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29일 강력한 부동산규제조치가 시행된 이후 반년 이상 부동산경기는 침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일부 분양이나 재건축아파트의 가격이 움직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전체 시장은 안정적인 상태다. 지난 2-3년간 가격폭등을 겪은 후이기 때문에 이러한 시장변화가 근본적인 안정국면의 진입인지, 아니면 일시적 국면인지 명확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가 암중모색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하반기 시장을 전망하기 위해 어떠한 요소들을 살펴보아야 할 것인가?
대략 5가지의 요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실물경기의 상황이다. 실물경기와 부동산경기는 체계적인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원리적으로 보면 부동산경기는 실물경기의 변화에 따라 그 부침이 결정된다. 왜냐하면 부동산수요는 기업이나 가계의 파생수요에 기초한 것이고, 이러한 파생수요의 변화가 부동산경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기업은 경기호황의 말기국면에서 공장, 사무실, 물류시설 등에 대한 수요가 팽창하는 것이고, 가계도 호황말기가 되면 가계소득이 축적되고 자기주택마련이나 임대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실물경기는 2001년과 2002년의 호황기를 거쳐 2003년 4/4분기에 경기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현재는 서서히 회복기에 진입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향후 경기회복이 본격화된 이후 부동산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경기순환적 관점에서 보면 부동산경기의 본격적 회복은 내년 하반기 이후가 될 것이며, 그 사이에는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3년간 부동산경기는 일반실물경기보다 앞서서 좋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기변동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일시적 현상에 가까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경기는 정상적인 경기변동 형태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부동산경기 회복이 일반경기보다 좀 더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는 금융시장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금융시장의 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IMF 외환위기 이전에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금융의 역할은 공공주택건설과정에서 제공되는 주택기금에 의한 융자(주택자금대출)가 사실상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동산융자나 투자는 금지되거나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 사적 금융 형태의 전세제도가 발전하게 되었고, 그러한 관습이 현재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비해 2000년 이후 부동산담보대출의 폭발적 증가는 이전보다 부동산의 자금조달을 손쉽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담보대출을 이용한 부동산구입이 급증하였다. 2001년 이후 2년 정도 기간 동안 부동산담보대출 잔액은 150조원 수준까지 증가하였고, 이러한 주택담보를 이용한 신규대출의 40% 이상이 주택구입에 다시 이용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부동산대출이 급증하였지만 금리는 5-6%에 머물러 사실상 과거 어느 시기보다 대출에 따른 부담이 적은 상황이다. 이에 비해 주택가격은 수도권의 경우 평균 20-30% 씩 올라 주택구입자에게 투자이득을 돌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이러한 주택금융의 과도한 팽창에 따른 부동자금의 증가는 결국 부동산시장의 투기화 내지는 불안정성을 가져오기 때문에 작년부터 정부는 주택대출의 억제책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금리 인상이 가장 강력한 정책적 처방이었지만, 이러한 방식은 전체 경제에 미치는 후유증이 너무 크기 때문에 채택되지 않았다. 결국 대출규제라는 형태로 이루어졌고 그 효과는 반감 되었다.

그렇지만 최근 경기 회복에 따른 금리인상의 가능성 등이 제기 되면서 이전에 비해서는 담보대출의 증가속도가 크게 늦추어지면서 부동산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이전에 비해 감소하였다. 다만 올해부터 주택금융공사에 의해 시작된 모기지론의 경우는 실수요자 위주의 새로운 주택수요를 창출하면서 경기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충분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세 번째는 주택의 수요와 공급이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주택의 수요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주택보급률이 높지 않고, 전세세입자 등의 새로운 주택대기수요가 상당히 존재하기 때문에 주택에 대한 초과수요 현상이 향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나친 가격상승과 주거비 부담으로 인해 이들 계층이 실질적인 구매수요로 전환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가 아직도 잠재적 형태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인 것으로 올해 입주물량의 측면에서 보면 상대적으로 지난 2001-2002년보다는 크게 증가하기 때문에 가격안정에는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과거와는 달리 주상복합아파트나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거 입주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 입장에서 시장은 상당히 안정적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전세가의 약세 현상에 뚜렷하게 반영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부동산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다시금 분양 물량이 줄어들고 있고, 재건축 억제 등으로 인해 향후 공급에는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특히 아파트는 분양 시점에서 2-3년 후에 입주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로 인한 공급부족 현상이 되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지역적으로 입주물량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항시 필요한 상황이다.


네 번째로 정부정책의 변화가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아야 한다. 현 정부는 일관되게 부동산투기를 잡아서 서민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이러한 정책 의지는 특히 부동산분야에 크게 반영이 되어 신도시건설부터 시작해서 부동산세제에 이르는 전반적인 제도나 정책이 조율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주택실거래가 신고제를 비롯해서 다양한 조치들을 정책당국이 내놓고 있다. 이러한 규제정책은 전체적인 경기하강과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은 아파트뿐 아니라 주상복합, 오피스텔, 재건축 전부문에서 하향 안정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대증적 요법으로 충분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비판도 제기하지만 현재의 시장상황에서는 이 정도의 정책으로도 시장의 투기화를 막는 데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다만 현장에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주택정책이 정부의 의지만큼 반영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장기 공공임대주택의 공급이 지방자치단체들의 공공임대주택 회피현상으로 인해 지연되는 등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정부가 좀 더 강력하게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인 주거안정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시장참여자들의 기대가 어떻게 되느냐하는 측면이다. 현재까지 시장참여자들은 부동산시장이 갖는 매력적 요소에 대해서 아직 미련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가치가 있는 개발사업이나 상품에는 여전히 구매수요가 폭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지나친 가격상승과 일부 지역의 거품가격 형성에 따라 조심성이 커지면서, 관망하는 자세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참여자들이 상대적으로 이전에 비해 부동산의 투자수익률 수준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금융상품보다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의 영향에 따른 경기변화 가능성을 요약해 보면 표에서 보는 바와 같다. 대부분의 요인들이 부동산경기의 하강 내지는 보합을 결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러한 흐름이 내년 이후에는 상당히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하반기 안에 부동산경기의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하반기에는 실수요가 아닌 부동산투자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바닥시점에 근접했다는 생각보다는 회복이 상당히 걸릴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투자를 전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부동산114 이 상 영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