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마리의 원숭이였네
털이 없는 원숭이였네
마음이 항시 비틀거리며
목마름에 굶주림에 헐떡였으니


어둠과 밝음 속에서의 
몸짓이 같이 않고
웃는 얼굴
우는 얼굴에도 가짜가 있었으니


불만과 권태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고 가며
욕심은 지나쳐 만족을 몰랐으니
호기심은 손톱처럼 잘라내도 자랐으니



차례도 어겨 질서도 어겨
남의 가슴에 못질하며 그것도 탕탕 못질하며
실례를 밥먹듯이 거친 말을 숨쉬듯이
거드름 으스대며 속 빈 강정으로 살았으니



백년은 살 것처럼
이웃끼리 친구끼리도 편가르며
담을 쌓고 금 그으며
한 음계 한 박자 늦출 줄을 몰랐으니



내가 그 누구의 것이 영원히 될 수 없듯
그 누구도 영원히 나의 것이 될 수 없는데도
내 것이다 내 재산이다 질투하며 집착하며
벽과 틈 사이에서 곡예사처럼 살았으니



아무리 까불어봐도 빈 쭉정이의 삶
알곡 없는 껍질뿐일 땐 멀미도 하며
두 눈을 멀건히 뜨고도 가위눌리며
팍팍하고 고단한 삶 비듬뿐이네



세상은 덧없는 것 부질 없는 것
오늘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것
잠이 깨어 살펴보니 해지는 오후
미안하이 죄송하이 할 말이 없네



인생살이 길어봤자 백년 안인데
그것도 낮과 밤이 반반이니 절반뿐인데
가슴에는 싸한 아픔 눈물 번지고
속절없이 보낸 세월이 화살 되어 뼈에 박히네



헤프게 풀어 쓴 실타레에
얼마만큼의 생명이 감겨 있을지
어떤 표정 남기며 떠나게 될지
말 한 마디 행동 한 점도 아끼려 하네



내 목에 걸린 멍에 고삐마저 팽개치고
세월을 늘려 씨줄 날줄로 빈틈없이 베를 짜며
한 말뚝에 두 번 다시 넘어지지 않으리라 다짐도 하며
마르지 않는 샘물 처럼 꾸준하게 항상 새롭게 



밥을 먹을 때는 약처럼 생각하고 
잠자리에 누울 때는 가시방석처럼 생각하여
입으로만 말하는 죽은 진리를 벗어나서
용광로에서 무쇠 녹듯 몸과 마음이 하나되길



걸어다닐 때나 앉아있을 때나
보고 듣고 분별하는 차별심을 일체 떠나
오직 하나의 길 둘이 될 수 없는 하나의 길
한 가지 생각이 간절하여 잠잘 때도 하나의 길



바람 불어 추운 날에도 찌는 듯한 무더위에도
목마름에 굶주림이 겹친 날에도
지치고 나른한 몸 다시 되잡아
듦과 남이 분명하게 더욱 간절하게



죽은 자식 그리워하는 어머니 같이
쥐구멍에서 쥐 노리는 고양이 같이
거친 물결 잠잠해진 호수와 같이
바람처럼 공기처럼 흔적도 없이



어머니며 고향집이며 그리운 얼굴이며
더러는 틈 사이로 헤집고 나오는 잡초 같지만 
잡초는 잡초대로 그냥 잡초이게 하고
슬며시 머무름 없이 화두생각이 간절하게



때로는 전전생의 모습이 음성이
추억줄기에서 엉켜 지나가고
예언자라도 되는 듯이 반쪽 지혜가 꿈틀대도
자신이 자신은 속일 수 없는 것 헛그림자를 경계할 것



게으름은 수행자에게 독약과 같고
알음알이는 지혜를 도둑질하는 밤손님일 뿐
앉아 있음이 절구통 같다면 그저 절구통일 뿐
묵언하는 데 집착한다면 한낱 벙어리일 뿐



앉고 서고 가고 오고 
열고 닫고 자유로워야 참 정진인 것
쥐고 놓고 집착 없어야 참 정진인것
풀고 죄고 벗어나야 참 정진인 것



누워 있어도 한결같고
꿈속에서도 한결같고
꽃을 봐도 돌을 봐도
어둠과 빛이 하나로 어우러져 처음도 좋고 끝도 좋고



의심 덩어리 의심 덩어리 간절함마저 잊게 되면
비우고 또 비우고 텅 빈 충만에 이르르면
섬광과 우렛소리 화두마저 내던지며
군누더기 군누더기 팔만장경이 군누더기



꽃은 꽃이었고 
돌은 돌이었고
목마르면 물 마시고
졸리면 잠을 자고



동서남북이 따로 없네
서 있는 곳이 중심이며
오고 가고 있고  없고 높낮이도 따로 없네
날마다 좋은 날 머무름 없이 살다보면



움직이는  것은 아름답다
바람결에 날리는 민들레 씨앗
잔잔한 호수에 뛰어드는 개구리며
꽃과 꽃 사이로 날아다니는 나비며 꿀벌이며



강둑에서 풀을 뜯는 염소 두마리
풀숲 사이로 나들이 나온 지렁이까지
새는 새대로 풀은 풀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름답다 있는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