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요일마다 있는 업무관련 강의를 듣고 난 후,

술 한잔 가볍게 하고나서 택시에 올랐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라고 경쾌하게 인사하는 택시 기사님의 목소리는 그 분의 연세를 추측케했으나

백미러로 보이는 표정과 유쾌한 억양은, 피곤에 찌든 저보다 훨씬 건강해보였습니다.  

"자.. 어떤 좋은 음악을 틀어드릴까~"

그리곤 이내 라디오 주파수를 이리저리 맞추시더니, 이종환씨의 프로그램을 택하시더군요.

스피커에서는 기분좋은 올드팝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동대문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는데요,

 나이 지긋한 그 기사님이 목적지에 갈때까지 멋진 목소리로 가곡을 불러주셨던 기억이 나네요~

 올드 팝 들으니까." 

"그럼 제가 가곡 하나 불러도 되겠습니까?"

그 기사님은 말이 끝나자마자 곧 목소리를 가다듬으시더니

Oh Carol, I am but a fool.
Darling, I love you,
Tho' you treat me cruel.
You hurt me and you made me cry.
But if you leave me.
I will surely die.
Darling, there will never be
another.
'Cause I love you so.
Don't ever leave me,
say you'll never go.
I will always want you for my
sweetheart.
No matter what you do.
Oh! carol,
I'm so in love with you.
Music .Hu.................
Darling, there will never be
another.
'Cause I love you so.
Don't ever leave me,
say you'll never go.
I will always want you for my
sweetheart.
No matter what you do.
Oh! carol,
I'm so in love with you.

"저도 손님처럼, 얼굴에 홍조를 띄고 친구들을 만나던 때도 있었고,

 기분좋게 술 한잔하고 다리 풀리지않도록 발바닥에 힘 꽉 주며 길을 배회한 적도 있었죠.

 저도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즐거워요."

광복전에 태어나셨다던 기사님은 진심으로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아련한 표정을 지어보이셨습니다.

그리고는 집 근처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마지막으로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시 한 편을 읊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속 깊이 기억하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보자
우리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들 사랑도 흘러내린다
인생은 얼마나 지루하고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아래 세느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어느새 무더위가 가고, 선선해진 새벽 바람을 맞으며

신이 나게 드라이브를 하는 기분으로 귀가를 하던 날.

택시를 타고 지나가던 한강대교는 그 순간만큼은

제게 세느강변의 미라보 다리처럼 느껴졌답니다.

음...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운수좋은 날, 바로 어제 그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