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씨, 봉춘근이라고 잘 알죠?"

"아,예. 검사님.....

예전에 제가 형님으로 모셨던 적이 있습니다. 청수회의 실세였죠, 지금 청수회는 거의 와해돼서 근근히 사채업 쪽이나 기웃거리는 조직이지만 말입니다. 거기 조직을 지금 황성식이 맡고 있는데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입니다. 전에 경찰에 나를 찔러넣었다가 승규한테 한번 된통 혼 난 적이 있는데, 필요하시다면 제가 그 자식을 당장이라도 끌어다가 대령시키....."

성현이 손을 들어 재빨리 정태의 말을 제지시켰다.

얘기가 길어질 걸 직감한 것 같았다.

"황성식은 됐고 내가 관심을 갖는 건 봉춘근에 대해서입니다.

얼마 전 정태씨도 같은 교도소에서 복역한 걸로 아는데....... "

"아,예. 뭐 그랬죠. 그 작자는 교도소에서도 아주 실세더군요. 왕이 따로 없더라구요.

하긴 뭐 부하들이 잔뜩 들어가있는데다 교도관들과도 친하게 왔다갔다하니까 감히 누구도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우러러 봐야 했죠. 덕분에 전 편하게 수감생활을 했지만요.저한테 잘 해주더라구요. 어찌됐든 한 때 한솥 밥을 먹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왜, 봉춘근은 아직 교도소에 있을텐데요?"

"아뇨, 얼마전 출소했습니다.

뭔가 미심쩍은 게 있어 조사중이였는데 출소하자마자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황성식도 행방을 모르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그의 사조직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고 교도소에 있을 때 뭔가 큰 일을 계획중이였다는 정보를 입수하긴 했지만 구체적으로는 그게 뭔지 모르겠단 말입니다. 그래서 혹시 정태씨가 눈치챈 게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글쎄요, 하긴 조직을 이끌던 사람이라 그런지 카리스마 같은 게 있어서 늘 집단의 중심점처럼 보였고 바깥 소식에도 정통한 것 같았습니다. 지시를 받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었겠지요.감옥엔 들어오는 사람도 있고 나가는 사람도 늘 있기마련이니까요."

정태는 당시에 같이 복역하면서 봉춘근과 가까이 지냈던 자들 몇 명을 기억해냈지만 그들은 전부 출소한 상태였다.  

정태와 대화를 나누면서 성현은 자신이 가졌던 심증을 더욱 굳혔다.

신재성의 테러는 봉춘근의 작품이라는 게 성현의 생각이였다.

하지만 앞 뒤가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신재성의 존재는 아주 최근까지 베일에 싸여있었다.

그는 그저 잘 나가는 사업가였고 지금까지 범죄행위가 한번도 드러난 적이 없어 깡패들이 함부로 건드릴 상대가 아니였는데, 봉춘근이 신재성을 노리고 무모한 도발을 했다.

그러나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신재성은 정확한 타켓이였다. 

그를 쓰러뜨려야 자신이 재기할 수 있다는 걸 봉춘근이 알고 저지른 짓이다.

그래서 수감중에 은밀히 작전을 세우고 지시를 내렸다.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그런데 그런 모든 정보를 어디서 얻었을까?

혹시 협조자가 있었을까?

그리고 신재성은 자신을 공격한 게 봉춘근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아니, 알고 있을 것이다.

공격에 가담한 자들 몇 놈을 벌써 찾아냈을테고 모든 걸 알아내는 덴 시간도 별로 안걸렸을 것이다.

봉춘근은 지금 위험한 상태다.

그래서 숨어있는 것이다.

봉춘근을 신재성보다 먼저 찾아내야한다.

그래야 신재성을 잡을 수 있다. 사실 따지고보면 김현수를 조직에 잠입시킨 것도 그 조직의 보스를 끌어내기 위해서였다.

철저히 비밀에 붙여져있던  인물, 범죄를 뒤에서 사주하고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사취하며 무고한 사람들을 수도 없이 희생시키고있는 자의 정체가 바로 신재성이다.

정태를 만난 후 타라에서 나온 성현은 다시 조형사를 찾았다.

그리고 봉춘근의 수감 당시 면회왔던 모든 사람들의 인적 사항을 조사하라는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