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는 나의 대지 위에 깍아지른 벼랑을 ☆


           너는
           나의 대지 위에
           깍아지른 벼랑을 놓았다.
           그리고
           그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밑에서 나를 손짓하기도 하고
           그래
           너는 나에게 항상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너는 항상
           그러나 나의 반대편에서......
 

           네가 벼랑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볼 때
           나는 날개를 펴고 싶었다.
           그러나 내 잔등에 아직 움조차 트지 않은 깃털은
           나를 항상 깍아지른 벼랑의 안타까움으로
           너의 손길을 따라 흔들고만 있었다.
           그래
           너는 나에게 항상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너는 항상
           나의 반대편에서......

           네가 벼랑 아래에서 나를 손짓할 때
           나는 흰 눈처럼 나리고 싶었다.
           그러나 내 무거운 육신은 아직은 가벼운 영혼조차
           나를 항상 깍아지른 벼랑의 두려움으로
           내 위선의 밧줄을 빌어 옭아매고 있었다.
           그래
           너는 나에게 항상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너는 항상
           그러나 나의 반대편에서......

 
           언제나 나는 네가
           나의 대지 위에
           깍아지른 벼랑을 놓고
           그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기도 하고
           밑에서 나를 손짓하기도 하고
           그래
           네가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고
           나에게 미소짓고 있다고 느끼곤 했다.
           나는 항상
           너의 반대편에서......

           그러나 
           불면의 밤을 쌓아
           나의 대지 위에
           깍아지른 벼랑을 놓고
           너의 미소를
           너의 눈길을
           한결 높이 단층지게 두었던 것은
           언제나 내가 스스로......
           그런데도 
           너는 나에게 항상 손을 흔들고 있었다.
           나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너는 항상
           나를 마주하여
           이렇듯 선명한 거울의 투영으로......
                           1982.12.6. 새벽1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