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지체 장애인 재활원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친한 친구가

재활원에서 주최하는 알뜰시장 행사에 일손이 모자르다고 도움을 요청을 해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일요일의 달콤한 아침잠을 반납하고 부랴부랴 행사장으로 갔습니다..

올해로 8회를 맞는 행사장에는 이미 근처 중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마을주민들로 붐비고 있더군요...

제가 맡게 된 제과제빵코너는 부수적인 수입을 위해 오래전부터 재활원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해 오고 있던 사업이었습니다..

오늘 행사를 위해 어젯밤에 따끈따끈하게 구워진 쿠키들과 빵들을 일단 가지런히 진열해 놓고

가격표도 붙여 놓고 시장아줌마들이 매는 허리지갑도 두르고 목소리톤도 가다듬고^^*

재활원의 장애인 2명과 함께 화이팅을 외치며 본격적인 장사에 돌입했습니다..

장사라는 걸 해 본 적이 없던터라 처음 한동안은 쫌 쑥스럽고 뻘쭘하더니,,

손님들이 하나둘씩 정신없이 몰려드는 경험을 두세번 하고 나니

옆에서 보고 있던 제 친구가 " 역시 넌 체질이야" 라며 아예 제게 다 맡기고 어디론가 가 버리더군요..

옆에 같이 있던 장애인 두 친구는 바쁜 와중에도 힘들어 하지 않고 연신 방긋 웃으며

손님들에게 큰 소리로 인사하고 물건을 담아주기에 여념이 없더군요..

사실 전 이런 정신지체 장애인들을 대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 처음엔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막막하더라구요..

그리고 그들이 저를 도와 보조역할을 제대로 잘 할 수 있을까 의심이 들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그건 제 기우에 불과 하다는 걸 잠시후 금방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머뭇거려 하는 제게 먼저 방긋 웃으며 다가왔고 물건을 사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허물없이 진심으로 대하더군요..

막연히 갖고 있던 그들에 대한 저의 편견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무튼 초보장사꾼을 도와 2시간가량 열심히 해 준 이 두 장애인친구 덕분에

오후 4시무렵 준비한 쿠키와 빵을 거의 다 팔았습니다..^^v

워낙 가격도 저렴한데다 맛있기도 했지만 저의 미모가 한 몫 했을꺼란 생각을...^^

아버지생신때문에 끝까지 행사장에 있진 못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좋은 물건도 구입하고

여러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아마추어의 풋풋함이 어여쁜 고등학교 밴드들의 연주도 듣고

오랜만에 가지는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은행사로 마을 주민 모두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재활원친구들에게 조금이나마 금전적인 도움이 될 수 있어 무엇보다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몸은 조금 고되지만 맘은 행복한 하루였네요..

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걸어서 25분, 차로 5분거리의 아주 가까운 곳에 있습니다..

그런데 제조업회사라 출근시간이 굉장히 일러서 늘 시간에 쫓기지요..

보통 집앞에 통근버스가 7시 20분 정도 되서 오는데 

그러기를 몇년째인데 아직도  아침엔 늘 허둥지둥 정신없이 뛴답니다..

보통 핸드폰알람을 6시20분에 맞춰 놓는데 늘 5분정도 이불속에서 뒤척이다가

기어이 아침에 또 뛰게 되더라구요..

그 5분 더 누워 있는다고 잠을 더 달게 자는것도 아닌데,,

그 5분의 유혹을 못 뿌리쳐  몇년째 그 허둥지둥의 연속을 벗어나질 못하네요..ㅡ.ㅡ:

근데 그렇게 5분을 늦게 일어나서 운 좋게 버스를 타면 다행이지만

그러지 못하게 되면 그 5분만큼 늦어지는게 아니라 꼭 두세배의 시간을 더 소요하게 되더라구요..

이상하게도 그렇게 늦어서 발을 동동 구를때마다 

평소에 줄 지어 서 있던 그 많은 택시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차는 왜 그리 막히며 신호는 또 왜 그리 긴지,, ㅡ.ㅡ"

그러면서 근무는 8시부터 시작인데 왜 이리 통근버스는 일찍 오는거야, 하고

매일 애꿎은 통근버스 탓만 했답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근처 회사들의 출근시간이 다들 비슷비슷해서

평소 통근버스가 운행하는 시간에서 5분만이라도 늦추게 되면

도로정체가 심해지는 러시아워에 딱 걸려 더 많은 시간을 길에서 소요하게 된다고 하더군요..

전 이 두가지 경우를 보면서 5분의 늦장이 빚어내는 결과는 생각보다 크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어요..

당장 하기 귀찮고 중요하지 않다하여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고 미루거나 머뭇거리다 보면

그 5분의 늦장으로 인해 내 인생을 그만큼만이 아닌 그 이상을 후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남들 하나씩 다 갖고 있다는 싸이조차 없던 제가,,

이곳 모네타를 발견하고서 난생 첨으로 온라인에 제 집을 지었네요..

부동산 공부를 하기 위한 초석이라고 하면 거창할까요?^^*

원래 남 앞에 나서는 것도,, 남에게 나 자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그다지 익숙치 않은데다

둘째가라 하면 서러워할 지독한 귀차니즘으로 인해

사실 이 집을 얼마나 따사롭고 아늑하게 꾸밀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랄랄라~ 스위트하우스는 못되더라도 적어도

 비 오면 비를 막아주고 찬 바람이 불면 찬바람을 차단해 줄 수 있는 집은 되도록 해야겠죠..

이젠 조금 사람내음 나는 집을 만들고 싶네요...

오늘의 첫 걸음.. 망설이며 한 발자국 겨우 내딛었지만,,

언젠가 돌아보면 많이 걸어 가 있겠죠..

작년 첫 눈 왔던 날.. 출근 하는 길에 기념으로 멋쩍은 발자국 하나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