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왜냐면 진실이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새벽3시 강남 청담동.
20대 여성이 택시에 올랐다. 밤거리에서 흔히 마주치는 젊은 여성은 아닌 듯한 모습이다.

"저~ 봉천동 낙성대쪽으로 가는데요. 올림픽대로로 해서 가주시고요. 골목까지 좀 들어가야..."

말끝이 흐리다.

"손님! 택시는 골목까지 들어가라고 있는겁니다."

"어떤 분들은 화내고 그래서."

"그런 기사들 한텐 막 뭐라고 그러세요. 택시는 골목까지 들어가라고 있는거라고. 아셨죠?"

"네. 고맙습니다."

말끝을 흐리던 그녀의 얼굴에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올림픽대로를 타기 위해 신사역으로 향하다가 문득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근데요. 항상 이 길로 다니세요?"

"기사님들이 이 길이 젤 빠른 길이라면서 이렇게 가야한다고."

"매일같이요?"

"네. 아르바이트한지 일주일째인데 항상 이 길로만 다녔어요."

"택시비는 직장에서 나오나요?"

"교통비라고해서 좀 나오긴 하는데. 왜 그러시는데요?"

"그러면 손님. 오늘은 다른 길로 한번 가보시죠."

신사역에 다다랐을때 올림픽대로를 타기위해선 우회전을 해야 했으나 고속터미널쪽으로 좌회전 신호를 받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택시비는 대충 얼마나 나왔나요?"

"14000원에서 15000원 사이 정도요."

"이 길로 가시면 많이 나와야 13000원입니다. 이 시간에는 가는 시간도 그리 차이 안나고요."

"그래요?"

가뜩이나 큰눈을 가진 그녀의 두눈이 휘둥그레진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시나바요."

"네. 학교만 왔다갔다해서."

"그럼 그동안 퇴근하시면서 택시를 여섯번 정도 탔는데 여기로는 처음가신다?"

"기사님들이 하나같이 올림픽대로로 가야 한다고 해서 그 길로만 다녔어요."

"손님. 제가 우스운 얘기하나 해드릴까요? 손님을 태웠던 그 기사들한테 '너같으면 새벽 3시에 청담동에서 낙성대를 가는데 어느 길로 갈거냐?'라고 물으면 백이면 백 '내가 골 비었나? 올림픽대로로 가게?'라고 한다는 거예요. 한번은 동료기사들하고 밥먹는데  2만원 나올 요금을 다른 길로 가서 2만 5천원 받았다고 자랑처럼 얘기하길래 '당신같으면 어디로 갈간데요?' 그랬더니 '내가 골 비었냐?'그러더라구요. 그 뒤로 그 사람하고는 밥을 같이 안먹습니다. 우습죠?"

"네. 우습다기보단 참.."

또다시 말끝이 흐려진다.

"손님! 2008년 대한민국에서 진실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진실이 오히려 자신의 이익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미국소가 안전하니 먹어도 된다고 하고 누구는 아니라고 하죠? 무엇이 진실입니까?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이 노무현이 경제를 말아먹었다고 했고, 저같은 사람은 오히려 정반대라고 했죠. 무엇이 진실입니까?"

사당역을 지나 낙성대역 근처 골목길을 돌아 손님의 집앞에 당도하니 요금은 정확히 12500원이 찍혀 있었다.

1만 5천원을 받고 거스름돈을 준비하는데 이야기만 듣고 있던 그녀가 말문을 열었다.

"기사님. 잔돈은 안 받을게요.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그 동안 택시비를 더 냈다는게 분하지만 그래서 기사님도 만나고. 그런데요. 진실을 판단하는 기준같은거요. 그게 뭔지 잘 모르겠어요."

"손님은 앞으로 집에 오실 때 어느 길로 오시겠습니까?"

"오늘처럼 와야죠. 이젠 알았으니까요."

"그렇습니다. 2~3천원씩 더 지불하면서 돌아올 필요가 없는거죠. 다수의 주장이라고 모두가 진실은 아닙니다. 손님을 데려다 주었던 기사들처럼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자신의 이익에 부합되지 않으면 침묵하고 방조하는게 현실이잖아요. 비록 내 이익에 반하더라도 그것이 다수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면 그것이 진실을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도 있을거 같네요. 앞으로 택시 타시면 한 마디만 하세요. 신사역 좌회전 논현역 우회전! 아셨죠? 그러면 알아서 오늘처럼 올겁니다."

메탈리카를 들으며 시대를 이야기하다.

"와~ 메탈리카다!"

자정이 다가올무렵 3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자손님이 택시에 타자마자 내지른 비명이었다. 마침 택시에서는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가 절정을 치닫고 있었다.

"아저씨. 이거 라디오예요."

"라디오 아닌데요. 이거예요."

카드결제기 옆에 달아논 MP3를 가르켜 주었다.

"와~대단하시다. 이거 한번 더 들을 수 있어요?"

"그럼요. 메탈리카 좋아하시나바요."

"예전에 참 많이 들었었는데. 요즘은 음악듣기도 쉽지가 않네요. 마음의 여유랄까. 그런게 없어서."

다시 반복된 노래의 리듬에 나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는데, 손님도 따라서 머리를 흔들어댄다.

8분이 넘는 노래가 끝날 동안 손님과 나는 점점 커져가는 몸짓을 느끼지 못한 채 강렬한 기타의 선율에 온몸을 내맡기고 있었다.

"택시 타서 이런 음악 듣고 머리 흔들어 보긴 처음이네요. 아~ 좋다."

"손님같은 분만 만나면야 하루 종일이라도 흔들어댈 수 있겠는데 어떤 분들은 소음이라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ㅎㅎ."

그렇게 좋았던 분위기는 손님이 던진 한 마디로 인하여 일순간에 깨지고 말았다.

그 한 마디로 인하여 그는 집에가는 내내 나에게 집요한 설교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전 메세지 강한 음악 그런건 싫더라구요."

메탈리카를 좋아했다면서 메세지 강한 음악은 싫다? 국수는 좋아한다면서 냉면은 안먹는다는거 하고 똑같은 얘긴가?
교육감을 하겠다는 사람이 전교조에 휘둘리면 어쩌구 하는 것과 똑같은 얘기이기도 하구. ㅉㅉ.

"손님이 얘기하는 메세지란 무엇입니까?"

흐트러진 자세를 가다듬으며 정색을 하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거 있잖아요. 괜히 정치니 사회니 하면서 잘난척 하는거. 음악은 그냥 음악여야지 거기에 뭐..."

"좀 전에 들었던 노래 제목이 뭔지 아세요?"

"마스터 퍼펫이잖아요."

"여기서 마스터가 의미하는게 뭔지 아십니까?"

"글쎄요."

"그게 마약을 의미합니다."

"아~그래요."

"퍼펫이 무슨 뜻인지는 아시죠?"

"..."

"이 노래의 가사를 보면 이런내용이 나오죠. '인형을 조종하듯 너의 삶을 조종하지. 주인에게 복종해.'라구요. 저는 이만큼 강렬한 메세지를 던지는 노래를 일찌기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메탈리카 노래중에 one이란 노래 아시죠? 그 노랜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메탈리카란 밴드가 세계적인 뮤지션의 반열에 올라선건 단지 연주의 출중함뿐만 아니라 바로 이런 강렬한 메세지를 세계 젊은이들에게 전파했다는데 있죠.
손님이 메탈리카를 좋아했다는건 껍데기만 보고 좋아했다라고 밖에 이해할 수가 없네요."

하마터면 "이런걸 사이비라고 하죠. 아마?"라고 말할뻔했다.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전 다만 음악은 음악으로써..."

"그게 말씀자체가 안된다니까요. 음악은 음악으로써? 그게 소위 얘기하는 순수어쩌고 하는겁니까? 신해철이 이런 말 했었죠. 앨범에 수록된 노래들이 전부 사랑타령만 하고 있다면 그게 변태라고요. 손님이 어떤 음악을 들으시건 그거야 제가 상관할바는 아니지만 메탈리카를 좋아하셨다는 분이 메세지가 강하니 하시는건 좀. 그래서 제가 잠시 흥분을. 죄송합니다."

그는 집에 갈 동안 먼 창밖만을 응시해야만 했다.

'내가 좀 심했나?'

손님을 내려주고 잠시 후회를 해보았지만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거리에 나부끼는 플래카드를 바라보며 이내 그 후회를 접을 수 있었다.

"전교조에게 휘둘리면 교육이 무너집니다."

"이명박 out! 전교조 No!" (이런놈이 더 얄밉고 싫은건 나만의 느낌일까?)

이런 사이비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여전히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또 거기에 현혹되어 진실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현실이 잠깐 동안의 후회를 가차없이 접을 수 있었다.

'비록 혼자가 되더라도 사이비들과의 가열찬 투쟁을!'

글을 쓰면서 메탈리카의 'Master Of Puppets'을 연속해서 듣습니다.
예전에 팔이 마비될 정도로 이거 따라 친다고 고생했던 시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 노래가 처음 발표된 1986년 이후 20년이 훌적 넘었음에도 이 노래가 던지는 메세지가 단지 마약이라는 범주를 벗어나 더더욱 확장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꼭두각시의 주인'은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고 있는 2MB정권과 그 하수인들이며,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될 사이비들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 사시는 분들.
행여 '나하나쯤이야'라고 생각하고 계시지는 않으시겠지요?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원합니다.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Metallica - Master Of Puppets 보고듣기

블로그 - http://blog.daum.net/night_tax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