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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영화&시&...


**

 

나는 문소리를 좋아한다.

그녀를 언어로 표현한다면,

우리나라 여배우중 보기 드문 연기파, 온몸으로 연기하는,

벗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 쯤 될 것이다.

<박하사탕> <오아시스> <바람난 가족>에서 보여준 문소리의 연기는

한국에 이런 여배우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정도였다.

 

그런 만큼 추석 연휴 기간 중  DVD 가게에서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빌린 건 당연했다. 그간 영화는 몇 편 봤지만 비디오를 빌린 건

아마 1년도 더 된 것 같다. 최근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포세이돈>이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실망 그리고 분노였다.

"문소리라는 여배우가 이하라는 감독을 만나니 저렇게 망가지는구나."

이하 감독은 문소리와 같은 1974년 생이다. 단편영화 <용산탕(2000년)>,

<1호선(2003년)>에 이어 처음으로 도전한 장편영화다.

소설은 장편보다 단편이 더 쓰기가 어렵다고 하던데

영화는 단편보다 장편을 만들기가 더 힘든 모양이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몇년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빨간 마후라>사건이라고 한다.

<빨간 마후라>는 고등학생인가 중학생들이 또래 여학생과 섹스하는 실제 장면을

비디오에 담은 것으로 당시 우리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영화는 그들이 성인이 된 후 어떤 모습일까를 그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영화는 당연히 성인이 된 그들에게 10대의 일탈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 일탈행위가 그들 삶의 그늘이자 짐이 되었는지, 아니면 치기어린 시절에

있을 수 있는 단지 하나의 추억인지, 그런 내용을 담았어야 했다.

그런 유추가 가능하다면 영화는 비록 코미디 장르라 할지라도

제법 진지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기대와는 달리 완전 딴판이다.

조은숙은 신천대학 염색과 교수다. 염색산업은 공해산업인데,

그녀는 <푸른 심천21>이라는 환경단체에서 활동하는 환경운동가다.

그녀는 이 단체의 활동을 취재하러온 리포터와 정사를 벌이면서,

다른 환경 단체 회원들과도 염문을 뿌린다.

그녀는 과거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섹스놀음을 즐긴다. 달라진게 있다면 20년이라는 세월의 흐름이고

그녀가 중학생에서 교수가 되었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 그녀 앞에 중학교 때 같은 반 날라리였고 애인의 동생이었던 박석규(지진희)가

만화가가 되어 초빙교수로 부임해 온다.

 

시시껄렁하니 더 이상 줄거리를 말하지 않겠다.

영화라는 작품은 감독이 만드는가, 배우가 만드는가.

이런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알프레드 히치콕 같은 감독은 배우를 소품 취급했다.

대사하나 몸짓 하나라도 자신의 지시없이는 할 수 없었다.

작가주의 감독들은 감독이 작품을 만든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스타 배우들은 자신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도 사실이다.

설사 어떤 작품에  캐스팅되었다 하더라도 이미지에 흠이 간다거나

자신의 역할이 마음에 안든다거나 하면, 얼마든지 비토를 한다.

그러나 이름 없는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라도 좋은 작품이 많은 반면

명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다 수준높은 작품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역시 배우보다는 감독이 우선인 것같다.

 

이하라는 감독의 메가폰 아래서 여배우 문소리는 광채를 내뿜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 영화는 자연스러움이라고는 없다.

마치 연극무대를 카메라에 담아 놓은 것처럼

과장된 몸짓과 과장된 언어가 넘쳐흐른다.

이것은 영화가 코미디이기 위한 영화적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연스러워야 하는 사물이 자연스럽지 않게 될 때

웃음이 유발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작위성이나 인위성이라는 것도

당위의 논리가 있어야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무턱대고 과장하고 부풀린다고 코미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결코 코미디가 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결코 코미디로 만들면 안되는 내용이었다.

감독은 첫 단추를 잘못 꿴 것이다.

 

영화를 만들고 다들 한심하다고 느꼈는지 포스터나 야하게 만들자고 작심한듯하다.

영화의 부제는 <그는 안다, 그녀의 18 사생활>이다.

다시 말해 억지가 억지를 부르다보니 모든 것이 억지가 되어버렸다.

이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라고 작품성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더 많다.)

그러나 여배우 전라 컷이나 여기저기 끼워넣어서, 그러니까 여배우 몸팔아서

돈 좀 벌어보겠다는 영화가 시장에서 참패를 했다니,

이만하면 한국관객들의 수준도 상당히 높아졌다고나 해야할까....

 

 

 



주제 : 개인 > 일기/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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