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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9년차.

10년이면 강산이 변할 시간이니, 조만간 결혼 10년차가 되면 나도 얼추 내공 쌓인 선수 주부가 되어야 하는 것인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처음 32평 아파트로 이사하던 날은

거실에서 달리기 할 정도로 넓다며

오바액션을 취했건만,

한 7년 살다보니 애들 짐에,

늘어나는 살림에 이제 점점 집이 좁아지려 한다.

이 시점에서~!

이사가지 않을 거라면, 뭔가 대대적인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ㅋㅋ

일단 책 한권 마련.

아직 실천해보지도 않았지만, 대충 훑어보니 상당히 꼼꼼하고 실용적인 정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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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 까사마미식 수납법

아무리 아름다운 여성도 청춘의 정기를 잃으면 시들어 버리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여 나는 사십이 넘은 여인의 아름다운 얼굴을 드물게 본다.
'원숙하다' 또는 '곱게 늙어간다'라는 말은 안타까운 체념이다. 슬픈 억지다.
여성의 미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약방문은 없는가 보다.
다만 착하게 살아온 과거, 진실한 마음씨, 소박한 생활
그리고 아직도 가지고 있는 희망, 그런 것들이 미의 퇴화를
상당히 막아낼 수는 있을 것이다.

피천득의 <인연>中 '여성의 미'

이 사회에서 아줌마는 아직 인간이 아니다. 우리가 아내, 며느리, 어머니 노릇을 '최선'을 다해서 할 때조차도 우리는 인간이 아니다. 단지 어머니거나 아내일 뿐이다. 우리가 하는 일 중에서 하나만 제대로 하지 않아도 '미친년'이 된다.

미친년, 나쁜 년이 되더라도, 집안에 분란이 일어나더라도 인간의 길을 가겠는가? 아니면 인간의 보조자로 살겠는가?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의미심장한 구절 하나가 떠오른다.

"세계를 정복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은 '일상'을 바꾸는 일이다."

-담배 피우는 아줌마 中에서 -

'상실의 시대'

흐뿌연한 안개가 자욱한..
잎이 떨어진 메타세콰이어가 양쪽으로 늘어선
길을 걷는 느낌...
책을 덮는 순간 '공허함'이라는 단어를
온몸으로 느낄수있었다.
와타나베 군.. 그리고 그 주변의 인물들은
공통적인 트라우마를 갖고있었다.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극복할수 있는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와타나베군과 그주변의 인물들은
그러기위해 몸부림치고있었다.

책을 덮고.
따뜻한 이불속을 빠져나와
베란다에 섰다.
새벽 2시.
간간히 불켜진 창을 바라보며
'와타나베'군을 생각했다.
동시에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라는 영화와
Rialto의 'Monday morning 5:19'이라는 노래가
머리속을 스쳐갔다.

'스무살'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는동안
다른 또 하나를 떠올렸다.
내가 좋아하는 '세한도'라는 시....
어쩌면...
정말 어쩌면 그 時가
상실의 시대를 읽고 쓴 독후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
.
.
끝도없이 무너져
내리는 모래더미 같은 나는

스무 해 얕은 물가에서
빛 좋은 웃음 한 줌 건져내지 못하고
그 어디
빈 하늘만 서성대고 다니다
어느새 고적한 세한도의 구도위에 서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이란
시누대처럼
야위어가는 것
.
.
.

200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