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P3폰에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솔루션을 탑재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온통 난리다.

이동통신업체는 물론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제조업체, 음반회사들까지 DRM을 장착한다, 못한다 하며 시장이 야단법석이다.

이쯤되면 모바일 시장에서 'DRM'이란 단어가 뜨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 무명의 설움을 벚고 DRM이 하루아침에 스타덤에 오른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혹스럽게도 "DRM이 뭐지?"하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는 사용자가 많다. 알듯말듯하다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DRM을 제대로 모른다면 MP3 논쟁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터. 벼락 스타로 떠오른 DRM을 해부해 본다.

◆ DRM이 도대체 뭐야?

DRM은 디지털콘텐츠에 암호를 걸어, 허가받은 사용자만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돈을 낸 사람들만 콘텐츠를 볼 수 있게 한다고 보면 된다.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사람)가 콘텐츠(예를 들어 MP3 파일)에 DRM을 적용하면 그 콘텐츠는 암호화된 콘텐츠로 바뀐다. 이 콘텐츠를 보거나 들으려면 암호를 풀 수 있는 열쇠를 받아야 한다. 열쇠가 없다면 이론적으로 DRM이 걸린 콘텐츠는 볼수 없다. 물론 이 열쇠는 콘텐츠 값을 지불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P2P 프로그램에서 내려받은 영화나 성인물을 보려고 할때 목소리만 들리고 화면은 안 보이는 경우가 있다. 바로 DRM 때문이다.

◆휴대폰과 DRM의 관계는?

휴대폰과 MP3플레이어에 DRM을 까느니 마느니를 놓고 고성이 오간다.

그런데 PC만 놓고 보면 알 것 같은데, 휴대용 기기로 넘어가니 DRM 개념이 오락가락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휴대폰과 MP3플레이어에 ‘까느니 마느니’ 하는 DRM은 암호를 풀기 위한 DRM이다.

콘텐츠 제공 업체가 암호를 걸기 위해 DRM을 적용하는 것과는 반대 개념이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는 ‘복호화 DRM’이라고 부른다. 암호가 걸린 콘텐츠를 이해하고 이를 풀 수 있는 장치를 기기에 장착하라는 얘기다.

◆작동원리는?

휴대폰과 MP3플레이어에서 디지털 음악을 들으려면 우선 인터넷을 통해 PC에 음악 파일을 내려받은후 이를 다시 동기화(싱크) 기술을 이용해 휴대용 기기에 옮기면 된다.

물론 휴대폰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 직접 음악파일을 내려받아도 된다. 그러나 대용량인 음악파일을 비싼 통화료까지 내고, 휴대폰으로 내려받을 용감한 사용자는 없다고 봐야 한다.

DRM이 개입되면 이같은 과정에 변화가 일어나는가? 크게 보면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암호를 해독하는 과정만 제외하면 DRM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 과정을 거친다. 사용자는 사실 암호해독 과정을 눈치채지 못한다.

DRM이 걸린 음악 파일을 PC에 내려받을 때에는 암호를 풀 수 있는 라이선스키도 함께 저장된다. 당연히 돈을 지불했을 때의 경우다. 라이선스키는 PC에서 휴대용기기로 음악 파일을 옮길 때도 따라다닌다.

이 때 휴대용기기에 깔려 있는 복호화 DRM은 라이선스키를 인식(애초에 돈을 내고 산 콘텐츠라는 것을 인식)하고 암호를 푸는 해결사 역할을 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음악파일이 작동될 때만 암호가 풀린다는 것. 음악이 멈추면 음악파일은 다시 암호화된 상태로 돌아간다.

◆DRM 쓰면 달라지는 것들

DRM이 휴대폰과 MP3플레이어에 탑재되면 사용자 편의성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최근 출시되는 휴대폰과 MP3플레이어는 성능이 우수하기 때문에 사용자 편의성 저하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DRM을 탑재하면 휴대용 기기의 가격이 상승할 수도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가 수익성 강화와 안전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의무감에서 DRM을 설치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DRM 때문에 소비자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DRM 때문에 기기 가격을 올리는 업체가 있다면, 당당하게 항의하라.

◆DRM은 안전한가?

이론적으로는 완벽하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는 법. DRM도 다양한 경로에 의해 뚫리기 마련이다.

가장 많은 것은 해킹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영상 캡처 프로그램으로 DRM이 걸린 콘텐츠를 복사해, 인터넷에 유포시키는 행위도 빈번하다. 내부자에 의해 암호가 유출돼, 한순간에 DRM이 무용지물로 전락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한다.

음원제작자협회 등 저작권 단체들이 MP3폰 업체에 음악파일 불법복제를 막기 위한 DRM 장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자발적으로 DRM 장착을 본격화할 조짐이다.

그러나 MP3 플레이어 업체들이 장착하려는 DRM이 음제협 등이 주장하는 '적극적인 DRM'이 아닌 '소극적 DRM' 방식이어서 향후 음제협 등이 반발할 경우 논란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MP3 플레이어 업체들은 자사 MP3 플레이어에 DRM 장착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다. 이들은 그동안 미국 수출용 기기에 DRM을 장착해 왔지만 앞으로 국내 출시 기기에도 DRM 장착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MP3 플레이어 업체들의 이익단체인 한국포터블오디오기기협회(KPAC)도 이와 관련된 표준 DRM 선정작업을 진행중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문제는 업체들이 장착하려는 DRM이 유료 파일 보호장치는 마련하되, 무료 파일도 무제한 제생할 수 있는 '소극적' DRM 방식이라는 것.

음제협 등은 무료파일은 재생 기간을 제한하거나 음질을 떨어뜨리는 방식의 '적극적' DRM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LG텔레콤과 음제협의 갈등도 바로 적극적 DRM이냐, 소극적 DRM이냐를 놓고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데서 비롯됐다.

아직은 음제협의 화살이 MP3폰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 MP3P 업체들에도 화살이 날아올 경우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MP3P 업체들은 "당장 적극적 DRM을 장착하라는 것은 가수들에게 '음악 CD에 DRM을 장착하라'는 요구처럼 무리"라는 입장이다. 소극적 DRM 장착 수준에서 물러설 수 없다는 주장이다.

DRM(Digital Right Managemnet)은 웹을 통한 유료 콘텐츠의 불법 배포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저작권 관리 소프트웨어의 하나.

◆ DRM 장착이 대세 ◆

그동안 음원제작자협회는 "수출용 MP3P는 DRM을 설치하면서, 내수용에는 DRM을 장착하지 않는다"며 국내 MP3P 업체를 공격해 왔다.

실제로 디지탈웨이, 넥스트웨이, 삼성블루텍 등은 미국 수출용 MP3P에 마이크로소프트의 DRM 솔루션을 장착하고 있다. 애플(온라인음악서비스업체), 리얼네트웍스(온라인 음악재생 소프트웨어 제공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미국의 음원서비스업체들이 MS DRM에 연동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DRM 역시 '소극적 DRM'이라는게 업체들의 설명.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디지탈웨이의 우중구 사장은 "미국 시장이 유독 소프트웨어에 DRM 기능을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블루텍 장성덕 팀장도 "표준화 차원에서 미국 수출용 기기에 DRM을 장착하고 있다"며 "법적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 작년부터 냅스터 등을 통해 유료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DRM을 장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블루텍은 또 국내 유료서비스 추세에 발맞춰 국내 MP3P에도 무료와 유료 파일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DRM 설치를 검토중이다.

반면 국내외 제품 모두에 DRM을 장착하고 있는 넥스트웨이 범재룡 사장은 적극적 DRM 장착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여 대조적이다.

◆표준 DRM 솔루션, 무엇이 될지도 관심사

MP3P 업체들이 DRM 장착을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운데 어느 DRM이 MP3P의 표준 DRM이 될 것인가도 주목된다.

현재 KPAC은 표준 DRM 선정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재 6개 업체를 놓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KPAC의 실무담당인 안상규 디지탈웨이 이사는 "로열티 문제가 마지막 걸림돌"이라며 "플레이어 업체들이 로열티를 지불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안 이사는 또 "MS의 독점을 막기 위해 MS DRM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미국 수출용 기기에 MS DRM을 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다른 DRM 솔루션만을 놓고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MP3P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는 레인콤이 수출용 기기에 장착하고 있는 MS DRM을 연말까지 자사의 모든 MP3P에 장착할 예정이어서 KPAC의 표준화 작업과 상충하고 있다.

레인콤의 이래환 부사장은 "현재 국내용과 수출용 기기중 플래쉬타입 MP3P에 MS DRM을 장착하고 있다"며 "해킹에 대해 강력한 솔루션을 가진 DRM인지 여부와 세계표준인지를 염두에 두고 결정했다"고 전했다.

시장 1위 업체의 선택이 산업표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부분이다.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서로 다른 포맷의 저작권보호장치(DRM)가 산발적으로 적용되고 있어 애꿎은 MP3 사용자만 손해를 보고 있다.

실제로 사용자가 한 곡당 평균 500~1천원 가량의 돈을 내고 MP3 음악 파일을 내려 받아도 이를 감상할 수 있는 재생 기기 수가 극히 제한돼 있어 정작 사용자 본인의 MP3 기기로 못듣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휴대폰 포털인 '애니콜랜드'가 대표적인 사례.

사용자가 이 사이트에서 곡당 700원을 내고 자신의 PC로 내려 받은 MP3 음악파일을 감상하려면 이 사이트가 채택하고 있는 모바일탑의 DRM을 지원하는 기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해당 DRM을 지원하는 기기가 삼성전자의 MP3폰 1~2종 외에는 없다. 때문에 사용자로서는 자신의 PC는 물론 삼성전자가 만든 MP3플레이어 '옙'에서조차도 MP3 음악파일을 구동할 수 없는 게 현실.

사용자 A씨는 "돈주고 음원을 샀는데도 이를 휴대폰에서만 들을 수 있을 뿐, MP3 재생을 지원하는 다른 오디오 기기에서는 쓸 수 없어 매우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애니콜랜드측은 "조만간 해당 DRM을 지원하는 PC 구동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MP3플레이어를 지원할 방안은 없다"며 "보통 800원 하는 MP3 파일을 100원 저렴한 700원에 판매하는 것도 사용자의 불편을 감안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레인콤의 자회사 유리온이 운영하는 유료 음원 서비스 '펀케익닷컴'도 비슷하다.

사용자가 800원을 주고 이 사이트에서 음원을 내려 받아도 이를 재생할 수 있는 MP3 기기는 매우 한정돼 있다. 레인콤의 또 다른 자회사 아이리버가 공급하고 있는 MP3 플레이어 외에는 유리온이 채택한 MS 윈도DRM을 지원하는 곳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해당 음원을 산 사용자가 MP3 플레이어를 타사 제품으로 바꾸면 무용지물이 된다.

아이리버 입장에서는 자사 제품만을 사용자가 쓸 수 있도록 사실상 강제해 고객을 묶어 둘 수 있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타사 MP3플레이어로 바꾸려면 자신이 돈주고 산 음악파일을 결국 포기해야 하는 억울함이 생긴다.

이는 이동전화 사업자인 SK텔레콤, KTF 등을 비롯해 여타 온라인 음원 서비스들도 서로 다른 DRM을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어 사정은 대동소이하다.

또 일부 중소 온라인 음원 서비스의 경우에는 해당 음악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기가 PC 말고는 전무하다.

MP3 기기가 대중화됐는데도 MP3 음악 서비스와 MP3 기기는 따로 놀고 있는 것.

음반업계 전문가는 "CD만 해도 메이커와 상관없이 어떤 오디오 기기에서든 음악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데 반해 MP3는 그렇지 않아 상대적으로 사용자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심지어 MP3 음악을 돈주고 산 사용자 중에는 자신이 갖고 있는 MP3 플레이어에서는 해당 음악 파일의 구동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환불 조치를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디지털 싱글앨범으로 발매된 서태지의 최근 음반이 그 경우.

해당 음반을 국내에 배급한 예당엔터테인먼트의 이승주 팀장은 "음악 파일에 심은 DRM을 지원하는 MP3 기기가 많지 않아 음원 구입자 중 절반 이상이 불만을 표현하는 전화를 해 왔다"며 "그 중 환불을 요구해 와 돈을 돌려 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DRM의 난립으로 사용자만 불편한 것은 아니다. MP3 기기 업체도 허리가 휘기는 마찬가지.

한국포터블오디오기기협회(KPAC)의 회장을 맡고 있는 우중구 디지탈웨이 사장은 "수많은 DRM이 시중에 적용되고 있어 이를 다 지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이를 다 지원하려면 비용도 만만치 않아 MP3 기기 제조업체로서는 엄두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KPAC는 DRM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불투명한 게 사실.

DRM 표준화를 위해서는 MP3폰, MP3플레이어 등 해당 기기 제조사를 비롯해 음원 서비스를 하는 이동전화 3사, 온라인 음악 사이트 등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달라도 한참 달라 합의 도출에 큰 진통이 예상된다.

일례로, MP3플레이어 협의체인 KPAC가 DRM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국내 MP3 기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레인콤은 동참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사용자의 불편 해소를 위해 DRM 표준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보통신부 지식정보산업과 서정난 사무관은 "MP3폰, MP3플레이어 등 뿐 아니라 앞으로 등장하는 융합 멀티미디어 복합 기기에는 이제 공히 DRM이 적용될 것"이라며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제 표준을 만들 수 있는 기술 개발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장 시장에 적용할 수 있는 표준화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일도 정부가 필요하면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