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서 형용사를 앗아간 그 아이는 ☆
 
 
           수학 여행 준비로
           나는 한 여학생을 만났다.
           커피를 마시며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예쁘지 않다.
 
           수학 여행에서
           나는 그 여학생을 지켜 보았다.
           산에 오르며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예쁘지 않다.
 
           수학 여행을 마치고
           나는 그 여학생에게 편지를 썼다.
           우표를 붙이며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예쁘지 않다.
 

           수학 여행을 읊어
           나는 그 여학생에게 詩를 보냈다.
           형용사 하나를 집어 넣을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예쁘지 않아.
 
           수학 여행에서 골짝에 남기고 온 메아리처럼
           나는 그 여학생을 골목 어귀에 두고 돌아섰다.
           어둠과 작별을 나눌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예쁘지 않아.
 
           수학 여행 사진을 꺼내어
           나는 한 여학생을 찾았다, 귀퉁이에 선.
           추억을 되돌려 받을 때마다
           나는 생각했다.
           이 아이는 예쁘지 않다.
           이 아이는 예쁘지 않아.
                       1982.11.17. 밤10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