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얏!

아프단 말이예요!"

"가만 있지 못해!

이게 뭐니?

잘생긴 얼굴에...네가 깡패야?"

"아니, 그럼 시비가 붙었는데 친구들 다 내팽개치고 나만 도망치란 말이예요, 뭐예요?

그리고 당신이 내 엄마예요?

웬 잔소리가 그리 심해요?"

"뭐라구?

당신?

이게...너 당장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못해?"

"선생님은 무슨?

나보다 몇살이나 더 먹었다고...."

유경은 약이 올랐는지 방금 치료하고 반창고를 붙인 진우의 얼굴 상처부위를 일부러 한번 세게 건드렸다.

"아얏!

진짜....씨이~~~"

"그러게 선생님한테 까불지 말랬지?"

이상하게도 진우는 유경을 처음 봤을때부터 딴 과외선생때와는 달리 적개심을 나타내질 않았었다. 유경의 모습에서 자신의 엄마의 분위기라도 느꼈던 것일까? 원래 성격이 삐딱해서 고분고분하진 않았지만 공부도 웬만큼 따라와 주었고 특히 과외수업시간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려고 노력했다.

석준도 크게 흡족해서 아예 유경이 자기집에 기거하면서 진우를 돌봐주길 부탁했으나 유경은 폐를 끼치기 싫다고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과외가 막 끝나 갈  무렵 진우가 수학문제를 풀다가 갑자기 눈을 들어 유경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녹차를 마시며 잠시 딴생각을 하고있던 유경이 화들짝 놀래서 물었다.

"왜? 내 얼굴에 뭐 묻었니?"

그러나 진우는 조금 어색했는지 말없이 왼손을 들어 앞머리를 뒤로 한번 슬쩍 넘기는 듯한 제슈츄어를 취했다.유경은 진우가 슬픈 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한테 무슨 할말 있니?"

"저 선생님! 기념으로....."

"무슨 기념?"

"아쒸~~~ 무슨 기념이면 어때요?

과외 시작한지, 아니...선생님을 알게 된지 6개월 지난 기념도 좋고 한학년 올라가는 기념도 뭐 괜찮을것 같고....저랑 토요일에 데이트 한번 하자고요?"

"뭐, 데이트?

너랑?

까아~부네!"

"왜?

싫어요?

그냥 같이 한번 돌아댕기자는것 뿐인데....전철도 타고 서점도 들르고 시간되면 시장도 같이 들러서 떡볶기도 사먹고 그 정도도 못해요?

영화 같이 보잔 소린 안할께요!"

"음!...

좋아!

그럼, 내가 한턱 쏠께!

그 대신 너,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한다. 호호호"

내색은 안했지만 유경은 그때 진우의 모습에서 쓸쓸함을 감지했다.

거절을 당하면 누구나 크든 작든 자존심에 상처를 받을 수 있는데 그걸 상대방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넘어가기위해서는 약간의 오버와 농담식 표현이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꽤 괜찮은 방법임을 진우는 잘 알고있었다.  

자신이 건재함을 외부에 알리므로 해서 함부로 자신을 해하지 못하게 하려는 상처받은 짐승의 보호본능 같은....

알게 모르게 진우는 유경을 만나고부터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었고 유경도 얼마만큼은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속으론 한없이 여리면서도 겉으론 강한척 위장을 하며 살았던 진우에게 있어 그동안 그가 얼마나 정에 굶주렸을까?"... 라고 생각하니 유경은 자신도 모르게 저 깊숙히 잠재돼있던 모성애가 꿈틀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