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삼이네, 아니 엄격히 말해 뽀기네가 김장을 했다.

식구래야  단촐하니 두 식구지만 김장은 80포기를 했다.

뽀기의 베이지색 아오디에 배추를 가득실어 두 번이나 날랐다.

한 차는 그냥 지인에게 거저 얻은 것이고 또 한 차는 돈 주고 샀다는데... 암튼 죽어라 배추를 나르는 몫은 용삼이 차지였다.

씻고 절이고 양념하고 장장 3일에 걸쳐 죽도록 고생한 용삼은 녹초가 되고 말았다.

물론 뽀기도 녹초가 되었다.

맛있고 보기좋게 담가진 김치 중 절반은 용삼이 엄니집으로 배달되었다.

낑낑대며 배달을 하면서도 용삼인 마냥 좋았다.

뽀기가  시부모님 몫으로 김장을 했다는데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10포기는 큰 시누이... 10포기는 작은 시누이... " 뽀기가 김치를 나눌 때 용삼인 뜨거운 덩어리가 울컥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며 의연하게 행동했다.

역시 뽀기는 정이 많은 여자인 것이다.

몸은 녹초가 되었어도 지금 마음은 한없이 편하다.

침대에 누운 뽀기의 손을 꼭 잡아본다.  

뿌리칠 줄 알았는데 조용하다. 분명히 잠이 들지는 않았는데...뽀기는 두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자는 시늉을 하고있다.

용삼이 뽀기의 긴 속눈섭에 입을 맞춘다.

역시 조용하다.

이번엔 앵두같은 입술에 용삼의 투박한 입술을 포개본다.

역시 조용하다.

용삼이 뽀기의 목덜미를 더듬자 뽀기가 와락 용삼이를 끌어안는다.

그랬다.

뽀기는 그동안 기다린 거였다.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그래봤자 용삼인 것을...."

용삼인 뽀기라는 깊은 바다에 한없이 잠겨들었다.

수십번의 자맥질에 기진한 용삼인 아련하니 아지랭이 같이 피어오르는 오로라를 보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용삼이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뽀기를 살피니 뽀기의 두눈에 방울 방울 눈물이 맺혀있었다.

아름답고 영롱한 눈물이...

뽀기 씨리즈는 여기서 마칩니다.

가볍게 재밋게 이어가려 했는데... 아직은 할일이 많은 몸이고 보니 생각대로 잘 안됐습니다.

암틈 뽀기는 내사랑입니다.

뽀기가 때론 까탈스럽고 때론 까칠하지만 용삼이에겐 예쁘고 사랑스럽기만한 영원한 사랑입니다.

그동안 신통찮은 글에 관심을 보여주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