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아니 서울에 있는 맛집도 찾아다니기 어려운 이시국에

왠 뉴욕의 맛집 타령이냐고?

현실도피다 !   -.-;;

흠.. 팍팍하고 재미 없고 짜증나고 무기력한 이 일상에서 탈출했을 그때를 위한 준비다. ^^;;

뉴욕을 찾는 제1의 관광 목적은 무엇일까.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로드웨이 뮤지컬, 소호…. 모두 틀렸다. 정답은 레스토랑이다. 별의별 유명 레스토랑이 뉴욕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 음식을 맛보려고 뉴욕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디 가면 무엇이 맛있고, 값은 어떠며, 어떤 역사와 에피소드가 있는지를 알면 단 하루의 비즈니스 여행이라도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이번 호부터 뉴욕 레스토랑의 맛과 멋을 격주로 소개한다.<편집자>

뉴욕을 찾는 제1의 관광 목적은 무엇일까. 자유의 여신상,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브로드웨이 뮤지컬, 소호…. 모두 틀렸다. 정답은 레스토랑이다. 별의별 유명 레스토랑이 뉴욕에 몰려 있기 때문에 이 음식을 맛보려고 뉴욕을 찾는다는 것이다. 어디 가면 무엇이 맛있고, 값은 어떠며, 어떤 역사와 에피소드가 있는지를 알면 단 하루의 비즈니스 여행이라도 훨씬 더 재미있을 것이다.

이번 호부터 뉴욕 레스토랑의 맛과 멋을 격주로 소개한다.<편집자>서울에서 뉴욕은 비행기로 대략 13시간 걸린다. 이 지겨운 시간에서 풀려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레스토랑은 어디 없을까. 뉴욕을 상징하는 센트럴 파크에서 두 블록만 걸어 내려오면 57번가의 르 파커 메리디안 호텔을 만난다. 이 호텔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노마스(Norma’s)’라는 레스토랑이 그곳이다.

주인인 노마 파커(Norma Parker)의 이름을 딴 노마스를 ‘뉴욕의 맛집’으로 처음 소개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서울에서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뉴욕에 발을 디딘 사람들에게 생기를 돋워주는 데 안성맞춤인 식당이기 때문이다.

오전 6시30분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노마스는 아침 식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신선하고도 리필이 가능한 커피와 오렌지 주스를 제공한다. 이 음식들은 「뉴욕 매거진」(1999년)과 음식 잡지 「자갓」(2003)이 선정한 ‘뉴욕의 최고 아침 식사’로 꼽히기도 했다.

시차 극복에는 수분 부족을 메워 주는 물과 비타민C가 좋다고 하지 않던가. 환하고 정겨운 분위기, 자상한 중년의 아저씨 웨이터들, 은은한 재즈 또한 뉴욕의 상쾌한 아침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한몫한다.

“엄마는 이 요리를 못 만든다”

노마스는 물론 호텔 안에 있다. 높은 천장과 깔끔하게 세팅된 테이블들이 있으며, 말끔하게 차려입은 웨이터들이 접대를 한다. 다른 뉴욕의 레스토랑과 달리 노마스는 테이블에 흰 천을 깔지도, 흰 접시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심플한 테이블과 컬러풀한 접시·커피잔은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노마스에는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재미는 단순히 메뉴가 많기 때문만은 아니다. 노마스만의 창조적인 맛과 스타일이 첨부된 미국식 아침 요리에는 제각각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름이 붙어 있다.

노마스의 메뉴는 음식 종류에 따라 섹션별로 나뉜다. 첫 섹션인 ‘맘 캔트 메이크 디스(Mom Can’t Make This)’에는 이 식당에서 첫손에 꼽히는 ‘와자(Waz-Za?)’나 ‘와플 토스트(Waffling Toast)’를 포함해 와플이나 프렌치 토스트·팬케이크 등이 있다.

‘Mom Can’t Make This.’ 엄마는 이 요리를 못 만든다? 평균적인 미국인의 아침 식사는 대부분 빵 종류가 주가 되는데, 보통 엄마들이 바쁜 아침에 급하게 내놓는 단순한 토스트나 팬케이크와 달리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제공해 주고 싶고, 그럴 수 있다는 것이 아마 노마스의 생각인가 보다.

붙여서 읽으면 ‘엑설런트(excellent)’로 들리는, 계란 요리로 이뤄져 있는 두 번째 섹션이 ‘에그스 셀런트(Eggs Cellent)’이다. 이 섹션에서 눈에 띄는 요리가 ‘더 질런 달러 랍스터 프리타타(The Zillion Dolla Lobster Frittata)’다. 계란과 랍스터 위에 얹힌 값비싼 캐비어 양에 따라 가격이 100달러 또는 1000달러로 매겨져 있다.

웨이터 말에 따르면 6개월 전부터 이 메뉴를 선보였는데 1000달러짜리 요리는 고작 네 번 팔렸다고 한다. 그의 말이 걸작이다. 1000달러 계란 요리는 캐비어 낭비, 돈 낭비일 뿐이라고.

노마스의 환상적인 경험은 음식과의 첫 대면에서 시작된다. 웨이터가 접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순간 아무리 배가 고픈 사람일지라도 잠시 멈칫하게 된다. ‘Waz-Za?’의 동그란 와플 위에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놓인 바나나, 그 위의 붉은 색의 크림불레, 그리고 왕관처럼 제일 위에 얹힌 블루베리는 한 송이 꽃을 연상케 한다.

망고와 파파야를 속에 넣고 돌돌 만 시나몬 크레페, ‘망고 파파야 브라운 버터 시나몬 크레페(Mango-Papaya Brown Butter Cinnamon Crepes)’ 역시 접시 위에 뿌려진 하얀 눈 같은 파우더 슈거, 시나몬 스틱, 그리고 꽃이 함께 멋스럽게 어우러져 포크를 쉽게 갖다 대지 못하게 한다.

‘한 시간 대기’ 예사

또 하나의 추천 메뉴인 ‘매직 머시룸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Magic Mushroom Grilled Cheese Sandwich)’는 샌드위치를 한 조각씩 잘게 썰어 한입에 쏙쏙 넣을 수 있게 해 준다. 함께 식사하는 상대가 회사 상사든, 연인이든 노마스에서만큼은 당신이 최대한 깔끔한 식사 에티켓을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노마스의 메인 요리사인 에밀 카스틸로는 그의 요리를 먹는 이가 주위에 신경을 쓰지 않게끔 만드는 재주가 있는 듯하다. 제 아무리 남의 눈을 의식하는 사람이라도 노마스의 환상적인 두 번째 경험, 음식을 드디어 입에 넣어 맛을 음미하는 순간 체면을 잊은 채 두 눈을 감고 ‘으음~’ ‘오오~’를 연발하게 된다.

사진도 없이 요리 이름과 설명만 들어도 벌써 입에 침이 고이니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뉴욕에 온 당신이라면 노마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환상적인 체험에 꼭 한 번 동참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빡빡한 스케줄 때문에 아침 먹을 시간이 없다? 오후 3시까지 아침을 서빙하는 노마스에서는 이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뉴욕의 많은 레스토랑이 브런치를 주말에만 서빙하는 것과 달리 노마스(점심을 겸한 아침 식사)는 일주일 내내 한결같이, 오후 3시까지 연다. 그러나 오후 3시 이후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점심이나 저녁 식사가 따로 없는 노마스는 오로지 아침 메뉴와 거의 다를 게 없는 브런치 메뉴에 그들의 이름을 건 것임에 틀림없다.

뉴욕의 한 음식 평론가는 노마스의 살아 있는 아침 식사를 노벨 평화상에 비유했다. 그의 비유는 노마스에서 얻는 시각·후각·미각의 짜릿함과 행복이 오래 지속해 하루 전체를 밝혀 줄 것이라는 약속과도 같다. 노마스의 윕 크림과 초콜릿 가루가 뿌려진 달콤한 핫초코나 초코라테를 마시고 어느 누가 상쾌하고 활기찬 하루를 맞이하지 않겠는가.

노마스에 갈 때 명심해야 할 것이 한 가지 있는데, 바로 시간 선택이다. 가장 붐비는 때는 회사 점심 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2시 사이, 그리고 주말. 이 시간에 노마스를 찾은 당신은 우선 붐비는 호텔 로비를 보고 한 번 놀랄 것이고, “한 시간 이상 기다리셔야 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마스	매직 머시룸 그릴드 치즈 샌드위치.	와자.
망고 파파야 브라운 버터 시나몬 크레페.	프렌치 토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