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생활에서도 그녀와의 대화는 일상의 벽을 늘 뛰어넘었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오는 말은 그대로 한편의 시였으며 아무리 천한 세속적 사건이라도 그녀의 머릿속을 한번 거쳐서 나오면 문학적으로 승화된 결과를 낳았다.

그래서 이세상이 한없이 아름다워 보였다. 

인간은 다만 껍질만 유한적인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을뿐 그것은 어찌보면 허상이며 실제 영원을 추구하는 본체는 영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바라보는것은 기쁨이였고 언제까지나 난 그녀를 사랑할 줄로 믿었다.

사람의 가치가 일상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얼마나 아름답고 고상해지며 또 매력적으로 보이는지 난 경험을 통해서 알고있다.

아니, 원래 인간은 그 본모습이 아름답다.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다워보이던 사람들도 세파에 찌들다보면 하나둘 그 빛이 바래가고 자신도 모르게 보석같이 빛나던 매력이 줄어드는것은 슬픈 일이다.

아가씨와 유부녀의 차이는 단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나이를 먹기때문에 그 매력에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자신을 사랑하고 가꾸는 강도가 줄어들기때문이다.

나는 가희누나가 언제나 그렇게 문학소녀로 남아있기를 바랬다.

그녀는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웃는 모습이였고 절대적인 매력은 그대로 간직하고 살았다.

적어도 결혼을 하기전까지는....

가희누나가 결혼을 하고도 나는 누나집에 자주 놀러갔다.

그러나 그때부터 누나와의 대화는 예전의 그런것이 아니였다.

자신을 다버리고 한남자에게 매달려 전전긍긍하는 그런 모습이였다.

그게 나쁘다는게 결코 아니다.

그때 내게 비친 그녀의 모습은 사랑이 아니라 차라리 궁상에 가까왔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고 얼마 안있어 매형이 실직을 했고 가희누나는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녀는 아주 평범한 여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사람이 그렇게 변해갈 수도 있다니....

나는 그때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그럼 그녀가 지금껏 추구해왔던건 뭐란 말인가?

고고한 이상, 문학적 감성, 결코 비굴하지 않았던 삶들은 그냥 개한테 던져줘버리면 그만인가?

내가 오랜 시간 사랑했던 그녀의 삶은 이제 어찌하란 말인가?

나는 숙제를 풀기위해 몇날 몇일을 고민했다.

그래서 결론을 하나 얻었다.

이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