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토요일. 민주지산을 다녀왔습니다.

울 회사 같은 부서내 있는 사람끼리 조그만 산행 모임을 만들어 짝수달 둘째주 토요일에 산행을 하고 있습니다.

산행 멤버들이 연령이 높은 분들도 많고해서 산행 코스는 항상 쉬운 코스를 선택합니다.

이번 민주지산도 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물한계곡의 일반적인 등산객들이 즐겨찾는 코스가 아닌 쪽새골-민주지산-무지막골의 짧은 코스를 잡았습니다.

산행 시간보다 산 아래 계곡 식당에서 백숙에다 동동주를 먹으면서 피서를 즐긴 시간이 더 길었던 산행입니다.

저는 민주지산이 처음이었습니다.

민주지산. 이 산에서 무슨 역사적인 데모가 있었나? 뭣때문에 민주지?

하며 인터넷을 뒤져보니, 산맥 '민' 자에 두루, 둘레를 의미하는 '주'로서 여러 산들을 두루 둘러 볼수 있는 산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한국의 산하 홈페이지를 보니까 즐겨 찾는 인기 명산 30위라서 기대를 많이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등산객들을 거의 만날수 없었습니다. 다른 산을 갔을때는 오르 내리며 비잡을 정도로 사람들과 많이 마주쳤었는데 이번 산행에서는 오르내리며 두, 세팀의 산행꾼들과 마주쳤을 뿐입니다. 산행꾼보다는 오히려 계곡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인파가 많았습니다. 인기 30위가 혹시 그 피서 인파들 때문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져 봅니다.

이번 산행에서 특징적인 것은 산행 초입에 있는 잣나무 숲이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제가 가진 노르웨이의 숲과 같은 이미지 였습니다. 암튼 노르웨이는 아니라도 유럽의 어느 숲에 와 있는 느낌이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숲이었습니다.

길게 쭉쭉 뻗은 잣나무 숲은 지나자 계곡과 이별하며 돌밭이 시작됩니다.  이 돌밭은 거의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쪽새골 코스는 정상까지 최단 코스로서 경사가 조금 급합니다.  내려오는 무지막골 코스는 얼마전에 내린 비의 영향으로 계곡 등산로가 많이 패여 있어 발 디디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등산에서 하산까지 4시간 정도 걸렸으며 전체적으로 무난한 등산이었습니다.

같은 일행 중에는 약초를 즐겨 캐는 사람이 있습니다.  민주지산에 더덕이 많다고 하던데 이번 산행에서는 더덕 냄새도 못 맡았습니다.

야생화도 높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종이 서식하지 않았습니다.

정상 근처에 몇종을 봤을뿐, 산행 내내 야생화가 잘 보이지 않더군요.

이번 여름 휴가는 좀 빡시게 돌아 다녔습니다.

7월 28일-29일 : 마산(작은형 집)

7월 29일-31일 : 통영시 연대도

7월 31일-8월 1일 : 마산(작은형 집)

8월 1일 : 밀양(본가)

8월 1일-8월 2일 : 양산(큰형 집)

8월 2일-3일 : 부산(처 외삼촌 댁)

8월 3일 : 밀양(구미 돌아 오는 길에 밀양 들러 물놀이할려 했으나 차가 고장나서 그냥 돌아옴)

8월 3일 : 구미

8월 5일 : 밀양. 야외 실전 강 수영 -> 취소됨.

이번 휴가는 울 삼형제 휴가 기간이 맞아 삼형제 가족 모두 통영시 연대도 라는 작은 섬으로 휴가를 갔습니다.  연대도는 통영 달아 공원에서 배로 1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작은 섬으로 육지에서도 눈으로 보입니다.  그 섬에는 옛날(저는 너무 어려 잘 기억 못하지만) 밀양의 저희 동네에 같이 사시던 누님이 시집가서 살고 있습니다.  그 누님이 그 섬에서 민박집을 하고 계신다고 해서 그 민박집으로 휴가를 가게 된거죠.

근데 이번 여행에서 그 민박집만 빼고 나머지는 다 좋았답니다.ㅠㅠ

민박집에 아주 옛날 집이라서 모든게 불편했고 특히 물이 안 나와 고생했답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겐 아주 좋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고 왔습니다.

해수욕장이라기엔 뭐하지만 암튼 그 해수욕장에서 수영하다가 문어도 잡고,

그 누님이 양식하고 있는 양어장에 배 타고 나가서 양식하고 있는 각종 고기들도 봤답니다.

해수욕장에 물은 정말 깨끗했습니다.

전 덕분에 바다 수영을 맘껏 즐기다 왔습니다.

부산의 처 외삼촌 댁이 광안리 바다 앞이라 광안리에도 해수욕을 갔었는데 거긴 해수욕장이 아니라 쓰레기장이더구만요.  그런데서 해수욕하고도 피부가 멀쩡한 것을 보면 사람이 모질고 강한 동물인건 확실한것 같습니다.

이제 8월 13일 울진 바다 3km 핀 수영 대회 참가만 남았습니다.

올 여름도 많은 이벤트로 보내는것 같습니다.

금번 산행은 코스를 너무 쉽게 잡은것 같다.

죽령휴게소 출발지가 벌써 800 고지가 넘어선다.

산을 오르는데 계속 포장길이다. 차도 두번이나 지나갔다.

저멀리 앞에 안테나가 여러개 달린 철탑이 보인다.

높은 산에 저런 철탑을 보게 되면 저기에도 마이크로웨이브가 설치되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이크로웨이브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알수가 없다.

마라토너인 심만섭 기장과 남상섭 차장이 앞서 간다.

원래 예정인 코스는 죽령휴게소-제2연화봉-연화봉-제1연화봉까지 가면서 철쭉을 보고 희방사 계곡으로 하산키로 되어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기여코 정상인 비로봉까지 갔다오겠다며 먼저 올라 간다.

비로봉은 제1연화봉을 지나 3~4km 정도 더 가야한다.

몸이 가볍고 발이 빠른 두 사람이니까 거기까지 갔다와도 우리랑 하산 시간이 비슷할 것이다.

남 차장님께 조심해서 다녀오라며 무전기를 하나 건네 주었다.

그 두사람의 뒤를 나와 서보균씨, 최진일씨가 중간 그룹을 형성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뒤를 따랐다.

철탑이 보이는 지점에 오르자 진일씨가 어제 마신 술 기운 때문에 중간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고 보균씨와 둘이서 올랐다.

조금 더 걷다 보니 보균씨 숨소리가 헥헥거리며 거세 지더니 한걸음씩 나보다 뒤쳐지기 시작한다.

이제는 나 혼자다.  포스트잇과 볼펜을 손에 들고 머리속에 무슨 생각이 들때마다 메모를 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그 메모를 정리한 것이다.

산행 시작때 지금까지 산행때와 같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껐다.

산행하면서 생각해보니 지금은 LG텔레콤이 아니라 SK텔 이다.

산에서 강항 SK가 아닌가.  휴대폰을 켜보니 역시 안테나가 빵빵하다.

아침 일기 예보때 비 온다고 하여 걱정했었는데 비는 오지 않고 오히려 산행하기에 좋은 날씨다. 덥지도 않고 시원하고 햇볕 걱정도 안해도 되고.

안테나 철탑이 있는 곳에 이르자 포장길이 종료되고 비포장이 시작된다. 거기가 제2연화봉이다. 다 시들은 철쭉이 조금씩 보인다. 얼마 가지 않아 다시 포장길이 시작되고 차도 지나다닌다. 제2 연화봉 지나면서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다. 자연이 나를 부른다. 산에서 볼일 보면 항상 양도 많고 볼일후에는 시원하다. 역시 자연이 주는 기운은 대단한 것이다.

볼일후에 천문대를 지나는데 보균씨가 앞에 걷고 있다. 내가 중요한 일을 보는 동안 나를 앞지른 모양이다.

10시 반 연화봉 정상에 도착했다. 저 멀리 제1 연화봉과 정상인 비로봉이 보인다. 이제부터는 산길이 시작된다.

제1연화봉에서 배가 출출하여 이상봉 차장님이 가지고 온 쵸코파이를 얻어 먹었다.

쵸코파이 봉지가 불룩하다. 왜 이러냐고 물었더니 이차장님이 집에서는 괜찮았었는데 햇볕 받아서 그런가 하신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허태완 기정님이 기압차이 때문에 그런것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러고 보니까 뜯지 않은 다른 과자 봉지들도 모두 다 불룩하다.

다시 연화봉을 거쳐 희방사로 내려간다.

희방사로 내려오면서 느낀건 여기로 올라왔으면 거의 죽을뻔 했겠구나였다.

거의 설악산 깔딱고개 수준이다.

숨을 깔딱 거리며 올라오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며 희방사에 도착했다.

희방사는 지도에도 표시되어 있고 등산 코스에 이름이 자주 등장해 큰 절로 생각했었는데 생각외로 조금만 절이다. 대웅전 옆에 있는 건물외에는 근래에 지어진 건물이며 단지 각 건물에 붙은 현판의 글씨체가 조금 특이할 뿐이다.

희방사보다는 그 아래 희방 폭포가 더 볼만하다.

희방 폭포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 하나 박고 하산을 마무리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