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홍밥사 (logihong@empal.com)

출처 : 삼성그룹 웹진 삼성월드

기업을 멍들게 할 수 도 있다. '근본적인 변화가
아니면 죽음'(Deep Change or Slow Death)'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따라서 불황기에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고 성장의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 대안으로 트렌드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신속한 대응을 제안한다. 새로운 한해의 계획을 세울 때 트렌드가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렌드에는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에 신규수요를
수반하고, 하나의 유행 현상이기 때문에 고객들은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이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다면 불황기에도 높은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원리이다. 또한 트렌드는 기업전략의 방향성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내년을 계획해야 하는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 기업들이 인식해야 하는 중요한 트렌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기저에 깔려 있는 동인을 확인하면 트렌드의 방향성을 알 수 있다. 또 앞서 말한 것처럼 트렌드를 정확히 읽기 위해서는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의 트렌드를 예측해야 한다. 즉 2004년의

연속선상에서 2005년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2004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우리사회와 경제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적인 동인들이 있었다. 기업경

영과 관련있는 중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2004년의 트렌드를 확인해보고 2005년의 트렌드를 전망해보기로 하자.

첫째, 최근의 트렌드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동인은 경기 불황이다.
경기는 고객이 피부로 직접 느끼는 부분이기 때문에 생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나빠지면 고객들은 가격에 민감해지게 되고 기업은 이에 대응해서 가격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치게 된다. 이러한 추세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면 하나의 트렌드가 된다. 그 결과로 올해에는 초저가 화장품, 초저가 횟집, 초저가 대리운전 같은 '초저가 트렌드'가 기업경영의 틀을 이루었다. 초저가와 관련된 상품의 매출이 20%이상 증가했다는 신문보도가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내년까지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국내 경제가 더욱 불투명한 국면으로 진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에 OECD에서 발표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은
예상치를 밑도는 4.5%로 하향 조정되었다는 것은 이를 암시하는 대목이다. 경기저하라는 동인은 단기적으로는 가격과 관련한 트렌드를 만들지만 이것이 장기화되면 새로운 흐름이 생긴다. 바로 고객들이 지갑을 여는 데 점점 더 신중해진다는 것이다.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의 사례를 보면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일본 소비자들은 상품 선택을 훨씬 까다롭게 했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가격으로

경쟁하다 보니 가격은 더 이상 차별화 요소로 작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새로운 차별화
요소가 필요하게 되었다. 불황이라고 해도 단순히 싼 물건만으로는 시장에서 호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좋은 물건의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 끊임없이 원가절감 노력을 하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것은 혁신을 통해서 가능해질 것이고 따라서 사회전반에 혁신이라는 키워드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다시 말해 '혁신 트렌드'가 성행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향후 고객은 정말 좋거나 꼭 필요한 것만 소비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불황이 장기화되던 2000년 전후로 가격을 무기로 사업초기에 대히트를 쳤던 일본의 유니클로도
제품의 다양성 부족과 품질문제로 금세 고객의 외면을 받았다.

또 경기저하와 관련하여 이미 혁신을 이뤄 성공을 거둔 타업체의 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오는 '프랜차이즈 사업' 이 보다 활성화될 것이다. 프랜차이즈는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해 낮은 가격을 구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품질 역시 일정하게 유지,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입장에서도 확실한 선택을 위해서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것이다.

둘째, 기업 경영과 관련하여 2004년에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변화는 건강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이다. 이러한 관심은 '웰빙 트렌드'로 우리
사회를 주도했고, 이 트렌드에 잘 대응한 제품들은 히트 상품이 되었다. 웰빙의 컨셉트로 마시는 음료의 개념을 바꾼 K사의 자양강장제가 40년 동안 쌓아왔던 D사의 아성을 위협했다. 이뿐인가? 올 한해 동안 검은콩우유, 녹차빵, 유기농 과일 등 무수한 웰빙관련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거의 대부분이 히트 상품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근본적인 삶의 방식의 변화이기 때문에 '웰빙의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에 발표한 2005년의 10대 트렌드 중에 하나로 웰빙을 꼽고 있는 것을 봐도 그렇다.

따라서 내년 역시 '웰빙 트렌드'가 다양화되고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음식료 부분만 아니라 다른 분야로도 '웰빙 트렌드'는 다양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가장 밀접하게 접하는 컴퓨터 모니터, 의자와 가구, 의류와 패션잡화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웰빙 트렌드'가 퍼져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고혈압에 좋은 와인, 피부에 좋은 맥주, 혈액순환에 좋은 신발? 결코 상상 속의 얘기만은 아니다.

여기서 관심을 가져야 할 다른 트렌드의 요소들과의 관계성이다. 웰빙은 경기침체와 상호 작용하여 보다 현실적인 방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만 충분하지 않다. 건강+합리적인 가격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다. 트렌드가 탄생하는 초기에는 하나의 새로운 유행으로 주목을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의 다른 요소와 상호 교류하며 조금씩 진화해나가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또 한가지 가능성 있는 트렌드는 '안전 욕구의 증대'이다. 유영철 사건, 잦은 부녀자 납치 사건 등으로 야기된 치안에 대한 관심, 광우병, 다이옥신 파동 등에서 나타난 불신 풍조는
안전추구 경향으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안전 관련된 새로운 트렌드들의 출현을 예상할 수 있다.

셋째, 2004년에 가장 주목할만하고 독특한 트렌드의 동인은 '온라인을 통한 자기 노출 욕구 증대'일 것이다. 올해는 미니홈피, 블로그 등이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이용되기 시작한 한해였다. 여기서 가속화된 '온라인을 통한
자기 노출 욕구 증대' 는 이미 사회의 트렌드가 되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솔직히 털어 놓고 싶은 잠재적 욕구가 인터넷의 발달로 분출될 매체를 갖게 된 것이다.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보여 주는 것이 거리낌 없는 일상이 되었다. 자신이 어느 곳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어디를 여행했는지, 취미생활로 무엇을 하는지를 누구나 알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고 타인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트렌드가 생긴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시간이 지나면서 다음 2가지의 흐름을 가지고 발전되어 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자기 노출 욕구'는 일상의 사소한 부분에서 벗어나 질적으로 개선되어 그 역할이 개인 브랜드나 기업 홍보의 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에게 블로그와 미니홈피가 점차 진솔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매체로 인식되어 그 영향력이 날로 더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모 포털 사이트의 몇몇 개인 블로그는 일 방문자 수가 3만~4만 명에 이르는 곳도 있다. 수십억 원의 광고비를 들이고 있는 유명 종합쇼핑몰들의 일방문자 수가 10만~20만 명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사실이다.

한편으로 '자기 노출 욕구'가 점차 제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시간이 지나면서 익명의
대중에게 자기를 무조건 노출한다는 사실에 대해 부담을 느끼게 되어 점차 정보 노출을 꺼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비단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한정되지 않고 점차 다른 영역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얘기다. 점점 더 고객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노출하는 데 신중해진다는 의미이다. 최근에 바이러스 퇴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는 한 기업이 신규 고객들에게 주민등록번호가 도용되고 있는 사이트를 찾아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는 후문이다. 향후 기업의 입장에서는 고객을 파악하는 데 그만큼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넷째, 감성 소구 및 원초적인 본능에 대한 자극이 많았던 한해였다. 마음을 자극하고 본능을 자극하는 트렌드를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올 한해 동안 오감을 자극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감성 마케팅'이 기업의 주된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잡았다. 이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느낌에 호소하는 것이 소비자들을 더 잘 설득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케팅 분야 뿐만 아니다.
올해 들어 유행했던 이종격투기는 어떤가? 이종격투기를 보여주는 레스토랑이 생길 정도이다. 거의 본능적인 느낌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사람들이 복잡한 것을 싫어하고 쉽게 판단하기를 원하는 욕구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2005년에 이 트렌드는 다른 색깔의 옷을 입고 더욱 심화,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객은 합리적인 면과 감성적인 측면 모두 가지고 있어 신중하면서도 정서적인 만족에 지출에 관대하다. 이러한 추세는 산업화로 인한 환경오염과 복잡한 대도시의 생활은 현대인들에게 좀 더 느리고 단순한 자연주의적 삶을 동경하는 트렌드를 발생시킬 것이다.

또한 감성은 오감의 만족을 넘어 인간적인 것을 추구하는 트렌드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사회의 체계가 완비될 수록 사람들은 마음의 위안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획일화되고 시스템이
지배하는 세계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것은 진정한 인간성에 대한 추구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에 유행하는 '아빠 힘내세요'라는 광고 카피는 가족애를 통한
인간성 회복을 키워드로 강조해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다섯째, 이외에 고려할 수 있는 트렌드를 간단히 살펴보자. 기업간의 무한
경쟁에서 시장의 파이를 키워 서로 나누는 상생의 트렌드가 동종업계뿐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이종업계간의 결합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다. 삼성전자가 스타벅스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삼성전자 리빙 프라자 내에 숍인숍(Shop In Shop) 매장을 선보였다. 서로 도움이 되면 업종에 상관없이 협력을 도모하는 마인드가 점점 기업경영의 기본적인 마케팅 방법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업종의 복합화 및 서비스 결합 트렌드도 심화될 것이다. 영화관, 식당, 의류상가, 수족관을 한 장소에서 즐길 수 있는 복합쇼핑몰, 커피 · 허브 복합점 , 사무용품 · 인쇄 할인점, 미용실 내 네일숍 등이 대표적이다.

귀찮은 것을 싫어하는 고객에게 관련 서비스를 원-스톱(One Stop)으로 한 곳에서 제공하는 현상 역시 보다 보편화될 것이다. 기술 발전을 통한 결합 서비스도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이다. 결합 서비스는 시장의 정체에 기인하는 트렌드이다. 소비시장이 정체되면 기업은 신규서비스 개발보다는 기존의 서비스를 통합하는 결합서비스를 통해 자사의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을 취하게 된다.

또한 2004년에 본격화된 주5일 근무제가 2005년에 더욱 본격화되면서 외식 문화가 확산되고 쏟아져 들어오는 수입먹거리가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생활수준 향상, 부부만을 위한 커플 비즈니스, 자기계발 등이 새로운 트렌드 역시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주요 트렌드로 정착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 못하는 기업들은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려 결국 퇴보의 길을 걷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글_홍성준 / 마케팅전략 지식그룹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