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영화에 필이 꽂히다 보니..

중고등학교 다닐 때 제 마음의 안식처가 되주었던 영화가 생각납니다.

한 편은..

너무나도 유명해서 오히려 식상해져버린..

<영웅본색>

정말이지..

거짓말 조금도 안 보태고 여태껏 살면서 가장 영화를 많이 본 시절이 바로 고3 수험생이었을 때입니다.

솔직히..

공부한다고 얄량한 스트레스에 집안식구들 초긴장 시키면서..

아시잖아요~

어느때보다 주위의 시선을 따돌리기 쉬운 시기라는 것을, 맘 먹기에 따라서는요..

그때는 왜 그랬는지..

천하만물이 다 제 손아귀에 들어온 줄 알고 까불었지요..

야간자율학습을 마친 11시에 근처 독서실에 가서 공부하는 척 애들과 여고생의 풋풋한 감정을

신나게 공유하며, 암것도 아닌 일에 감동받고, 팽~ 토라지고..

그리곤 새벽에 집에 옵니다.

그럼 아주 아주 조용해요.

아시다시피 부모님께서는 두 분 모두 장사를 하시기에 새벽밥이니 아침밥이니.. 거리가 좀 멀었지요.

그러면 전 습관처럼 비됴테잎 하나를 빼어 들고 방으로 갑니다.

베개하나 팔 아래 끼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 플레이 버튼을 누르죠.

아아~

영화를 볼때 끼고 보는 그 베개의 맛!

그 편안함과 안락함.. 캬~ >0< 흐흐^^;

화면에서는 윤발과 적룡이 멋지게 조명발 받고있고..

막무가내 동생 국영이가 정신 못차리고 엉아를 심란하게 만드는 그 장면들..

특히 윤발이가 절뚝거리며 개처럼 살면서도 속으로는 복수의 날을 갈고 있는 그 씬에서는..

오오..소름이 돋기도 하였습니다.

암튼..

이 당시 홍콩 느와르는 세계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오홋!

오우삼의 쌍권총 기법도 첨 나왔고, 다 아시다시피 주제곡 또한 심금을 울렸죠. 캬~ >0<

오늘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너무 많이 봐서 테잎이 조금 흐늘흐늘~해졌지만..히히^^

여러분은 어떤 영화를 보며 추억에 젖으십니까?

하하^^ 

오늘 옮긴 직장에서의 첫 날.

가는 날이 장날인지 오늘 저녁에 회사에서 용품 후원을 해주는 변우민씨의 뮤지컬 '풀몬티'의 공연을

보기 위해 직장선배들과 함께 한전 아츠풀로 갔습니다.

솔직히..

별 기대를 하지않고 봤지만 영화보다 훨씬 생동감있고 유머러스한 요소가 많아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손벽으로 박자를 마추고 아주 간만에 신이 나게 웃어봤습니다.

피식..웃는 것이 아니라 박장대소..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십니까?

아내를 위해, 혹은 아이를 위해 뭔가를 (말 그대로 무엇이라도!)해야했던 우리 오라비, 아비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자신을 똑바로 마주하고 자신감을 찾기 위한 그 용기와 결단..

가족이란 그리도 대단한 힘이었습니다.

그들의 모습과, 아내를 사랑하고 남편을 사랑하고 금쪽같은 자식을 아끼고 부모님만 떠올려도 마음이 찡해진,ㄴ

바로 이웃분들이 하루하루 적어내려가시는 그 글과 그 필명이 오버랩되었습니다.

오버랩..

그래서 더욱 좋은 공연이었지 않나 합니다.

이 오버랩 현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작은언니의 배웅을 하기 위해 시골에서 올라오신 부모님..

전 아침에 강남고속터미널까지밖에 모셔다 드리지 못했는데..

언니를 배웅하고 나서 다시 집에 오셨다가 뭔가를 두고 가신 어머니.

그것이 무엇이냐면..

생각만 많아 이것저것 방황하며 맘 못잡는 막내딸년의 취직을 조금이나마 응원해주고자..

시장어귀에서 파는 스타킹 여덟켤레를 사 놓고 가신 것입니다.

전..

방금 그 고무줄로 묶여있던 스타킹을 한동안 잡고 놓지 못했습니다.

옷을 벗는 것만이 풀몬티가 아니겠지요.

전 나이드시고 못 배우신 우리 어무이가 사두고 가신 스타킹을 보면서

강한 척하는 저의 위선을 풀몬티했고, 잘난 척하던 저의 가식을 풀몬티 해버릴 수 있었습니다. 잠시나마.. 

풀몬티 한다는 것.

진정으로 모든 허식을 벗는다는 것은 가족의 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테지요..

이미 여러 사이트나 삼삼오오 모인곳에서 흔히들 나온 이야기이지만..

정말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보았다.

처음부터 사운드가 꽝꽝~ 울리기 시작하더니 이 제작진 특유의 감각으로 좋은 음악을

마구 들려주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기분 유쾌하게 시작된 영화는 줄곧 웃음을 끊이지 않게 해주었다.

'리차드 커티스'감독의 유머는 미국영화의 그것과는 다르다.

위트가 넘치는 말 한마디 한마디와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짜임새있게 커플(?)의 이야기 끈을 놓치지도 않고..

무엇보다도 좋았던 것은

극장을 나온 후 곧바로 음반사로 달려가 들어보았던 O.S.T였다.

켈리 클락슨의 엔딩곡을 여러번 반복해 들으며 영화의 따뜻함을 다시 한번 음미해 보았다.

리차드 커티슨이 우리에게 던져준 그 말.

Love actually is all around.

을 다시한번 되새기기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