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사랑=공식

(1)
지천명 나이를 넘어선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
하루하루 다르게
잔주름이 깊어만 간다
깊어 가는 주름살 속에
젊을 적 아름다운 모습이
한 올 한 올 박혀 있어
사랑을 더 새롭게 한다
한 시대를 그리는 얼굴
가난한 남편의 손을 잡고
허리끈을 졸라매면서
아내는 뱃속을 채웠지

(2)

지천 명에 들어 선 얼굴
한물간 할망구가 되어
행여 남편 곁눈질할까
젊은 날을 찾기 위해
안간힘 쓰는 안타까운 모습
가슴속에 꿰매어 놓은
실밥이 뜯어지고
깊은 곳에 접어 두었던
사랑이란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젊은 날의 아내가....
셋방살이 아내가....
가슴속에 아내가...
사랑 속에 아내가...
내 마른 가슴에
촉촉이 적셔온다.

(3)

순박한 사람을 만나고도
천박한 짐승 이였던 난,
또 다른 환희를 기다리며
골목 판잣집 닭장 방에
어린 자식들과
물정 모르는 사랑을 가두어 놓고
노세 젊어서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
알차 소주잔으로 목축이고
이차 양주잔으로 뱃속 얼리고
삼차 맥주 잔으로 입가심하며
몇 푼 안되는 월급봉투
내장 다 보일 때까지
아리따운 밤 공주에게 홀려
새벽 이슬 머금고 돌아와도'
눈 한 번 바로 뜨지 못하던 사랑
거칠어진 손등에
나의 사랑 깊이 묻혀 있네

(4)

깊은 사랑 머물던 새
옛 추억 못 잊어
파고드는 권태감에
사랑의 둥지 버리고
떠나던 나의 깃털 붙잡고
몇 날 며칠 밤을
눈물로 호소하던 사랑
이제 육순를 넘어
아내에게 사랑에게
속죄의 시간을 보내면서
이젠 진정으로 정말로
미치도록 당신을 사랑하리라
하늘과 땅
바람과 구름
천지만물에게 맹세한다

(5)

지난날 못 다한 사랑
눈물 젖은 손수건은
우리들 방문 앞에
빛 바랜 채 걸어두고
늘 사랑이 말해 듯이
썩어 문드러지는 세월에도
포장만 되지 않았다면
아름다운 그대로일지니
이젠 우린
이웃의 작은 아픔까지
늘 같이하는 사랑이 되어
세상에 빛과 소금으로
발자취를 남기자구나
내 사랑하는 아내여!
넌 나의 인생의 동반자

---------------------------------------------------------------------------------------

여보!
왜?
살살하세요
아파?
조금요.
나는 몸에서 힘을 빼고 천천히 움직였다.
됐어 이젠?
조금 더 세게 해주세요 골고루
응 그라지.
내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힘들지요?
아냐.
여보
왜?
왜 있잖요. 크리스마스날 나에게 들려주던 쉰일곱번째 마누라 생일날
응.
그거 시로 지어 들려주세요.
나는 관절염으로 하루 종일 걸어서 아픈 아내의 다리를 주물러 주면서 위와 같이
그 때 편지를 변형 읊어 주었다.
 

겨울 여행 셋째날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