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마마보이로 키우는 젊은 어머니들
선택·자율의 여지 없이 명령형 일변도로 키워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머니께서 아이에게 주문한다.
"덥지? 어서 가방 가져다 놓고, 손발 씻고, 밥 먹고, 수학 숙제 해 놓고, 학원에 가거라."

이 말은 어디가 어떻게 잘못된 것인가? 조금도 잘못을 발견할 수 없다면 문제가 심각한 어머니인 셈이다. 자신도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하는 이 어머니의 말에는 이제까지 이야기한 진위형(OX형)도 아닌 단순한 명령일 뿐이다, 이 말을 들은 사람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기계적으로 차례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에게 한 말이 아니라 로봇에게 하는 명령이나 되어야 할 것이다.

 
 
어려서부터 자기가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해온 아이들이 책임감 있고 창의력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
이 말에는 자녀가 해야 할 일을 차례대로 열거하고 있다. ①가방은 자신의 방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②손발을 씻어야 한다. ③밥을 먹어야 한다. ④수학 숙제를 해야 한다. ⑤학원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자녀에게는 일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도 없고, 자기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여 순서나 할 일을 결정할 자율적인 결정을 하거나,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을 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자신의 계획에 따라 해 나가는 창의적인 결정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낸다. 이미 어머니가 정해준 순서대로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미 어머니는 ①②..⑤번까지의 일을 하도록 순서까지 정해준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자녀는 이 한 마디로 인해서 자기 스스로 결정을 해야 한다는 자기 자신에 대한 책임감도 필요 없어진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한갓 로봇이 되고 마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을 해보면 이 어머니는 얼마나 자상하고 친절하고, 자녀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가? 아무것도 신경 쓰지 말고 자기가 해야 할 공부만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맹자 어머니 같은 자상한 분이 아니신가?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정말 바람직한 어머니의 상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 대부분의 어머니는 이런 식으로 자녀에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일일이 챙겨주는 어머니의 자녀는 우리가 늘 놀림감처럼 이야기하는 ‘마마보이’가 되어서 참으로 충실하게 시키는 대로 잘 따라서 할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이런 사람이 다음세대들이 사는 사회에서 어떻게 적응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자. 과연 그가 나가는 회사에서 기획회의를 하면서 이번에는 우리 회사에서 “***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은 여기에 대한 특별한 아이디어를 제출하여 주십시오. 가장 멋진 기획 아이디어를 제출하신 분에게 이 사업의 추진을 맡겨 이사 대우를 하겠습니다” 하는 주문이 있었다면 이 자녀는 과연 멋진 아이디어를 제출 할 수 있을까?

자라는 동안 내내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만 하도록 지내왔는데, 남다른 아이디어로 새로운 발상을 하여서 멋진 기획을 할 수 있겠는지? 이렇게 자녀들이 자라서 활동을 하는 시대에는 프리랜서처럼 자기의 통통 튀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자유롭게 활동을 하면서도 얼마든지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자기 능력을 발휘하면서 살아 갈 수 있는 길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넓고 많을 것이다. 그런데 자녀의 그런 뛰어난 능력이 있는지조차 알아보지 못하였고, 또한 후천적으로라도 길러 주려는 노력을 하기는커녕 가진 재능조차 나타나지도 못하게 하였는데, 자녀가 자신의 타고난 기능을 잘 살려서 살아 갈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하여 줄 수 있을까?

여기에서 이런 경우에 우리 어머니들이 해야 할 바를 정리하여 보자.

첫째, 모든 일을 일일이 챙겨주지 말자. 이제 자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왜 어머니가 차례까지 정해서 하라고 강요하는가? 이럴 때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있을 것이고, 자기도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차라리 "날씨가 덥지? 시원한 것 먹고 싶으면 꺼내 먹던지 땀 좀 식히고 오늘 할 일을 하려무나" "날씨가 덥구나. 어서 와라. 네가 할 일이 많아서 힘들지 잘 할 줄 믿는다" 정도로 자녀에게 많은 것을 맡기고, 스스로 결정을 하게 해주어야 한다.

다만 자기가 할 일을 잘 하려는 마음을 먹도록 은근히 이끌어 주는 것은 부모로서 당연히 취해야 할 자녀에 대한 배려이자, 은근한 책임을 지우는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자기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워주는 것만으로 자기가 할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으로 자기가 할 일을 찾아서 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둘째, 자기 일과나 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할 수 있게 맡겨야 한다. 어머니가 일일이 챙겨주는 것은 자녀에게 ‘너는 무능력하고 의욕도 없는 사람이 되어라’라고 이르는 것과 같다. 자기 자신의 일을 자기가 하지 않고 부모에게 의지한다면 그 사람은 영영 자기 스스로 일을 할 줄을 모르고 살아가란 말이 된다. 자기 자녀가 그렇게 무능력하고 의욕도 없는 못난이가 되기를 바라는 어머니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녀의 일을 하나도 빼지 말고 지금 보다 더 철저히 챙기고 간섭하라. 그러면 자녀는 자기가 할 일도 신경을 쓰지 않고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이 시대의 왕자님으로 자라줄 것이다. 그리고는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은 후에도 부모님께 일일이 묻고 해달라고 조르는 말썽꾸러기가 되어서 평생을 어머니를 귀찮게 하는 사람이 되어 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면 지금 좀 어설프고 서투르더라도 그런 일을 스스로 하도록 맡기고 잘 할 수 있도록 지원만 해서 자기가 스스로 자신의 일을 하는 방법을 익혀 가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국정넷포터 김선태 ksuntae@empal.com

 
 
 
<김선태님은> 고양시 원중초등학교 현직 교장선생님으로 한겨레신문('김선태교장선생님의 학교이야기')을 비롯해 대한매일, 한국일보, 오마이뉴스 등 다양한 매체에 교육칼럼을 쓰셨습니다. [약력] 한국아동문학회 부회장,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원 [저서] <빨간 마스크의 공포(한국파스퇴르)>외 10여권의 동화집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