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雪岳(설악) ☆
 
 
           더 이상 올라갈 곳이 없을 때에는
           올라갔던 바로 그 길을 되돌아 내려와야 하기에
           정상에 다다른다는 환희보다도
           이제는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는 허탈에의 두려움 때문에
           우리는 가장 높은 곳을 비껴두고
           다시 한번 올라가야 할 곳을 남겨두고
           우리들의 추억을 고이 접어 간직 하는지......
           모든 것을 본 사람은 아무 것도 상상할 것이 없기에
           나는 너를 기억의 혼돈 속에 잡아두려 한다.
           내 아련한 환상으로 휘감아......
 
           가장 아름다운 너의 계절을 보지 못한 것
           그것이 너를 영원으로 열망하는 나의 기리움 인저.
           한마리 파랑새여!
           내 품에 울기보다
           나로 하여금
           들리지 않는 너의 노래에
           애타는 넋을 기울이게 하라.
                                               1982.9.28   

                               [파랑새(연주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