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이란

말을 쓰기도 많이 쓰고

듣기도 많이 들었지만

살아있는 식물을 키우면서

그 말이 요즘처럼

실감나는 때도 없다

겨우내 '얼음' 하고 멈춰버린 것처럼

죽었나 살았나 싶은 화초들이

작은 베란다에서도 봄기운을 느끼는지

그야말로 기운을 내서

쑥쑥 크고 있는 모습을 보니

아...

이래서 봄기운이라는 말을 쓰는구나

싶다

봄이 되자

싹을 내 놓기 시작한

다육이 잎들

그리고

제일 기특한 녀석이

바로 이 옵튜샤다

관리를 잘 못했는지

겨우 내내

새까만게

죽겠구나

하고 신경을 전혀 안썼는데

이게 웬일...

죽기는 커녕

다육이들 중 유일하게

꽃대를 내민 것이다

겨우 내내 시름시름 앓던 녀석을

꽃까지 피워내는 기운을 불어 넣는

봄은 그런

기운을 가진 계절이었던 것이다

열보약도 부럽지 않은 봄볕

초록이들에게

열심히

보여줘야겠다

작년 봄에 잎꽂이로 심어두었던 다육이 아가들이

겨울을 무사히 넘겨 주더니

이젠 제법 다육이 티를 내며 이만큼 자랐다

작은 컵 가득 빽빽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는

백모단 아가들

깨진 사발그릇에 심어도

통통하니 귀엽에 뽀얀 얼굴을 그득 그득 내민다

이곳 저곳 흩어져 심어져 있는

아가들을 한데 모으고자

세 종류의 다육이를 심어 놓았던

화분을 비우고

언제나 화분갈이는

신랑 몫 ㅋㅋㅋㅋ

열심

열심~~

아가들을 살포시 꺼내

빽빽이 들어차게 잘 심어준다

워낙 작은 아이들이라

행여 다칠새라 조심 조심...

짜잔~~

드디어 다육이 밭 ㅋㅋㅋ 완성~~

새 화분에 뿌리 잘 내리라고

물 한번 시원하게 뿌려주고

햇빛 샤워 중~~

옹기종기

앙증맞게 모여 있는 백모단 밭 ㅋㅋㅋ

아가들은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육이든

다 귀엽고 예쁜것 같다 ㅋㅋㅋ

초록이들을 키우면서

봄은 정말 지름신이 강림하는 계절 ㅋㅋㅋ

이번 주말에도 참지 못하고

신랑을 졸라 다육이 쇼핑을 하고 왔다

그중 연한 분홍빛이 너무 예뻐

3 포트를 한 화분이 심어 델구 온

라일라시나

한송이씩 빨간 꽃대를 내밀고

꽃 잔치 중이다

햇빛만 들면 시끄럽게

고개를

끄덕이는 짱구와 한장 ㅋㅋㅋ

두번째 다육이는

제 키에 몇배의 꽃대를 올린

아가살갖 같은 연두빛

수

길게 길게 뻗은 꽃대

과연 저 끝에 꽃이 맺히기나 할까나

마지막 다육이는

은빛 피부를 자랑하는

특엽옥접

난 사실 토동토동한 다육이를 좋아하는 편인데

요건 신랑이 강추해서 데려온 아이

푹 퍼진 배춧잎 같은 게

아직 정 안들지만

뭐 키우다 보면, 또 예뻐지겠지

다육이만 보면 자꾸 자꾸 샘 솟는 욕심...

ㅋㅋㅋㅋ

물 주는 걸 잊어도 (한달에 한두번 주고 있다)

겨울 내내 베란다에 내 놓아도

예쁘게 자라주니

귀차니즘 신봉자인 내게

이보다 좋은 초록이가 또 있을까 ...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