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도 쌘뽈여자고등학교 1학년 6반

그 인연으로 친해진 내 친구들

그 친구들 이제 다 결혼하여

그 중 셋은 아기 엄마.. 그 중 둘은 임산부.. 나를 포함한 그 중 둘은 임신 준비중

고등학교 졸업 후 여러 해의 우여곡절을 겪은 후

대학 졸업 후 다시 똘똘 뭉친 일곱 명의 멤버들..

그 중 넷이 6~8년, 둘이 3~5년, 하나가 채 일년도 안 되는 연애기간을 거쳤으니

이미 결혼 전부터 남자친구들과도 남자친구들끼리도 친해진 사이들

그러나 오랜 8년의 연애 기간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그런 인간관계를 불편해 하는 울 남편

딱 한번 2003년도에 친구 집들이에서 얼굴 함 비춰주고는 그 이후로는 감감

덕분에 결혼식장이고 어디에서 만나도 어색한 사이일 수 밖에 없는

항상 그리 겉도는 신랑을 위해서도 치룰 수 밖에 없었던 신년회 겸 집들이를 하겠다고.. 송년회 계획을 짜다 날짜 탓에 신년회로 미룰 수 밖에 없었던 지난 해 연말에.. 결정했다.

그 날이 바로 1월 13일이었다.

그때쯤이면 알바도 마무리되고 그나마 행사 많은 1월 중 유일하게 비면서 노는 토욜이라서(나중에 친구아이 돌잔치가 있음을 알았으니..) 음식 준비도 여유롭게 하겠구나 싶어 선뜻 그러자 했는데..

그때까지도 일이 끝나지 않은데다

엄마도 항암 때문에 입원을 하시고

전 직장 동료들과의 금욜 모임도 계획되어 있고

그 전 주에 신랑네 야유회 쫓아갔다 밤새 내린 눈 때문에 토욜 무단(?) 결근을 해야 해서 출근도 해야 하고

해서.. 이걸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으나

의례적으로 이번 울집에서의 모임엔 친구들 커플 전원 참석이 가능하다고 하니

기대하고 있을 친구들에게 차마 하지 말자 말도 못하겠고

하는 데까지 해보자며 강행키로 했다

미리 목욜 밤에 신랑과 함께 1차로 장을 봐두고

금욜 모임 끝내고 엄마 병원 들렀다 오면서 2차 장을 보고

토욜 퇴근하면서 3차 장을 보는 걸로 재료 준비는 끝냈으나

원래의 계획으로는 금욜에 미리 전을 좀 부치고

다른 야채들 씻어 요리별로 따로 준비를 해놨어야 했다

야간 보드 타러간 신랑이 오면 깨워주겠지 싶어

잠깐 누운 것이.. 결국 신랑이 깨웠음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자버렸으니 이런 낭패가........

결국 토욜 아침 무거운 마음으로 허겁지겁 출근을 해야 했고

3시인 퇴근 시간까지 학원에 남아 있자니..

도저히 심장 떨려 안 될 것 같아 12시가 좀 넘은 시간에 샘들에게 말을 하고 퇴근을 해버렸다.

그리고는 이틀의 장보기에도 불구하고 미처 사지 못했던 것들을 마트에 들러 사고

집에 도착한 시각이 14시

우선 만들기로 한 음식의 순서를 정하고

당장 급한 것이 전 부치기

꼬지를 위해 느타리를 데치고 햄과 맛살, 쪽파를 썰고

1인당 2개 정도씩 돌아갈 것을 계산하여 꼬지를 꽂아 계란 입혀 부치고

호박을 썰어 소금을 살짝 뿌리고 물기 제거한 후 계란 입혀 홍고추를 썰어 위에 장식하여 부치고

캔참치를 쪼~옥 짜서 기름을 제거하고

갖은 야채(양파, 청홍고추, 청량고추, 쪽파, 당근, 감자, 느타리, 팽이버섯)를 다지고

통조림 옥수수를 넣어 계란 풀어 반죽하여 부치다.. 절반은 카레 가루를 섞어 부치고

햄, 맛살, 무순, 당근, 오이, 팽이버섯, 청피망, 홍파프리카, 황파프리카, 달걀 지단(흰자, 노른자) 채 썰고, 냉동새우 살짝 데쳐 무쌈말이용 재료 준비하고

마트에서 구입한 불고기에 새송이, 느타리, 팽이버섯, 양파 썰어 넣고..

너무 달아 소금간 살짝 하고..

잡채용 돼지고기 두반장, 굴소스, 맛술, 후추, 마늘 등으로 조물락 거려놓고

청피망, 청홍고추, 양파 채 썰어 고추잡채 준비하고

당면 물에 불린 후 끓는 물에 데치고

베이컨, 양파, 쪽파, 마늘, 느타리, 표고, 달걀 지단, 새우 등의 재료로 잡채 준비하고

(처음 해보는 잡채여서는 울 엄마테 전화해서 요리법을 몇 번을 물었다..)

양상치, 무순, 홍ㆍ황파프리카, 오이, 방울토마토, 해바라기씨, 호두, 요플레로 샐러드 준비하고 나니

대충 음식 준비가 끝나고 나니 오기 시작하는 친구들

그 시각이 19시경..

일찍 도착한 친구가 고추잡채 볶는 거 도와주고

꽃빵도 쪄주고

친정과 시댁서 공수해온 밑반찬 담아주고

해물탕은 신랑이 맡아 익히고

(구비된 전골 냄비가 없어 22층에 사는 아는 언니네 가서 빌려왔다는)

음식을 딱 한 상 차림으로 만든 탓에 모두 도착한 후 함께 시작해야 했으니..

온 식구가 감기 몸살에 걸려 오기 힘들다는 한 친구네를 제외한

5식구(어른 10명, 아이 2명)가 전부 도착한 시각이 20시 정도

그런 사이.. 못 오겠다던 친구가 19시 30분쯤 대전에서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

아뿔사.. 몇 가지는 두 접시에 나누어 담아 놓은 거라 나중에 차려줄 수가 없는뎅.. ㅠ.ㅠ (친구는 집에 있으려 했으나 느즈막히 퇴근하고 온 신랑이 '나는 이제 몸 괜찮은데.. 너는 어떠니?'라면서 은근 가고 싶다는 뉘앙스를 풍겨 결국 늦게 출발하게 되었단다.. ㅋ)

친구들 말에 의하면 아파트 입구에서부터 엘리베이터 안에도 맛있는 냄새가 가득했단다.

슬슬 차리기 시작하는 상차림에 놀라는 친구들.. 푸하하

이걸 니가 다 한 게 맞냔다.. 그럼..2시부터 미친 듯이 하고 보니 이리 되더라..

스스로 얼마나 기특하던지.. 장하다 진옥아!!

워낙에 많은 양의 밥을 하다 보니 살짝 꼬드밥이지만

최근에 친정 엄마가 사주신 두 개의 상 위에 가득 차려진 요리들을 보고..

친구들이 감탄에 마지 않는 목소리를 내어주니

안 먹어도 난 배가 부르더라는..

서툴르게 한 음식이지만 맛나게 먹어주는 친구들이 고맙고..

친구 신랑들도.. 장난 삼아.. 친구들 이름 불러가며 이런 상 받고 싶다 하니 쑥쓰럽고..

고추잡채 배달시킨 건 줄 알았다는 말에 으쓱하고

밤 10시쯤 도착한 친구에게는 무쌈말이나 고추잡채를 내놓진 못했지만

나머지 음식만으로도 차린 거 많다 해주니 괜히 미안하고

(대신, 혹시 음식 모자랄까봐 사뒀던 초밥을 내어 놓는 바람에

이미 한 상 받은 친구들과 그 남편들의 원성을 들어야 했다는..ㅋ)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울 일곱 친구들은 밤새 거실에서 수다 떨고..

일곱 신랑들은 밤새 방안에서 놀고(?).. 세 아이들은 밤새 뛰어 다니고.. ^^;;

새벽 6시에야 다들 잠이 들었지만

다시금 8시부터 시작된 여자들의 수다에 몇몇은 일어나고

두런두런 소리에 깨어 나와보니.. 이 친구들 허기지다고 난리다

결국 냉동실의 만두 렌지에 돌려 무려 두 접시나 내주고

10시쯤 다들 일어나 배고프다 하여 냉동실의 갖은 떡(쑥개떡, 송편, 가래떡, 백설기) 내주고

*사실 몇 번의 친구들 집들이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모습들이었다.

날을 아주 꼴딱 샌 적도 없고.. 아침에 먹을 것을 찾은 적은 더더욱 없다는..

친구들 모두가.. 우리 이런 적은 없는데.. 없었는데.. 하는데

난 뭔가를 원하고.. 뭔가를 챙겨줄 수 있는 그 순간이 더 좋았다는*

다들 일어나 12시쯤 밥을 사 먹으러 나갔다. 원래 모임의 순서가 그러했으니

해장국 집으로 가서 감자탕(中) 4개와 콩나물 해장국 4개를 시켜..

아주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는 솜씨들이라니..ㅋ

그리곤 2시 40분쯤 천안으로 대전으로 인천으로 김포로 서울로 다들 뿔뿔이 흩어저버렸다는.

잘 먹고 잘 놀다 간다는 친구들과..

다음번 집들이를 할 친구는 너 때문에 부담스러워 죽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친구들을 전부 보내고 신랑과 들어와 청소를 바로 시작했다..

울 신랑은 열심히 청소기 돌리고 난 주방 정리하고

미리 설거지를 친구들이 좀 해준 덕에 생각보다 소원하게 청소를 끝냈다.

맥주 피쳐 12개와 소주 6병.. 50L 쓰레기봉투 한 가득 쓰레기를 남기고 말이다!

11년 전.. 같은 독서실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든 사람들..

뭐 이미 같은 학교 같은 학년 같은 반이라는 공통 분모가 있었음에도

함께 공부하고 함께 자고 함께 먹으며

서강독서실이라는 그 울타리 안에서 맺어진.. 힘들고 고되었던 고3 시절의 우리의 우정

일곱 명의 친구들로 시작했다가

도중에 어떤 이유로 자연스럽게 한 명의 친구가 떨어져 나가 여섯 명이 되었고

곧 다른 인연으로 새롭게 영입된 한 명의 친구..

결국 그렇게 우린 다시 일곱이 되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자 원하던 바도 바라던 바도 다 달랐고

뭉쳤다가 흩어졌다가를 반복하기도 수차례

기쁘고 슬프고 행복한 기억들을 11년간 함께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

그 끈을 서로 놓지 않고 지금까지 왔다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감사한 일이다..

쉬는 시간마다 밥 까먹고 그도 모잘라 독서실 옥상에서.. 별이네 분식집에서..

공부의 스트레스를 먹는 걸로 풀었던.. 그 논산 촌년들!!

서울에서 터잡은 몇 친구들 덕에

각지에 흩어져 살던 친구들 다 그 주변으로 모이게 되고

그 친구들 모여 고스톱 치고 야한 비됴 보다 새해를 맞이한 적도 있고..

맛난 음식 차려 놓고 수다로 밤을 지샌 적도 있고..

이젠..서울..성남..안산..부천..평택 등에 자리를 잡고.. 

다들 한 명 혹은 두 명을 더 달고 다니는 아줌마들이 되었으니(아~ 아직 미혼인 친구 한 명도 있다.. 얼른 좋은 사람 만나 시집 가야 할 터인데..)

송년회를 위해.. 어제 만난 11명의 친구들(?)

함께 웃고.. 떠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던지!!

올해의 마무리는 아마도 다른 해보다도 더 잘 되리라 생각해본다!

사랑한다 친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