장이 없는 버크셔 해서웨이에 대한 우려이기도 하다. 버핏 회장은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회견이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기자들의 질문 공세와 사인 요구를 웃으며 받아넘기는 그의 모습에서 ‘워런 버핏 프리미엄’은 신기루가 아니라 실체가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그의 뒤를 이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1만5,000여명의 주주와 60여명의 전 세계 취재진을 몇 시간 만에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놓는 마력을 가진 현자가 금세기 안에 과연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워런 버핏의 말말말

“지역신문에 부음 광고를 내러간 과부가 있었다. ‘프레드 브라운 사망’이란 문구를 내민 과부에게 신문사 직원은 한 단어엔 25센트지만 7단어가 최소 단위라며 1달러75센트를 내라고 했다. 그러자 과부는 즉석에서 문구를 고쳤다. ‘프레드 브라운 사망, 중고 골프 클럽 세일.’ 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직원들이 이 과부와 같은 비용 절감의 마인드를 갖기 바란다.”
-버핏 회장이 주주총회 전 주주에게 보낸 편지에서.

“훌륭한 비즈니스맨이라는 명성을 남기고 싶다면 장사가 잘 되는 사업만 인수하면 된다.”
-5월 2일 주주총회에서.

“개인적으로 나는 주주총회를 월요일에 하는 게 좋다. 그러나 주주들에게 투표에 부쳐 본 결과 토요일이 좋다는 의견이 두 배 많았다. 따라서 내년에도 주주총회는 토요일에 열기로 했다. 이게 우리가 시도하는 민주주의다.”
-5월 2일 주주총회장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의 이사회가 버핏 회장 및 멍거 부회장의 측근으로 구성돼 있다는 비판에 대한 답변.

“내가 자회사 경영진이 하는 소리를 못 알아들을 때는 그 경영진이 그걸 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때는 반드시 회사에 뭔가 사고가 터졌다고 보면 된다.”
-5월 2일 주주총회에서.

“버크셔 해서웨이에는 60여개의 자회사가 있지만 거기에 투자자문업을 하는 회사는 없을 겁니다.”
-5월 3일 기자회견장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가 중국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차이나에 투자한 이유를 묻자 직접적인 답변을 피하면서.

“앞으로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할 가장 큰 불안 요인은 핵무기와 화학무기다. 가공할 무기를 가진 테러리스트들은 과거 미국이 써먹었던 변명을 둘러댈지 모른다. 핵무기를 씀으로써 수십만명의 미군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고.”
-5월 3일 기자회견장에서.

출처 : Forbes Korea /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