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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후순위채의 유혹

일반 정기예금 금리의 2배이자 생활자에겐 안성맞춤
금융사 망하면 지불 후순위 만기 5년 이상이 대부분

▲ 저축은행 중앙회 제공

초저금리 시대에, 금융회사들이 판매하는 후순위채권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투자 수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후순위채란 은행이 자기자본을 늘리기 위해 부정기적으로 일정 금액 한도 내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금융회사들이 판매에 나설 때마다 며칠 지나지 않아 발행 물량이 동나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달 말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한 연 5.95%짜리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은 7000억원어치가 1주일 만에 판매 완료됐다. 토마토저축은행이 지난 8~10일 판매한 연 8.5%짜리 후순위채도 400억원 모집에 800억원이 몰려 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후순위채 금리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가 넘을 정도로, 고수익 상품이다. 다만 후순위라는 표현 그대로, 금융회사가 망할 때 돈을 받는 순위가 뒤로 밀린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후순위채의 장단점

후순위채는 정기예금보다 높은 확정 수익률을 보장해 준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현재 1년제 정기예금 금리는 연 3% 안팎. 후순위채권 금리는 연 6% 안팎에 이른다.

가령 1억원을 맡길 경우, 3개월 이자지급식 정기예금(연 3.2% 기준) 금리는 석달에 67만6800원 정도(세후)에 불과하다. 반면 후순위채는 3개월마다 125만8900원(세후) 정도를 받는다. 이자 차이가 석 달에 58만2100원 정도 된다.특히 후순위채는 만기 때까지 확정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에 퇴직금 등 목돈을 안전하게 굴리려는 이자 생활자에게 안성맞춤이라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추천한다.

다만 후순위채는 만기가 대개 5년 이상의 장기라는 것이 단점이다.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고 만기 전에 중도 해지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가입 시 금융회사의 안정성과 본인의 자금운용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 투자해야 한다.

쏟아지는 후순위채들

금융회사들이 6월 반기 결산을 앞두고 앞다투어 후순위채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시중은행의 경우, 발행한도가 정해져 있는 데다 사전예약 판매로 발행하기 때문에 후순위채에 가입하고 싶다면 미리 서두르는 게 좋다.

반면 저축은행은 선착순 판매가 아니라 청약금액에 비례해 배정하는 방식이어서 경쟁률이 높으면 원하는 액수만큼 가입하지 못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18일까지 연 5.9% 금리의 후순위채(만기 6년)를 판매한다. 실제 발행하는 시기는 오는 19일인데 18일까지 사전 예약을 받는다. 선착순 3000억원 한도가 차면 더 이상 팔지 않는다.

신한은행도 오는 29일 발행 예정인 연 5.95%짜리 신종자본증권을 22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아 판매한다. 만기는 30년이지만 5년 후에 은행이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어 사실상 5년 만기 채권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이번 주말까지 연 6.2%짜리 후순위채를 2500억원 한도로 사전 예약을 받아 판매한다(22일 발행). 금리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대신, 만기는 10년으로 긴 편이다. 단 5년 후에 은행에서 조기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

저축은행들은 연 8%대 고금리를 내세워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서울에 있는 삼화저축은행이 17~19일 연 8.5% 금리의 후순위채권을 2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만기는 5년 2개월로, 3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한다. 제일2저축은행도 15~18일 200억원 한도로 후순위채를 발행한다. 금리는 연 8.5%, 만기는 5년 1개월이며 이자는 3개월마다 지급된다. 부산·부산2저축은행도 오는 22일부터 사흘간 연 8.5%의 고금리에 3개월 단위로 이자를 지급하는 후순위채(만기 5년 3개월)를 5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명의변경으로 후순위채 팔고 사는 법

후순위채는 정기예금처럼 언제나 가입할 수 있는 금융상품이 아니다. 은행들이 돈이 필요해서 채권을 발행하는 경우 선착순 한정 판매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만기까지 돈이 꼼짝없이 묶여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거래은행 창구를 통해 개인 간에 후순위채를 사고파는 방법도 있다. 급하게 현금이 필요한 후순위채 가입자는 은행 직원에게 후순위채를 팔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 된다. 반대로 뒤늦게 후순위채를 사고 싶은 투자자라면, 은행 직원에게 후순위채를 팔 사람이 있는지를 물어보고, 매물이 나오는 즉시 연락해 달라고 부탁하면 된다. 금액 등 조건이 부합되는 매수·매도 희망자가 나오면, 은행 중개 하에 명의변경 절차가 시작된다. 매수·매도인은 각각 거래하는 지점에 나가 '채권양수도 신청서'를 작성하고, 은행은 후순위채 매도인에게 세금을 공제한 이자를 지급하고 후순위채 통장을 회수한다. 그리고 후순위채 매수인은 새 통장을 발급받는다.

/ 조선일보
이경은 기자 div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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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석 기자 cogito@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새 투자처 CB·BW·EB 채권 이자 받아 가면서
주가 수익 챙길 수 있어 발행회사 신용도 따져야

얼마 전 기아차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4000억원 규모로 발행했는데 8조원 가까운 청약자금이 몰리면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이후 BW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BW와 같은 채권은 주식 관련 사채로 분류됩니다. 채권과 주식의 중간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종류로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도 있습니다. 이들 채권은 채권 이자를 받으면서 동시에 주가가 오르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채권시장이 안정되고, 주가가 많이 낮아진 시점에서 이들 채권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다른 채권과 마찬가지로 발행회사의 신용도 등을 신중히 따지고 나서 투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합니다.

①CB·BW·EB 헷갈려요

CB(Convertible Bond)는 전환사채로 불립니다. 투자자가 요청하면 채권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입니다. 투자자는 앞으로 주가가 오를 것으로 본다면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주식으로 바꾸게 되면 채권의 성격은 사라집니다.

BW(Bond with Warrant)는 신주인수권부사채로 불립니다. 미리 정해진 값으로 새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워런트)가 붙어 있는 채권입니다.

EB(Exchangeable Bond)는 채권 보유자가 발행회사가 가진 다른 회사 주식으로 교환을 요청할 수 있는 채권입니다.

이들 채권은 청약이나 매수 당시 채권 이자와 주식 전환 가격 등이 다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기간은 발행 후 한 달 후부터 만기 한 달 전까지입니다. 만일 미리 정한 주가보다 앞으로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 같으면 권리를 포기하고 채권 이자만 받으면 됩니다.

②각각의 차이는?

CB·BW 모두 주가가 앞으로 오른다면 싼값에 주식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하지만 CB와 BW의 가장 큰 차이는 BW의 경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따로 나눌 수 있다는 것(분리형)입니다. 분리형 BW의 경우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는 그냥 가지고 있는 채 채권만 따로 팔 수도 있습니다.

EB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라는 점에서 위의 두 채권과 유사합니다. 그러나 바꿀 수 있는 주식이 채권 발행회사뿐 아니라 다른 회사 것도 가능하다는 데 차이점이 있습니다.



③요즘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는?

최근 발행된 기아차 BW의 경우 공모 당시 주가가 8000원에 가까웠는데 행사가격은 6880원에 불과했습니다. 연 5.5%의 채권 이자뿐 아니라 만기 때 주가가 6880원 이상이기만 하면 그만큼 차익을 거둘 수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요즘 주식 관련 사채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주가가 많이 내려가 투자자 입장에서 이득을 볼 가능성이 커졌고, 채권 이자도 꽤 되기 때문입니다. 채권의 안정성과 주식의 성장성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일반 채권에 투자했다면 발생하는 수익에 대해 세금이 부과되지만, 주식 관련 채권의 경우 채권 이자 외 주식으로 생긴 소득에 대해서는 면세되는 이점도 있습니다. 발행회사 역시 일반 회사채보다 싼 비용(금리)을 치르고 돈을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득입니다.



④개인들은 어떻게 투자하나?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공모 청약을 통하는 방법과 장내 채권시장에서 사들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공모 청약을 받기 때문에 신문공고나 증권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직 펀드를 통한 투자는 활성화돼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속속 관련 펀드를 준비 중입니다. 이런 펀드는 메자닌펀드라고 불립니다. 기업은행 자회사인 IBK투자증권은 500억원 규모의 메자닌펀드를 상반기에 설립할 예정입니다. 대우증권도 비슷한 펀드를 상반기에 내놓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⑤투자할 때 유의점은?

이들 채권도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만기 수익률과 발행회사의 신용도를 따져봐야 합니다. 발행회사가 망하면 원금 손실의 가능성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추가로 해당 회사의 주가전망을 살펴봐야 합니다. 앞으로 주가가 계속 올라야 나중에 주식으로도 차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당 회사의 주가전망이 좋다면 채권의 만기수익률이 다소 낮더라도 주식으로 거둘 수익을 감안해 투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주가전망이 안 좋다면 채권의 만기수익률이 높은 것에 투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