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불꽃을 ☆

  내 가슴에서 조그마한 것을 꺼내어
  발돋움하면 닿을 수있는 선반 귀퉁이에 올려놓고
  감칠나면 내려서 손가락을 빨아보던
  어린 시절 추억을 고은 조청 단지 처럼
  비록 그것도 소중하긴 했었지만
  그렇게 간직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내 가슴에서 움튼 그 조그마한 것을.

  내 가슴에서 조그마한 것을 꺼내어
  자물쇠 걸어 잠군 금고 속에 넣어 놓고
  필요하면 열고서 손가락을 헤어보는
  탐욕을 찍은 지폐처럼
  비록 그것도 생활에는 필요하겠지만
  그렇게 간직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내 가슴 속의 그 조그마한 것을.
  
  내 가슴에서 꺼낸 조그마한 그것을
  선반 위에도, 금고 속에도 보관해 둘 수는 없습니다.
  왜냐구요? 그것은 작으나마 나에겐
  나의 생명 만큼이나, 나의 존재 만큼이나, 나의 영혼 만큼이나
  애틋한 나의 불꽃이니까요.
  그렇다고 그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돌이키기에는 그 불꽃이 너무나도 뜨거워졌기에.

  그러나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간수할 수도 다시 담을 수도 없는 이 춤추는 꽃 송이를
  어디에다 두어야 꺼지지 않고, 시들지 않고
  피어났던 그때처럼 웃는 모습 그대로
  영원하게 할 수 있을 지
  당신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당신의 마음을 활짝 열고 있습니다.
  내 가슴에서 꺼낸 타오르는 불꽃을 영원히 머금을 순결의 그 하이얀
  무한의 여백을......

        1982.12.10 밤12시에서 조금 얕은 시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