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은 주식시장에서 초대박이 터지는 흔하지 않은 기회다.

작년에 현대차-지멘스 컨소시엄에 인수된 현대오토넷이 바로 M&A 대박의 대표적 사례다.

M&A전까지 3000원대에 불과했던 주가가 6개월만에 1만5000원대까지 다섯배나

수직상승했다.

◆현대오토넷, 대박 스토리=현대전자 전장사업부로 시작해 2002년 분사된 현대오토넷은 차량용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 등을 생산하는 국내 전장시장점유율 1위 업체다. 현대오토넷은 경영위기에 몰린 현대그룹이 보유지분을 예금보험공사로 넘기는 등 혼란 속에 오랜기간 주가가 2000원대에 머물렀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이 계열사인 본텍(옛 기아전자),현대모비스 등으로 전장부품 공급선을 다변화해 성장성,수익성에 의문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현대오토넷의 새로운 주인으로 등장한 이후 상황은 달라졌다. 작년 7월27일 현대차-지멘스 컨소시엄이 예보 지분을 인수한 이후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해 올 1월 1만5000원대로 치솟았다.

하지만 현대차 인수 당시만해도 대다수 전문가들은 현대오토넷의 급등을 예상하지 못했다. M&A 호재로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거품이 걷힐 것이라며 '지나친 기대를 거둬야 한다'는 경계론이 지배적이었다. "현대차가 인수한다고 해도 차량용 오디오,비디오 팔아봤자 얼마나 벌겠어?"는 폄하도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었다. 동양종금증권 자동차담당 애널리스트인 강상민씨였다. 강 애널리스트는 M&A가 가시화되던 작년 6월 "현대오토넷, 5년 방황의 끝자락에서.."라는 보고서에서 현대오토넷이 현대차그룹 성장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현대차 인수발표 직후 투자의견 '매수'에 목표주가를 5200원으로 제시했고, 이후 줄기차게 현대오토넷을 '매수'하라고 외쳤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던 현대오토넷을 발굴해낸 그는 자동차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올라섰다.

◆현대차, 왜 오토넷을 샀을까?="처음 출발은 의문에서 시작했다. 현대차가 왜 현대오토넷을 사려고 하는 걸까? 전장부품을 생산하는 본텍과 현대모비스가 있는데 굳이 현대오토넷을 인수하려는 속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자동차,전자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강 애널리스트는 현대차의 목표가 '자동차 전자제어 전장부품' 국산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된 자동차의 전자화는 이후 기술진화의 90% 이상이 전자화 과정에서 발생할 정도로 부품기술의 핵심이 되고 있다.

최근 자동차 기술은 각 기능의 전자제어 시스템화를 통해 연비,출력,배기가스 저감 등에서 최적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다. 현재 차량 가격의 15-25% 수준인 전자제어 부품은 2010년을 전후해 40%를 넘고, 장기적으로는 절반 이상까지 확대될 정도로 성장성이 높은 분야다.

차량용 전자제어 전장부품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150조원, 한국에서만 6-7조원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현재 이 시장은 철저히 외국계 부품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보쉬,지멘스(독일), 델파이(미국), 발레오(프랑스), 오토리브(스웨덴) 등이 한국에 진출해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현대차는 전자제어 전장부품의 대부분을 외국사에서 공급받고 있는데, 이들은 이분야의 기술이 없는 현대차에 턱없이 높은 가격으로 공급해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강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탑5를 목표로 하고 있는 현대차 입장에서 전자제어 전장부품 국산화는 시급한 과제이며, 국내 업체중 가장 근접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오토넷 인수를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오토넷, 현대차 성장의 핵심 축=현대오토넷이 국내 최대 전장업체라고 하지만 매출은 주로 차량용 오디오,비디오,네비게이션 등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자제어 전장부품은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만큼 현대오토넷의 성장성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의 전자제어 전장부품 육성 의지를 확인한 순간 현대오토넷의 미래가 밝을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를 만나 매수를 권유했는데 반응은 다양했다. '그래봤자 오디오,비디오 생산업체인데..' '너무 올랐으니까 좀 두고 보자..' 등등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자동차 전자제어 전장부품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기 때문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보고서를 들고 수많은 고객을 만났다. "현대오토넷의 향후 그림을 빨리 이해한 기관들은 3000원대에 대량 매수해서 엄청난 이익을 올렸다. 놓친 고객들은 급등하는 현대오토넷을 보면서 후회할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현대오토넷을 일본 도요타의 핵심부품업체인 덴소처럼 키우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토넷 주가는 폭등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단순히 M&A 호재로 접근했다면 현대오토넷을 그렇게 강력히 추천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주가가 급등했지만 실적은 변화가 없었고, 특히 매수배경으로 꼽은 전자제어 전장부품의 실적이 가시화되기 까지는 긴 시간이 남아있었다.

그는 그러나 "현대차의 오토넷 인수 배경에 의문을 가지고 연구한 결과 주력계열사로 성장시켜 나갈수 밖에 없다는 큰 그림을 그릴수 있었다"며 "주식투자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밖으로 드러난 현상을 쫓기보다는 안에 숨어있는 의미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