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몬한글로 공부를 시작해서 매일 저녁 8시에 읽기연습을 나랑 꼬마랑 함께 하는데, 이녀석 15분만 지나면 졸립다고 한다. ㅎㅎ  그래서 한글공부 하기 싫으냐 했더니 재미 없다고 한다.  여섯살이 되었는데도 아직 한글공부 하기에 준비가 안된걸까?  그래서 또, 고민이 된다.  조금 더 있다 시작할걸 아이가 괜한 거부감만 갖게 된는건 아닌가 하고...   몇일 더 지켜보고 결단을 내려야 할 듯.

다섯살 꼬마가 같은반 수지와 결혼을 하겠다고 아무렇지 않게 내게 얘기했다.  이내 웃음이 나왔고, 재밌었다.  울 꼬마가 이런 얘길 나에게 할 수 있을 만큼 컸다고 생각하니 이 또한 기쁘다.  그래서 또, 물었다.  수지한테도 얘길했느냐고 그랬더니, 수지한테도 얘길했고 수지도 '괜찮다'고 했다고 한다.  프러포즈 승낙을 받은셈이다. ㅎㅎ  또, 물었다.  수지는 어디가 가장 이쁘냐고?  그랬더니 답하길 "온 몸이 다 이쁘다"고 대답한다.  이런 꼬마들 눈에도 마음에 드는 친구들이 따로 있는가 보다.  담에 유치원에 갈일이 있을때는 며느리감도 볼 일이 더 생긴거다.  ㅎㅎ 

아파트 단지내에 여기저기 태풍 콘파스가 지나간 흔적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다.  콘파스가 지나가던 날 새벽에 바람소리 때문에 깼었고 일어나서 여기저기 문을 굳게 잠궜다.  그리고 다시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두려움 때문에 더이상 잠을 이룰 수도 없었다.  대신, 태풍의 굉음을 반복적으로 들었다.  그 반복이 불과 10초 이내에 이뤄진 반복이었다.  뭔가 이루려고 발버둥치고 있는 우리들의 노력이라는게 우습게 느껴졌던 새벽이었다.  우린 자연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작고 연약한 존재라는 것을.... 

아파트 여기저기에 나무들이 꺽이고 쓰러져 있다.  곧 복구되겠지...  간밤에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생업에 돌아가는 사람들을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