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 아웃렛 패션타운::)

‘공단의 대변신’이라는 말이 좋을까. 11 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옛 가리봉역) 인근. 지하철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5분쯤 걷다보니 ‘구로 아웃렛 패션타운’이 모습을 드러낸다. 행정구역상 금천구 가산동이나 ‘구로’라는 명칭이 쓰이고 있다. 이곳은 구로공단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도 남아있는 공장건물들 사이로 서울 명동 등에서 볼 수 있 는 대형쇼핑몰이 높이 솟아 있다. 공장 건물들은 유명 브랜드 매장으로 변모해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의류업체 공장에서 직접 운영하는 대형 매장도 이곳저곳에서 눈에 띈다. 금천구청에 따르면 이곳에 있는 아웃렛 매장은 428곳.

1개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팔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서 선보이 는 브랜드는 10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들어진 지 1년 미만의 이월상품과 시즌이 갓 지난 상품을 시중가보다 30~80% 저렴하게 팔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아웃렛 관계자는 “아웃렛은 유명 브랜드 재고상품을 파는 곳”이라며 “유행을 따지지 않는 브랜드 마니아들 이 실용성 위주의 상품을 구입하는 곳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패션몰의 나이키 매장에서 직접 옷을 구입해 봤다. 지난해 나온 스키 점퍼. 원래 가격은 30만원이다. 디자인도 괜찮고 각종 기능도 만족할 만했다. 이곳에서의 판매가격은 40% 할인된 18만 원이다. 매장 직원은 “신제품과는 디자인만 약간 다를 뿐”이라고 설명한다.

원래 지금의 쇼핑타운 자리는 80년대까지 봉제, 섬유, 합성수지, 광학기계제품 등을 생산하는 공장지대였다. 1990년대 들어 공장들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기면서 공단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됐다. 지난 97년부터 봉제, 섬유공장들이 공장의 일부를 할인매장으 로 전환하면서 2공단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2㎞ 내에 아웃렛 타운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차공간은 부족했고 식당가도 찾기 힘들었다. 매장 형태도 창고형 일색으로 쾌적한 쇼핑환경 을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대형패션몰이 들어서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대형패션몰로는 마리오아울렛, SJ아울렛, 원신아울렛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2001년 7월 문을 연 마리오아울렛은 이 지역을 패션타운으로 변화시킨 원동력이다.

마리오아울렛은 ‘백화점 같은 아웃렛’이라는 차별화된 컨셉트 를 갖고 출발했다. 일반쇼핑몰처럼 개별점포를 분양하는 것이 아니라 수수료를 받고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대형 패션몰 한곳에서 여러가지 브랜드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 주차장도 넓게 만들고 쇼핑몰 안에 별도의 식당가를 조성했다. 유명의류 브랜드를 대거 유치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되자 인근의 경기 광명시, 인천 등지에서도 가족단위의 쇼핑객이 몰려들었다.

2004년 8월에는 생산 공장을 같은 건물에 넣어 생산 즉시 판매할 수 있는 팩터리아웃렛 ‘마리오2’를 선보였다. 마리오2는 14층 중 4~14층을 패션의류 제조업체의 공장으로 운영한다. 여기서 생산한 제품을 1~2층 의류 전시판매장에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다. 중간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격대를 대폭 낮출 수가

있다.

마리오아울렛의 성공은 패션타운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마리오아울렛에 따르면 오픈하기 직전인 2001년 6월 패션타운의 중심지인 2공단 사거리 유동인구는 하루 5100여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4 년여가 지난 2005년 9월 유동인구는 4만여명으로 8배 늘어났다. 또 2005년 7월 주5일제 시행으로 주말 고객이 20%정도 늘고 있다. 성택암 마리오아울렛 홍보팀 과장은 “구로 패션타운에서 가장 매출이 큰 품목은 신사정장이며 그 다음은 여성 캐주얼”이라며 “다른 매장들도 많지만 타운이 조성되면서부터 신사복이 가장 인기를 끈 만큼 좋은 제품이 많다”고 귀띔했다.

대형쇼핑몰이 성황을 이루면서 인근 공장형 매장도 현대식으로 새롭게 단장하는 등 고객 끌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마리오 아울렛에서 공단5거리 방향으로 제일모직, 퓨마, 솔루스, 뱅뱅, 휠라, 아디다스, 나이키, 리바이스 등 30여개 로드숍이 진을 치 고 있다. 이 곳을 찾는 고객들은 20~30대 여성고객과 가족단위 고객이 주를 이룬다. 여성과 가족단위 고객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알뜰 쇼핑이 가능하다는 증거다.

원신아울렛 관계자는 “구로 패션타운을 찾는 고객 대부분이 자 기 차량을 이용한다”며 “지하철을 타고 와서 걷는 것보다는 주차공간이 넉넉한 대형 쇼핑몰과 공장형 매장에 주차한 뒤 둘러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신선종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