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경음(鯨飮)’이라고 한다. 고래가 물을 마시듯이 술을 퍼 마시는 경지이다. 이 말은 시인 두보의 ‘음주팔선가(飮酒八仙歌)’에 보이고 경음마식(鯨飮馬食), 즉 ‘고래처럼 마시고 말처럼 먹는다’라는 고사성어에도 들어 있다. ‘논어’에 의하면 공자는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 오직 술은 얼마든지 마시되 어지러워지지 않는 경지에 들었다. ‘해량(海量)’은 술을 바닷물처럼 마시는 사람을 칭찬하는 말이다.

중국의 남북조시대에 살았던 죽림칠현은 대부분 술을 잘 마셨지만 그 중 탁월한 기량을 과시한 이가 유령(劉伶)이다. 유령은 밖에 나갈 때는 산타클로스처럼 사슴이 끄는 수레를 타고 술병을 차고 다니며 마셔댔는데 하인에게는 가래를 들고 따라오게 했다. “내가 죽으면 그 가래로 땅에 묻으라”는 것이 유령의 주문이었다. 부인이 술상을 차려주지 않자 유령은 술을 더 이상 마시지 않겠다는 의식을 치르겠노라고, 마지막 술상을 차리게 했다. 술상이 차려지자 유령은 제문을 읊었다.

“하늘이시여! 나 유령을 낳아 술로 이름을 날리게 하셨으니 한번 마시면 열 말이요, 해장술이 다섯 말이었나이다. 천지신명이시여! 제 아내의 말은 삼가 듣지 마소서.”
그리고는 있는 술과 고기를 잔뜩 마시고 먹어서 만취해 버렸다. 또한 술을 마시면 옷을 훌떡 벗고 알몸이 되곤 했는데 그런 행동을 다른 사람이 나무라자 유령은 이렇게 대꾸했다.

“나는 천지를 거처로 삼고 집을 속옷으로 삼고 있는데 당신들은 어찌 내 속옷까지 들어왔소?”

그가 남긴 유일한 작품은 술의 덕을 찬양하는 ‘주덕송(酒德頌)’이니 그 한 대목에서 이렇게 떠들어댄다. “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잡고,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들고 오직 술에만 힘을 쓰니, 어찌 그 나머지를 알겠는가?”

홍합
바람이 쌀쌀할 때 뜨끈한 국물과 함께 생각나는 홍합은 쐐기 모양의 조가비로 새 부리처럼 비쭉 내민 모양이 특징이다. 발에서 질긴 실 같은 물질을 만들어서 얕은 바다 바위에 붙어 사는데 실 하나가 10kg을 견딜 수 있다고 하므로 마리당 10가닥쯤의 실을 내면 100kg을 견딜 수 있다.

붉은 빛을 띤 살이 있어 홍합(紅蛤)인데 바다에서 나는 생물치고 짜지 않아서 담채(淡菜)라고도 불린다. 겨울의 포장마차에서 담치라고 부르는 것은 양식한 진주담치이기 쉬운데 자연산 홍합보다 작고 패각이 얇으며 조개 안쪽의 진주층이 엷다.

중국인은 홍합을 ‘동해부인’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러 왔다. 중국의 동해는 우리의 서해와 닿아 있는 발해이고 부인은 마담, 미세스(Mrs)의 그 ‘부인’이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부르는 것일까. 의학서적인 ‘방약합편(方藥合編)’에서 홍합을 ‘오래된 이질을 다스리고 허한 것을 보충하며 음식을 잘 소화시키고 부인에게 유익하다’고 해서? 홍합이 여성의 냉증, 산후 회복에 좋은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부인뿐 아니라 남자에게도 홍합은 유익하다. ‘부인이 좋으면 남편도 좋으니까’ 하는 식이 아니라 사람 몸에 좋은 타우린(taurine) 성분이 있어서 그렇다. 타우린은 낙지나 오징어에도 많이 들어 있는데 아미노산을 형성시키는 기본 물질이면서 담즙의 주요 성분이다. 홍합의 타우린 함량은 100g당 975mg으로 굴 다음으로 많은데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여 당뇨병을 예방하고 세포 보호, 담석 용해, 빈혈 예방, 알코올 장애 개선, 시력 회복의 효과가 있다. 홍합에는 타우린만 있는 게 아니라 글리신, 세린, 알라닌, 글루탐산, 이르기닌 등의 유리아미노산과 베타인, 산화트리메틸아민(TMAO), 아데닐산(AMP), 숙시닐산, 젖산, 말산 등 유기산이 있다.

간 기능 향상에는 홍합에 포함된 함황아미노산(황성분이 들어간 아미노산)도 좋은데 이 또한 100g당 1438mg으로 전복 다음으로 많다. 간의 해독 작용이 원활하면 피부가 좋아지고 윤기가 있어지니 곧 미인이다. 이제야 홍합이 동해부인으로 불리는 까닭을 알 것 같다.

홍합에는 프로비타민 D가 포함돼 있어 홍합에 많은 칼슘과 인의 체내 흡수를 도와준다. 뼈의 조직을 만들어 부인네들에게 흔한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홍합에는 칼륨 성분도 많다. 혈압을 상승시키는 원인인 나트륨을 체외로 빠지게 하므로 부인네들은 물론 남정네들의 고혈압 예방에 좋다.

홍합은 늦겨울부터 봄까지가 제철이다. 여름에 채취되는 홍합은 안면마비 등을 일으키는 삭시토신(saxitoxin)이라는 독소가 있을 수 있다. 뭐니뭐니해도 홍합이 사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맛 때문이다. 전복이나 굴에 비해 싸면서 굴과 전복을 합친 효과에 맛까지 있으니 동해부인 아니라 서해용왕도 안 먹고는 배기지 못하리.

          출처 : 성성재"이야기 까페"

         결론은 홍합이 먹고 싶다는 얘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