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차에 타자 비발디의 사계가 정신없이 흐르고 있었다.

'어느 계절이게?'

나는 음악보기를 돌같이...아니 돌보다도 더 못하게 보는 사람이다.

그런 나에게 어느 계절이냐고 묻다니.

'몰라.'

'들으면서 상상해 봐. 어느 계절인지'

'겨울?'

그 소리는 마치 캄캄한 어둠속에서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

'아닌데'

'음...그럼 여르음~?'

속으로는 약간 짜증이 났지만 대답해줬다.

눈보라치는 겨울이 아니라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폭풍우 치는 여름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 3악장이었다.

겨울을 번갈아 틀어주며

'난 사계 중에서 이 곡들이 제일 좋아. 머리아플 때 들으면 마음이 가라앉아'

남편은 나와 달리 감수성이 풍부하고 음악, 미술, 문학을 좋아한다.

가장이라고 매일 매일 회사, 집을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만 하는 사람인데

그래도 여전히 음악을 듣고, 시간이 나는 틈틈이 책을 읽는다.

그에 비해 나는 정말 메말라 바스러지는 것 같다.

" 이 구두가 낡아서 너무 아까워. 게다가 수선도 할 수 없고... 3만원 주고 6년 신었으니 오래는 신었지"

이런 저런 일상사를 이야기 하다 내뱉은 내 말에 상대방의 눈빛이 달라졌다.

'무슨 저런 궁상을...얘 돈 좀 쓰고 살아'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갑자기 불편한 마음이 들면서

" 이 신발이 내가 가지고 있는 몇십만원 준 구두보다 훨씬 편해.

공적인 업무가 있어서 차려 입어야 하지 않으면 늘 이 구두를 신었어"

변경같은 설명을 하고 있는 내가 앉아있다.

그 말을 듣고서 상대방의 표정이 그 말 이해한다는 듯 변한다.

"맞아. 발에 착 감기는 신발이 있지. **백화점에 &&브랜드가 입점했더라.

신발이 정말 편안하던데. 한 번 가봐"

만남을 끝내고 돌아와서는 아직도 내가 왜 그렇게 느꼈는 지 모르겠다.

나와 상대방의 어떤 관계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나는 누구의 시선을 생각해서 물건은 사지 않는다.

그게 가격이 얼마든 필요하면 사고, 필요하지 않으면 안 사고..

기준은 항상 '내가 만족하나?'였는데

갑자기 남의 기준에 내가 잘못한 것 같이 불편해 하다니....

한 사람이 손바닥만한 클러치백을 들고 왔는데

그 것이 몇백이나 하는 샤*이라는 것을 못 알아 본 사람이 나 혼자여서 그랬을까?

아니...난 늘 못알아 봤고, 앞으로도 못알아 볼 가능성이 높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