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내가 어렸을 땐
수준별 수업이 없었다.
그렇다고 그것을 몰라서 안했던 것은 아니었고
우열반 편성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한번도 제대로 시행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위화감 조성과 우등생 반에 들지 못하는 학생들
부모의 반대 등이 이유였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입시에 목 매던 시절이었는지라
학교에서는 잘 하는 학생들만 모아
집중지도를 하고 싶어했지만
결국 전혀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잘 하는 학생들만 다니는 학교도 있고
잘 하는 아이들을 모아 우열반 편성 수업을 하기도 한다.
아예 반 자체를 그렇게 만드는 경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우열반 편성이나 수업은 장단점이 있다.
언뜻 생각하기엔 학생들이
자기 수준에 맞는 수업을 받게 되므로 좋을 것 같지만
학생에 따라 좋고 나쁨이 다르다.

잘 하는 학생에겐 분명 좋은 점이 많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배워서 좋은 점이 있고
수업 분위기가 좋다는 점도 강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는 점일 것이다.

반대로 못하는 학생의 경우
자신의 수준에 맞게 기초부터 배운다는 점이 좋긴 하지만
오히려 수준 낮게 배우는 바람에
상위권과 경쟁이 어려우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못한다는 인식이 형성되어
노력을 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나온 조사를 보니
하위 20%에게는 수준별 수업이 오히려 독이라고 한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본다면
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동기부여라 할 것이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려면
그 동기 부여, 즉 나는 잘하고 있다는,
또는 노력하면 보상이 돌아온다라는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일 것이다.

안녕하세요.

몇 주 전에 케이블 방송에서 영어 사교육 진단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진단 받은 가정은 현재 만 6세인 여아를 키우는 가정으로
그 가정은 아이 영어교육 때문에 동주천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동두천은 미군부대가 있어서
도심에서 외국인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패스트푸드점이나 마트에서 외국인과 어울릴 기회가 자주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 가정은 만 5년 동안 총 2억원 가량을 쏟아부었다고 했다.
절반은 영어 교재 등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고
나머지 절반은 영어 유치원, 영어과외, 영어 캠프 등에 투입되었다.
무려 1년에 2천만원씩 투입한 셈이다.

텔레비젼에는 그렇게 투입했던 영어교육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현재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으며
아이는 오히려 영어를 두려워 하고 있었다.

티비 전문가들의 진단 결과
아이에게 일단 영어 사교육을 끊고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외국인과 어울릴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아이는 잘 치유되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향후 2년 후에 다시 영어 사교육을 시작하라고
진단이 내려졌다.

티비 프로그램이기에
분명 엄청 과장된 부분이 있을 것이다.
5년 동안 배웠다면서 영어로 인사 한마디 못하는 설정은
좀 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티비를 보며 느낀 것은
의뢰한 그 아줌마는 분명 곧 다시
영어 사교육을 재개할 것으로 보였다.
분명한 것은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부모가 문제였고, 부모가 자기 욕심에 아이를 내몰고 있다는
느낌이 왔다.

오늘날 이 땅에는
영어를 못하면 못배운 인간인 것처럼 취급받는다.
어쩌다 영어를 한마디 잘하면
대단한 것으로 취급받는다.
인도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으로
두 계층으로 이분화 된다더니
흡사 우리나라도 그렇게 되어 가는 느낌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 조기교육에 내몰린다.
다른 과목과 달리 영어는
돈으로 일정 부분 달성 가능하기에
더더욱 부모들은 영어에 매달린다.

영어에 거의 돈을 들이지 않는
나 자신과 비교해보니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영어를 잘 해준 아이들이 고마워진다.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2학년 아이가
방학을 했습니다.
아니, 엄밀하게 말하자면
내일 일제고사를 치고 방학이 시작됩니다.
일제고사 덕에 방학이 며칠 늦어졌다는...

아이 이야기를 쓴게 거의 6개월 전인 것으로보니
확실히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에 대한 글을
거의 쓰지않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초등생 때에는
일주일이 멀다하고 썼는데
이제는 몇달에 한번씩이니.

아이는 고등학교 들어가서
나름대로 생활을 잘했습니다.
별달리 말썽이나 문제 되는 것도 없었지요.

그러나...
가장 신경이 쓰였던 분야는
바로 수학 성적입니다.

처음 입학 때에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의 능력을 대략 가늠할 수 있었기에
오래지 않아 자리를 잡을 것이라구요.

예전 글에서도 썼다시피
아이의 수학 성적은
1학년 1학기 때 9등급, 2학기 때 8등급이었습니다.
모의고사는 2등급이었지만
내신은 엉망이었습니다.

그 원인은 아이의 중 3 겨울방학 때
대충 놀면서 보냈던 것이 가장 주된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미 고등학교 과정을 거의 끝내고 온 학생들인지라
고교 과정이라곤 거의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입학했던 아이로서는
처음부터 다른 학생과의 차이 때문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그 차이는 더 벌어졌습니다.

아이 입장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이네 학교는 수학만 우열반을 편성하는지라
모두 4단계로 구분된 수학 반 중에서
아이는 끝반에 소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드러나는 것은 오직 수학 성적뿐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아이는 공부 못하는 아이로 낙인이 찍혔고
그것이 아이를 가장 힘들게 했습니다.

실제 다른 과목 성적까지 평균해보면
평균보다 나을 성적임에도
동료들 사이에서의 평가는 그렇지 못했나봅니다.
수학 끝반이었으니까요.

학기 중에는 이미 준비된 다른 학생의 수학을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이었고,
그래서 1학년 여름방학 때 나름 열심히 준비한다고 해보았지만
짧은 여름방학 기간으로서는 한계가 많았습니다.

결국 2학기 때도 1학기와 마찬가지로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안되는 것인가 하고 포기할 생각도 많이 갖고 있었고
수학을 포기하고 다른 과목으로 갈 것인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갈릴김은 1학년 말, 문과 이과를 나누는 과정이었습니다.
아이의 특별한 적성은 없었지만
제가 보기엔 문과 성향을 많이 갖고 있었는데
이것저것 고려하다 결국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학생수가 이과가 더 많다는
그런 이유 때문......

수학 비중이 커지는 이과로 가게 되니
더더욱 수학이 걸림돌이 됩니다.
그래서 지난 겨울 방학 때
마지막으로 한학기만 더 노력해보고
안되면 수학은 포기하자 이렇게 전략을 짰습니다.
물론, 포기라 하여 안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시간 비중을 줄인다는 이야기입니다.

겨울방학은 거의 2달이 넘었고
그 기간 동안 수학 공부로 거의 도배를 했습니다.
수학 공부 내용은
2학년 3학년 때 배울 수학 전 범위인
수1, 수2, 적분과통계, 기하와벡터
이 4과목을 모조리 끝낸다는 것이었고
결국 어째어째 하여
통계 부분을 제외한 전 영역을 끝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그 기간에 그걸 다 끝낼 수 있냐고
그럴만큼 강행군이었습니다.

그 학교 다른 학생들이 중학교 졸업하면서
이미 끝내고 온 것을 아이는 1학년을 마치고서야 끝낸 것입니다.

수학 전 범위를 끝내면 좋은 점이 있습니다.
이전에는 다른 아이들이 과연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아이 입장에서는 그저 막막하고 다른 아이들이 두렵게만 보였는데
이제는 다른 아이들이 아는 범위가
여기까지구나 하는 사실을 알게 된 겁니다.

급히 하느라 해당 부분을 얼마나 알고 넘어갔는가 하는 것은
물론 별개의 문제이지만
어쨌든 그렇게 수학 전과정을 끝내고 2학년을 맞이했습니다.

처음에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1학년 때 아이보다 수학을 못하던 학생들이
대거 문과로 진학해버리는 바람에
아이는 더욱 힘든 싸움을 해야 했습니다.

거기에다 겨울 방학 때
1학기 배울 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예습한 다른 학생들과 달리
2학년, 3학년 모든 부분을 공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배울 범위는 적당히 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로서는
처음에는 그 여파 때문에 1학년 때와 큰 차이가 없더군요.

나름대로 아이가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였으므로
결국 수학 성적이 나오지 않는 원인은
아이의 능력 부족,
그게 아니면 겨울방학 전략의 잘못
이 두 가지 중 하나가 문제라고 저 또한 고민했습니다.

내심, 이번 학기 역시 수학 성적이 별로이면
수학은 포기하고 문과로의 전향도 심각하게 고려해보자...
그런 생각마저 하고 있었습니다.

1학기 중반이 넘어가면서
아이의 수학 성적은 급속도로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방학 효과가 이제서야 드러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모르지만
고등학교 들어와서 처음으로 수학 성적이 제대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기말고사에서는
수1도, 수2도 모두
평균보다 나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엄청난 발전입니다.

아이에게 물어보니
이번 학기에는
수학 익힘책을 다 풀고,
수학의 정석 기본과 실력 두 권 다 풀어봤고
거기에다 쎈도 풀었고, 한수위도 풀었고...
다른 문제집 한권 더 풀어서
공부량이 엄청 많았습니다.

작년에는
수학 익힘책도 절반 풀고
수학의 정석도 기본을 절반 정도 풀고
쎈 풀고... 대충 이런 정도 풀고 나니
더 이상 풀 시간이 없었다고 하는데
거기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하루에 수학 정석 연습문제 한단원 풀고나면
그 날 하루시간이 끝이었다고 그러더니
올해에는 가장 많이 풀었던 날은
하루에 수학 정석 7단원을 풀었다고 합니다.

평소 제가 아이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나더군요.
처음 풀 때는 하루에 한단원 풀기도 어렵지만
서너번 풀다보면
그 다음에는 이틀이면 수학 정석 책 한권을 몽땅 다 풀 수 있다고...
아이는 아직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잘 하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짧은 기간에 여러 번 책을 볼 시간이 나는지
그 점을 몸으로 깨달은 것 같습니다.

이제 2학기 때는 동일 선상에서 출발합니다.
지금까지는 다른 아이들은 미리 다 끝낸 것을
아이는 뒤쳐져서 따라갔다면
이번에는 2학기 범위를
아이도 이미 지난 겨울 때 한번 본 것이어서
이번 방학 때는 동일한 조건으로 예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마 이번 학기보다
조금 더 나은 학기가 되겠지요.
그런데 아쉬움이 많습니다.
이미 내신은 절반을 완전히 망쳐버린 셈이니....
수학 내신 9등급으로 어디로 갈까나...
에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