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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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지평에서 나의 일상

 

오후들어 눈이 조금씩 내리더니

잠시 우박이 쏟아졌다.

그리고는 함박눈이 펑펑...

올 겨울 마지막 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호수공원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오니

어느덧 눈발은 빗줄기로 변했다.

도시엔 비와 안개가 자욱하고

여기 저기 네온싸인 불빛이 반짝인다.

 

한해가 가는 것이 아쉬워 그 끝자락을 붙잡고 놓아주고 싶지 않더니만

벌써 1월도 다 지나갔다.

시간은 아쉬움을 남긴 채 쏜살같이 날아가고

나는 늘 시간이란 화살의 궤적을 쫒으며 허겁지겁 살아간다.

아, 지나간 날의 아쉬움이여!

시간은 우리에게 추억을 남기고

추억은 새로운 날에 대한 기대 못지않게 소중하다.

넘칠 듯 풍성한 추억이 없다면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무미건조할까.

우연히 책장속에서 찾아낸 군대시절의 빛바랜 흑백 사진 한장,

루돌프 사슴이 그려진 예쁜 크리스마스 씰, 누렇게 변색한 책장 위에 쓴 낙서.

 

호수가를 걸으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너와 내가 맹세한 사랑한다던 그말...

너와 내가 맹세한 사랑한다던 그말..

차라리 믿지 말 것을 애당초 믿지 말 것을..

사랑한다는 그 말이 별 빛따라 흘렀네..

별이 빛~나던 밤~에 별이 빛~나던 밤~에..

그러고 보니 이건 고딩 때 즐겨부르던 노래였다. 

 

홍대 앞에서 첫 미팅때 파트너는 미대생이었다.

단발머리에 투 피스 정장 차람의 얼굴이 유난히 하앳던 그녀.

시골에서 올라온 하숙생인 내게 그녀는 공주처럼 보였었지.

성신여대 앞에서 미팅 때 만난 그녀는 뻐더렁니가 예뻐보였지.

운동권 서클 일 때문에 만날 시간이 없다더니

몇달 지나 하숙집으로 전화가 와서는

서클 일도 시들해졌으니 보고싶어졌다고.

내가 무슨 심심풀이 땅콩이었던가?

어쨌던 그런 일로 직장 다닐 때는 그 동네 카페에 술마시러 자주가곤 했지.

 

결혼 이후 서른 후반에 만난 그녀,

지독한 상처를 주고받았고 삶의 홍역을 앓게 했던

그녀는 지금쯤 어떻게 지내는지.

다시 만나고 싶진 않지만 잘 살기를 바래.

 

내가 직장 그만두고 주식하면서 운영했던 아마추어 문학사이트의

필진 중 한명이었던 내 편지 친구는 요즘 무엇하고 지내는지.

몇달에 한 번 메일을 보내더니 이젠 한 해에 한 번 올까 말까해.

대학 강의를 나가고 주말에는 목사인 아빠가 운영(?)하는 교회 일을 본다는 그녀.

이젠 학문이 무엇인가 조금 알 것 같다고 하더니 뭔가를 이루었는지. 

 

또 있네.

시골에서 함께 서울로 올라와 대학을 다녔던,

우리 엄마랑 니네 엄마가 우리 결혼 얘기를 가끔 했던,

그리고 대학 졸업후 소식이 끊어진 너는 잘 살고 있는지.

초딩부터 고딩까지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너는 요즘 무얼하고 있는지.

 

추억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

눈 내린 진부령 산장에서 친구들과 보낸 그 날 밤처럼

언젠가 내 추억의 실타래를 밤을 지새며 펼쳐보일 그런 날이 있겠지.

 

프랑스의 철학자 메를로 퐁티가 그랬지.

우리는 사물을 추억이란 지평위에서 바라본다고.

한 여자가 불빛 은은한 카페에 앉아 앞에서 내 뿜는 담배연기에 와락 눈물을 쏟는 건,

헤어진 그 남자가 생각나서가 아니겠어.

당신이 좋아하는 비틀즈의 예스터데이.

실은 젊은 날 그가 당신 앞에서 불러주곤 하던 노래였지.

딸아이가 받아온 장미꽃 한 송이를 보면서

당신도 젊은 날 그 멋진 놈이 전해주던 한 송이 장미꽃을 생각하지.

그 장미꽃을 무릎위에 올려놓고 그 놈 손을 잡고 영화보던 일이 생각나지.

우리는 이렇게 추억이란 지평을 통해서만이 사물을 바라본다는거지.

 

지난 날 추억에 집착하는 사람은 현재가 불행하다는 말이 있어.

그 말도 일리는 있지.

그런데 지금 행복하더라도 되씹을 추억이 별로 없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삶이 멋지다고 할수 있을까.

우리가 내일이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건,

지난 날의 아름다운 추억을 내일에도 만들 수 있을거라는 바램 때문이겠지.

 

이제 사위는 어두워졌고 비는 그쳤다.

감성의 꽃이 마구마구 피어나려는 순간 글을 마쳐야겠다.

마지막으로  신동옆의 시 한 구절.

(감성모드에 들어갈 때 가끔 생각나는 시)

 

<비는 내리는데 운명처럼 나는 널 생각하고

고뇌에 빠져 허둥이는 내 눈을 너는 연민으로 바라다 보고 있었다.

차라리 떠나라.  아니면 함께 빠져주던가.>

 

 



주제 : 개인 > 일기/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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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천원의 행복-경기 필과 브람스 나의 일상

 

1.

통상 예술가들이 영웅의 모습을 그린다면 어떤 모습일까.

전쟁에서 큰 승리를 거두어 세상을 찌를 듯한 기세로 개선하는 위대한 장군,

그리고 그를 따르는 당당하고 전투적인 병사들, 

그들의 씩씩한 행진을 지켜보며 열광하는 애국적 군중.

이런 모습이 거대한 파노라마처럼 하나가 된 모습이 아닐까.

만약 브람스라면?

브람스라면 단지 이런 장면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는 승자의 영광과 위대한 개선, 화려한 축제에 더해

이긴 자의 고독과 그 이후의 운명에 대해서도 노래한다.

 

위대한 영웅에게도 늘 승리의 영광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오딧세이는 아내와 가족이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7년동안 전쟁터의 싸움보다 힘든 과정을 거쳤다.

베니스의 위대한 장군 오셀로는 키프로스 섬에서 투르크 함대를 격파하고

승리의 영광을 거머쥐었지만 간악한 이아고의 꾐에 빠져 아내를 살해한다.

  

브람스의 음악에는 신화적 서사와 비극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운명에 대한 그리스적 철학이 물씬 풍겨나는 듯하다.

그의 음악은 다른 작곡가들의 음악에 비해 좀더 사색적이고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냄새가 난다.

(물론 이건 브람스를 듣고 느낀 내 나름의 생각이다.

그러므로 전문가가 이글을 보고는 웃을지도 모르겠음.

그러나! 어떠랴?)

 

2.

브람스는 살아서 4개의 교향곡을 남겼다.

베토벤이 교향곡을 9개나 남긴데 비해 숫적으로는 적지만

브람스의 교향곡을 베토벤과 함께 최고로 치는 것은

그의 작품의 그런 성격 때문이 아닐까 한다.

 

브람스의 교향곡을 제대로 듣게 된 것은 그러니까

전업 투자자가 된 이후의 일이다.

교향곡은 다른 클래식 곡보다 길이가 긴데 브람스는 특히 그렇다.

곡마다 40-50분짜리다.

일에 빠져있던 30대까지 교향곡을 제대로 듣기란 힘들었다.

그러다 주식투자를 하면서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클래식과 재즈를 듣게 되었다.

그중 가장 많이 들은 곡이 브람스 교향곡이다.

 

전업투자를 하면 인간관계나 사회적 지위나 다른 여러가지를 잃는 게 많다.

돈은 좀 더 버나?

그런 반면 얻는 것도 있는 모양이다.

브람스를 얻었다고?

 

3.

어제 일산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금난새와 경기필의 브람스 연주회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좌석이 꽉 찼다.

연주곡은 브람스 교향곡 1번과 2번.

도립 오케스트라이다 보니 입장권도 싸다.

1만원짜리 싼 좌석을 구입했는데 10%할인이 되어 9천원에 티켓을 끊었다.

(그래도 2층 3열에 좋은 자리다. 1급 오페라라면 18만원짜리 좌석.)

 

지휘자 금난새를 이번에 처음 보았다.

그는 서울시향의 정명훈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전에 정명훈의 서울시향의 브람스 교향곡 연주회를 찾은 적이 있다.)

정명훈은 과시를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자신을 낮추지도 않는다.

지휘하는 그의 모습은 상당히 절제되어 있다.

그는 지휘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이것이 나의 음악이다!

이에 반해 금난새는 지휘를 할 때 청중이 있는지를 망각하는 듯하다.

음악에 모든 것을 던져버려 그 자신조차 없다.

지휘봉을 잡은 그의 손끝은 현란하고 몸놀림도 비교적 크다.

그러나 연주가 끝난 후 그는 겸손 그 자체다.

통상 연주가 끝나면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지고

지휘자가 먼저 퇴장하고 그 다음에 교향악단의 단원들이 퇴장한다.

그런데 금난새는 단원들이 모두 퇴장한 뒤 혼자 남아 청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떴다.

실내악단이나 독주회와는 달리 교향악단은 앵콜을 잘 받지 않는다.

그는 너무나 자상하게도 앵콜연주까지 해주었다.

금난새라는 한 인간의 인품을 느낄 수 있었다.

 

연주에 앞서 곡에 대한 약간의 해설도 해주었는데,

금난새 왈,

<제가 그동안 곡에 대한 해설을 많이 했는데 요즘 따라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앞으론 해설없이 곧바로 지휘만 할까 합니다.>-물론 유머러스한 표정으로.

 

연주회가 끝나고 아람음악당을 나오니

어두운 밤하늘로부터 부드러운 봄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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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나의 일상

 

지난 해는 주식투자자에게는 악몽과 같은 한 해였습니다.

기축년은 소의 해라니,

주식시장에 황소의 울음소리가 크게 울려퍼지는

불마켓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모두들 건강하고 주식으로 대박이 나는 한 해가 되시기를...

 

우리 모두

소처럼 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소처럼 부지런히 살고

소처럼 베풀고

소처럼 우직하게 흔들리지 않으며

소처럼 강건하게 큰 걸음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아듀 2008!

웰컴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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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몸살을 앓다 나의 일상

벌써 일주일째 감기몸살이다.

좀 나은가 싶더니 월요일 다시 도져서 병원을 다녀왔다.

기관지염이 영 잘 안낫는다.

날은 춥고, 이런 날은 삽겹살에 소주 한 잔 하면 딱 좋은데...

 

주식이 지겹다.

아니 돈 버는 일이 지겹다.

이 짓거리의 종착역은 어디쯤일런지.

벌어도 벌어도 끝이 없는 것같고,

돈 쓸 일 또한 끝도 없어 보인다.

 

탐욕을 줄이는 일.

자신의 수익 범위 안에서 만족하며 사는 것.

안분자족.

가장 현명하고 슬기로운 삶이 아닐까 싶다.

 

뉴스를 틀면 온통 어두운 내용들 뿐이다.

그나마 조금 나은 내용들도 있다.

구제금융, 금리인하, 훈훈한 세밑, SoC투자...

 

주식은 대바닥을 찍은 걸까.

10월말 892를 찍고 꾸역꾸역 반등중이다.

한국주식 시장은 생각보다 강하다.

고점대비 -44%, 달러대비 하락률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선진국 시장이나 다름없다.

 

조지 오웰의 카탈로니아 찬가를 읽었다.

드디어, 마침내, 기어코!

책을 산지 2년도 넘었다.

하루면 읽을 것을 2년을 미뤘으니...

이게 인생이다.

 

새해에는 주식말고 뭔가 마음붙일 일을 시작해야겠다.

삶이 무료하고 권태롭다.

아침에 일어나서 세끼 밥먹고 주식보고...

결국 스스로 일을 만들어야 하는데,

어떤 일을 만들어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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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내리다 나의 일상

초저녁.

비에 젖은 낙엽이 발에 밟힌다.

무채색 하늘엔 낮은 비구름이 별빛 샐틈도 없이 가득하다.

산책로를 따라 늘어선 느티나무와 벚나무는 단풍이 모두 졌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마른 잎들이 얼기설기 붙어있는 메타세콰이어만

어둠을 베어버릴 듯 서 있다.

호수 저편, 노란색 불을 밝힌 가로등들이 자기 보다 더 큰 그림자를 물위에 드리웠다.

조금 찬 바람이 불지만  걷기에는 좋은 날씨다.

어제 새벽엔 빗소리에 잠을 깼었다.

소나기도 아닌, 가늘고 여린 겨울비 소리에 잠을 깨다니

나도 나이를 먹었나.

 

몇달전부터 TV를 본다.

월요일 화요일은 MBC드라마 에덴의 동쪽,

수요일 목요일은 KBS2의 바람의 나라.

둘다 수작이다.

금, 토, 일요일은 보는 게 없다.

목요일 밤 바람의 나라가 끝나고 나면 그래서 아쉽다.

성질은 급한데 또 한 주를 기다려야 하니까.

 

인생은 한바탕 꿈이라 했던가.

꿈은 실체가 없다.

실체가 없는 삶이라면 우리가 이 도시를 유령처럼 부유하고 있단 말인가.

우리중 몇 정도가 실존적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실존한다는 것은 우리가 매 순간 우리의 삶을 선택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우리가 원하는 삶을 선택해서 살고 있는지.

혹은 내가 원해서 태어난 게 아닌 것처럼

살아가는 것 또한 밀린 숙제하듯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래서 인생은 연극이라고 했던가.

주어진 대본에 따라 무대위에서 주어진 역할에 충실한 것.

나는 가끔 내 삶에 회의가 들때가 있다.

이거였나. 그래, 겨우 이거였나.....

 

그러나 한편으론 또 생각한다.

어느 쪽이거나 인생은 한 번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삶이 연극이라면 또 어떠랴.

주연이면 좋겠지만, 조연도 나쁘지 않으리.

조연이 무대를 빛나게 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다행스러운 건 우리는 모두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이리라.

 

조지 오웰이 쓴 카탈로니아 찬가(몇년전에 샀다.)를 책장에서 꺼내놓고

며칠째 한 장도 읽지 않았다(못했다?).

주말엔 짬을 내 저 놈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야겠다.

 

벌써 날이 바뀌고 45분이나 흘렀다.

이제 그만 잘 시간이다.

오늘 밤도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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