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철쭉제를 가려고 큰맘 먹고 받은 휴가인데
하필 비가 쏟아지니 용기를 낸다해도 갈수가 없었다


이리저리 뒹굴다가 집안정리나 하기로 맘 먹었다
가구를 이리 저리 옮겨보고 제일 골칫꺼리는 옷장 정리

이번엔 기필코 안입는 옷들을 다 버리리라 큰맘을 먹고 시작했다
옷장의 옷을 꺼내어 놓으니 세상에나 안방 가득 넘쳐나는 옷들

평소에 외출을 할라치면 변변히 입을 옷도 없었는데
도대체 왠 옷들이 이리 많은지
꺼내어 놓긴 했는데 앞이 캄캄했다


미쳤지 미쳤어 왜 시작을 한거야 언제 이 많은 것들을 치운단 말인가??
우선 커피 한잔을 마시고 마음을 진정 시킨뒤
침착하자 침착 해야돼를 외치면서 하나씩 넣어갔다

이건 추을때 입어야되고 이건 바람불때 꼭 있어야되고...
더울때 시원할때....약간 더울때

구석 구석에 넣어가다 보니 산더미 같던 옷들이 차츰 줄어 들었다
반쯤 정리하다 허기가 져서 김치에 밥 한술 뜨고 다시 정리-

모조리 과감하게 버리려고 마음 먹었었는데
도저히 버릴수가 없었다

천이 이쁘니 다음에 보자기라도 만들어야지...
예전엔 친정어머님이 날보고 뭐든 잘 버린다고 하셨는데...
버리려고 분리 했던것들을 도로 집어 넣고 있다

큰아들이 문갑 옮길때 무거운걸 어떻게 옮기냐며 투덜됐었는데
저녁때 돌아오면 깜짝 놀라겠지~~

여자는 약해도 어머니는 강하다 했던가 어디서 힘이 솟아나는지
막상 일을 벌려 놓으니 무거운 장농이며 책상을 혼자 옮기고 있는 나를 본다

남자들 쉬는날 이런거 하자면 모두 절래절래에 짜증이나 내니
아무도 없을때 내 맘대로 하는게 속이 편하지...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말끔해진 집안을 둘러보면서 자신이 대견하고 뿌듯하다
여행 다녀온것 보다 더 스트레스가 싹 풀리고 흐뭇하여라~~!!!

저녁 늦게 식구들이 돌아와서 두눈이 휘둥그레~~감탄 난리 부르스다
아~ 이 기쁨, 이 희열...

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온몸이 안 아픈 곳이 없다
타이레놀 먹고 컴 앞에 앉아 이 글을 쓰는 지금 
두 어깨가 무너져 내린다 찜질방이라도 가야 되겠다

다시 한번 집안을 둘러보고 혼자서 흐뭇, 뿌듯, 이 기분 남자들은 모를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