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의 독백 ☆

                                        - 떠나가는 나그네에게 -

                                                                       인생의 방랑자여!
                                                                                  그대,
                                        소리없이 다가와 지친 유랑의 발길을 잠시 멈추고
                                            바위 틈에 갇혀있던 내 찬 가슴에 입맞춤하며
                                                  스스로의 열정을 한 때 식히고 간 자여!

                                               이 가녀린 영혼의 고뇌도 조금 들으시구료. 
                                                             한 모금 그대의 입맞춤에도
                                                  내 창조는 순수로 용솟음치며 해방되어
                                                           무에서 무로 치달리던 시간을
                                                       의미있는 역사로 적어가게 했음을......

                                                           침묵의 잠에서 깨어난 영혼이
                                                    이젠 더 이상 고요에 머무를 수 없어
                                         슬픈 그리움 마냥 이 가슴 흘러 넘치리라는 것을
                                                                            잊으시구료.
                                                        그대, 내 자리한 산 기슭 모퉁이
                                                          드리운 그늘 곁을 떠나실 때는......

                                                          그러나 어느 때라도, 잠시나마
                                           한 여름 빛의 축복 뒤에 갈증을 느끼실 때라면
                                            이 마음 말하지 못한 눈길의 언약이 있었음을
                                                    돌이켜 알으시구료, 그대에게 순수를
                                        맑게 보듬어 바치기 위해 그늘로 그늘로 남모르게
                                     그대의 발길 그림자를 뒤 따르고 있는 여울이 있음을
                                   그리하여 당신의 입맞춤을 그리워하고 있으리라는 것을......                 

                                                          1983.6.11. 새벽3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