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 시장 vs 판매자 시장’ 상황 따라 전환
2015년 미국이 LNG소비 1위국으로 부상할 듯

세계 1차 에너지원별 소비 중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25% 정도이다. 그리고 국제간 가스거래중 LNG 형태의 거래가 대략 1/4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에너지 시장에서 LNG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LNG시장은 매 10년마다 수요가 2배로 성장하는 놀라운 추세를 보여 왔으며, 앞으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왜냐하면 LNG는 파이프라인 가스와 달리 천연가스 공급의 지리적 제약을 뛰어 넘어서 대륙 간 거래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가스전 고갈에 따라 파이프라인 가스로 공급하던 체계를 LNG로 대체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북미지역 내 가스매장량 부족과 영국 북해가스전 고갈로 인하여 부족한 가스공급량을 점차 LNG로 대체하려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그리고 인도, 중국 등과 같은 신규 LNG시장의 발흥이 더욱 확산될 것이며, LNG는 에너지 시장에서 더욱 비중이 커지면서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세계 LNG시장 수급 전망

2000년 세계 LNG 수요는 약 1억 톤에 불과하였지만, 전망치를 보면 2005년 1억5천만톤, 2010년 2억7천만톤, 2015년 3억7천만 톤으로 연평균 10%에 달하는 고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실제 수요량은 이보다 훨씬 증가할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LNG 총수요의 증가와 함께 세계시장의 지역간의 시장 점유율 변화이다. 2000년까지 70% 이상의 LNG 수요를 보였던 아시아지역의 시장 점유율이 2010년 이후부터는 50%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유럽 LNG시장의 급신장 때문이다. 이렇게 향후 LNG는 아태지역으로부터  대서양지역으로 중심 시장권이 이동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표 1참조>

반면에 현재 운영중인 액화플랜트는 아태지역 7270만톤, 중동지역 3390만톤으로 합계 1억660만 톤이다. 여기에 빠져있는 아프리카(알제리 2800만톤, 나이지리아 1200만톤), 중미(트리니다드 토바고 1200만톤) 등을 합하면 약 1억5900만톤으로 현실적으로는 수급의 균형을 이루어간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건설중인 액화플랜트는 아태지역 1310만톤, 중동지역 1270만톤이며, 계획중인 액화플랜트는 각각 6000만톤, 8000만톤이다. <표 2 참조>

‘셀러마켓’과 ‘바이어 마켓’

따라서 계획중인 이들 액화플랜트는 셀러들이 미래 수요와 시기를 맞춰 사업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수급 불균형은 시기 조절에 실패한 경우에 발생하는 1~2년간의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 공급설비 완성에 맞추어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면 바이어에게 유리한 시장상황으로, 수요에 맞추어 공급설비가 따라주지 못하면 셀러에게 유리한 시장상황으로 바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최근 관심을 끌고 있는 ‘LNG 시장이 과연 Buyer's market이냐?’ 하는 논쟁에 관한 것이다. 먼저 이에 대한 대답은 ‘Nes(No+Yes)’이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총론적 의미에서는 수급불균형 정도의 정태적 분석을 통하여 ‘Seller's market이다 Buyer's market이다’ 라고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스공사 가스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아태지역의 수요는 수년간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에 2010년까지 연간 200만 톤 이상을 공급할 수 있는 대형 프로젝트는 크게 증가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바, 2010년 추가수요를 대상으로 한 도입계약은 상대적으로 조건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놓고 이른바 ‘seller's market’으로 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제 LNG 도입계약 협상에 있어서 작용하는 변수는 이보다 더 복잡한 동태적 분석을 요구한다. 즉 어느 회사의 LNG 도입계약 필요 시점과 해당 프로젝트들의 공급가능 한 시점이 언제인가 하는 것이 협상력을 좌우하는 가장 결정적인 변수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또 1~2년 간격으로 상황이 반전되기도 한다. 장밋빛으로 보이던 시장 상황일지라도 다른 회사가 앞 서 좋은 조건의 프로젝트를 계약해 버리면 상황은 갑자기 역전될 수 있다. 따라서 시기 결정이 아주 중요하다.

아태·대서양 지역 구분 사라져

이러한 가운데 향후 LNG시장은 아태지역과 대서양지역의 구분이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 지역 시장이 확대되면서 접경지역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결국 LNG시장도 석유시장처럼 가격신호(Price signal)가 지역간 시장에 영향을 미치며 세계 전체의 수급을 조절해 나갈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역 단위의 시장 분석은 한정적인 의미만을 갖게 될 것이다. <표 3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태지역의 역내 수급 상황을 보면 점 점 더 비싼 수송료를 지불하더라도 아태지역 밖으로부터 LNG를 도입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는 앞으로 대서양지역 바이어들과 경쟁 관계에 서게 될 것이다.

미국 LNG시장 주시해야

한편 Deutsch Bank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15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LNG 소비 제 1위국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표 4 참조>

아태지역에 접한 LNG 수입국들이 미국 LNG시장의 움직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연간 약 5억톤 규모의 천연가스를 소비하는 미국이라는 거대 가스소비 지역에서 파이프라인 가스 고갈에 따라 그것을 LNG로 수입 대체한다면, 단기간에는 LNG 공급능력 제약 하에서 스팟 거래가격 상승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Henry Hub 가격은 아시아지역으로 도입되는 LNG 가격 보다 훨씬 불규칙적이며 상승 폭이 크다.

앞으로 이러한 가격 불안정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결국 향후에는 미국 내 시장(Henry Hub 또는 NYMEX)의 가스거래가격이 아태지역에서의 LNG 현물시장(spot market)의 지배가격으로 등장할 것이다.

World Gas Intelligence 2005년 2월 9일자에 보도된 실제 기사를 보면 “...Boston Citygate에서 거래되는 가스가격이 일시적으로 $26.21/mmbtu를 기록하였다...”고 기술되어 있다. (참고로 동기간 아시아지역 LNG spot가격은 6~7$이었음) 따라서 미래에 동절기 수급 조절을 위해 우리가 구매할 수 있는 LNG spot 카고 가스가격은 미국의 가스거래가격에 상응하는 값을 지불해야만 수입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미국 에너지시장의 변동에 따른 가격 파고가 태평양 반대편에 있는 동북아에도 그대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측할 수 있는 미래 아태지역 LNG시장에서의 쓰나미(Tsunami) 현상(미국의 가스가격에 준하는 고가를 지불할 수밖에 없거나 최악의 경우는 그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여도 스팟물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므로 2010년을 전후한 미국 시장의 움직임을 주시하여 쓰나미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한국가스공사 가스경영연구소 김보영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