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아들 생일선물을 사러 몰에 갔다. 나는 쇼핑을 보물찾기하듯이 하는 스타일이다. 그러니 얼마나 즐겁겠냐,, 그순간은 근력없는 몸으로 아무리 오래 서있어도 다리가 안아프며 아무리 오랜시간이 흘러도 배고픈줄 모른다. 게다가 하릴없이 온것이 아니고 합법적인(?) 목적을 가지고 온것이기에 아주 당당하게 쇼핑에 임하고 있었다.

 이구석저구석 샅샅이 뒤지며 눈이 번쩍 뜨이는 물건을 찾느라 여념이 없는 내게 어떤 우아한 중년의 여인이 말을 걸어왔다.

 " 한국분이신가요?" 

 " 네~"

 " 아유, 쇼핑하는 모습이 하두 예뻐서요 - ㅋㅋ꾹 참고 끈기있게 들어주시기 바람 - 어쩜 그렇게 앳되  보여요? 애들옷을 고르는걸 보니 애기엄마같기는 하고...( 어쩌구 저쩌구 미사여구 좔좔...)"

 (긴긴 세월 내 미모가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나? 앗싸 좋을시고) " 아이고, 무슨 말씀을요..애들이 둘이고 4학년인걸요."

 " 어머어머 그~래요? 세상에~ (감탄감탄)"

 하면서 하도 관심을 가져주기에 나는 너무 고마워서  그만 감동을 하고말았다. 울엄마생각도 나고 여기서 만난 한국사람들 눈마주치면 피하기 일쑤인데 이분은 참으로 인간적인 분이구나 하면서. 그러더니 내가 그 짐을 들고 걸어갈것을 알고는 태워다 주겠다는거다. 됐다는데도 자꾸만. 난 가깝기도 하고 운동도 할겸 걸어가려고 했는데 마침 가려던 참이라며 차를 빼놓고 있을테니 계산하고 나오라는 거다.  그순간 이건 아니다 싶다. 나는 남의 차 타는게 싫어서 얼른 친구에게 나와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친구차를 기다리는 사이에 그친절여인의 동행이라며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있어보이는 다른 여인이 아는 체를 한다. 나는 친구가 나오기로 했다며 정말 감사 했다고 말하면서 이분역시 너무 곱고 참해보여서 약간의 죄의식을 느꼈다.  남의 나라땅에서 제민족사람의 친절조차 받아들이지 못하는 참 이상한 족속...하며 날 욕했다.

 잠시후 친구차와 그 친절여인의 차가 동시에 와서 섰다. 난 친구에게 잠깐만! 하고는 그앞차로 가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 아이구 낯선 사람이 차를 태워준다고 해서 놀라셨을지 모르지만 우린 종교를 가진 사람들로서 도와주고 싶었다우~ 이거나 읽어보슈"

이토록 참하고 아름답게 나이든 두 여인은 여호와의 증인이었다.

친구차로 돌아와서 휴하고 한숨을 쉬니 암것도 모르는 친구왈

 " 야, 니가 무슨 사교계의 여왕이라고 첨 쇼핑하러와서는 이사람저사람 인사하러 다니느라 난리냐?"

나는 이리 구박하는 친구가 그리 이뽀보일수 없다

 " 야, 암튼 고맙다. 너 아니었으면 난 무서운 종교집단에 끌려갈뻔하였다."

자초지종을 듣고 친구는

"너 솔직히 앞뒤찌그러진 내차보다 저차 타고싶었지?"

"그래, 좌석에 양털이 쫘악 깔렸더라. 근데 담에 또 우연히 만나면 어쩌지? 아이고 무서워라"

"어, 그친구 한국 갔는데요 그래! ㅋㅋ"

"???"

난 오늘 단단히 맘먹었다. 친절한사람보다 묵묵히 말없는 자를 더 믿기로.

 " 나 자신의 실존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이 기도문을 아프리카의 정신분석가 펄스는 자기의 인생과 이론의 기본 사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였다.

" 나에게는 나의 일.

  당신에게는 당신의 일.

  내가 당신의 기대에 맞추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고,

  당신이 나의 기대에 맞추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도 아닌 것,

  당신은 당신, 나는 나,

  우연히 서로를 발견하는 기회가 생기면

  그것은 아름다운 일,

  그헣지 못할 땐 어쩔 수 없는 일."

자기다운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여기 그리고 지금"에 살아야 한다는 것이 펼스 심리학의 기본틀이다.

언제인가 수필문학강의중 내귀에, 가슴에 쓔웅 날아와서 박힌 글을 다시한번 새겨 보았다.

지금 여기에 한남자의 아내며 두아들의 어마이인 서른 후반을 갓넘긴 어떤 여인이 있다.

자꾸만 자신을 낯추고 숙이고 하던 어느날, 엄지손톱만하게 작아져버린 자신의 몸뚱아리를

발견하게 된다. 으윽! 그 누구의 탓으로도 돌릴 수 없는 나 자신의 책임이라~

지금 이순간부터 자신의 실존을 찾고자 하는 노력은 계~속 되어야만 한다. 따앙!따앙!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