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부제는 

"일에서든,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으로,

저자는 32년간 각종 심리 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치료해 온 독일의 심리상담가이다.

부제에서 얘기하는 것 처럼 이 책의 의도는 간단하다.

상처투성이인 우리의 삶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상처를 이겨내는 힘을 기르는 것이며, 

이를 위해서 먼저 상처를 시인하고, 상처받은 일에 대해 스스로를 억울한 죄인으로 만들지 말며,

'누가 뭐라고 해도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사람'으로 스스로를 응원하자는 것이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저자가가 실용성의 대명사인 독일인인 것처럼 소제목만으로도 내용을 가늠할 수 있다. 

1장은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없다.'이며, 

2장은 '더 이상 모든 일을 당신 탓이라고 생각하지 마라.'와

3장에서 '나는 거부한다. 내게 상처주는 모든 것들을'을 거쳐 마지막으로 

4장의 '두려움없이, 나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법'으로 끝맺음하고 있다.

먼저 1장에서는 인생에서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은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음을 전제하고 있다. 

즉 불교에서 '두 번째 화살에 맞지 말라'는 말처럼 내가 맞은 화살이 나의 잘못 때문인지를 생각해보고,

죄책감과 분노를 상처위에 얹어 더 큰 상처를 남기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처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즉 과거의 상처가 아물지 못하고 굳어져 있다가 조금이라도 비슷한 상황이 닥치면 

즉시 암세포처럼 온 몸으로 퍼져 옛기억을 들추고 몇 배 더 아픈 고통을 주는 것이다.  

이렇듯 쉽게 상처받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을 수도 없다.

또한 대다수의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만으로도 상처를 입는다. 

이는 출발선에 선 달리기 주자나 블랙홀처럼 상처받을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억지미소를 쏟아내거나, 

남들의 평가에 매달리지 말고, 자신 스스로의 기쁨과 체험을 늘려서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임을 자각하는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

2장에서는 편견으로 인한 상처를 다루고 있다.

편견이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일종의 거부반응으로, 충분한 지식이나 경험을 갖기 전에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공정하지 못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는 것이다.

이러한 편견을 극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여행, 대화, 악수 등 상호접촉하는 것이다.

상처를 주는 대표적인 감정으로 '너 때문에' 와 자기 비하를 들 수 있는데,

'너 때문에'는 주로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요구하는 과도한 기대가 무너졌을때의 핑계이며,

자기비하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로막게 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긍정심리학]에서 '감사'를 제안한다.    

3장에서는 상처를 주고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는 함정들과 상처받은 사람들은 유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상처를 주는 자세로  

첫째, 무조건 틀릴 수 밖에 없는 이중속박

둘째, 기분에 따라 시시콜콜 바뀌는 '고무줄 기준'

세번 째는 사랑한다면 나에 대해 당연히 알아야지 하는 마음,

네번 째는 자신만의 불확실한 기준에 따라 상처를 받았다고 원망하는 것이다. 

이렇게 상처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상처를 이용해서 또 다른 상처를 만들어내게 되는데,

자신의 상처만 깊고 커 보이고, 상처 입은 것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책을 읽는 내내 닉 혼비의 '90일만 더 살아볼까?' 라는 영국 소설이 생각났다.

각기 저마다의 절박한 이유로 자살을 위해 건물 옥상에 모인 네 명의 이야기인데,

결론은 스스로의 상처는 견딜 수 없이 커 보이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어쩌면 하찮은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세상을 다시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는 얘기이다. 

나 스스로를 돌이켜보면 아직도 마음속에서 가난에 대한 '좀비상처'가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불가능한 기대를 남에게 기대는 걸 보면 

나 역시도 자존감이 약하고 열등감에 찌들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늘 쿨한 척,, 현재의 나와는 다른 '거짓의 나'를 만들어 놓고

마음 속 동굴속으로 숨어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닌 듯 하다.

30대에 같이 근무하던 직장 상사가 나를 '용수철'이라고 표현했던 것처럼

늘 가시를 세운 고슴도치와도 같이 나에게 다가오는 것들을 경계하고,

내게 상처를 주는 것들에 대해 철저하게 앙갚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건 저자의 말처럼 내가 상처받은 만큼 상대를 아프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가끔은 미워하는 복수의 감정이 나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착각했었다.

하지만, 석가모니가 이야기한 것 처럼

분노란 남에게 던지기 위해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는 것과 같아서 

결국 상처를 입는 것은 나 자신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분노의 감정과 비난에 대해 즉각 대응하지 말고, 

분노가 차갑게 식을때까지 최소한 하루 밤낮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아픈곳'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용서하길 권한다.  

무엇보다도 용서의 대상은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상처를 이겨내는 방법을 배움과 동시에

나 역시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았나를 돌아보면서, 

마음속에 숨어사는 그림자 같은 '또 다른 나'를 대면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때 많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만날 수 있는 책이라면 어느정도 검증되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런 믿음과 함께 문구류에 대해 좀 더 아는 척 하고 싶다는 욕심에 고른 것이다. 

평소에도 문구류에 대한 욕심이 남달라서 문구점에서 얼쩡거리기만 해도 행복함을 느끼는데, 

샤프펜슬과 삼색볼펜은 나의 영원한 구매 타킷이다. 

이 책은 1장 클립과 핀으로부터 13장의 서류함까지 각각의 문구류에 대한 역사, 발전을 통해

어떻게 우리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들려주고, 각 문구류에 대한 에피소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다가

마지막 14장에서 문구의 미래가 암울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독서의 차원에서 아쉬운 건 외국 지명과 이름이 너무도 빈번하고, 문구류에 대한 칼라 사진이 없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번역상의 어색함으로 문장이 다소 길다는 점도 옥에 티다.

이 저자의 의도는 1장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다.

" 문화적 유산이자 한때는 유명했던 이름들이 이제는 사라져서 애초에 존재했었다는 흔적도 거의 남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내일이면 사라져 존재가 희미해질까? 생각해보면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물건들 뒤에 있는 사람들. 브랜드 뒤에 있는 그들의 이름. 그들의 삶. 그들의 역사.

  그들은 누구였을까? 그들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그런 것을 알아내고 싶었다."

이를 위해 1장의 종이클립부터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는데,

나치 점령당시에 노르웨이 사람들은 저항의 상징으로 종이클립을 달고 다녔는데,

이는 종이를 한데 묶어주는 클립의 기능처럼

점령군에 대항하여 한데 뭉치자는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표시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는 국가적 상징의 지위로까지 끌어올려져 7미터 높이의 종이 클립 조각상도 생겨났고,

종이클럽 발명가라고 믿어지는 볼레르의 기념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종이클럽의 진화는 산업화와 관료주의의 급성장에 따라 서류 작업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4장의 연필이었다.

펜슬(Pencil)이 Penis(꼬리)와 동일한 어원이고, 영국의 캐즈윅 지방의 컴벌랜드 연필 박물관에는

길이가 무려 7.91m 이고, 무게가 446Kg인 노란색 펜이 천정에 메달려 있다.

연필의 흑심은 점토와 흑연의 섞는 비율에 따라 달라지는데, 점토의 비율이 높을수록 더 단단해진다.

또한, 연필의 강도를 표시하는 H는 단단한(Hard)를 의미하고, B는 더 검은(Blacker) 또는 더 부드러운을 의미한다.

연필과 관련해서 헤밍웨이는 "2호 연필 일곱 자루가 닳아 없어지는 정도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한 분량"이라고 생각했고, 존 스타인벡은 연필의 수명에 대해 "글쓰기 자세로 연필을 잡았을때 연필 지우개의 금속 부분이 손에 닿으면 연필을 퇴역시켰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난게 다양한 색깔로 그려내고 그 내용을 싶게 바꿀 수 없는 볼펜은 어른들의 세계이고,

오직 검정색 뿐이지만, 그 내용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연필은 아이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건 우리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어른이 되어서 하는 실수는 쉽게 지울수가 없고,

어릴적에 실수는 지울수가 있으니까? 덜 두려움을 가지고 더 많은 걸 시도해 보라고 가르치신 건 아니었나 싶었다.

 
또한 9장의 형광펜도 흥미로운데,

사인펜이라 불리는 Fiber Tip Pen은 동서양의 기술이 접목되었

일본인 호리에가 일본의 서예용 붓처럼 쓰이면서도 볼펜처럼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8년간의 연구끝에 만들어냈다. 

이 제품은 1963년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제품에 선정되었고, 이 회사가 일본의 대표 문구류 회사인 Pentel이다. 사인펜의 성공을 지켜본 카터스 잉크사가 개발한 신제품이 "Hi-Liter" 즉 형광색 펜인데,

노란색과 분홍색이 전체 형광펜 판매량의 85%를 차지한다.

이는 가시광선 스펙트럼의 정중앙에 위치한 노란색은 쉽게 눈이 뛰고, 적록 색맹인 사람도 알아볼 수 있다.

이러한 형광펜을 통하여 메모하고, 개정하고, 공부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되었는데,

이것이 세상을 바꾼 것이라도 해도 큰 과장은 아니다.

간단해 보이는 문구류에 녹아있는 기술이 상상외의 역할을 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형광펜용 잉크를 개발하다 개발된 형광페인트가 항공모함에 이착륙을 가능하도록 하여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군에 상대적 우위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을 읽으면 단순한 볼펜 하나에서도 어릴적 기억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이 소환되었는데,

어렴풋하나마 초등학교 때 구멍가게 딸이었던 짝꿍이 153 모나미 볼펜대에

빨간색과 검정색 세로줄이 있던 몽땅연필 끝에 침을 바르던 내게 수줍게 선물로 준 짝꿍도 생각난다.

옆 집 친구가 사용하던 빠이롯드 샤프펜슬이 너무나도 부러워서

샤프펜슬만 사주면 전교 1등도 할 수 있을거라며 어머니께 졸랐던 기억도 난다.

모나미 153볼펜대에 끼워서 잉크병에 찍어 사용하던 금속펜촉의 그 사각거림도 느껴지는 듯 하다.

20대 초반에 내가 가장 힘들어할 때 생일선물로 만년필을 선물해 주었던 누군가(?)가도 생각난다.

역시 추억이란 나 혼자만의 기억이 아니라 누군가가 함께 했던 기억들이 떠올려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런데, 로얄블루 잉크가 담긴 근사한 파커 만년필로 예쁜 편지지에 손편지를 쓰면서

잘난 척이라도 해보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긴 건 이 책을 읽은 부작용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