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 (토요일)

딸아이가 <피아노 타임스>주최 피아노 콩쿨에 참가 했다.

장소는 이화여대 삼성교육관.

4시 40분까지인데 10분전에 도착 요망이라고해서,시간 여유를 가지고 가야할것 같아서 3시에 집에서 출발하자고

아이에게 이야기 했다.

아이는 대답은 했지만, 3시가 되어서 옷을 챙겨입고 나갈 준비를 하였다.

아이가 이상하게 시간약속을 너무나 안 지키는 편이라, 그 날도 미리 얘기했건만, 너무나 태연했다.

아이 피아노 콩쿨이라 기분 좋게 나가야하는데 잔소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마을버스타고 전철역에서 신도림역까지 3정거장, 2호선 갈아타고 이대역까지 4시쯤도착, 위치를 잘 모르니

걷는 시간 여유 있게 30분 잡으면 충분할거라는 나의 생각이였다.

그런데 이녀석이 엄마가 한 소리 했다고 뾰루퉁해가지고 있다가 신도림역에서 따라내리지도 않고, 영등포역까지

가버렸다. 하는 수 없이 다음전철을 타고 영등포역까지 가서 아이를 데리고 다시 신도림역으로,

이렇게 신도림역까지 다시 오는데 4시였다.. 아 미챠.. 정말 돌아버릴 지경이였다.

수개월 동안 오늘을 위해 열심히 연습해 왔는데, 늦어서 참가 못하면 이 얼마나 허무한 일인가...하는 마음에

속도 타고 화가 치밀어 미칠지경이였다.

지하철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보고있는데 아이에게 마구 화가나서 큰소리 쳤다. 열도 팍팍오르고...

씩씩거리며 콩쿨장에 도착했는데 다행히 늦지는 않았다.

조금은 마음이 가라 앉았다.

아이 차례가 되어 아이가 피아노 치는 모습을 보니, 몸짓도 그렇고 다른아이들과 남다르게 잘 쳤다.

잘 치다가 박자가 빨라지는 부분에서 손에 땀때문에 손가락이 미끄러져 약간 틀리긴 했지만,

열심히 연습해서 무대에서 연주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화가났던 마음이 사르르 가라앉았고 대견스러워졌다.ㅎㅎ

아이 콩쿨이라 내가 좀 흥분을 가라 앉혔어야했는데, 아이에게 너무 지나쳤던것 같다.

이렇게 불같이 화내고나면 꼭 후회하게 된다.

아이는 친구와 시간약속을 해도 꼭 늦는다.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몇 번씩 얘기를 해도 대답만 할 뿐, 준비를 서두르는 법이 거의 없었던거같다.

그렇기때문에  콩쿨날에도   '너 어찌하나 두고 보자..'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했다가 결국은 폭발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녀석, 대상은 아니지만 최우수상은 받았네. ㅎㅎ

칭찬은 해 줘야겠고, 약속시간 어기는 습관은 빨리 고치도록 잡아줘야겠다.

이번 패럴림픽에서 수영선수가 준비시간에 3분 늦어서 실격 당하는 일도 발생했다.

그 선수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지만, 그 개인적인 사정을 이 사회는 용납하지 않았다.

이렇듯 냉정한 사회속에서 살아나가려면 시간약속은 물론이거니와, 자신과의 약속에도 철저해야겠다.

며칠 전 고척도서관에서 가서 책을 읽었다.

맞은편 자리에 여중생 두 명이 와서 수학공부를 하였다.

얼마간 공부를 하던 여학생 중 한 명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

자기가 가지고 왔던 캔커피를 두고 갔다.

남아서 공부하던 한 친구도 조금 있다가 가방을 챙겨서 자리를 휘리릭 떠났다.

친구가 마시던 캔커피는 그대로 둔채로...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친구가 마시던 캔커피도좀 같이 가지고 가지...'라고.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서 나중에 자리를 떠났던 친구가 다시왔고, 뒤를 이어 캔커피의 주인공 친구도 따라왔다.

나는 속으로, '아~ 자리를 잠깐 비웠던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먼저 온 친구는 공부를 계속했고, 캔커피의 주인공 여학생은 캔을 가지고 형광펜으로 무언가 낙서를 하는듯했다.

그러더니 얼마 안있어 캔커피의 주인공이 또다시 자리를 떠났다. 먹다남은 캔커피와 물건을 포장했던 투명케이스를 책상위에 남겨 둔 채로...

조금 있다가 공부하던 나머지 친구도 가방을 챙겨 자리를 뜨면서 역시나 친구가 남겨둔 캔커피와 포장케이스는 눈에 보이지도 않은듯,

아랑곳 없이 그냥 가버렸다.

나같으면 친구가 버리고 간 쓰레기는 내가 치워줄것 같은데 요즘 아이들은 오로지 내것만 신경쓰나보다.

나는 두루두루 함께 행복한 세상, 함께 나누는 세상이 좋은데,, 세상은 참 각박하게 변해가고 있다.

나는  내친구가 버리고 간 쓰레기는 나라도 갖다 버려야한다는 책임감이 생길거같은데, 왜 오로지 자신만을 바라볼까?

어쩌면 나만의 오지랖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