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교육의 원칙은 '한계를 설정해 주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선택을 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훈련시키는 것', 바로 습관교육이다. 우리가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자원, 즉 돈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한계가 있어야 선택을 하게 되고,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실패를 통해 현명함을 갖추어 나간다.

초등학생에게 금전적 혹은 물질적 한계를 설정해주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정기적으로 용돈을 주는 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일주일에 한 번 일정한 용돈을 준다.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아이가 용돈 관리를 잘하고 있다면 한 달에 한 번으로 지급주기를 바꿀 필요가 있다. 비교적 큰돈을 장기간에 걸쳐 관리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 용돈을 줄 때 대개 아이에게 직접 현금을 건넨다. 이런 것이 습관이 되어 한 달에 한 번 용돈을 줄 때도 현금으로 주는 경우가 많다. 아이는 용돈을 책상 서랍 같은 곳에 보관하면서 조금씩 꺼내 쓰기 마련이다. 돈을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은 좋지 않은 습관이다. 돈을 잃어버리기도 쉽고, 이자를 받을 기회를 놓치는 일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므로, 서랍이나 지갑에 용돈을 넣어놓고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즉 4학년 이상이라면 용돈을 은행에 넣어 놓고 쓰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이 좋다.

사실 용돈 같이 작은 금액을 은행의 보통예금 넣어두어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는다. 은행을 이용하게 하는 것은 금융기관과 친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성인이 되어 돈 관리를 잘하려면 각종 금융기관을 잘 활용해야 한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럽게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경험을 시켜주는 것이 좋다.

용돈을 현금으로 주고 은행에 입금하라고 해도 아이가 부모 말을 잘 따르지 않는다. 아이도 귀찮은 일은 싫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할 때는 되도록 편안하고 기분 좋은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은행과 친숙하게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아이와 함께 은행에 가서 아이 명의의 통장을 개설하고, 현금 카드를 만든다. 용돈을 줄 때는 현금으로 주지말고 통장으로 이체를 시켜준다. 부모도 편하고 아이도 편하다.

은행을 고를 때는 1000원 지폐도 입출금이 가능한 ATM이 있는 지점을 택한다. 만 원 지폐만 입출금이 되는 곳은 피해야 한다. 아이가 1000원이 필요한데도 1만 원을 인출할 수밖에 없으면 용돈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없다.

금융기관에 친숙해지면 아이에게 가장 기본적인 재테크 코스를 경험시킬 수 있다. 용돈을 타면 일부를 적금에 넣는다. 처음 적금을 넣을 때는 1년이란 기간은 아이들에게 너무 긴 시간이다. 6개월 만기의 적금이 적당하다. 적금이 만기가 되면 찾아서 펀드에 투자한다. 이런 일을 반복적으로 경험시켜 습관화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습관을 지니게 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월급을 타면 먼저 적금을 들거나, 적립식 펀드에 투자할 것이다. 이런 습관이야말로 아이 때 익혀야 할 ‘부자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가 적금으로 모은 돈을 투자할 때 어떤 펀드에 넣는 것이 좋을까. 아이를 위해 투자를 하는 것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대학 학비 등 아이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돈을 투자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아이의 돈을 투자하는 것이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부모의 돈을 투자하는 것은 금액도 크고 중요한 돈이다. 안정성과 수익률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투자해야 할 돈이다.

펀드 투자 전문가인 민주영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이의 교육비 마련을 위해 펀드에 투자한다면 다음과 같은 기준을 가지고 선택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 단순한 상품이 좋다.
2. 여러 유형의 펀드에 분산투자한다.
3. 장기로 운용되어 검증된 펀드를 고른다.
4.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다.
5. 기간에 맞는 펀드 포트폴리오를 짠다.

하지만 아이의 돈을 펀드에 투자할 때는 별도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아이가 6개월 동안 적금으로 모은 돈은 10만원 이하일 것이다. 수익률에 너무 민감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아이의 돈을 투자할 때는 이 점을 유의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돈이 가는 곳에 관심이 간다.”

독일의 문호 ‘괴테’는 ‘관심이 있는 곳에 지식이 있다’는 말을 했다. 어떤 것이든 관심을 가져야 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말이다. 아이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는 여러 방법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돈이다. 아이도 자신의 돈이 가는 곳에는 관심을 갖는다.

이를테면 ‘베트남 펀드’에 가입하면, 그전까지는 베트남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던 아이가 베트남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우리와는 어떤 역사적 관계에 있었는지 같은 것에도 흥미를 느끼게 된다.

얼마 전 딸아이가 모은 돈으로 ‘차이나 펀드’에 가입했다. 딸아이는 원래 중국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역사를 좋아하기 때문에 중국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던 것이다. 자신의 돈이 ‘차이나 펀드’에 들어가자 딸아이의 관심은 현대 중국으로 옮아갔다. 중국에 대한 관심의 지평이 넓어진 것이다.

‘자신의 돈이 가는 것에 관심이 가고, 관심이 가는 곳에 지식이 쌓인다’. 이것은 어린 아이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진리다. 아이의 적금이 만기가 될 때마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면 좋을 만한 것에 투자하는 펀드에 가입한다. 급속히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나, 바이오, 인프라, 환경 산업 등 아이의 미래와 큰 관련이 있을 만한 곳에 투자하는 펀드가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