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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향(雨餘香)2 雨餘香

도시에서는 언제나
의식보다 먼저 비가 내린다

의식이라는 것은 늘
비온 후 남은 향기와 같이
한꺼풀 아련한 기억을 되새김질하는
도구일뿐

오늘도 미처 준비가 끝나기 전에
뿌연 회색 건물 사이
안개보다 짙은 비(雨) 내린다

흐린 마음으로 창밖을 보면
따뜻한 지지미 한장과
막걸리 한사발
이끼 내음의
그대가 늘 그립다

작은새 어느 처마 밑에
비에 젖어 앉아 있느냐
물 흐르는 울음을 울고 있느냐

그대 빈자리

촉수 낮은 전등불 아래
옛 기억만 아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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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문산 雨餘香

인적 끊어진 산 길
어둠이 성큼 밀려온다

멀고 가까움도 없는 산엔
바람의 울음만 가랑가랑 울린다

화들짝 놀라 뒤 돌아보니
후드둑 빗방울
떡갈나뭇 잎을 때린다

1100년 은행나무를 돌며
비나이다!

바람처럼
빗방울처럼
계곡물 소리처럼 살게 비나이다

어둠 속으로 몸이 젖는다
무념무상

산자락 오르는 빗방울이 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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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향 (雨餘香) 1 雨餘香


그대 떠난 산자락
바위에 흩어지는 포말
무진(霧震)처럼 아련한 풍경

해안가 비릿한 호흡으로
산자락 둘둘 말고 오르는 길

나뭇잎 아래로 나는 젖은 새
후두둑! 흩어지는 빗방울

젓먹이적으로 침잠해가는 의식
태고의 품으로 걸음을 옮기면
가물가물 아련한 추억에서라도
너의 내음 맡지 않으랴

더이상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옛 기억이
눈물나는 그리움 휘감고 오는
인적없는 숲길

비 온 후에 남은 향기
그대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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