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성장에 대한 정부 의지가 대단하다. 정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내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까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결코 단기간 열풍에 그치는 `테마 정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정부 곳곳에서 감지되는 녹색정책에 대한 분위기는 거의 국가 생존이 달려 있다는 인식이다.

이 같은 정부 분위기는 투자자로서는 다소 반가운 구석이 없지 않다. 최소 현 정권에서라도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예상할 수 있어 곳곳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소 난감한 것은 녹색성장에 대한 모호한 실체다. 특히 산업으로 연결되면 더 머리가 아프다. 이에 국가 장기비전으로 대두되고 있는 녹색성장 정책을 투자 관점에서 해당 분야 주요 이슈와 유망 기업 등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핵심들만 추려봤다. 크게 태양광ㆍLEDㆍ풍력ㆍ2차전지ㆍ원자력 등 5개 분야로 나눴다. 지면 제약상 더 많은 정보를 얻지 못해 아쉬운 독자들은 매일경제신문이 최근 출간한 녹색산업 분석서인 `녹색성장주 금맥을 캐라`를 참조해도 좋을 듯하다.

◆태양광 : 결정형이냐 박막형이냐

=현재 태양광 시장은 변화 기로에 서 있다. 태양광 시장 축이 결정질 태양전지에서 박막형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분위기다.

박막형이 태양전지 시장에서 더 관심을 끄는 이유는 사용처 확대 때문이다. 결정질은 넓은 설치 면적이 필요한 반면 박막형은 건물 외벽 등 좁은 면적에도 설치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효율성 면에서 결정질에 뒤진다는 단점이 있어 여전히 시장은 결정질 태양전지가 대세다.

여기서 국내 기업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분간 결정질 시장이 쉽게 없어지지는 않으리라는 점이다. 선발 국내 업체 대부분이 결정질 태양광 사업을 하고 있고 주목할 만한 기업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대기업으로서 가장 적극적으로 하고 있고 유럽시장 공략에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태양광 분야에서 올린 매출이 1100억원으로 계속 덩치를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OIC(옛 동양제철화학)는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는 결정질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다. 가격 하락에 따라 고전했지만 최근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징조가 보여 하반기 실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박막형은 국내에서는 한국철강 주성엔지니어링 등이 현재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아 고전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쉽게 낙담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삼성ㆍLG가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다면 박막형으로 출발할 것이라는 견해가 만만치 않은 것을 보면 박막형 미래가 그리 암울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LED : 특허ㆍ수익모델 갖췄나

=빛을 내는 반도체인 발광다이오드(LED) 업종은 녹색성장주 가운데서도 두드러진다. 주가 상승률만 봐도 그렇다. 서울반도체는 8일 현재 연초 대비 257.4% 올랐으며 LG이노텍(255.1%) 우리이티아이(107.9%) 대진디엠피(91.5%) 삼성전기(87.3%) 등도 시장 수익률을 크게 따돌린 상태다. `너무 많이 오른것 아니냐`는 지적은 충분히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모든 관련주가 수혜를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LED 업계는 또 하나 호재를 만났다. 정부가 하이브리드카와 함께 LED 조명 부문을 우선 핵심 부문으로 검토해 단계별 금융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초기 수요를 창출해 가기 위해 LED 리스 제도를 도입하고 LED 펀드를 만드는 것이 골자다.

투자 대상을 고를 때 중요한 점은 △수직계열화가 이뤄졌는가 △특허에서 자유로운가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는가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2분기를 비롯해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반종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적용 분야 확대와 평균 판가 상승 효과로 LED 칩과 패키지 업체 실적은 성장하는 반면 모듈과 조명 업체들은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며 칩과 패키지 업체에 무게를 뒀다. 사업 구조와 업황에 비춰 상대적으로 양호한 전망이 예상되는 상장사로는 삼성전기 LG이노텍 서울반도체 우리이티아이 우리조명 루멘스 대진디엠피 등이 있다.

◆풍력 : `바람`은 멈추지 않는다

=풍력발전기를 단순한 강철 바람개비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풍력발전은 이미 규모와 효율 면에서 어떤 녹색에너지보다도 산업적으로 성공한 분야로 꼽힌다. 실례로 대관령에 조성된 98㎿급 강원풍력단지에서는 4인 기준 5만가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인근 강릉시민 전체가 쓸 수 있는 전력량이다.

2008년 신규 설비 기준으로 연간 28.7% 증가한 풍력발전 성장성도 중국과 미국 풍력발전 설비 증설로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눈에 띄는 종목은 풍력 관련 매출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 단조업체인 태웅이다. 단조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나고 조선, 풍력, 플랜트 수요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고전하는 경쟁사들과는 달리 꾸준한 실적 개선을 이루고 있어서다. 가장 단단해야 할 핵심부품을 만드는 단조업 특성상 거래처와 신뢰관계가 절대적으로 중요한데 1위 업체로서 가지는 프리미엄이 장기 공급계약과 거래처 유지로 이어지고 있다.

풍력발전기 제조업에 뛰어든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풍력발전으로 적용이 쉬운 조선업에서 세계 최고 브랜드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풍부한 자금력, 고도의 기술력, 촘촘한 거래망 등도 갖춰 베스타스 등 외국 유수 풍력업체도 긴장하고 있다.

◆2차전지 : 日과 경쟁하려면 결국 자본력

=현재 2차전지 시장은 일본이 패권을 잡고 있다. 주도권을 쥔 일본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조직력을 갖춰야 한다. 이 때문에 군소 업체보다는 대기업이 높게 평가받는다. 이 또한 LG화학과 삼성SDI가 주목받는 이유다.

2차전지 쌍두마차는 삼성SDI와 LG화학이다.

삼성SDI에서 2차전지는 2000년대부터 PDP(플라스마 표시패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더불어 신성장동력 3대축 구실을 했다. 2008년 사업 구조 전환 때 디스플레이는 빠졌지만, 2차전지는 기존 자리를 고수했다. 새로운 축으로 들어선 사업은 연료전지와 태양전지다.

1분기 60% 수준으로 주춤했던 2차전지 공장 가동률은 2분기에는 80% 수준까지 올라갔다. 강윤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차전지 출하 호조로 수익성 개선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LG화학은 수송용 2차전지를 생산한다. 환경오염, 에너지 절감으로 휘발유와 경유가 점차 설 땅을 잃는 상황에서 수송용 2차전지는 대체제로 손꼽힌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2차전지 성장성을 좌우할 하이브리드카(HEV)용 중대형 전지 시장에서 미국 GM, 국내 현대ㆍ기아차와 공급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시장 선점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LG화학은 2008년 상반기 전지공장 화재 여파로 잠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노키아 HP 등 대형 거래처 확대와 적극적인 공장 신증설로 제자리를 찾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원자력 : 설비교체 수요로 제2의 부흥기

=원자력을 녹색성장과 연관시키기는 쉽지 않다. 핵이 주는 부정적 이미지 때문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경제성이나 친환경성 측면에서 가장 우월한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특히 원자력은 한국 기업들이 가장 경쟁력을 갖춘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원자력은 제2 부흥기를 맞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발전설비 교체 움직임이 일고 있고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중동ㆍ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도 관련 수요가 증대해 수주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즉각 영향을 미쳐 발전설비 관련 중ㆍ소형주들이 급등한 바 있다. 향후 원자력 시장 성장에 따라 국내 관련 기업 성장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관련 업체로는 두산중공업 현대건설 한전KPS 등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 발전 관련 최대 수혜 업체로 꼽히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원자력발전소 기자재 공급부터 시공이 가능한 유일한 업체다. 지난해 미국에서 발주한 원자로 6기를 전량 수주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기업이다. 현대건설은 풍부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경험이 장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외국 발전수주 시장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외 착공 기준으로 한 수주잔액은 2008년 말 전년 대비 2배 남짓 증가한 약 11조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전KPS는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인 발전 정비업체다. 원자력 시장 성장에 따라 정비 분야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수혜를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2009년 현재 13개국에 진출해 정비 수주를 계약했다.

글로벌 녹색 성장 정책 기조로 증시에서 관련주들 열기가 뜨겁다. 유행처럼 테마주 열기가 달아오를 때마다 등장하는 `짝퉁주`들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근 `녹색 열기`는 다소 걱정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녹색 테마로 묶여 주가가 오르는 종목 가운데 기업의 본질적 가치인 수익을 내는 기업은 거의 없다. 그만큼 현재 녹색주 투자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그렇다면 어떻게 옥석을 가려볼까. 먼저 실적 창출능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풍력산업에서만 관련 매출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단조업체인 태웅은 현재 풍력 관련 매출이 48%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녹색 성장주와 관련해 발광다이오드(LED) 분야를 먼저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태양광 하이브리드 등 다른 분야보다 이른 시일에 풍력 못지않은 성장세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정명지 삼성증권 연구원은 "LED는 정부가 연내 공공부문 백열전구를 모두 LED로 교체한다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기 때문에 곧 관련 업체들 실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심으로 떠오르는 기업은 서울반도체다. 일찍이 조명 분야에 주력해왔고 패키지 부문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확보하고 있다. 최근 일본 니치아와 소송 문제도 원만히 해결했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현재 LED 조명 시장은 백열전구 퇴출과 각국의 LED 지원 정책에 힘입어 연평균 45% 고성장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다음으로 옥석 가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해당 산업군 내 트렌드다. 태양광 부문을 본다면 국내에 동양제철화학과 소디프신소재라는 걸출한 두 기업이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태양광 분야에 일찍 뛰어들어 성장성을 실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폴리실리콘 매출 증대로 지난해 영업이익(5909억원)이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소디프신소재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두 회사의 향후 명암은 태양광 트렌드를 볼 때 다소 엇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태양광은 실리콘에 기반한 태양전지가 대세지만 점차 박막형 태양전지로 중심축 이동이 전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막형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되면 박막형에 쓰이는 소재를 생산하는 소디프신소재가 실리콘 태양광 소재를 생산하는 동양제철화학보다 성장성 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 분야는 정부에서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며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선도업체가 없다.

정부의 정책 변화는 항상 유심히 봐야 한다. 현재 정부 구상에 따르면 6개월 안에 녹색 성장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책 집행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