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가 많은 사람이 많이 담는다

재테크를 웬만큼 하는 사람도 부정기적으로 생기는 수입을 처리하는 데는 상당히 무감각하거나 계획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가욋돈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생기는데도 말이다. 고정적인 수입을 확대하고 새로운 수입을 발굴하는 것, 즉 주머니의 법칙에 따라 수입원을 늘리는 노력과 함께 부정기적으로 생기는 수입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상당히 중요하다. 모든 소득은 대부분 일상적인 정규소득과 가욋돈으로 나눌 수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정규소득에는 많은 관심을 쏟는 반면, 가욋돈은 그렇지 못하다. 가욋돈은 부업으로 생긴 돈, 회사에서 상여금이나 격려금으로 지급한 돈, 떡값 등이 해당된다. 범위를 좀더 넓히자면 월급 인상분, 배당소득, 이자소득 등도 가욋돈으로 잡을 수 있다. 좁게는 명절 때 들어오는 자녀의 세뱃돈도 여기에 해당된다.

그런데 가욋돈은 대개 인심을 쓰는 데 사라지고 만다. 스스로에게 인심을 쓰거나 남에게 인심을 쓰거나 두 가지이다. 이른바 한턱내는 것이다. 그 동안 쪼개고 쪼개서 재테크 해오느라 고생하고 안쓰러웠던 자기 자신을 위해 한번쯤 사치도 부려보고, 사고 싶었던 것도 사면서 자위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주변사람들한테 한턱 쏘고 만다. 인심 좋다는 말을 듣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스스로에게든, 남에게든 그렇게 가욋돈을 쓰고 나면 그 돈은 한때 스쳐갔던 사람보다 못한 신세로 흔적도 없이 잊혀지고 만다. 가욋돈을 대하는 태도 중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미리 돈의 사용처에 대해 생각해놓지 않는 것이다. 설령 그 돈이 자신이나 남을 위해 한턱 쓰인다 해도 미리 염두에 두었던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 왜냐면 가욋돈을 활용할 목적으로 정규소득이나 기존 재테크는 흔들림 없이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런 생각 없이 막상 가욋돈을 받게 되면 그 돈은 대개 즉흥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을 때가 가장 나쁘다.

이제 보통사람들이 가욋돈에 대해 빠지기 쉬운 함정과 오해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식의 태도를 취하고 관리해야 할지 생각해보자.

1. 원래 쓰려고 했던 돈의 함정에서 벗어나자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여러 요소 중에 ‘원래 쓰려고 했던 돈’에 대한 태도가 있다. 예를 들어 여름 휴가 때 30만 원을 써서 가족과 휴가를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휴가에서 돌아와서 보니 운 좋게도 10만 원이 남았다고 치자. 이때 이 돈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부자나 부자가 될 사람은 이 돈을 다시 저축한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원래 쓰려고 했던 돈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써버린다. 일종의 공돈 심리다. 겨우내 벗어놓았던 여름옷에서 비상금을 발견했을 때도 그렇고, 친구가 잊고 있었던 돈을 갚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날은 기분에 가족끼리 외식을 하기도 하고 친구들한테 이유 없이 술대접을 하기도 한다. 돈이 좀 많으면 자동차를 바꾸는 데 쓰기도 하고, 해외여행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분명히 비합리적이다.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좀 바꿔서 보면 정부가 1년의 예산을 책정해서 쓰다가 남으면 그 돈을 쓰기 위해 연말 무렵에 잘 있는 도로를 파헤치고 보도를 새로 깔고 하는 것과  같다. 정부도 예산을 그렇게 쓰는 것은 원래 쓰려고 했던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돈 씀씀이에 우리들은 곧잘 누구나 할 것 없이 목청 높여 비난한다. 그러나 우리 역시 자신의 돈에 대해서 그런 식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2. 오른 월급과 보너스를 ‘잊혀진 황금’으로 만들지 말자

영국의 절약 전문가인 마틴 루이스는 사람들이 평소 연봉의 세 배는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만약 연봉 인상이 원하는 대로 세 배가 되고 나면, 또 다시 세 배가 올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봉 인상으로 소비생활이 그만큼 높아지면 소득증가 효과를 전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것이다. 그는 이것을 ‘잊혀진 황금forgotten gold’이라고 표현한다. 연봉이 올랐지만 이내 인플레이션을 일으킨 소비패턴 때문에 연봉이 오른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오른 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절약 전문가인 그가 권하는 방법은 그래서 월급 인상분과 수시로 생기는 보너스는 곧바로 저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해마다 많든 적든 연봉이 오른다. 그런데 오른 만큼을 소비생활에 쓰느냐, 아니면 저축이나 투자에 쓰느냐에 따라 저축할 돈이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특히 노후나 자녀 양육에 필요한 장기 자금 마련은 오른 월급을 그대로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현재 생활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별다른 절약의 고통 없이 돈을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조건은 일단 의심하라

보기에도 아름다운 장미꽃에 가시가 있다는 사실을 굳이 가시에 찔려 눈물을 찔끔 흘려가며 알 필요는 없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겉보기에 좋은 상품이라고 덜컥 쥐어서는 곤란하다. 혹시라도 가시가 어디에 숨어있지는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세상인심은 만만찮다. 상대방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그만큼 불리한 조건이 숨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는 상대방의 좋은 조건을 무턱대고 호의로 받아들인 데 있다.

장미 속에 숨어있는 가시는 리스크에 해당한다. 대개 수익률과 리스크는 비례한다. 올 초 모 상호저축은행에서 발행하는 후순위채 공모 청약에 대한 광고가 눈에 띄었다. 일단 연 9%라는 적잖은 이자가 눈길을 끌었다. 연 9%라면 두 자리수 금리의 추억에 젖어들어도 좋을 만한 이자다. 더군다나 만기까지 5년 6개월 동안 그 같은 금리를 준다는 것이니 당연히 냉큼 접수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잠깐, 이 예쁜 장미에 가시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그렇다면 이 상품에서 가시는 무엇일까? 어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까? 그건 이 상품이 첫째, 후순위채라는 점이다. 후순위채라는 뜻은 발행사가 혹시라도 경영상의 문제가 생겨 원리금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생기면 다른 채권들에게 비해 후순위로 원리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다. 즉 선순위 채권자들에게 먼저 돈을 갚아나가되, 한 푼도 남지 않으면 갚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발행사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면 높은 수익률은 미끼에 불과할 수도 있다. 재테크에서 후순위라는 용어는 부동산에서도 나오는데, 바로 경매에 넘어간 부동산에서 권리의 선후 관계가 그것이다. 경매 물건의 권리 분석은 선순위와 후순위를 따지는 것 이상은 아닌데, 이에 따라 후순위자는 자칫 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권리 관계상 우선순위가 아니라 후순위인 탓이다.

최근 들어 저금리 탓에 전문가들 사이에서 은행에 맡긴 돈을 꺼내, 투자를 하거나 상호저축은행에 맡기라는 이야기를 자주한다. 실질금리를 따지면 마이너스인데 돈을 은행에 넣어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상호저축은행을 제시한다. 아닌 게 아니라 상호저축은행은 일반 은행에 비해서 2%p가량 높은 금리를 주는 곳이 있다. 부산 경남 지역은 특히 상호저축은행의 금리가 높기로 유명하다. 5,000만 원 내에서는 예금자보호도 되기 때문에 원리금을 떼일 염려도 없다. 당연히 은행보다는 상호저축은행이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장미의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뭔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데는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상호저축은행은 부도나 파산 리스크가 제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실제로 최근 들어 부산 경남지역의 상호저축은행들이 연이어 경영 위기에 빠지며 원리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태에 빠졌다.

필자의 주변에 부지런히 재테크를 하던 A씨는 평일에 휴가를 내고 나들이 삼아 지방에 내려가서 상호저축은행에 돈을 맡겼다가 화를 당했다. 억울하겠지만 해당 은행에 돈을 맡겼던 A씨 같은 투자자는 당장 쓸 데가 생겨도 돈을 찾을 수 없고, 몇 달 뒤 원금을 건진다 해도 당초 받기로 했던 높은 이자가 아니라 시중 은행의 이자 정도를 챙기게 된다. 가시에 찔린 것이다. 그래도 알고서 찔리면 덜 아픈 법이다. 가시에 찔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면, 통증이 덜할 것이다. 무모하게 모든 돈을 상호저축은행에만 맡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돈 모으는 데도 순서가 있다

옷을 벗을 때처럼 재테크에도 순서가 있다. ‘탈의의 법칙’이 바로 그것이다. 겉옷을 먼저 벗고, 속옷을 나중에 벗듯 확실한 것을 먼저 챙기고, 불확실한 것을 나중 순위로 돌린다는 법칙이다. 탈의의 법칙은 말하자면 돈을 다루는 순서에 관한 것이다. 재테크에는 이처럼 순서를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돈이 아주 많은 사람이 아니라면 재테크에서 선후를 정해야 한다. 극단적인 경우를 가정해보자. 만약 누군가 로또에 당첨되었다면 그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지금은 숨죽이고 있지만 언젠가 또다시 “봤지? 우리의 위력을…” 하고 불쑥 머리를 들지도 모르는 서울 강남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로또 당첨자에게 꽤 괜찮은 투자처로 보인다. 또 부동산이 죽었으니 이젠 주식시장이라며 기술주에 투자하는 것도 로또 당첨자에겐 여유로운 투자처럼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재정전문가 수즈 오만에 따르면, 로또 당첨자가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빚을 갚는 일이다. 부동산이나 우량주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재테크일 수 있다. 하지만 빚을 갚는 일은 반드시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며 시급하고도 중요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곧잘 반대로 돈을 처리한다. 그래서 흔히들 낭패를 본다. 빚을 갚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그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따라서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하더라도 주택담보대출을 받았거나 신용카드 빚이 있다면 그걸 맨 먼저 갚아야 한다. 

부자들은 복권을 잘 사지 않는다. 복권은 주로 서민들이 사는 경향이 많은데, 그렇다면 그들은 빚을 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흔히들 우선순위를 망각하곤 한다. 빚을 지고 있을 때는 빚을 하루라도 빨리 갚아야 할 텐데 하면서도 막상 돈이 생기면 우선순위가 바뀐다. 이것 역시 재테크 차원에서 우선순위를 평소에 생각해두지 않은 탓이다. 

로또에 당첨된 사람들은 얼마 뒤에 또다시 옛날의 생활로 돌아간 경우가 많다. 막상 큰돈이 생기니 더 큰돈을 꿈꾸며 투기나 도박에 쉽게 빠지는 탓이다. 또한 너무 많은 돈을 만진 탓에 무분별한 소비가 자신도 모르게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돈은 결국 끝이 있다. 돈이 너무 많아서 도저히 써도 써도 끝이 없을 것 같다는 말은 그저 큰 부자를 가리킬 때 쓰는 표현에 불과하다. 돈은 언젠가는 바닥이 드러난다. 부자 3대 못 간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 잘못된 재테크 습관, 탈의의 법칙에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한 바닥나지 않을 돈은 없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젊은 캐리어우먼 K양은 5년 안에 내 집 마련을 목표로 적금에 돈을 붓고 있다. 결혼을 할 생각이지만, 독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6%짜리 고정금리 상품에 가입해 2년이 지났다. 원금만 한 달에 100만 원씩 넣었기 때문에 2,400만 원이 모아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일 때문에 자동차를 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그녀는 잘 아는 선배를 통해 은행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샀다. 자동차를 사는 데 대략 1,500만 원이 들어갔다. 은행대출은 마이너스대출, 신용대출을 받았다. 돈이 생기는 대로 갚아나가기 위해서다. 그녀는 잘한 걸까? 안타깝게도 그녀는 옷을 잘못 벗었다. 대출 이자가 연 11%이기 때문이다. 적금통장에는 고작 6% 이자가 붙는 데 비해 자동차 대출을 위한 신용대출 이자율은 두 배 가까이 되는 11%를 내야 하는 것이다. 평소 옷 벗는 순서를 정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도 대출이자가 높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미 24개월을 부은 통장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다. 지극히 감정적인 문제 때문에 불필요한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경제학자인 존 R. 노프싱어는 이런 현상을 사람들이 돈에 꼬리표를 붙이기 때문이라고 봤다. 자동차를 사기 위한 돈, 집을 사기 위한 돈, 여행을 가기 위한 돈, 아이들 교육비, 노후 자금 등 각각 꼬리표를 붙여놓고, 각각 서로 다른 정신계정을 적용하기 때문에 순서를 매길 생각조차 못하는 것이다. 돈에 꼬리표를 붙이기보다는 탈의의 법칙에 충실해야 한다.

*******충분히 공감된다. 그런데 난 왜 순서대로 벗지 못하는 것일까..오늘도 반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