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밤 늦게까지 나눈 별밤의 대화와 시설이 좋지못한 희운각의 대피소 잠자리가

모두를 불편하게 했지만 새벽은 변함없이 열린다.

어제먹다 남은 밥에다 라면국물에 김치를 비롯한 여러가지 반찬을 넣어서

끓인 부대찌게로 아침을 해결한다.

그렇게 화창하던 하늘에 구름으로 몰려오고 있다.

 높은 산정의 일기는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것이 오랫동안 산행한 경험이다.

컨디션이 좋은 5명은 공룡능선 코스로 , 좋지못한 4명은 천불동 코스로 무너미
고개에서 나누어진다.

공룡능선은 외설악과 내설악을 남북으로 가르는 설악산의 대표적인 능선으로서,
그 생긴 모습이 공룡이 용솟음치는 것처럼 힘차고 장쾌하게 보인다하여
공룡릉(恐龍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공룡릉은 보통 마등령에서부터 희운각대피소 앞 무너미고개까지의
능선구간(5.1km)을 가리키는데,
설악산을 거쳐가는 백두대간의 등줄기인 이 능선을 경계로
동쪽지역을 외설악, 서쪽지역을 내설악이라 부른다.

신선봉을 거쳐 도착한 노인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비경에 젖어든다.
천화대(天花臺)는 노인봉( 1120m)에서 비선대쪽으로 뻗어내린 약 20여개의
바위암릉 연봉을 말하는데 천불동계곡의 지류인 설악골과 잦은바위골을 가르며
비선대부근까지 흘러내린 이 바위능선에는 석주길,염라길,흑범길 등의
유명한 암릉코스가 있고 천화대(天花臺)에 우뚝 솟아오른 범봉은
설악산 암릉의 상징이라 할만큼 수려하다.

1275봉에서 휴식과 함께 걸어온 뒷 자락들을 메모리에 입력시킨다.
1275m봉은 공룡릉의 한가운데에 있는 봉우리로서 공룡릉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1
275m봉까지는 급경사 내려막 길이다.

나한봉(1,250m)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왼쪽(동쪽)으로 천불동계곡의 지류인 설악골이 내려다 보인고
오른쪽(남서쪽)으로는 가야동계곡으로 흐르는 작은 계곡이 시작된다.
이곳에서 지계곡을 따라 가야동 계곡쪽으로 10분 정도 내려서면 물을 구할 수 있다.

 마등령에서 라면으로 점심식사를 마치고  비선대로 향한다.
비선대까지는약 4.1km의 거리로 내려가는데는 2시간 20분 가량 걸리는 상당히 가파른 길이다.

금강굴과 천불동계곡의 갈림길을 거치고 비선대를 거쳐 설악동 소공원으로
내려오는 길이 지겹고 피로가 겹치고 걸음걸이가 무거워 짐을 느껴진다.

맑은 공기 때문인지 아침 일찍 상쾌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어나서 북어국으로 아침식사를 마치고
가야동 계곡으로 방향을 향한다.

"수렴동대피소 바로 앞에서 구곡담계곡과 합쳐지는
가야동계곡은 설악산의 다른 계곡에 비해 아주 부드럽고 완만하며,
특히 가을 단풍의 아름다움으로 이름이 높다.

공룡능선과 용아릉 사이에 있는 이 계곡은 대청봉에서 발원한 물줄기로서,
계곡의 초입인 수렴동 대피소에서 희운각대피소까지 6km 정도 이어진다.
현재 국립공원관리사무소에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수렴동계곡을 거쳐온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대청봉에 바로 오르기 위해
구곡담계곡으로 가기때문에 이 계곡은 다른 곳이 붐빌 때에도 한산한 편이지만
희운각대피소까지 오르는 동안 냇물을 수십번 건너야 하므로 비가 온 직후에는
절대 이 계곡에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한폭의 동양화를 축소한 선홍빛으로 물든 단풍과 명경지수의  계곡이
우리들의 발걸음들 더디게 한다.

싸늘한 날씨지만 중간 어느지점에서 비데도 아닌 알탕을 실시했다.
솔직히 미안한 맘도 있었지만 가야동의 자연이 정화를 잘 해 주리라 생각을 하면서
나 자신을 위로한다.

어느덧 가파른 오르막의 심호흡과 함께 봉정암 입구에 도착하니
때마침봉정암에서 점심 공양을 신도 및 모든 산행인에게도 베풀고 있다 .
덕분에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고 그냥 가기가 그래서 와불 선금을 지불하고서
가파른 소청봉으로 향한다.

소청대피소에 도착 감자전과 동동주를 마신다.
여기가 어딘가 ? 가격은 얼마라도 좋다.
이런 운치를 맛볼 수 있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운인가..

멀리 아름다운 장관들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해에 위험을 동반한채 정복했던 용아장성능과 공룡능선의 아름다움,
신비함에 잠시 넋을 잃는다.
왜 설악산에 자주 와야 하는지의 정답을 여기에서 찾는다.

중청대피소를 거쳐 대청봉에 도착하니  매서운 바람이 우리들을 반긴다.
조천 최부자가 부럽지 않은 내가 왕이 된 기분이다라고 표현을 해야할까?
대청봉에서 집사람에게 안부전화를 하고서 희운각으로 향한다.

희운각 대피소는 만원으로 임시 천막까지 꽉 찬다.
방한복,방풍복까지 껴입은 추위지만  
머리 위의 밤하늘에 반짝이는 수 많은 별들의 속삭임속에서
마시는 동동주와 반복되는 우리들의 의미없는 대화로
산행 2일차가 저물어가는 것이 마냥 아쉽기만 하다.
 

10월 13일 23시 '04년 가을 설악산 산행을 위한 출발지인  울산역으로 향한다.

4박5일간의 긴 종주기간이라서 그런지 울산역까지 배웅해 주는 집사람의 우려섞인

소리가 예사롭지 않지만 건강하게 잘 다녀오겠다고 약속을 하면서 돌려보낸다.

9명의 직장동료들 집결이 완료되고 23시 23분발 청량리 열차에 몸을 싣는다.

역시 여행은  완행열차를 타고가야  제맛이 나는 것 같다.

예약된 좌석을 앞뒤로 방향을 조정을 하고 야간 열차여행 준비를 마친다.

그 동안의 모든 것을 잊고 떠나는 여행,
출발하는 모두의 마음에 설레임이 가득함을 느낄 수가 있다. 
준비한 풍성한 족발 안주에 소주잔이 정답게 돌아간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밤 열차의 정다운 분위기속에서 초록병사가 쓰러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10월 14일 02시 40분에 영주역에 도착하여 03시 10분발 강릉행 열차로

바꿔타고서 피곤한 몸을 가눈지도 잠시 정동진 역을 거쳐 07시에 강릉역에 도착

 미리 대기한 랜터카로 속초로 향한다.

속초 바닷가에 위치한 곰취 매운탕으로 유명한 옥미식당에서 아침을 해결하고

살아있는 싱싱한 돌문어 5마리를 구입하고서 출발, 울산바위를 뒤로 하고 미시령을
거쳐 인제군 용대리에 도착한다.

여기서 백담사까지는 약 7km, 우리들은 백담계곡의 명경지수와 가을 단풍 향기에
젖고자 세멘트 포장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9대의 중간형 버스가 부지런히 가을 손님들을 실어 나르고 있는 것이 도보로
이동하는 우리들에겐 스트레스였지만  여긴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가?

백담사 가는 길

시인이 갔던 길을

왕이 가고 왕이 갔던 길을

내가 간다 내가 갔던 길을

내 아들이 갈터이다

길은 한 줄기이지만

이렇듯 많은 사람이 간다

내가 가는 길이 바르지 못하면

나의 후배도 바르지 못할 것이다

가고 오는 것이

개인의 사유이지만

오늘 내가 가는 길은

가을의 끝자락이다

계절의 변화야

알 수 없겠지만 단풍이 물들고

낙옆이 스러지는 것을 보니

가을이 깊어감을 안다.

백담사를 거쳐 수렴동 계곡을 향하면서 푸르디 푸른 맑은 물과 가을 햇살에

빛나는 선명하고 화려한 단풍들이 계곡 전체를 물들이는 풍경에 사로잡혀

잠시나마 무아지경에 젖어든다.

수렴동 대피소에 도착 여장을 풀고  심호흡을 하면서 히튼치든의 맑은 공기로
폐를 Cleaning 한다.
 

돌문어가 코펠에서 빨갛게 다리부터 익어감과 동시에 초록병사가 또 쓰러진다.

자연과 술 그리고 여유와 풍경이 함께 하는 설악산 산행의 첫날은 저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