寒碧文叢 第十一號

한국 무속의 사상적 특질

金仁會＊연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Ⅰ. 무속연구의 前史
Ⅱ. 유교, 불교, 무속의 문화적 내용과 성격
Ⅲ. 한국무속의 구조와 내용
Ⅳ. 무속의 종류와 구조
  1. 무당의 종류
  2. 굿의 종류와 내용
  3. 굿의 절차
Ⅴ. 한국무속의 세계관과 인간관
  1. 인간중심적인 생각
  2. 무속적 인간관
  3. 포괄적·입체적 세계관
  4. 음양론적 사고방법
  5. 윤회적 시간관
  6. 조화적 평등주의
  7. 현실주의적 가치관과 행동양식

Ⅰ. 무속연구의 前史

오늘은 한국무속 전반에 대한 개관을 하고 다음 주에는 한국무속의 사상적 특질을 집중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그동안은 한국무속의 전체적인 내용, 교육학적인 의미에만 접근했는데 강의연락을 받고서 이번에는 그 사상적 특징에 좀 천착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한 두 주 전쯤 신문에 '나를 바꾼 知의 순간' 이라는 고정 칼럼에 제가 왜 무속을 공부하게 됐는가를 생각하면서 조그만 에피소드를 써 낸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무당이니 무속이니 하면 아주 경멸스러운 대상으로 취급을 받습니다. 저도 그게 계기가 됐는데 1968년 5월경 아주 젊었을 때입니다. 우리가 젊었을 때 보니까 선생님들도 다 서울대학 출신이고 강의하는 내용도 다 똑같고 그게 뭔가 하고 봤더니 다 미국서 배워온 것이고 그러니까 아주 팔팔한 나이에는 그것에 반발이 생겨서 비슷한 연배들끼리 학문적인 교류도 하고 친분도 나누자는 목적으로 목요회라는 모임을 가졌습니다. 거기서 우리나라 교육이 왜 이 모양이냐 교육학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 해서 세미나를 크게 한 적이 있었어요. 전부 끝나고 종합 총평을 우리보다 몇 년 위인 선배교수가 하는데 이 양반이 저 김아무개 얘기는 들을 때는 찡하고 뭔가 있는 거 같은데 조금 있다가 생각하면 뭘 얘기했는지 하나도 생각이 안 나고 종잡을 수가 없다, 논리가 왔다갔다하고 감정적이고 무당이 떠드는 것을 듣는 것 같다고 저에 대해 얘기했죠.  그러니까 모두 웃고 저도 웃고 했죠. 저녁에 같이 회식을 하면서 그걸 계기로 서울대학교 친구들이 술을 따라 주면서 무당, 넌 이제부터 무당이야 하면서 놀리니까 그때 머리 속에 떠오르는 게, 가만 있어 이것들이 무당을 아주 업신여기는데. 나도 무당이 뭔지 모르지만 (5대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무당근처도 갈 수가 없었죠.) 어쩌면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무당이야말로 교사였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무당이 살아있는 것은 그만한 존재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전에 뭔지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만일에 무당에게 교육학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거야말로 우리교육을 연구하는 데 참고해야겠다. 너희들 날 무당이라고 욕했지, 내가 무당 공부해서 너희들한테 무당 맛 좀 보여주자 이렇게 해서 시작하게 된 겁니다.
그 당시에는 인사동 골목이 고서방 골목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사동 골목을 뒤지고 다녔는데 1968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사람이 쓴 무속관련 서적이 다섯 권이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것이 일본사람들이 만든 자료라서 아주 깜짝 놀랐죠. 우리 것이니까 무당에 대한 책은 충분히 있는 줄 알고 그것을 교육학의 눈으로 보면 논문으로 쓸 수 있겠거니 쉽게 생각했는데 우리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것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와 연구는 일본사람들이 다 한 것이었습니다. 한국사람들이 쓴 내용의 상당부분은 일본 사람들이 한국무속 조사할 때에 보조역할하고 도와주고 이런 경험을 토대로 해서 한국무속에 관심을 가져서 쓴 그런 정도, 양으로나 질로나 아주 보잘 것 없는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무속에 대해서 책을 가지고 공부할 수밖에 없었고 또 굿판에 가볼 재주도 없고 가본 적도 없으니까 무당들이 부르는 노래를 모아 놓은 책을 가지고 무당의 노래 이른바 무가를 연구하는 도리밖에 없었죠. 우리나라 교육제도라는 게 아주 고약해요. 조선조 이래로 실학파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선비는 책상에서 책을 통해서만 진리를 탐구했지 살아있는 삶의 현장에 가서 공부하는 일은 참 안했습니다. 그러니까 field work 없는 공부로 desk worker만 쏟아져 나왔던 게죠. 일제 시대 이후 지금까지도 그래요. 천상 저도 그 당시에는 field work은 할 줄 모르고 desk work으로 무속을 공부하다 보니까 우리나라 무가 내용이 굉장히 방대한 세계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기독교 찬송가도 종교 노래란 말이에요. 내가 예수쟁이이니까 찬송가과 무가 내용을 비교해보면 재미있겠다 싶어 desk work으로 연구했어요. 그래서 이대에 있을 때 논문을 이대의 논총에다가 두어 편 발표했는데 어느 날 서울사대 나온 선배 교수 한 분이 '여보쇼, 당신 무속한다며 우리 임석재 선생님이 계신데 그분 알아?', '난 뵙지 못했는데요, 논문만 읽었는데요.' 그랬더니 '그 어른이 자네를 찾아. 그러니까 아무날 경복궁으로 가봐. 자네를 만나고 싶으시대.' 그래서 약속한 날 가서 뵈었죠. 아마 민속박물관에서 민속학회인지 인류학회가 열리는데 그것이 끝날 때쯤 가서 뵜었죠. 이 분이 한 4년 전에 돌아가셨으니까 지금 계셨으면 아마 백수 되셨을 거예요. 그때가 70년대 초였는데 그분은 환갑이 넘은 분이고 나는 30대의 어린 나이었죠. 그런데 만나자 마자 아주 십년지기를 본 것처럼 '아, 당신이 김인회 선생이야. 이제야 만났구만' 그러면서 아주 칭찬을 늘어지게 하시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이렇게 숨어있던 인재들이 불쑥불쑥 나와 그러면서 어떻게 젊은 사람이 무가하고 찬송가를 비교할 생각을 했어.' 하면서 칭찬해 주셨습니다. 명성만 듣던 대가가 그렇게 친구를 대하듯이 하니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부터 그분을 따라다니면서 field work도 배웠죠.. 그래서 제가 전공이 교육학이지만 무속에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은 학위논문도 '한국교육의 문화적 기저의 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문화적 기저를 무속이라고 보고 무속문화가 어떻게 우리나라 교육에 기저를 형성하고 있는가에 대해 논문을 쓰고 그래서 오늘에까지 이른 겁니다. 그러니까 교육학하는 사람이면서 무속을 하고 굿판을 따라다니기 시작한 게 임석재 교수를 만난 1972-73년경부터인데, 이제 굿판따라 다닌지만 근 30년 정도 되죠. 10년쯤 지나니까 겨우 한국 무속의 전체모양이 감이 잡히고 20년이 지나니까 우리나라 무속의 문화적 특질에 대해 말할 엄두가 생겨요. 우리나라 무속 연구사를 돌이켜보면 70년대에서 80년대 말까지가 우리나라 학자들이 무속현장을 field work하면서 정리한 기간입니다. 그 전까지는 일본사람들이 30년대에 해놓은 것 외에는 우리나라 무속전반에 대한 해설서 같은 게 없었어요. 그러니까 무속이라고 하는 것이 이순신 장군 묘에다가 칼이나 꽂는 것인 줄 알고 굿에 대해서 전국적인 규모 같은 것은 전혀 감도 못 잡았었죠. 그런데 열화당이라는 데서 나온 책 중에 '한국의 굿'이라 해서 20권 총서가 나왔는데 굿 현장의 사진을 중심으로 해설하고 굿에 관한 논문이 실린 얄팍한 책이죠, 그게 아마 한국의 무속에 대해 20세기 후반의 무속세계 현장을 토대로 해서 정리한 최초의 종합적인 정리총서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문학사나 국문학을 전공하는 분들이 문헌으로만 국문학을 하는 게 아니라 구비문학 쪽으로도 연구하다 보니까 결국은 무당이 부르는 노래에 접근해 봤더니 뭔가 있는 것 같아서 그 분들이 무속연구로 전공을 많이 바꿨어요. 돌아가신 김태곤 교수가 아마 가장 앞서 갔던 분이고 제주도의 진성기라는 분도 그렇습니다. 무당의 노래를 연구하는 것이 무속인 것처럼 문헌에 나왔으니까, 그러다가 현장을 봐야 무속을 연구할 수 있겠다 하는 것은 아마 80년대에나 되어서 인식이 확산되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무속현장은 문학만 그 속에 있는 것이 아니고, 음악만 있는 것이 아니고, 춤만 있는 것이 아니고, 또 그것이 종교현상만도 아니고 거기에는 온갖 한국문화가 복합되있더란 말이죠. 무속의 음식은 음식문화, 가족관계, 사회학적인 의미가 있는가 하면 돈이 모였다 흩어지는 경제적인 측면도 있고 마을단위로 진행될 때에는 그 마을 안에 이른바 사회 역학적인 social dynamic 정치적인 움직임까지 연구할 수 있으니까 여러 각도에서 연구할 수 있겠다 해서 많은 분야의 학자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80년대 중반부터입니다. 그래서 정신과에서도 관심을 갖고 상당히 깊이 연구한 논문들도 나오고 연극학에서도 나오고 무용, 복식, 음식, 음악 그리고 종교학 심지어는 저처럼 교육학까지, 이렇게 해서 한국 무속이 학문적으로 천착할 중요한 영역이고 가치가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이 80년대부터 확산되어서 이제는 무속을 학문적으로 다룬다는 것이 비웃음이나 놀림의 대상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아마 미술쪽에는 어떤 특정 작가가 무속을 소재로 해서 무속의 오방색을 사용한다거나 무속의 춤사위 같은 어떤 역동적인 것을 사용한다거나 무속의 부적을 이용하는 식으로 개인적으로 작품창작에 응용을 한 적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학문적으로 관심을 갖고 우리 문화를 구성하는 차원에서 연구할 필요가 있겠다는 인식이 생긴 것은(제가 우리나라 미학 쪽의 동향을 모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월전 미술관의 이 프로그램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한국문화를 보는 눈에 문제로 벌써 들어간 겁니다. 우리문화를 얘기할 때에 유교, 불교, 무속 이렇게 나열하는데 무속을 넣어준다 하더라도 한국의 전통문화 하면 흔히들 세 번째로 얘기합니다. 그러면서 그 중에서도 제일 챙피하지 않은 것이 유교이고 그 다음에 불교이고, 무속은 챙피한 걸로 감추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자들도 그렇고 일반인들도 그렇습니다. 사실 유교라고 해서 그렇게 자랑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유교를 대단한 걸로 생각하지만 한국의 유교는 중국의 유교 중에 한 끝머리, 역사적으로 송나라 때 유교가 들어온 겁니다. 그것을 주자학이니 성리학이니 하면서 한국에서만 500년 왕조를 유지했어요. 그 500년 왕조를 유지한 것은 대단하지만 학문이라는 게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변하지 않고 지켰다는 것이 한쪽으로는 자랑스러운 거지만 사상사적으로 보면 좀 부끄러운 겁니다. 우리 학교 국학연구원에서 김충열교수님을 모시고 중용강의를 듣는데 그분 이야기가 중국학회에 갔다가 챙피했던 게 주자 얘기하면서 주자의 공헌, 주자사상의 의미로 제일 먼저 드는 게 조선왕조 500년 동안 주자가 정신적 이념이 된 것이라고 했는데 중국의 주자가 중국의 어느 나라에서 했다는 게 의미가 아니라 조선왕조 500년에 정치적인 이념노릇을 했다는 게는 챙피했다고 말씀하세요. 유교가 500년 동안 한국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자리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외래문화가 한국문화로 들어와서 습합하면서 그 과정에서 원래의 모습과 성격 그리고 내용에서 적잖은 변화가 일어나게 됩니다. 그 변화가 일어나게 될 때는 주자학도 한국에 들어와서 한국적인 요소와 섞였기 때문에 그런 습합 과정은 어디까지나 한국의 무속문화라고 하는 토양 위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Ⅱ. 유교, 불교, 무속의 문화적 내용과 성격

 한국의 전통문화를 유교, 불교, 무속 이렇게 세 가지 흐름으로 정리하고 각각의 문화적 내용과 성격을 비교한다면 약간 차이가 있어요. 불교의 이념상으로 보면 현세 도피적인 이념의 성격을 지녔죠.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불교를 믿는 민중들의 의식 속에 뿌리내린 불교의 종교적 의미는 대단히 현세 중심적이죠. 그래서 불교하고 무속문화를 비교적 쉽게 한 묶음으로 분류할 수 있을 거예요. 이렇게 묶어도 불교가 우리는 무속하고 아무 인연이 없다고 길길이 뛰지는 않을 거란 말이에요. 언젠가 조계종 종정인가 되는 분 중에 한 분이 절에 있는 산신각 칠성각 이건 불교하고 상관이 없으니까, 그거 없애야 한다고 소리소리 지르고 나서 절들이 망해요. 그걸 없애니까 신자가 가야죠. 그래서 결국 다시……. 그러니까 불교와 무속문화는 비교적 쉽게 한 묶음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유교문화는 불교문화나 무속문화 어느 쪽 문화에도 함께 묶어서 분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가치관, 사고방식, 의례습성, 행동양식 사회적 위치 인적 구성조건, 역할해 온 사회적인 관계 등에서 불교와 무속 사이에는 공통적인 요소가 많지만 유교와 무속 사이에는 이질적인 요소가 많고 공통적인 요소는 거의 없어요. 있더라도 아주 드물죠. 그러나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의 전통문화를 논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유교문화이고 그 다음이 불교문화죠. 한국의 전통문화 중에서 무속문화는 학계나 사회일반에서나 가장 드물게 논의 되요. 천년이 넘도록 한국사회에서 무속문화는 사실은 지배 문화에 의해서 특히 유교문화에 의해서 억압, 말살의 대상으로 탄압 받아 왔어요.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까지 무속문화는 현실을 현실적 삶의 내용으로 규제하고 구성하는 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한국문화예요. 지금도 그렇단 말이예요. 그렇기 때문에 요즘 21세기의 화두로 삼는 조화, 평화 그런 가치의 요소를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찾고자 할 때에는 가장 강력한 문화적 생명력, 또 가장 광범위한 영향력을 지녀온 무속문화를 대상으로 삼지 않을 수 없어요. 그래서 우리가 한국문화를 보는 눈에서 그동안 간과해왔던 이 무속문화를 다루는 것은 전통문화에 대해 눈을 뜨는 대단히 의미있는 일입니다. 또 그것이 꼭 필요하고 그렇게 해야 되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문화적 생명력이 가장 강했다는 것입니다. 한국문화를 구축해 온 문화를 대표적으로 유교, 불교, 무속 이라고 볼 때 가장 오래되었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생명력이 가장 강했습니다. 유교문화가 지금 우리사회 현실 속에 얼마나 살아남아 있느냐를 생각해보면 겨우 몇몇 가문의 제사 정도로 남아있을 뿐인데 무속문화는 지금도 남의 묘에 가서 칼을 꽂는 데서부터 굿판을 벌이는 데까지 현실적으로 살아있습니다. 문화가 살아있다는 것은 전승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승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대단히 중요한 것입니다. 그 다음에 또 하나는 동양 삼국 중에서 기독교가 뿌리를 내려서 확장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입니다. 중국도 일본도 기독교가 세를 떨치지 못합니다. 지난 백년 동안 그것은 우리나라가 두 나라와는 뭔가 다른 토양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게 좋으냐 나쁘냐의 문제를 논의할 일은 아니고 한국문화는 그만큼 유연하고 외래문화를 받아들일 만한 넉넉함이랄까 융통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 근거가 유교문화가 아닙니다. 조선조 유교문화는 철저하게 독선적이고 배타적입니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의 무속문화, 불교문화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닐까 싶지만 사실은 불교를 받아들인 것이 무속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불교가 사상적으로는 팔만대장경까지 만들었지만 종교적인 성격에선 무속적 요소를 끼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볼 때 다른 문화와 섞이면서 자기를 잃지 않는 건 대단히 중요한 거죠. 자기주체성를 상실하지 않으면서 남과 잘 사귄다, 이게 21세기에 가장 필요한 조건인데 문화적으로 볼 때 그런 의미에서 무속문화를 연구할 가치가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요소가 한국의 현대사로 하여금 그렇게 외래문화도 받아들이면서 개성을 지키게 했는가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죠. 한국사람 치고 내가 무속을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고사하고 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들의 대부분은 무속적 가치관과 사고체계를 무의식적으로 내면화하고 있어요. 따라서 한국인의 삶의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이나 행위의 선택이 이루어질 경우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간에 무속적 가치관과 사상 또 논리체계가 중요한 선택의 기준역할을 하는 것을 늘 발견할 수 있죠. 심지어 기독교 신자가 교회에 가서 헌금할 때에도 어떤 경우에 감사헌금이나 부활절헌금이나 특별헌금을 많이 합니까? 뭔가 내 속에서 바라는 게 있을 때 그러는 겁니다. 그건 당연한 겁니다. 그건 챙피한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고. 죄의식 가질 일도 아니예요. 사람은 당연히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정월 초하루 날 교회에서 예배 볼 때에 성만찬하는데 이 날은 교회가 미어터져요. 왜 그래요? 그건 기독교신앙 때문이라고 하죠. 그것은 기독교의 입장이지만 제가 볼 때에는 나 자신을 반성해봐도 한국 무속문화의 속성이예요, 아주 현실적이고 현세 중심적 가치관이 무속의 가치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개인적 또는 집단적 행위에 대해 이해하고 설명하려면 무속의 정신적 맥락과 요소를 간과하고서는 말이 안 돼요. 말이 안 되는 것을 어거지로 말 만들잖아요. 역사를 설명하면서 기독교 정신의 맥락과 요소를 간과해버리면서 기독교과 상관없이 서양역사가 전개된 것처럼 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한국문화를 이해하려면 무속을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이 한국사람 답게 되는 것은 타고난 유전적 소질 때문에 그런 게 아닙니다. 한국사람도 외국 가서 살고 부모가 외국에서 낳은 아이들은 유전적 요인은 똑같아도 그 인격과 사고방식 등 모든 것은 외국사람이 되는 것처럼 한국사람이 한국사람 답게 되는 것은 유전적 소질 때문이 아니라 이미 태어나기 이전 모태 속에서부터 경험하는 한국의 문화적 환경으로부터의 영향 때문인 겁니다. 이것을 교육학적으로 볼 때 문화적 환경으로부터의 영향이 바로 교육이죠. 그렇다면 한국인의 삶의 과정에서 작용해 온 교육적 힘의 정체가 뭐냐, 문화적 전통과 그 성격·특징·내용이 뭐냐고 물을 때 무속을 빼놓을 수 없다는 거죠. 무속이야말로 중요한 본질적인 대답을 찾는 하나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Ⅲ. 한국무속의 구조와 내용

그러면 한국무속의 구조와 내용을 어떻게 접근하느냐부터가 사실은 문제입니다. 도대체 무속이란 게 무엇을 의미하느냐 물을 적에 참 막막해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무속문화에 속하는 것이냐, 미아리고개 점집에서부터 이순신 장군 묘에 칼 꽂는 것까지 그리고 교회에서 손뼉치는 것까지 다 할꺼냐. 저 북한산 올라가면 산봉우리에 밤새도록 떠들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것까지 다 무속이냐. 요즘 TV에서 나오는 밤에 몰래 산골짜기에서 촛불 켜놓고 뚱땅거리다가 잡히고 하는 게 다 무속 아니냐 그러면 어떻게 연구하고 그 틀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 이게 막막합니다. 근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학자들간에 비교적 일찍이 견해가 일치되었어요. 무속이 무엇인지 아는 가장 빠른 길은 무속의 가장 핵심적인 제의 행사를 봐야 한다. 마치 기독교가 무엇이냐를 알려면 교회에서 하는 예배를 보는 것이 제일 빠른 길이다 하는 것처럼, 불교가 뭐냐 하는 것은 절에 가서 거기서 진행되는 불사를 봐야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속이 뭔지 알려면 우선 굿을 봐야 됩니다. 무속의례를 흔히 굿이라고 하는데, 그러면 굿이 무엇이냐 또 묻게 되죠. 굿은 사람이 하는 겁니다. 사람이 예배는 삶의 공간 어디서나 할 수 있지만 기독교의 주일예배는 우리들의 삶의 공간에서 하지 않고 대개는 신의 공간, 성역에 가서 합니다. 불교의 경우도 절에 가서 합니다. 그러나 굿은 사람의 삶의 공간에서 마을이건 집이건 가리지 않습니다. 물론 굿도 굿당이 있습니다. 그것이 옛날에는 국가적인 기원을 위한 굿을 할때에는 국사당이라고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조선조 때 대궐에서 했다가는 난리 법석이 나니까 그렇게 했던 것이지 원칙적으로 굿은 사람의 삶의 공간에서 합니다. 이것이 하나의 특징입니다. 그리고 여기 등장하는 주인공은 사람이 있고, 신격이 있고, 그리고 신과 인간 사이에서 중개역할을 하는 무당이 있습니다. 근데 왜 굿을 하느냐? 뭔가 인간들의 삶의 상황에, 이 인간들이란 말이 재미있습니다. 홍익인간 할 때 그 인간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자들이 서양물을 많이 먹어 가지고 홍익인간을 교육이념으로 끌어넣을 때 이것을 Human being으로 해석해 민주주의 이념이다고 좋아했는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조선조 말까지만 하더라도 인간 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습니다.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더 많이 쓰였던 것은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판소리 수궁가를 보면 물속 세계에서 토끼간을 구해온다 할 때 자라와 문어가 나옵니다. 문어가 등장하니까 다른 라이벌이 너 같은 놈이 인간에 가면은 잡아서 말려서 제사상에 올려놓는데 네가 어떻게 가느냐라는 부분을 보면 '인간'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사람이 사는 세상 이게 인간입니다. 그러니까 벌써 세계를 보는 눈이 달라요. 서구문화에서는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고 안하고 사람이 지배하는 세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사람과 세상은 별개인 겁니다. 사람이 주체고 자연은 객체입니다. 주관적 입장에서 객관적 대상을 다루는 것이 과학이죠. 그런데 한국문화에서는 이 세상에 사람이 빠지면 세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인간입니다. 그 인간, 인간의 삶의 세계에 뭔가 문제가 생길 것 같다, 이를테면 해가 바뀌었다, 또는 집을 새로 지었다. 이럴 적에 겁이 난다 말이예요. 아니면 뭔가 일이 잘못됐다. 사람이 병이 났다. 자꾸 젊은이가 죽는다. 뭔가 균형이 깨졌을 적에 이것을 인간이 아닌 더 강한 힘이 작용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 힘을 빌어서 해결하고자 하는데 그 때 기독교처럼 사람이 하나님에게 직접 기도하지 않습니다. 무당에게 얘기를 합니다.(사람의 공간, 무당의 공간, 신의 공간이 다른 겁니다. 그러니까 무당은 보통사람들과 같이 살지는 못했던 거구요. 떨어져 살았습니다.) 따로따로 있던 존재들, 사람들이 무당에게 가서 이러저런 게 무슨 일이냐 점을 쳐보니까 굿해야겠다. 그럼 네가 좀 해라 그러면 무당과 사람이 한 패가 되어 신을 부르는 것입니다. 부르는 역할을 하는 게 무당입니다. 그러니까 무당은 신을 부를 줄 아는 전문가입니다. 신을 부르는 절차 이게 굿의 앞부분인데 무가도 들어가고 춤도 들어가고 뭐도 들어가고 그러는 거죠. 인간의 현실에 신이 개입했을 것이다, 가상을 하고 무당을 통해서 신을 불렀어요. 그러면 진짜 왔어요. 이때는 이미 무당과 사람이 한 패가 되어서 신을 부르니까 신이 올 수 있는 삶의 현장, 이 세속사회가 신이 올 수 있는 성역이다 하고 선포를 하는 겁니다. 정화, 성역을 만듭니다. 굿에서 부정이라고 부르는데 그래서 보통의 삶의 공간이 신성한 공간이 됩니다. 그것을 물로 씻고 불로 청소하고 이렇게 해서 깨끗하게 했으니까 오십시오. 이렇게 부릅니다. 그러면 이제 성역으로 신이 옵니다. 신이 오면 신도 무당도 인간도 하나의 공간에 공존하게 되죠. 이게 굿판입니다. 그래서 신이 와서 '야 너네들이 그동안 잘 먹고 잘사니까 너네들이 잘나서 그런 줄 알았지? 내가 도와줘서 그런줄 모르고, 그런데 일이 생기니까 이제 나를 불러? 그래놓고 겨우 요거 차려놓고 해결해 달라 그래, 이게 말이 되는 거냐?' 이러면서 투정하고 막 투덜대는 거죠. 자기 위세를 과시하고 위협하고 불만을 토로하면 사람은 직접 대꾸하지 못하고 또 신도 여기 올 때에는 무당을 통해서 오기 때문에 무당의 모습을 하고 인간에게 신의 말을 하는 거죠. 그걸 공수라고 하는데 그러면 사람은 신에게 하는 대답을 무당에게 하는 거죠. 우리가 뭘 압니까, 먹고 살다 보니까 그렇게 됐습니다. 소례를 대례로 알고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계속 빌고 달래고 하는 거죠. 그러면서 시간이 좀 지나면 그래 알았다 내가 너희들의 정성을 갸륵하게 알고 받아준다. 그리고 복을 주마, 걱정마라, 모든 것 다 해결해 준다. 그리고 이왕 차린 판이니까 나 좀 놀자. 그리고 같이 놉니다. 그럴 때 학자들은 오신이라고 얘기하는데 같이 즐기는 것입니다. 예까지 오면 인간의 입장에선 문제가 다 해결됐어요. 그러면 인간 아닌 존재가 여기 있는 게 반가울 게 없죠. 그럼 이제 돌려보내야 되요. 이제 그만 가라고 돌려보내는 역할이 무당이 하는 중요한 역할입니다. 무당이 신을 돌려보내야 합니다. 그러니까 굿은 신을 부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을 보내는 것도 똑같이 중요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한국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지지고 볶고 울고 싸우면서도 자기들끼리 사는 세상을 제일 좋은 세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누가 간섭해 들어오는 게 싫은 거예요. 간섭해 들어오면 그것을 잘 대접해서 더 해코지 안하고 기분 좋게 서로 만족한 상태에서 다시 자기 갈 곳으로 가는 원상회복, 그게 제일 좋은 거예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 개똥밭이니까 가라, 여기 있어 봤자 별 거 없다고 보이는 역할을 무당이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무당은 신을 부르는 전문가이지만 또 보내는 전문가예요.
그렇게 신이 갔으면 그 다음에는 무당도 가야 되요. 요즘은 룰이 자꾸 무너지지만 지금도 제주도나 서울의 정통 강신무의 굿에 가보면 굿이 모두 끝나면 서로 싸운 듯이 돌아보지도 않고 인사도 안하고 헤어지는 게 굿의 예법이에요. 조금 아까까지도 굿판에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또 다른 무당 굿할 때 먹을 것도 갖다주고 그랬는데 끝나자 마자 본 척도 안하니까 이것들이 우리에게 뭐 삐쳤나 이랬는데 그게 원래 이 문화의 예법이예요. 그것이 무엇을 뜻하느냐 하면 인간과 무당과 신은 완전히 별개의 존재로 별개의 세계에서 사는 것이라는 무속의 철학이죠. 이것을 우리가 종교적으로 의미부여를 하려고 하니까 힘들어요. 종교학자들과 field work을 하는데 그 사람들이 더 이해를 못해요. 그리고 기독교를 열심히 믿는 역사학하는 친구와 같이 있는데 종교에서 저게 뭐냐고 아주 못마땅해해요. 그것은 자기 종교입장에서 그렇죠. 이 종교는 자기입장에서 보면 안 돼요. 역사와 사회학적으로 생각해보세요. 한국사람들이 산골마을에서 자기네끼리 그야말로 돌밭을 일궈가지고 자기네끼리 먹고 사는 데는 걱정 없게 되어서 자식도 낳고 소 한 마리 기르고 이웃과 사이좋게 행복하게 산다. 그게 지상낙원이죠. 뭘 더 바라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관청에서 나졸들이 와서 우리가 나타났는데 술 한잔도 없소, 너네 몰래 아편했다며 시비걸고 들치면 골치아픈거죠. 그러면 그걸 어떻합니까. 암탉잡고 찹쌀떡하고 술대접하고. 우리가 뭐 가진 게 있습니까, 또 우리가 진작 알았으면 대접을 했을 텐데.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온갖 아양을 떨어서 기분 좋게 만들어서 용돈도 주죠. 그러면  아, 형님 이제 걱정마슈, 다른 놈들이 오면 내가 왔다갔다고 그래, 그럼 아무소리 없을 꺼야 하면서 간다 말이죠. 똑같은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도 IMF로 실직해서 골목 위에 조그마한 라면집이라도 내서 식구들이 몽땅 달려들어서 먹고 살 만 하면 소방서에서 와가지고 소방점검하러 왔는데 이거 다시 하슈, 그러면서 파출소에서 오고 세무서에서 오면 어떡합니까. 그때마다 그냥 온갖 향응과 뇌물로 달래 보내야죠. 그런데 한국사람들이 밖으로부터 오는 그런 힘들에 대항할 어떤 수단도 없고 힘도 없을 때 어떻게 합니까? 무당을 부르는 겁니다. 법원 주위에 대서방이 많은 게 다 그런 겁니다. 우리나라에 부로커가 많은 게 다 그런 겁니다. 누군가 중간에서 그걸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무당은 그런 의미에서 해결사죠. 그렇게 보면 특히 서울지역 굿에서 무당이 신복을 입는데 신은 옷으로 온다고 합니다. 그 신복이 다 조선조 관복이에요. 그러니까 그렇게 보면은 종교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교육입니다. '이 현실적으로 사람들을 괴롭히는 질병이나 관권, 왜적, 도적들과 하고 마주서서 요즘 젊은 세대처럼 화난다고 화염병 던지고 너죽고 나죽자, 나 열사되겠다 이렇게 하는 게 아니다. 죽었소 하고 온갖 아양 떨고 비굴해지고 그래도 좋아. 마지막까지 살아남고 웃는 게 그게 이기는 거야' 이렇게 가르쳐주는 거죠. 신과 인간이 화해하고 그러는 과정에서 사람들끼리도 화해하게 되는 거죠. 사실 이러한 관계나 갈등은 인간사회에 늘 있는 것입니다. 인간의 삶에 가족 관계건 아니면 마을의 집단이건 그 안에 나름대로의 갈등이 있고 억울한 게 있는 거죠. 신을 빙자해서 그것을 그 자리에서 푸는 것입니다. 한국무속의 구조, 그 내용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느냐 할 때 이것이 굿의 전체적인 구조예요.

Ⅳ. 무속의 종류와 구조

조금 더 구체적으로 가야겠는데, 굿의 종류를 어떻게 나누느냐부터가 학자들간에 논쟁이 많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나눠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제 방법으로 하면 이렇습니다. 굿을 준비하고 굿판을 벌리는 규모와 공간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고, 굿을 하는 목적을 기준으로 나눌 수도 있어요. 우선 공간으로 보면 집에서 하는 집굿이 있고 마을에서 하는 마을굿이 있다. 그리고 굿의 목적으로 보면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굿, 한마디로 하면 재수굿, 제재초복굿이라고도 하고 천신굿 마지굿이라고도 하는 굿들 속에서 반드시 들어있는 것이 제재초복굿입니다. 삶의 현장에 더 나쁜 일이 없고 좋은 일만 있게 해달라고 하는 집굿에도 있고 마을굿에도 있구요, 그 다음에 죽은 사람을 위한 굿, 흔히 이걸 넋굿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데, 학자들은 사령굿이라고도 합니다. 죽은 사람들을 위한 굿, 이건 거의가 집굿이예요. 물론 옛날에는 팔관제가 있었고 국가적으로 하는 그런 것도 있습니다. 제주도의 4·3 진혼제 같은 경우는 마을 단위로 아니면 제주도 단위로 했잖아요. 옛날에는 아마 있었을 것입니다. 신라 때 그렇게 했다는 기록이 있으니까 그러나 오늘날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생기는 죽은 이를 위하는 마을굿 이런 것은 거의 없습니다.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다음에는 신굿이 있는데 이것은 누굴 위한 굿인가 하면은 무당을 위한 굿이예요, 이것도 집굿입니다. 그러니까 마을굿은 재수굿뿐이고 재수 있어 달라고 하는 굿입니다. 넋굿은 죽은 사람의 넋을 위로하고 저승에 천도하도록 도와주는 굿인데 그것은 지방마다 여러 가지로 부르는데 이것도 거의가 집에서 가족단위로 합니다. 신굿은 반드시 강신무당의 경우만 합니다.
 
1. 무당의 종류

그 다음에 무당의 종류로 들어가야 합니다. 무당의 종류가 신들리는 강신무, 세습무로 나뉘고 물론 더 세분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무당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더 세분할 수도 있는데 저는 무당은 굿이라고 하는 종교의식을 주재할 수 있는 전문가의 호칭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제가 볼 때에는 강신무와 세습무 두 가지로 나누면 되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아니다 무당이라고 할 때 굿하는 무당만 무당이 아니라 점 쳐주고, 때로는 정초에 남의 집 가서 고사지낼 적에 비손 덕담해주는 것도 무당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보면 많아질 수 있죠. 어쨌든 크게 강신무, 세습무로 나눠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 강신무만이 신굿을 합니다. 그러면 신굿이란 무엇이냐, 강신무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두 단계의 과정이 있습니다. 하나는 신이 들리는 신병(일본학자들은 무병이라고 했습니다)을 앓아야 되고 그 다음에는 굿을 배워야 됩니다. 굿을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굿이 우스운 게 아닙니다. 굿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할 게 엄청나게 많습니다. 신을 부를 때 '야, 신 와라, 아무개신 와라' 한다고 오는 게 아닙니다. 우선 신을 부를 때는 신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신에 대한 찬가 기독교의 찬송가와 마찬가지입니다. 신을 찬양합니다. 그럼으로써 신을 오게 합니다. 무속의 신들은 제각각 신이 되기까지의 역사가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어떤 과정과 역사를 거쳐서 신이 되었다 하는 신의 내력을 푸는 것입니다. 그것을 지금도 제주도에서는 많이 하고 있고 서울에서도 몇몇 신에 대해서는 그런 노래를 하는데 그걸 본풀이라고 합니다. 신의 근본을 푼다고 해서 본풀이 무가라고 합니다. 제석을 부를 때는 제석본풀이를 하는데 이렇게 본을 푸는 것이 장편 서사무가라고 학자들은 얘기합니다. 스토리가 있거든요. 보통 한 시간, 긴 경우에 두 시간은 읊어야 합니다. 그거 외울려면 머리 좋아야 합니다. 머리 나쁘면 무당도 못합니다. 무당들이 머리가 굉장히 좋습니다. 신병이 들려서 무당이 되었다 하더라도 머리 나쁘면 큰무당은 못 되고 이런 거 할 줄 모르니까 뒤치다꺼리나 하는 무당으로 남죠.
첫째는 신병이 들려야 되는데 신병은 어떻게 들리느냐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이가 없이 신병이 걸립니다. 근데 대체로 보면 남자보다 여자 그리고 유식하기보다 좀 무식한 쪽으로 또 상류층보다는 하류층 쪽으로 많은데 예외적인 것도 있습니다. 서울 무당들 중에서도 상당한 명문대가에서 나온 무당들도 있습니다. 요즘도 아마 있을 겁니다. 그러니까 일반화해서 딱 잘라서 이러이러한 하층민중에서 이렇게 나온다. 이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근데 많은 학자들이 인터뷰하고 저 자신도 묻고 한 것을 잘 살펴보면 이렇게 판단이 됩니다. 애정문제에서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을 했을 때 그런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가족간의 이별, 학대, 죽음과 같은 경험이 중요한 공통적인 요인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경험을 같이 했어도 어떤 사람은 잘 견디는데 왜 어떤 사람은 무당이 되느냐 그건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신병, 학습 두 가지 과정을 겪는데 강신무는 앞에서 설명한 대로이고 세습무는  학습은 똑같습니다만 신병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어머니, 그러니까 세습무 가계에서 세습무가 나오게 마련입니다. 어머니가 무당이면 그 딸은 무당의 아들에게 시집을 갑니다. 아들은 무당의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준비합니다. 말하자면 굿에서 필요한 반주 그리고 모든 절차에 대한 지식을 배우는 것입니다. 세습무가는 세습무가까리 통혼을 하니까 학습의 기회가 훨씬 길죠, 그러니까 세습무들의 굿은 예술적으로 아주 격이 높습니다. 세습무와 강신무의 영역, 지금도 그렇게 볼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우리가 지금 휴전선 때문에 북한을 못 가보니까 남한만 보면 태백산맥이 있고 한강이 흐릅니다. 이 한강 북쪽, 태백산맥 서쪽이 다 강신무의 문화권입니다. 그러니까 옛날말로 하면 고구려 예맥 문화권입니다. 태백산맥 동쪽, 한강 남쪽이 세습무 문화권입니다. 제가 field work을 처음 시작할 적만해도 이게 상당히 엄격하게 지켜졌고 확인할 수가 있었어요. 세습무를 흔히 단골무라고 그럽니다. 이 단골을 육당 최남선 선생같은 경우는 (단골이 무당의 이름인지 모르겠지만) 원래 단군에서 왔다. 이렇게까지 설명을 하는데 확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지금도 단골가게라는 표현을 쓰죠. 어쨌든 어원은 같습니다. 전라도쪽 가면 단골무는 단골판을 가지고있습니다. 단골판은 말하자면 그 무당이 사제노릇을 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우리가 80년대 초에 전라도 쪽에 field를 갔을 때 그 무당한테 물어보면 시어머니는 누구고 어머니는 누구냐, 어머니 단골판는 어디고 시어머니 단골판은 어딘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단골판은 시어머니 것을 물려받습니다. 이혼을 하면 단골판을 빼앗기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상해요. 재산권이나 권한은 아들로 전승되고 제사 행위하는 것은 시어머니에서 며느리로 갑니다. 우리나라 무속계에 아주 재미있는 현상이죠.
무당 중에서 세습무는 이른바 공수를 안 주는 게 특징입니다. 무당의 입을 빌어 신의 말을 듣는 것을 이렇게들 부르는데 이건 말하자면 신탁입니다. 신의 자격으로 무당이 말을 하는 것, 그걸 공수라고 합니다. 강신무는 공수를 준다, 세습무는 공수가 없다 이런 얘기죠. 강신무가 공수를 줄 때에는 거의 예외 없이 방울을 흔들면서 신의 말을 전합니다. 방울을 든 무당의 굿을 보면 아, 이건 세습무가 아니로구나 강신무구나 이렇게 알 수가 있죠. 그리고 전문가들은 흔드는 방울모양만 봐도 이건 어느 지역무당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쨌든 강신무는 다 방울을 씁니다. 그리고 대체로 강신무 쪽의 무복이 화려합니다. 무신도도 강신무들 굿에서 거의 나옵니다. 세습무 굿에서는 거의 그런 그림이 안 나옵니다, 못 본 것 같아요. 동해안 쪽의 세습무는 머리에다 띠를 맵니다. 다음 시간에 비디오를 보시면 금방 아실텐데, 그리고 무당은 강신무, 세습무를 막론하고 굿을 주재하는 사제 역할은 여자가 합니다. 강신무 지역에선 남자무당도 있기 때문에 남자무당 아니냐고 할 수도 있지만 남자무당도 굿을 할 때에는 반드시 맨 속에다 치마저고리를 입고 그 위에 신복을 입습니다. 이것도 재미있는 현상이예요. 우리나라 무속문화 특징은 사제는 여성이라는 것입니다. 시베리아 샤머니즘하고 다르거든요. 시베리아 샤만들은 거의가 남자란 말이죠. 우리나라 무속은 안 그렇습니다. 그 원인에 대해서 아직도 학자들이 왜 한국무속에서는 그러냐, 이게 원시시대부터의 차이냐, 역사를 통해서 변한 것이냐는 것에 대해서는 논문을 쓰지 못했습니다. 육당 선생님 시절에는 학문이 그랬어요, 그 선생님은 자기 머릿속에서 상상해가지고 좀 비슷한 거 있으면 그렇다 해버리거든요. 단골이라는 말이 단군에서 나왔다. 그럴듯하거든요. 그러나 논문이라는 것은 과학적으로 물샐틈 없이 논리적으로 짜맞추어야 논문이 될 수 있죠. 그게 학설이 될 수 있죠. 주장은 할 수 있어요 한국문화가 여성문화이고 여성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게 아직도 우리가 우리문화를 철저히 연구하는 게 부족했다하는 얘기죠.
왜 우리 문화에서는 무속의 사제가 여성인지 아직 모릅니다. 왜 다른 종교는 신에게 가는데 우리굿은 신을 오게 하느냐. 삼국유사에는 그렇게 신이 나타나는 장면이 많이 등장해요. 고대문화에서도 신이 어떠어떠한 특정한 장소에 강림한다. 이런 것만 드러나 있지, 어디 거처한다는 게 없어요. 신의 거처가 불분명해요. 우리 무속이 그렇습니다. 불분명한 것은 불분명한 것으로 놔두고 인정을 해야지 그것까지도 설명을 하려고 꿰맞추려니까 거짓말을 하게 되죠. 아직 모르는 게 많아요. 시베리아 샤머니즘문화권이라고 해서 샤머니즘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꼭 같은 것이 절대로 아니예요. 왜냐하면 샤머니즘문화권에서는 무당이 주로 남성이고, 신이 주로 하늘신이고 그리고 샤먼은 화이트샤먼, 블랙샤먼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선신을 섬기는 샤먼과 악신을 섬기는 샤먼입니다. 우리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과거에 그랬는지는 더 연구해봐야 알겠지만 그것은 샤머니즘에서는 선신와 악신이 역할이 분화되어 있다는 얘기인데 우리 무속은 그렇지 않습니다. 선신도 악신도 특정한 성격의 특징으로 분화가 안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대감신은 나졸과 마찬가지로 사람에게 와서 짓궂게 장난치면서도 술 잘 먹고, 잘 놀고, 나중에 재수를 많이 갖다주는 악신도 선신도 아닌 것처럼 되어있어요. 조상신은 자손을 보호하는 신이니까 선신이겠거니 하는 조상신도 기분 나쁘면 자손에게 해코지해요. 그러니까 선신, 악신 이렇게 구분이 딱 되어있지 않아요. 그런가 하면 신들 사회에서는 어떤 위계질서가 불분명해요. 이것은 아직도 무속학자들간에 논쟁이 많지만 굿을 할 때 보면 큰 신이 있고 작은 신이 있거든요. 큰 신은 상산신이니 무슨 제석신이니 해서 제대로 된 큰 상을 받는데, 잡신들은 상도 아니고 상에서 남은 음식들을 뜯어서 바가지에다 섞어 담아다가 갖다주거든요. 거지대접하는 거죠, 영계의 거지들이죠. 그러니까 그 잡신들은 가볍게 대해도 되느냐면그렇지 않아요. 사람에게 해코지를 하면 그것들이 더 무서워요. 그러니까 우리 인간세계로 보자면 이렇게 생각하면되요, 내가 호텔을 하나 개업을 해서 높은 관료들을 다 청해서 대접을 할 때 비서, 운전기사에서부터 경호원들이 쫙 따라왔단 말이예요, 그럼 그 사람들은 주빈이 아니라고 괄시해도 좋으냐, 아니죠 거기도 다 대접하고 주머니에 뭐 넣어줘야죠. 그렇지 않으면 저게 언제 기분 나빠서 해코지할지 알 수가 없어요. 때문에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높은 신 낮은 신 구분이 없어요, 그런가 하면 다른 종교에서 보면 희랍신들의 경우는 트로이 전쟁 때 신들이 편을 들고 어떤 신이 어떤 신에게 명령을 하고 이런 관계가 있는데 우리나라 무속신에는 그런 관계가 없어요.

2. 굿의 종류와 내용

그럼 이제 굿의 종류와 내용으로 들어가죠. 아까 재수굿 계열과 넋굿 계열이 있다. 집굿과 마을굿이 있다 이랬는데 집굿에 비해서 마을굿이 개방적입니다. 그래서 굿구경을 하실 때에는 마을굿이 훨씬 편합니다. 거기서 배척당하지 않고 field work하기가 좋죠. 제가 처음 굿 공부 시작할 때 굿에 대해서 잘 모를 뿐만 아니라 굿판에서는 별로 환영을 못받았거든요, 남자에다가 못생겼는데다가 또 융통성이 없고 거기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니까 얼마나 괄시를 받고 쫓겨다녔는지 모르는데 마을굿은 비교적 괜찮습니다. 그중에 제일 대표적인 것이 강릉 단오굿입니다. 5월 단오를 전후해서 연 닷새 동안 강릉에서 합니다. 전국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오죠. 굿판만이 아니라 굿판을 중심으로 남대천이라고 하는 강릉의 동서로 흐르는 넓은 개천을 막아가지고 물을 한쪽으로 흘러가게 하고 나머지 한쪽은 모래사장으로 근 오리 가량을 만들어서 거기 난장이 생깁니다. 그래서 서커스에서부터 온갖 잡동사니들이 다 오고 그중에 굿청이 중심이죠. 단오날을 가운데 끼고 닷새를 하는데 그게 아마 우리나라에 지금 남아 있는 마을굿 중에는 제일 큰 굿일 겁니다.
집굿은 재수굿이라 할지라도 집안의 문제, 굿을 하면 굿에 등장하는 신들을 모시는 절차들중에서 반드시 조상거리가 있거든요. 조상신들이 등장한단 말이예요. 그럼 조상신들이 등장해서 자손들과 만나보고 대화를 해야 되거든요. 그럼 그때 그 집안의 가족간의 문제들이 노출이 됩니다. 그래서 집굿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을 꺼립니다. 마을사람들은 다 한집안이나 마찬가지니까 상관없지만 그중에서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집굿은 가족 아닌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 참 힘들죠. 그래도 field work을 많이 해서 저 같은 경우에는 어느 굿이라도 가면 다 환영받습니다. 그 굿판의 매너에 익숙하니까 '아, 지금 무슨 거리하네요. 뭐는 했어요. 아, 거 늦었네.' 이러고 어물적거리면서 끼어들어가 앉으면 되죠. 어떤 절차에서 어떻게 해야 되고 그러면서 적절한 때에 조상이 떠나가니까 노자 달라 하면 그럼 나도 드려야지 하고 돈 만원 집어주고 그러면 가족들이 아 이 사람은 굿판을 잘 아는 사람이구나라고 받아들입니다. 그러면 무당은 저 사람은 우리 신잔데 하면 내가 '무슨 신자, 난 예수쟁인데' 그래도 무당들이 커버를 해주죠. 근데 제주도 어떤 집에서 넋굿을 하는데 우리말도 잘하고 한국무속도 연구를 열심히 하는 불란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이 덩치가 육척장신이에요. 신이 들어오는 절차를 하는데 제주도 굿은 신이 들어오는 길을 다 치우고 신이 들어오거든요. 그러면 마을사람들이나 집안사람들이 다 일어서서 정중하게 맞이해야 하는데 다른 때는 굿판이라는 게 질서정연하지 않아요. 우리나라 굿 문화는 이게 특징이예요. 일본굿을 제가 3년 동안 field work을 했는데 일본굿판은 예외 없이 질서정연해요. 일본사람들 그대로예요. 한 거리 30분 33거리 저녁 때 시작해서 새벽에 끝나고 그러니까 참 재미가 없어요. 춤사위도 아주 철저하게 지키고 그러니까 해프닝이 없어요.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요. 상황에 따라서 모여있는 사람들이 돈이 많이 나올 것 같은 마을굿 경우에는 한 거리 가지고도 몇 시간을 하죠. 그러나 중요한 대목이 있어요 함부로 훼방을 놓아서는 안되는 경우, 특히 집굿의 경우에는. 근데 이 불란서사람이 신 들어오는 데서 벌떡 일어나 그 길 가운데 서서 사진을 찍었단 말이예요,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부엌 아궁이에서 불이 났어요. 그러니까 동네사람들이 화를 내면서 저놈 나가라고 하면서 내쫓았죠. 우리나라 무속에서는 사람을 내쫓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신부터가 밖에서부터 오는 거니까 사람이 오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뭐라고 하지 않는데 그런 경우가 간혹 있었어요. 마을굿의 경우도 개방적이긴 하지만 때로는 이런 경우가 있어요. 제가 80년도 중반에 거제도 죽림마을이라는 데서 사흘굿을 조사채록했는데 정초에 마을굿을 해요. 그런데 그 마을이 태풍으로. 연 3년을 계속해서 어장이 날라 갔어요. 그동안에 마을굿을 안한 모양이예요. 돈이 없고 정성이 모자라면 진지치성 드린다고 해서 밥 떠놓고 비손으로 해버리든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대로 하자 그래서 마을굿을 하니까 마을을 성역으로 선포를 하는 겁니다. 그럴 때는 마을입구마다 금줄을 쳐요. 금줄을 치고 황토를 뿌리죠. 시늉만 하는 거예요. 우물이 있으면 우물에도 금줄을 치고 그런데 제가 차를 타고 마을입구를 지나가다가 동네어귀에 내렸더니 마을회의를 하던 사람들인 어부들과 선주가 한 30명이 쫙 걸어오는데 겁나요. 그러니까 거제도의 민속학하는 사람들이 우리들을 거기에 남겨두고 자기들은 그 차를 타고 도망가버리자 우리만 남게 되었죠. 그래서 여차여차 해서 왔다, 우리는 훼방하지 않을 테니까 도와달라 그래서 결국 사흘 동안 했어요. 그런 경우가 혹시 있어도 오히려 마을사람들하고는 금방 사귀어서 하는데, 굿을 맡은 무당이 틈만 나면 비디오 찍으면 안한다고 떼를 써서 field work하는데 돈이 많이 들었죠, 그때마다 돈을 집어줘야 되거든요.

3. 굿의 절차

굿에는 이런 종류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 어떤 절차로 어떻게 하느냐, 마을굿과 집굿 그 절차의 의미는 거의 같습니다. 굿을 하기로 결정을 하면 마을굿이건 집굿이건 결정을 하는 과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정기적으로 하는 굿도 있습니다. 마을굿의 경우처럼 집굿도 그런 경우가 있죠. 해마다 정초에 하는 데도 있고, 한해 걸러서 하는 데도 있고, 금년에 하고 내년에 안하고 후년에 하면 이걸 3년 거리라고 하는데 이렇게 3년마다 하는 곳도 있죠. 어떤 마을의 경우는 홀수로 하는 경우도 있어요. 근데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해마다 하는 집도 있고 특별한 경우에 하는 집도 있고 굿을 하는 날짜가 정해져 있는 마을도 있고 정해져 있지 않은 마을도 있고 그래요. 이를테면 밤섬 한강 하류에 있던 밤섬 주민들을 60년대 말에 이주시켰거든요. 그 주민들을 안양 어디다가 환지해주면서 거기로 가라니까 주민들이 우리 조상들이 대대로 살던 밤섬이 보이는 데서 떠날 수 없다고 고집해서 홍익대학 뒤에 와우산에다가 땅을 빌려줘서 벼랑에다 다 뱃일하던 목수출신인 이 사람들이 거기서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고 살았어요. 그 사람들이 이사오면서 밤섬에서 대대로 모시던 신당을 옮겨다 놓고 거기서 밤섬 부군굿을 했어요. 근데 그 마을은 지금은 재개발되어 가지고 원주민들이 대부분 흩어지고 거의 아파트촌이 되었는데 아직도 굿당은 있어요. 그래서 매년 시늉은 하는 모양인데 이번에도 진지치성으로 했다 그러길래 내 가보지 않았는데 거기서는 음력 정월 초이튿날 합니다. 정월 초하루 날은 시내 마을에서 하는 집들이 많거든요 보광동, 한남동 다 당굿을 해요. 그러니까 무당들이 그런 당굿을 맡아서 대대로 하는 무당들은 강신무임에도 불구하고 자기 단골판이 있는 거 아니예요, 그것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무당은 아무당의 당골무당 하면은 굿을 할 줄 몰라도 그 권위가 대단해요. 그러니까 정월 초하루 날은 그 무당들이 시간이 없으니까 밤섬은 초이튿날 하나보다 이렇게 짐작을 할 뿐인데 그렇게 날짜가 정해져 있는 것도 있지만 또 답십리 도당굿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래서 날짜를 정해요. 날짜가 정해져있어도 굿을 하기 전에 마을에서 대회를 합니다. 모임을 해서 이번 굿은 어떻게 한다. 무당은 누구를 불러오고 소임은 누가 본다. 소임이라는 것은 마을을 대표해서 굿을 하는 역할, 총무죠. 그때그때 정합니다. 그걸 당주라고도 하고 소임이라고도 하고 여러 가지로 부르는데 마을주민의 대표로 신과 무당의 앞에 나서는 역할입니다. 그런 종교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있고 제물을 사오고 하는 역할하는 사람이 있고 역할분담이 있을 수 있죠. 큰 굿을 하는 마을에서는 그게 세 명이 있을 수 있겠죠. 상당주, 중당주, 하당주 또 규모가 작으면 앉은 당주, 선당주 해서 두 명이 하는 수도 있고 혼자할 때도 있고 금년에 생기복덕이 좋은 사람이 누구냐 그걸 뽑는 회의를 합니다. 그리고 날짜가 정해져있지 않은 경우는 날짜도 정하는데 날짜를 어떻게 받을 것이냐가 또 마을마다 다릅니다. 신당에 가서 사슬(점을 친다는 말)세워서 받을 것인가 그래서 물동이 떠놓고 이름 적은 종이를 팥에 싸 가지고 먼저 가라앉는 게……. 이렇게 마을마다 다 달라요 그리고 자기들 마을에서는 신령한 방법을 쓴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설명들을 하죠. 어쨌든 굿을 하기로 결정을 하면 단골무당으로 하지만 요즘은 그게 없어지니까 누구를 교섭할 것이냐 얼마짜리를 할 것이냐 그리고 마을 굿에서는 따로 마을굿을 위한 땅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따로 추렴을 거두는 경우도 있고 그걸 쌀로 거두기고 하고 돈으로 걷기도 하고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에 마두머리에 아주 유명한 말머리 도당굿이라고 하는 마을굿이 있었는데 여섯 마을이 정발산을 내서 하는 굿이 있었어요. 그때는 원주민들끼리 굿하는 돈을 걷어요. 그러니까 이사와서 몇 년 살았어도 예수믿는 집 빼고 거둬요. 그럴 때 진짜토박이와 구분이 되죠. 어쨌든 그렇게 해서 굿을 하기로 날을 잡으면 굿청을 차리죠. 차일을 치고 굿상을 놓고 그리고 제일 먼저 무엇을 하느냐 하면 신들에게 굿을 한다는 것을 알리는 절차가 있습니다. 그것을 서울에서는 주당 친다고도 그러는데 한 10초 길어야 20초 장구치면서 그때는 집안 사람들이 다 나가야 합니다. 그 자리에 있으면 안 돼요. 무당들 얘기로는 난데없이 장구소리 나고 징소리 나고 하면 귀신들이 놀라서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사람들과 부딫치면 사람들이 죽고 그러니까 미리 예방하기 위해서 하는 절차다 그러는데 어쨌든 그렇게 한 다음에 굿청을 정화하는 절차를 합니다. 그것을 부정거리라고 하는데 굿청을 정화하는 것도 노래로 합니다. 이번에 이런 굿을 하는데 부정은 다 물러가시오 그런 노래를 무당이 하면서 한쪽으로는 다른 무당이 맑은 물로 그 주변을 깨끗이 하고 맑은 물을 뿌린 다음에는 불붙인 백지로 그 주변을 정화하고 이렇게 불과 물로 그 장소를 정화함으로써 성역화합니다. 제주도 마을굿의 경우는 그 경우에 초감제라고 해서 그런 역할을 하는 신을 부르는 노래를 합니다. 그래서 정화하면 그 다음에 신을 부르죠. 신을 부르면 신이 온단 말이죠. 신이 오면 우리가 이러이러한 일로 굿을 한다고 하면 신이 대답하고 신의 대답을 듣고 인간과 신이 같이 즐기고 그리고 신을 보내는 게 전체 구조입니다. 그런데 신을 부르고 청신하고 고축하고 신의 대답을 듣고 강신무의 경우는 공수로 듣고 세습무의 경우는 점을 쳐서 신의 대답을 확인하고 그리고 신과 인간이 같이 즐기고, 신을 돌려보내고, 제장을 다시 원상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이 절차, 신을 부르고 청배, 고축 또 신탁 오신 송신, 이 절차가 모든 굿의 전체 구조가 왜 그렇게 돼있는가 하면은 그 굿 안에 많은 거리들이 있거든요. 여러 신들을 신청한단 말이예요, 이 거리들이 또 그렇게 되어있습니다. 한 거리와 다른 한 거리는 서로 아무상관이 없어요. 마치 마당굿에서 거리마다 스토리의 연계가 전혀없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이 신과 저 신은 아무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이 신을 청할 때에 청배무가를 하고 신이 내려와서 신의 대답이 나오고, 신의 대답이 나오기까지 인간과 신 사이에 무당이 중개하는 줄다리기가 시작이 되죠. 그리고서 신의 대답 축복 약속 이런 것을 듣고서 신과 인간이 즐기고 그리고는 신을 돌려보내는 거죠. 그 각 절차마다 말하자면 약속된 연극적 절차가 진행이 되죠. 신이 투정을 하면 그걸 구슬리는 게 길어지느냐 짧아지느냐에 차이는 있어요. 그 전개는 정해져 있는 것이죠, 결국 신은 인간의 소원대로 움직이는 것이고 아무리 떼를 쓰고 여기서 놀겠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신은 신의 세계로 쫓겨가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면 결국은 신을 섬기고 숭배하는 종교절차 같지만 사실은 인간이 신을 불러서 '야 이런거 해결해. 그리고 해결했으니까 좀 놀고, 놀았으니까 너 가.' 이렇게 인간주도적인 행사가 아닌가 합니다. 그래서 무속에서 유일하게 다른 종교와 달리 제사장 역할을 하는 사제를 사회적으로 천대하는 게 신과 인간의 관계가 거기에 투영된 게 아닌가, 어째서 무속만은 무당을 그렇게 천대하는가 도 연구할 만한 재미있는 소재라고 하겠어요. 전체구조는 그렇습니다. 그럼 이것이 실제 사상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실제내용이 어떠한가는 다음 시간에 다루겠습니다.

Ⅴ. 한국무속의 세계관과 인간관

지난 시간에는 한국무속에 대해서 우리가 사상적으로 논의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가 그래도 괜찮은가라는 문제에 대해서 얘기를 했습니다. 무속은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라 부를 수 있는 대상들 중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문화적 생명력이 가장 강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영향 받는 바가 큰 한국문화의 한 부분이기 때문에 그것을 간과하고서 한국의 정신적인 것을 논의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데 오늘날의 우리나라 학문이 근대 이후 100년 동안 서구의 문화적 식민지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그것을 우리가 의식 못할 뿐이라는 논지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무속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전개되었다 약술한 셈이고 우리 무속이 전반적으로 어떠한 구조와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무속을 연구하려면 굿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첩경인데 굿의 종류에는 이러이러한 게 있고 또 굿을 주재하는 무당의 전문성을 논의하게 되는데 무당은 강신무와 세습무가 있다 대체로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무당은 강신무와 세습무가 있다는데 강신무와 세습무는 어떻게 다르다는 얘기는 했는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오늘 강의를 하기 위해서는 나중에 비디오를 보더라도 필요한 게 있습니다. 강신무의 경우는 신병이 들려서 무당이 되는 게 강신무라고 했죠, 근데 신병은 남녀노소 빈부귀천의 차이 없이 다 걸린다, 관찰한 바에 의하면 대체로 애정의 충격적인 경험 같은 것들이 원인이 되는 수가 많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강신무가 되고 또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그럼 강신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느냐 신병이 걸려서 되는데 신병이라는 것은 증세가 아주 다양해서 옛날 무당들은 보통 십 년 이상 앓았는데 요즘은 무당도 직업이랍시고 이제는 무당의 세계가 사회적으로 천대받고 이러는 게 좀 덜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짧으면 1, 2년 만에 내림굿을 하는데 원래 신병은 증세가 똑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대체로 공통되는 것은 몸의 한 부분이 계속 아프고(편두통이라거나) 식욕이 떨어지고 냉수만 먹고 그리고 자꾸 헛것이 보이고 소리가 들리고 밖으로 뛰어나가게 되고 그러다가 온갖 병원을 다 전전해도 낫질 않으니까 결국은 우리나라의 문화에서는 점을 쳐보거나 무꾸리를 하는데 이상하게도 그 계통 사람들은 금방 신병이라고 알아맞힙니다. 별도리 없다, 무당한테 가라. 무당한테 가면 내림굿을 하는 겁니다. 내림굿의 절차와 지역적인 차이 등을 세부적으로 설명할려면 그것만 해도 몇 시간 얘기해야 되지만 어쨌든 내림굿을 하기로 결정을 하면 그 내림굿을 해주는 무당이 신 어머니입니다. 또는 박수무당일 경우에는 신 아버지가 되죠. 그래서 내림굿을 합니다.
내림굿을 하는 준비과정도 여러 절차가 있지만 대체로 내림굿은 세 단계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에는 허침굿 또는 허주굿이라고 황해도와 서울이 다른데 말하자면 신병이 들린 잡귀 잡신을 털어 내는 것입니다. 쫓아내는 겁니다. 무속 쪽에서는 이것을 영매라고 하겠지만 어쨌든 신이 접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서 신에 의해서 휘둘리고 있는 거니까 그 가짜 주인, 허주를 내보내는 그것도 협박해서 내쫓는 게 아니라 달래면서 내보냅니다. 우리나라 무속 중에서 조사가 덜 되있는 분야가 도가쪽 무속인데, 그쪽에서는 공격적으로 귀신을 대하지만 이 무당 쪽에서는 그러질 않습니다. 이걸 달래고 구슬리고 내보내는 절차를 허주굿이라고 부르는 부분입니다. 그것을 하고 나서 내림굿을 합니다. 정식으로 큰 신을 몸에 받는 것입니다. 그럴 때 그 새끼무당에게 들어오는 정말 중요한 몸주신을 몸주라고 그럽니다. 그 신이 누구냐가 밝혀지죠. 그것을 내림굿이라고 그럽니다. 내림굿을 받을 때에 많은 신들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 솟을굿, 불림굿이라고 하는 절차를 하는데 그것은 실제로 무당으로서 첫 공수를 내리는 절차입니다. 그래서 세 부분이 원래는 하루하루 다 따로 하던 것인데 요즘은 그것을 다 한꺼번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내림굿을 하면은 그 내림굿을 해준 무당이 신 어머니가 되어서 그 무당의 집에 드나들면서 같이 살면서 모든 심부름을 하고 또 무업과 관련된 모든 것을 학습해야 되는데 그 내용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음식 차리는 것에서부터 굿상 차리는 것, 옷 만드는 것 음악 또는 노래, 무가 등 그 기술적인 것과 예능적인 것을 다 배워야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큰무당과 같이 살고 따라다니면서 심부름하면서 사실은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그런 것을 배웁니다. 그러면서 인격적으로 성숙해야죠. 그 과정에서 내림굿을 하면 그게 선무당입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할 때 그 선무당입니다. 그리고 선무당노릇을 하면서 굿을 차츰차츰 배워서 이 새끼무당이 점점 큰무당으로 되는 건데 머리가 좋지 못하면 큰무당이 될 수 없는 게, 사람이 죽었을 때 하는 진오기굿에 나오는 긴 무가가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말미라고 하는데 이 바리공주무가를 한 두시간 불러야 하는데 머리 나쁘면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 무당들은 결국 끝까지 시다노릇만 하는 무당이예요. 심부름하고 작두타고 이런 험한 일들 그리고 여러 동료관계에서도, 단골관계에서도, 사람 대하는 것에서도, 이 굿에서 하는 재능도 그렇고 여러모로 봐서 이게 재목감이다 하면은 나중에 선생 무당이 죽을 때 자기 대를 물려줍니다. 방울을 물려준다거나 그런 식으로. 한 선생, 한 큰무당 밑에서는 여러 선무당들이 내림굿을 받을 수 있고, 그러니까 내림굿을 한 신딸들이 많은 무당들은 큰무당들입니다. 신딸들끼리는 나이에 관계없이 먼저 내림굿을 받은 게 언니입니다. 그게 강신무의 세계입니다.
지난번에 설명한 강신무들이 하는 신굿(지금까지 말씀드린 내림굿도 신굿입니다)을 받으면 무당이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당이 되면 자기 몸에 들어온 몸주를 모시는 신당을 만들어둡니다. 그것은 방 한쪽 구석일 수도 있고 마루 한쪽일 수도 있고 그리고 그 신당에다가 자기에게 들어온 신을 상징하는 신물, 그게 백지일 수도 있고 그림일 수도 있고 여러 가지가 가능한데 그것을 모셔두고 아침저녁으로 냉수 떠놓고 정성 드려가면서 완전히 한집안 식구처럼 사는 것 같습니다. 여자무당에게 만일 장군신이나 관훈장신 이런 큰 남성신이 들어왔다 그러면 완전히 부부와 같은 방식으로 대접합니다. 그러면서 정성을 잘 들이면 마음이 늘 평정하고 그러면 좋은 신들이 큰 신들이 자꾸 들어옵니다. 신들의 역할 중에서 엄격하게 선신, 악신이 분화되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감신 같은 경우는 재수를 불려주고, 재석신은 특별히 아이 낳고 수명을 돌봐주고 하는 그 기능을 하고 때로는 의술신장 그런 게 들어왔다면 특별히 의술에 능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많은 신이 들어올수록 무당으로서의 자기의 능력의 범위가 넓다고 과시해서 강신무들을 존칭으로 부를 때는 만신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강신무들을 혹시 만날 때 무당께서는 어쩌고 하면 상당히 불쾌해하고, 만신님께서는 이러면 정중하게 대하는 것이고, 보통은 기자님 그러면 좋아합니다. 기자라는 말은 기도하는 사람이라는 뜻인데 절에서도 그렇게 부르고 무속에서도 그렇게 부릅니다. 무속계에서는 신자들이 같은 기잔데 이런 식으로 얘기하죠. 자, 이러한 무속의 굿 현장에서 진행되는 온갖 무속 의례행위의 내용 그리고 굿에서 무당이 부르는 수많은 무가들 그 중에서 특히 신의 내력을 읊는 서사무가들의 내용을 토대로 해서 한국무속의 세계관과 인간관을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인간중심적인 생각

그걸 왜 그렇게 정리했냐면은 굉장히 복잡하고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제가 이 원고를 쓸 때에도 자료를 일단 다 덮어놓고 내 생각에서 쓰자 이렇게 했는데 이걸 다시 논문으로 하긴 해야 합니다. 여하간 우리가 제일 중요하게 지적할 수 있는 것이 무속사상은 인간 중심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무속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이 세상이 미리부터 완성되어 있습니다. 다른 문화들의 신화, 희랍신화나 기독교신화나 또는 중국 반고의 설화나 개벽신화부터 나오지는 않습니다. 원래 그게 있었는데 사라졌는지도 모르고 또 학자들 사이에서는 또 천지개벽가 신화가 있다는 보고서도 논문으로 나온 적이 있습니다. 천지개벽설화가 창세가라는 게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창세가 속에서도 이 세상은 처음부터 완성 되어있는 것으로 스토리는 시작됩니다. 우리나라 무가에서는 세계의 시원을 찾을 수가 없고 마찬가지로 종말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무속에서의 세계는 진화론적으로 생성, 발전되어서 완성되는 그런 세계가 아니라는 겁니다. 존재의 세계, 무의 세계 또는 차안과 피안 이런 것이 이중적으로 대립되어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그런가 하면 현세와 내세가 연결 되있는가 하면 차안과 피안으로 그것도 불분명합니다. 그러면서 무속의 세계관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산을 숭배해서 신기를 더 받기 위해 산에 가서 정성을 들인다거나 높은 곳을 찾아간다거나 또 신을 받을 적에 늘 나뭇가지를 가지고 대관령 같은 데를 올라가(강릉 단오굿 할 때는 신목을 베거든요)는 경우가 있는데 또 옛날 고대신라 금관을 보면 깃털 나무 모양이 오늘날에 무당의 머리에 꽂는 깃털장식과 상징성이 상당히 유사합니다. 그런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하늘과 땅의 우주적 구조가 고대 이래에 무속의 세계관을 구성했을지도 모른다는 이런 추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속의 세계관은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설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한다고 할 때 그 논리라는 것이 이게 우리말의 논리와 영어의 논리가 사실은 다른 것이기 때문에 간단명료한 일이 아닙니다. 우리말은 상황 지향적 언어입니다. 상황을 표현하는 술어 중심의 언어입니다. 우리말의 논리는 서양식의 개인 지향적 인과율적 언어구조하고 논리가 다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논리학을 배웠네, 현대과학을 배웠네 해서 자꾸 서구식 논리체계를 가지고 과학적인 방법은 이것뿐인가 보다 하는데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논리가 다릅니다. 우리는 대화할 때에 술어만 가지고 얘기할수록 친밀한 관계가 됩니다. 그 공존하는 상황을 공유하는 것인데 예를 들면 애인끼리 어디 가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대화한다 할 때 우리 식으로 하면 어떻고, 영어식으로 어떻겠습니까. It's delicious. isn't it? Oh yes, it is. 주어, 동사, 술어가 다 나오죠. 우리는 어떻게 하겠습니까. 맛있지? 어, 맛있어. '맛있어' 라는 술어를 가지고 대화가 다 됩니다. 이렇게 상황 중심적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비유하는 방법을 쓰는 편이 좀 나을텐데 무속의 세계관을 비유한다면 태극의 음양이 상생상보하면서 윤회하는 것처럼 삶과 죽음, 사람의 세계와 신들의 세계, 빛과 그림자, 선과 악, 행복과 불행과 같은 대칭적 세계들이 단절적 또는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상보적 관계를 이루면서 윤회공존하는 것을 우주의 질서라고 보고, 그 우주적 질서가 현실로 드러나는 중심공간이 바로 사람이 살고 있는 세상이라고 보는 것이 무속의 세계관이다 이렇게 설명은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이게 상징적으로는 어떻게 나타나는가 하면 강신무의 굿판에서는 무당이 춤을 추다가 한바퀴 빙그르 돌고 나면 신의 자격이 됩니다. 신의 자격이라고 간주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위아래로 뛰는 춤을 추다가 왼쪽으로 돌면 그 다음에 아무게 아니시냐고 자기를 소개하면서 신의 자격으로 등장합니다. 요즘 무당들은 그것도 엉터리가 되어서 오른쪽으로 돌기도 하는데 원래는 왼쪽으로 돌면 신의 자격으로 가는 거예요. 우리가 왼새끼 꼰다고 그러지 않아요, 오른쪽으로 도는 이 자연의 질서, 태양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는 이 방향을 역행하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신의 자격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신탁을 내립니다. 그리고 다시 오른쪽으로 돌면 무당의 자격으로 되돌아가는 거죠. 이런 현상이 무속의 세계구조와 우주질서관의 일단이 투사된 장면이다, 이렇게 설명이 가능하겠죠.

2. 무속적 인간관

그 다음에 이러한 무속의 세계관 속에는 무속의 인간관이 함께 들어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니까 무속의 인간관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와 인간을 분리 못하는 인간입니다. 사람을 따로 떼어서, 영어중심문화권과 인도유럽 문화에서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그러니까 I자를 대문자로 쓰고 늘 주어가 문장의 중심이 되고 사람이 세계의 주인이 되고 그래서 주관과 객관으로 나누죠. 현대과학이라는 것은 주관적인 인간이 객관적인 대상으로서의 자연을 연구해서 그 질서를 알아냄으로써 과학이 발달했다고 합니다. 이게 현대까지의 과학이지만 이제 20세기 이후에 미시의 세계와 거시의 세계를 논하는 현대의 양자역학 이래의 과학에서는 그 단계를 넘어섰죠. 관찰자와 관찰대상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 한국의 인간관에서는 무속의 인간관에서는 애초부터 사람은 자연과 분리되는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무속의 인간관은 사람은 그가 속해 있는 세계와 더불어서만 사람입니다. 사람이 사는 이 세상 전부와 관련되는 그 전체 그물망 속에서 인간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이라고 하는 개념부터가 원래는 다른 겁니다. 우리말에서 인간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human being이라고 생각을 해왔죠.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말에서 인간이라는 말은 사람 사는 세상입니다. 세상에서 사람이 빠지면 세상이 불완전한 거죠. 그래서 사람이 사는 세상을 인간이라 부릅니다. 따라서 무속적 세계관과 인간관을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가능하지만 그렇게 볼 때는 서로 오해를 합니다. 무속입장에서 볼 때는 사람 사는 세상중심적 세계관이라고 보겠지만 기독교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의 입장을 볼 때는 아 사람이 이세상의 중심, 주인이라는 세계관이다 이렇게 오해할 위험이 있죠. 우리가 잘 아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의 인 개념은 그 문장을 쓰던 13세기 그때의 우리 언어에서는 그것은 사람이 아닙니다. 세상입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사는 세상이라야 참 세상이라고 보는 무속의 세계관과 인간관은 오늘의 시대상황에서는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3. 포괄적·입체적 세계관

세 번째 무속에서는 나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포괄적이며 입체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복합적인 내용의 대답을 제공하는데 그 대답조차도 교과서나 사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지식처럼 명료하게 객관화할 수 있는 규정된 사전적 대답이 아닙니다. 노래, 연극, 또 가락과 장단 춤사위, 인간과 신의 만남 같은 굿판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현실 속에서 체험을 통해서 사람들이 스스로 터득하고 스스로 깨닫게 되는 자기정체감의 내용 이것이 무속이 가르쳐주는 인간관이고 세계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무속의 인간관이 교육적 관심사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그 내용의 전달방법이 특이하다는 겁니다. 특이한 것도 아니죠, 우리에겐 자연스러운 겁니다. 무속현장의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현실이 거기 참관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감성을 형성하게 하고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 방법론적 차원에서 책보고 외우는 지식이 아니라 역동적인 방법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전달하는 메시지로서의 무속적 인간관의 의미 또한 현대교육학의 안목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실천과정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것. 우리는 메시지 내용을 자꾸 지적으로 기억시키는 것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건 전혀 다른 거죠. 나와 이웃 그리고 세상에 대한 주체적인 자존의식, 긍지 이런 것을 무속현장에 참여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하게 하고 자긍심을 키우고 강화하도록 만드는 다양한 프로그램, 무속굿은 그런 교육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도 있는 거죠. 그 프로그램을 통해서 나와 우리 모두다 주인으로서 책임을 지니고 주인으로서 역할을 지니는 이 고장, 이 터,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무속현장이 지니는 인간관 세계관 형성의 교육기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음양론적 사고방법

인간론적 세계관 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음양론적 사고방법입니다. 음양론적 사고방법이라는 것은 다 압니다. 그리고 음양론 그것은 미신,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좀더 낫게 보면 음양오행, 중국 한민족이 만든 것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음양오행적 발상방식은 동이문화권의 방식입니다. 그거 가지고 싸울려면 한참 복잡해지지만 여하간 중국사람들의 기록 속에 수나라 때 기록을 보면 벌써 동이족, 북방에서 말타고 쳐내려오는 동이족들이 오행을 한다, 이상하다, 다섯 가지 색깔로 군대를 편성하고 깃발이 다르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백제 저것들이 어떻게 오행을 알지, 이렇게 아주 놀라는 기록들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우리 학자 중에서는 공자도 우리 동이족의 것을 배워간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지나치면 일종의 문화적 쇼비니즘처럼 되기 때문에 원조가 어디냐로 싸울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원조가 어디든간에 우리가 그러한 사고방식을 수천년 전부터 가지고 살아왔다는 이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무속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 음양론적 사고방법입니다. 그러니까 음양론적 사고방법은 하나의 사고방법입니다. 우주와 사물을 관찰하고 이해할 때 그것이 하나의 이론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늘 이원적인 것이다. 겉이 있으면 속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는 겁니다. 늘 둘이 공존하면서 하나가 된다. 하늘 혼자 위대한 것이 아니라 땅이 있어서 하늘이 하늘역할을 한다. 하늘과 땅은 따라서 같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여러 가지 달리 해석되어서 조선시대 때 남성중심문화 남존여비 남자를 소천이라고 하고 여자를 땅이라고 하고 이 얼마나 차별적인 것이냐고 요즘 여성학하는 분들은 분개하지만 원래 발상방식은 그런 게 아닙니다. 하늘과 땅 그것은 서로가 서로를 규제하는 것입니다. 같이 있어야 우주가 완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따라서 어느 하나만이 규제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 상보적인 관계죠. 그리고 하나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게 기독교와 만나면 아주 어려워집니다. 기독교문화의 경우는 선과 악 중에서 어느 하나에 속해야 합니다. 밝음과 어둠 하면 어둠은 나쁜 것이고 밝음은 좋은 것이고 이렇게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 가면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목사님들이 늘 뭐라고 합니까, 영원부터 영원까지 계시는 우주의 주재자이신 하나님 이럽니다. 영원부터 영원까지, 동양적 사고방식에서 그건 있을 수 없는 겁니다. 우주의 질서를 벗어난 그러한 완벽성과 절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게 동양, 특히 무속의 특징입니다. 무속에서는 복잡하게 돌아가는 이 현실을 벗어나서 절대권력이나 절대진리는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음양론적 사고방법입니다. 그런데 그건 그 나름대로의 합리성이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선과 악도 악이 있으니까 선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는 겁니다. 그러니까 기독교에서 '게으르고 악한 여인아' 이러죠. 신랑올 때 잠잤다고. 등불 준비 못하고 잠자는 게 나쁘다고 하고 깨어 일어나라고 하고 일으킨다고 하죠. 근데 무속에서는 안 그렇습니다. 잠자지 않으면 어떻게 일하냐 하는 겁니다. 잠을 자야 합니다. 먹는 것만큼 싸는 게 중요합니다. 그게 더 합리적이 아니냐, 우리가 현실의 삶에서 볼 때는 무속의 음양론적 사고방법은 그런 겁니다. 그래서 그 균형이 깨진 것이 현실이 파괴된 것으로 보는 거죠. 이것은 무속에서만이 아니라 단군신화, 혁거세신화, 국조신화 주몽신화에 다 마찬가지로 나타납니다. 하늘과 땅이 만나서 우리의 조상을 낳았다. 남자와 여자로부터 우리 조상이 태어났다.
그 다음에 입체적 시간관, 무속의 세계관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앞에서 진화론이 아니다 그랬습니다. 시작에서 끝이 있는, 시작으로부터 점점 완성 되어가는 이러한 세계관이 아니라고 그랬는데 무속의 시간관 또한 따라서 직선적이 아닙니다. 시간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 시간의 철학이라는 영역이 있을 만큼 그 문화가 어떠한 시간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우주를 보고 현실을 보는 이해방법이 달라지지만 무속의 시간관은 직선이 아니어서 서양문화와 다르다고 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세상을 시작해서 완성이 있다, 완성해 간다 이게 종말론적 세계관이고, 시작이 있고 완성이 있다라고 볼 때에는 언제나 현재는 긴장의 상태가 계속되죠. 이 시작과 종말이 있다고 하는 세계관 위에서 서구의 정신사는 전개되어 왔기 때문에 기독교나 공산주의나 그 점에서는 똑같습니다. 종말이 중요하기 때문에 완성이라고 보니까 현실의 가치는 더 평가 절하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성질 급하게 빨리 끌어오자라고 할 때는 현실을 빨리 파괴해야 한다. 공산 혁명이 논리적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이죠. 기독교의 경우는 현실은 무가치하고 내세를 위한 준비다, 완성은 미래에 있다 하기 때문에 현세의 고통을 참게 되는 거죠.

5. 윤회적 시간론

무속의 경우는 직선적 또는 종말론적 시간관이 아닙니다. 그래서 서양문화 기독교문명권의 시간과 아주 판이하죠. 기독교 선교사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무속을 관찰하면서 한없이 야만스럽고 천박한 미개한 문화로 경멸하는 눈으로 보게 된 것은 우리가 민족주의적 입장에서 화를 낼 일이 아니고 그들의 발상방식과 세계관, 시간관이 이러하니까 무속의 시간관을 이해할 수가 없는 겁니다.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적대적으로 되기가 쉽죠. 무속의 세계관에서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의 순서를 따라서 직선적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무속의 시간구조는 현재 중심적입니다. 늘 현재 중심적이고 그 현재는 음양이 상보적인 관계로 유지되는 것이고, 그 구조는 입체적입니다. 선적이거나 평면적이 아니라 입체적입니다. 공처럼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현재 중심적이기 때문에 이게 오그라들면 좁쌀만 해질 수 있지만 번창하면 우주까지 꽉 찰 수 있는 구조입니다. 구조는 입체적이고 시간과 질의 의미는 다분히 실존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실존적이란 말은 무슨 얘기인가 하면 객관적으로 한 시간 일 초 그렇게 시계상의 시간을 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나에게 있어서 순간이 영원 같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내가 체험하는 거, 그러니까 평생 고생해서 자식 키워서 자식이 장원급제하면 부모들이 뭐라고 합니까,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죠. 그 순간, 그 한순간이 수십 년의 시간을 상쇄하는 그런 시간의 질에다 의미를 두는 거죠. 실존적인 것입니다.
양적으로 측정 가능한 물리적 시간의 기준으로는 무속의 시간관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무속의 시간관을 직선적 구조가 아닌 원적구조로 묘사할 수 있는가. 윤회적 반복, 원적인 시간관이라는 것은 윤회, 반복하는 거죠, 계속. 그렇게 볼 수 있는가. 불교의 시간관이 좀 가깝다고 할 수 있을런지. 그렇게 얘기하기도 좀 뭐합니다. 무속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별개의 것으로 인식하지를 않습니다. 그러니까 시간을 따로 떼어서 생각하지를 못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같이 생각하는 거죠. 시공을 함께 체험하는 현상이죠. 시공을 비교하거나 분할 가능한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굿판에서 연출되는 시간과 공간인식은 굿판이라고 하는 현재적 상황을 핵심으로 한 입체적 구조라고 묘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속신화에서도 굿판에서도 시공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있는 현상이 결코 아닙니다. 시간의 진행은 공간과 더불어서 이루어집니다. 서양의 철학에서 특히 실존철학 계통의 실존심리학 쪽에서는 이것을 개스탈트(gestalt)라고 합니다. 시간과 공간을 함께 보는 그 상황, 시간의 진행과 공간의 변화가 시간방향 곧 우주의 진행방향으로 진행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무속에서 시간은 곧 방향입니다. 그리고 방향은 곧 공간을 의미합니다. 무속의 세계에서는 방위는 시간을 뜻하고 동시에 자연의 질서를 뜻합니다. 그런 의미로서 오행이 나옵니다. 동서중남북 태양의 운행을 그렇게 보고 거기에 따라서 오방색 ― 동쪽이 청, 서쪽이 백, 남쪽이 적, 중앙이 황, 북쪽이 흑 ― 으로 상징합니다. 우리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사신도라는 것도 이 오행적 우주관과 관련되고, 신라의 경우 6부라고 하는데 그것도 사실은 중앙과 상하를 합해서 볼 때 6이 됩니다. 그러니까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대단히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고대문화, 삼국시대, 고구려, 조선조 때까지도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음양오행적 발상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그 전통 문화 속에 들어있는 전통적 우주관 발상방식 그것의 메시지를 읽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모든 방위는 그 자체로서 의미를 지닌 것이지 어느 것이 완전하고 어느 것은 덜 완전하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시공의 조화 곧 우주적 질서가 조화를 이루는 세계는 이상향이고 그 조화가 깨어진 세계는 고통스런 불완전한 세계다 이렇게 보는 거죠. 무속에서는 그 이상세계나 고통스런 현실세계가 시간의 직선적 질서 위에 설정되 있는 게 아니예요. 그러니까 옛날에는 이상적이었는데 지금은 나빠졌다 그러니까 옛날로 돌아가자 이런 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또 앞으로는 완전해질 테니까 빨리 앞으로 가자 이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무속현장에서는 지나간 시간에 있었던 시간을 언제든지 현재 속으로 끌어와서 재체험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만일 지나간 직선적 시간이라 한다면 현재 속에 어디에선가 있었던 언젠가 있었던 그게 올 수가 있다는 겁니다. 현재 중심적입니다. 공간적 거리도 얼마든지 뛰어넘을 수 있습니다.
현재 속에서 재체험할 수 있는 사건으로 과거의 상황을 설정하는 그런 무속의례가 대표적인 것이 넋굿입니다. 죽은 사람을 위한 굿, 그것은 파괴된 현실의 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서 꼭 필요한 조건입니다. 뒤에 그런 장면이 나올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죽었을 때 그게 교통사고로 죽었건, 객사했건, 집에서 죽었건 죽은 사람으로 인해서 그 사람이 살아있을 때의 그 인간 관계는 파괴됩니다. 그것을 굿에서 재현해 재체험함으로써 그 파괴된 것의 균형을 다시 잡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살아있을 때 내가 해결 못한 갈등이 있었다거나, 죄의식이 있었다거나, 죽을 때에 충분히 유언을 못했다거나, 죽을 때라도 내가 한마디 사죄를 했으면 좋았을 것을 이런 것이 남아있어 살아있는 사람들의 현재가 불완전해진 거죠. 그것을 다시 원상복귀 할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과거를 끌어와서 재체험합니다. 마치 지금 죽는 것처럼 더 완전하게 그 사건을 처리하는 무속입니다. 미래로 옮겨가는 시간설정의 무대는 굿판에서는 없습니다. 오직 과거의 상황이 현재 속에 재체험될 뿐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굿판은 어떻게 전위가 가능해질 수 있느냐, 바로 신성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굿판이 신성한 시간과 공간적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겁니다. 무속의 시간관, 공간관에서 보면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이상향의 위치를 설정하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과거로 설정하느냐 미래로 설정하느냐 이런 시간적 구분은 무의미합니다, 직선적 시간관이 아니기 때문에. 이상향을 어느 곳에 설정할 것이냐 하는 것도 무의미한 문제가 됩니다. 평면적 공간이어야 얘기가 되는데 무속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우주공간이 평면적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무속에서는 사람이나 귀신을 불문하고 결국 그리워해야 할 이상향의 위치는 인간의 현실세계입니다. 근데 그 현실 세계가 조화를 잃은 것이 굿판을 벌일 수밖에 없게된 현재적 삶의 상황이라고 보는 거죠. 인간의 삶의 공간은 음양적 균형과 시공간적 우주질서가 파괴된 이상향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굿은 그 파괴된 질서와 균형을 원상회복함으로써 현실을 이상향으로 만들기 위해 마련된 신성한 시공간적 상황입니다. 이런 무속적 시공간과 현세중심적 세계관은 놀랍게도 고대 국조신화의 세계관과 일치합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탐구인세, 홍익인간, 재세이화, 혁거세신화에 나오는 광명이세 등 개국이념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인간이 살고 있는 세상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현세중심적 세계관의 핵심입니다. 그것이 바로 무속의 그것과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6. 조화적 평등주의

다음에 조화론적 평등주의라고 제가 이름을 붙였는데, 무속문화가 조선조 500년 동안 유교문화와 공존을 해왔던 것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무속을 싫어했어요. 성리학자들이 왜 그랬을까,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성리학적인 우주관에서의 우주질서는 이기라고 하죠. 이기론 성리학적인 우주관에서는 이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우주가 순행하는 이치입니다. 그리고 기는 가변적인 겁니다. 그것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까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면 가을이 오고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겨울이 지나서 봄이 오고 그 이치는 부모가 있어야 자식이 있고 형이 난 다음에 아우가 나는 것이 이게 절대불변의 원칙이듯이 그게 이입니다. 따라서 조선조 사색당파가 어쩌고 하지만 그 내용인즉은 주리파냐 주기파냐 하는 싸움입니다. 그 이를 통치이데올로기의 잣대로 세울 것이냐 기를 세울 것이냐 근데 조선조는 주리파는 늘 집권의 손잡이를 잡고 왔죠. 주리적이기 때문에, 그러니까 무슨 얘기인가 하면 아버지가 아무리 못되어 먹었어도 아버지이기 때문에 아버지로 인해서 자식이 태어난 거니까 자식은 절대로 아버지를 버리거나 배신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우주적 질서, 그 이치가 가장 처음 완성되서 나타난 것이 가족제도입니다. 따라서 가족간의 질서의 원리가 바로 효입니다. 그러니까 조선조 사회에서는 효가 절대적 가치이고 불효를 제일 나쁘게 알았죠. 근데 주기론적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봄 다음에 여름이 오고 여름 다음에 가을이 오고 뭐 다 좋다, 그래서 여름이 왔다 근데 여름은 여름인데 얼음이 얼고 우박이 내리고 눈이 내린다. 이게 겨울이지 어떻게 여름이냐. 이게 주기론적인 입장입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뭐가 중요하냐 현재 추위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지, 양반이 어떻게 여름에 겨울옷을 입고 다녀 이러는 것이 옳으냐,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 철학적인 논쟁이. 근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광해군이 그렇게 해서 쫓겨났습니다. 현재 국제적인 상황에서 신의 때문에 망해가는 명나라에 계속 우리가 기대고 사는 것보다는 현실을 보자, 현실에 적응하자 이게 광해군의 정치이념이었기 때문에 광해군을 쫓아내는 명분으로 이용된 것입니다. 그렇게 성리학적 이데올로기 입장으로 볼 때 이 무속은 용납을 할 수가 없는 삶의 방식이죠. 무속문화의 현장에서는 살아있는 사람 사이에 차등을 두지 않습니다. 무속의 신들은 굿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을 똑같이 잘 대접합니다. 굿판의 문화는 무계급성 무차별성이 특징입니다. 상하의 차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남녀의 차별도 없는 것이 무속문화의 속성입니다. 이건 우리 고대사회 때부터 그랬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혼령들 사이에서도 단절적인 차등이 없는 것이 무속문화의 특징입니다. 죽은 사람도 살아있는 사람과 같이 그 현장에서 즐기고 얘기하고 맺힌 것을 푸는 겁니다.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은 언제라도 교감이 가능한 무속문화적 유대(무속적 관점에서 보면 우주적 질서의 유대죠)로 맺어져 있는 관계라고 믿는 거죠. 단 그 관계가 원만하고 건강하며 산 자와 마찬가지로 죽은 자도 만족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는 것이 무속의 조화론적 관념입니다. 살아있는 사람과 죽은 이의 혼령과의 관계가 단절적일 수 없듯이 인간과 그의 삶의 상황을 구성하는 일체의 관계도 단절적일 수 없다. 인간과 그의 환경 일체도 단절되는 게 아니다 라고 보는 겁니다. 무속에서는 사람 혼령, 무속의 신격들, 자연물들, 동물들, 문화적 산물들 일체는 넓은 의미에서 사람들의 삶의 상황이라고 하는 그물망 속에 포함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 관계라고 이해하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모든 관계는 진실이다 이렇게 보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무속세계의 모든 존재들은 우주적 질서 안에서 평등하다고 할 수 있어요. 인간, 자연, 귀신, 혼령, 각자가 나름의 위치에서 당위적 역할을 담당하는 정상적인 관계가 조화로운 관계이고, 이러한 관계질서를 회복하고 유지하는 절차가 굿의 내용이다. 그 관계가 깨지고 끊어졌다면 그러기 때문에 죽은 자가 자기를 잊고 있는 자손들에 대해서 불평이 있다면 그것을 이어주는 것이 굿입니다. 무속의 이러한 조화론적 평등주의적 속성은 따라서 굿판에서의 일상적 가치의 전도현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러니까 유학자들이 볼 때 기가 막힐 일이죠, 속상해 죽겠죠. 무속은 이 남녀유별, 생자필멸, 반상차별 같은 위계질서, 서열질서, 자연질서를 부정합니다. 그도 아니면 거부합니다. 때로는 파괴하고 농락합니다. 그러한 행위가 오히려 무속현장에는 활력과 생명력을 강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요컨대 무속문화 속에는 현실을 위계화하고 서열화하면서 지배하는 온갖 종류의 힘들에 대해서 승복하지 않으려는 저항적 자세가 있습니다. 이것이 해학과 풍자와 놀이 재담 위트 축복 같은 제의적이면서도 연희적인 다양한 종류의 위장수법 밑에 숨어서 역동적 기능을 발휘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인간세계를 불평등하고 부조화적인 현실로 몰아가려고 하는 지배세력에 대해서 순순히 승복하려고 하지 않고 순순히 따라가려고 들지 않는 것이 무속사상의 속성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난 그것을 이제 조화론적 평등사상이라고 불러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7. 현실주의적 가치관과 행동양식

끝으로 현실주의적 가치관과 행동양식입니다. 무속이 과거에 지배문화들로부터 끊임없이 탄압받으면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가치관과 행동양식에서 지배문화들이 자랑삼는 그 융통성 없는 이상주의나 원리에 의해서 결코 사로잡히려들지 않는 무속문화 나름의 야성적 본능 속에 비밀이 감춰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유교문화나 일제 식민지문화가 전형일 터이지만 오늘날의 우리사회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지배문화도 비슷합니다. 등차적으로 계층화하고 서열화하고 학교 같은 경우에 특히 그렇죠. 과거에 지배문화들은 현실적 삶의 행위를 규제하는 규범과 가치체계에 있어서 절대주의적이라는 점에서 공통됩니다. 그 절대주의는 현실에서는 실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이상적 가치, 교조적 원리 그것입니다. 그것을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한 명분으로 휘두르는 겁니다. 따라서 지배권력을 편드는 이념과 원리로부터 나오는 가치관은 언제나 현실주의적이기보다는 이상주의적이고 행동양식은 완벽을 추구하는 쪽으로만 발달하게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질적 대상과 만났을 경우에는 타협하고 절충하기보다는 말살하고 추방하려고 합니다.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을 비교평가할 때도 경직성과 공격성의 강도를 척도로 삼습니다. 이러한 이상주의적이고 원칙주의적인 가치관이나 행동양식에 맞서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나, 그럼 지배문화보다 더 철저하면 될 것 아니냐 그럴 수도 있죠. 조선조 선비들의 당쟁이 바로 그런 겁니다. 그것은 같은 족속끼리의 얘기이고 그걸 할 수 없는 입장에서는 어떻게 하느냐, 그것으로부터 도망가는 겁니다. 그 가치관 그 문화로부터. 그게 무속의 경우죠. 거부하는 겁니다. 무속은 현실을 지배하는 원칙주의의 권위를 거부하고 정반대되는 상황주의적 현실주의적 방법으로 행동양식을 사용하는 겁니다. 무속의 생존법칙이 그래서 상황지향적이고 현실주의적인 가치관과 행동양식이죠. 그러니까 좀 나쁘게 표현하면 무속의 문화 속에서는 사람이건 귀신이건 무당이건 행동양식에서 어떤 고귀한 이상이나 고상한 이념 이런 게 없어요. 그런 것을 지켜려들지 않고 그런 것이 있다고 해도 그걸 존중하지 않아요. 그리고 아주 변덕이 심하고 충동적이고 격정적이고 떼를 잘 쓰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예요. 그러니까 조선조 양반들이 소중히 여겼던 절의 대의명분 윤리 강령 염치 이념 이성 신앙 역사의식 이런 이름과 먹물 묻은 고급문화에 속하는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무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어요. 굿판은 더 말할 것도 없어요. 설사 고귀한 가치를 거론하는 경우 무당이 노래할 때 유교적인 구절을 인용하지만 그것으로 인해서 현실을 희생하자는 게 아니에요, 그것을 끌어다가 주절대면 내 평가가 좀 나아질까 하는 거죠. 저거 무식한 무당인 줄 알았는데 뭐 좀 아네, 이러면서 인정하니까 이용하는 거죠. 그러한 추상적 가치를 위해서 삶의 현실을 희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렇게까지 말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해서 고귀한 가치나 명분 때문에 목숨을 바치려들지 않는 것이 무속적 현실주의입니다. 그 대신 무속은 현실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해요. 이상과 원칙을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상황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거예요. 따라서 현실을 위협하는 다양한 종류의 힘들, 이게 관권도 있을 수 있고 산적도 있을 수 있고 돌림병도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런 힘들과 만났을 때 무속적 행동양식에서는 가능한 한 정면대결을 피하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가면서 타협과 절충을 시도해요. 무속의 현실주의적 가치관으로는 싸워서 이길 수 없는 적들하고는 싸우면 싸우는 만큼 손해니까 빨리 친해지고 화해해서 친구가 되는 것이 가장 유리한 거죠. 굿판에서는 사람보다 강한 힘이라는 점에서 큰 신이건 잡귀이건 또는 죽은 어린아이 혼령이건 다같이 밖으로부터의 힘입니다. 인간보다 강한 밖으로부터의 힘입니다. 사람보다 강한 힘을 지녔기 때문에 그들은 사람의 삶의 균형을 깨뜨릴 수 있는 위협적 존재입니다. 따라서 굿판에 찾아온 그들 모두와 타협하고 화해해야만 어렵게 꼬인 현실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고 앞으로의 위험가능성을 미리 예방할 수가 있어요. 미약한 힘이라고 해도 화가 나거나 한이 맺히거나 원망이 생기면 살아있는 사람에게 얼마든지 해코지할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죽은 어린아이의 혼령까지도 잘 위로하고 편안하게 돌려보내야 하는 거예요. 이게 유교와 무속의 차이입니다. 유교에서는 손위의 어른들에게만 제사하지 아이들은 제사지내지 않습니다. 조상의 혼령만을 모시는 게 유교의 제사죠. 그러나 굿의 조상거리에서는 어린아이들까지 다 불러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삶의 세계를 온전하게 지킬려고 하는 거예요.
굿의 뒷전, 큰 거리들이 다 끝나고 뒷전이 남는데 비참하고 불행하게 살다간 온갖 잡귀들이 등장합니다. 이걸 수비영산이라고 하는데 이들과 함께 웃고 울고 위로하면서 공감하는 절차 이것을 풀이 또는 놀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민속놀이의 대부분은 바로 굿의 뒷전, 뒷풀이에서 나옵니다. 삶의 현실에 개입할 수 있는 다양한 대상들 타자들 낯선 존재들을 포용하고 그들과 화해·동화하는 이 굿의 뒷전은 거의가 삶에서의 기쁨보다는 고통 슬픔 괴로움을 공감함으로써 서로 위로하고 위로받는 그런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무속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눈으로 볼 때는 어떻게 한국문화는 이렇게 잔인하냐 공옥진의 병신춤 봐라, 장애자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구경거리로 만든다면서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고 원래 굿의 뒷전에 나오는 겁니다. 무속의 뒷전에는 온갖 장애자가 다 나옵니다. 요즘은 그 중에서 특히 시각장애자 뭐 이런 걸로 나오지만 이 세상에 살면서 보통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고통받고 슬픈 삶을 살다가 간 그 귀신들이 찾아왔을 때 그들이 현실에 남은 한으로 현실에 해코지하지 않도록 하려면 그들을 위로하고 달래야 합니다. 그렇게 할 때 그들이 그 장애의 모습이 네가 살았을 때는 고통스러웠지만 지금 다시 보자 우스운 거다. 그렇게 같이 즐기면서 위로하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종교적 의미를 이해 못할 때에는 이게 아주 비인간적인 문화라고 할 수 있겠죠. 그러니까 한국의 문화를 이해함에 있어서 무속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안목으로는 이해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무속에서는 갈등 추방 투쟁 같은 대결적 상황에서조차도 위협하거나 제압하는 방법보다는 화해하고 타협하며 위로하는 상징적 절차를 반드시 포함합니다. 이따가 비디오에 있을지 모르겠는데, 서울경기지역 마을굿 중에 구눙거리라는 게 있는데 구눙거리는 무신입니다. 장군이미지를 가진 신으로 활을 쏘는 신인데 이 신이 마을을 수호하기 위해서 마을의 온갖 나쁜 것들을 내쫓기 위해서 활을 쏩니다. 근데 그 활을 쏠 때 사악한 힘들을 위협하고 추방하느라 쏘는 데도 활 끝에다가 떡조각을 꽂아서 쏩니다. 이것 먹고 떨어져라 하는 겁니다. 우리말의 먹고 떨어져라 하는 말이 바로 그런 데서 나오는 겁니다. 무속의 현실주의적 가치관과 행동양식이 잘 드러나는 굿의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무속의 사상적 특징은 여기서 마치고 비디오를 보겠습니다. 제가 비디오 테이프를 두 개 가져왔는데 하나는 이 강의를 보충하는 십여 분 짜리 테이프이고, 다른 것은 제가 우리나라 굿의 다양한 장면들을 뽑아서 무속을 강의하기 위해 교육용으로 만들어 놓은 게 있는데 나중에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