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렌 버핏이 선택한 CEO들

서진영(자의누리 경영연구소 대표)

과연 증권시장에서 1주에 1억원이 넘는 황제주가 가능할까? 만일 가능하면, 그리고 그 후보가 있다면 바로 뉴욕증권거래소 약어로 BRKA인 버크셔헤더웨이(Berkshire Hathaway) 주식이다. 버크셔헤더웨이는 코카콜라(8%), 질레트(9%),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1%) 같은 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거대기업이다. 또 버크셔헤드웨이는 일반적인 기업 하부구조 없이 1,4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같은 버크셔헤더웨이의 주가는 2003년 8월 12일 기준으로 7만5,500달러(8,890만원)을 기록했다. 워렌 버핏이 소유한 금융투자 회사인 이 업체는 1988년 상장된 뒤 NYSE와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5,700여개 종목 중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미국 투자 전문지인 배런스는 이 회사의 실적이 좋아지면서 2004년말 정도에는 주가가 10만달러(1억2,000만원)대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리고 1주에 1억을 바라보는 이 회사를 소유한 투자자가 바로 워렌 버핏이다. 워렌 버핏은 76년에는 매출이 4,000만달러이던 버크셔를 오늘날 400억달러짜리로 키움으로써 부와 명성을 얻었다. 그는 30년 미국에서 증권 세일즈맨인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 콜롬비아대학경영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56년 100달러로 주식 투자를 시작한 그는 한때 미국 최고의 갑부가 되었으며, 현재도 5위안에 드는 갑부로 ‘투자의 귀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었다면 워렌 버핏은 주식투자로 거부가 된 것이다.

그런데 워렌 버핏의 투자기법에서 특이한 것은 경제분석, 즉 경기나 환율 같은 것을 따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가치있는 주식을 발굴해 사들이고, 이를 오랫동안 보유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이렇게 성공적인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가 궁금해진다. 그 답은 바로 ‘CEO’를 기준으로 판단해서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사업과 경영 원칙은 간단하다. 먼저, 영원히 소유하고자 하는 훌륭한 회사의 일부분을 사들인다. 둘째, 존경하고 믿는 경영자들만 투자 대상에 넣는다. 그런 다음 그처럼 뛰어난 경영진을 그대로 유지한 채 천천히 회사 전부를 사들인다. 셋째, 사들인 기업들을 마치 자그마한 주식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듯 관리한다. 마지막으로 애초에 관심을 끌었던 일을 경영자들이 그대로 계속하게 한다.

그러므로 버핏이 기업세계에서 거둔 성공은 상당 부분 경영자들의 사람됨을 판단하는 능력과 화려한 경력이나 빛나는 업적을 대신할 만한 인물 됨됨이를 평가하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버핏이 투자한 기업을 운영하는 버핏이 ‘선택’한 경영자들을 소개한다. 그럼 각 분야별로 대표적인 몇명을 만나서 그 경영기법을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버핏은 보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유동자금’이다.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오늘 거두어들이지만 미래에 이루어지는 청구에 대해서만 지불한다. 그동안 돈, 즉 ‘유동자금’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투자한 대표적인 회사가 제이코보험과 버크셔 헤더웨이 재보험 사업부다. 제이코보험은 36년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회계사 리오 굿윈과 부인이 통계학적으로 위험이 적은 군 인사과 직원들과 연방정부 공무원에게 보험을 판매할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리고 95년 8월 25일, 그로부터 44년 전에 처음으로 제이코 주식을 사들였던 버핏이 이 회사 전체의 소유자가 되었다.

그렇다면 버핏은 제이코보험과 함께 어떤 경영자를 사들였을까? 제이코 보험의 CEO인 토니 나이슬리다. 그는 “고객에게 봉사하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라. 고객의 돈을 절약하도록 도와주면 그들은 여러분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핵심사업을 버리지 말라.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 전에 나의 가장 강한 분야를 확장할 방법은 없는지 먼저 살펴보라”고 말하는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경영자다. 토니 나이슬리는 성공적인 경영자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분명 정직과 성실이 가장 중요하며,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인식 또한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 소통 능력, 공동의 목적을 위해 사람들과 협력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에 대단히 중요하다” 한다. 바로 금융을 이끄는 CEO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버핏은 투자를 할 때, 첫째, 시장점유율이나 판매량의 상당부분을 잃을 걱정 없이 상품 수요에 변화가 없고 최대로 가동하지 않았을 때라도 비교적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능력과, 둘째, 자본을 약간만 더 투자해 매출액을 많이, 흔히는 실질성장보다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높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회사를 선호한다. 그래서 나타난 매입 대상회사가 가구점이다. 버핏은 몇 개의 가구점에 투자를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로즈 블룸킨의 네브라스카퍼니쳐마트(NFM)이다. 이 가구점은 로즈가 37년 44세라는 나이에 남동생에게서 500달러를 빌려 창업한 것으로, 그녀의 억척 덕분에 지금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중심부 93만평을 차지하며, 1,5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매년 3억 6,500만달러 정도 판매한다.

아마하 지역에서 팔리는 가구의 거의 75%가 NFM을 통해 팔리며, 업계 통상 이윤 폭보다 10% 포인트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놀라운 것은 NFM이 60년이라는 역사 동안 매년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NFM은 다른 전국 규모 소매상들에 비해 직원당 매출이 40% 더 많고, 순이익률은 거의 두 배나 된다. 연간 매출은 월마트 평균의 여덟배 이상이다.

그런데 로즈 블룸킨은 왜 회사를 팔았을까? 완전히 같지는 않겠지만, 분명 다른 사람들이 가업(家業)을 팔아넘기는 것과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즉 유산세를 줄이고, 가족, 경영진, 직원, 고객들을 위해 사업이 계속 이어지게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이 사업을 판 뒤 일어났다. 로즈의 손자들이 자신을 경영일선에서 제외시키자, 그녀는 95세라는 나이에 자신의 돈 200만달러를 투자해, B여사 할인점(Mrs. B’s Warehouse)이라는 점포를 NFM 바로 길 건너편에 연 것이다. 그리고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9시에 매장에 나갔고, 오후 5시까지 일했다. 이후, 99세가 됐을 때, 블룸킨 여사는 너그럽게도 비경쟁 계약에 서명하고 회사를 다시 팔면서, 99세라는 나이에 비경쟁 계약을 체결한 여러 부분에서 ‘기네스북’에 올랐다.

대단한 CEO의 모습이고, 워렌 버핏이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100세가 된 로즈는 자신의 인생을 이렇게 요약했다. “나는 75년 전 러시아에서 와서 회사를 차렸고, 거짓말한 적이 없고, 속인 적 없으며, 거만하게 군 적도 없다.”
또 블룸킨 여사는 사망하기 전 이런 말을 남긴다. “성공과 행복은 오로지 이런 것이다. 50년, 60년 동안 정직한 인생을 살고 내게 화난 사람이 아무도 없고, 또 기분이 좋은 것, 그것이 행복한 인생이다.”

워렌 버핏이 상대적으로 미래가치가 큰 사업에 투자한 것이 항공관련 사업들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얄 율치가 이끄는 플라잇세이프티인터내셔널을 살펴보자.

51년 집을 담보로 1만5,000달러를 융자받은 얄 율치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의 해상 항공 터미널 안에 비행기술을 학습시켜주는 시뮬레이션 회사인 플라잇세이프티 사무실을 열었다. 현재 이 회사는 항공사나 정부 소속이 아닌 세계 최대 항공 훈련회사이며, 비행 시뮬레이터 제작에서는 세계 2위 규모로 발전했다. 가장 근접한 경쟁사도 이 회사에 비해 규모가 상당히 작다. “어떤 비행기에서든 가장 안전한 장치는 잘 훈련 받은 조종사이다”라는 율치의 생각이 이 사업을 시작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 조종사들과 소유주, 보험사들이 모두 같은 결론, 즉, 새로운 비행기에 대해 배우고 완전히 숙달하는 최선의 장소는 시뮬레이터 안이라는 결론을 내리면서부터 플라잇세이프티의 사업이 번창하기 시작한다. 97년에 플라잇세이프티는 세계 최대의 항공기 제작사인 보잉과 장기 제휴관계를 맺고 플라잇세이프티 보잉(FlightSafty Boeing) 훈련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 회사를 이끄는 율치는 어떤 특징을 가진 경영자일까? 율치와 버핏은 공통점이 많다. 사무실이 검소하고, 소문난 절약가에다가 자수성가한 사람들이며, 단기 분석가들을 경멸하고, 『포브스』 선정 400대 갑부 명단에 오랫동안 올라 있다.

율치는 말한다. “돈을 버는 비결은 비용을 조절하고 생산적이 되는 것이다. 그리 복잡한게 아니다.”, “지출보다 수입이 더 커지게 할 방법을 생각해내야 한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는 성공을 위한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절제를 꼽았다.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조종사가 되는 것과 같다. 조심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사업이 처할 미래에 대해 율치는 이렇게 예측한다. “실제로 항공에서 앞으로 50년 동안은 지난 50년보다 더욱 극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날마다 또 하나의 국경이 지워지고 또 하나의 장벽이 걷히며, 또 하나의 닫힌 사회가 문을 여는 것 같다. 전 세계를 통틀어 사람과 상품의 이동이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나는 이런 모든 것이 어디로 다다를지는 알고 있다. 바로, 비행기를 통해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조종사들과 정비공들을 계속해서 훈련시킬 것이다. 우리 목표는 비행이 언제나 더 안전해지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개선해나가고자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생명인데, 이 산업이 성장하려면 우리는 사람들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행동을 취해야 한다. 장례식은 너무 슬프다. 비행기 사고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면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러한 얄 율치의 사업원칙을 하나로 정리하면 ‘자기 분야의 선도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 경쟁자들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할 때 사용하는 척도가 되려고 애쓰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예측과 비전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는 CEO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역시 리더로서는 워렌 버핏이 한 수 더 위인가. 얄 율치는 워렌 버핏의 지도력을 이렇게 평가한다. “지도력(Leadership)은 사실 좋은 경영자가 되는 결정적 요소다. 그렇데 이 말의 글자 하나 하나가 좋은 경영자가 갖추어야 하는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 L은 신의(loyalty), E는 의욕(enthusiasm)이다. A는 태도(attitude), D는 절제(discpline)이다. E는 모범(example), 경영자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 R은 존중심(respect)이다. S는 탐구심(scholarliness), H는 정직(honesty), I는 성실(integrity), P는 긍지(pride)를 나타낸다. 내가 워렌 버핏을 가장 좋아하는 것은 그가 이런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역시 CEO는 모든 것을 갖춘 수퍼맨이어야 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전형에 가까운 모습을 바로 이 책을 읽으며 워렌 버핏과 그의 CEO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듯하다. 리더십과 미래를 생각하며 꼭 일독하길 권한다.

한국에는 아침형 인간이 한창 유행이다.

그런데 정작 아침형 인간의 유행이 시작됐던 일본에는 지금 '대충형 인간' 붐이다. 다소 즉흥적인 인간이라는 의미인 '대충형 인간'의 인기는 요리전문가 오시조노 토시코가 쓴 〈대충형 인간의 요리기술〉에서 비롯됐다.

2002년 오시조노는 TV '3분 요리 챔피언 선수권'에서 우승했다.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인 게 우승 이유였다.

<대충형 인간의 요리기술〉은 이런 아이디어를 소개한 책이다.

파격적인 아이디어의 예를 들면, 토마토를 삶아 으깨는 대신 냄비에서 직접 토마토를 갈아버린다거나, 새우를 기름에 튀기는 대신 마요네즈와 밀가루에 버무려 오븐 토스터로 구워내는 것이다. 그는 이런 요리를 '스피드 요리'로 부 르는 것을 거부한다.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을 과감히 생략하고도 본질은 잃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요리에는 7개의 원칙이 있다.

▲기분에 솔직하다

▲과정을 생략해 맛있어진다

▲도구는 하나만 사용한다

▲그날 다 먹는다

▲몸에 좋아야 한다

▲요리의 기존관념을 버린다

▲왕성한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즐거워한다는 게 그것이다.

요리책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유행을 타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베스트셀러가 된 후 시리즈로 4권을 펴내 모두 1백만부 이상이 팔렸다. 그러자 다른 사람도 비슷한 내용의 책을 냈다. 일본어로 '즈보라 닌겐(ずぼら人間)'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대충형 인간은 서민의 지지를 얻어 요즘에는 잡지들도 대충형 인간 특집을 내보내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치밀하고 계획적인 아침형 인간보다 대충형 인간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 대충형 인간을 다룬 책과 특집기사의 요지다. 

베스트셀러 요리책이 유행 점화

지갑에 있는 돈은 다 써버리는 게 습관인 연봉 2백80만엔의 독신 남성은 가진 돈을 500엔짜리 동전으로 환전해

하나씩만 들고 다닌다. 동전을 많이 들고 다니면 무겁고 귀찮다는 것. 이렇게 해서 그는 일년에 1백50만엔을 저금하는데 성공했다. 계산에 꼼꼼하지 않은 한 독신여성은 급여통장과는 따로 공과금과 세금을 자동납부하는 통장을 만들었다. 통장에 매달 2만엔씩 넉넉하게 넣어두었다가 월 평균 9,000엔씩 빠져나가면 그대로 둔다. 그는 남은 잔돈이 고스란히 쌓이는, '잊어버린 저축'으로 해외여행을 즐긴다.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고민하던 한 가장은 2천5백만엔이 드는 내집 마련에 3천5백만엔을 융자받아 2개의 원룸도 함께 지었다. 그리고 각 7만5천엔씩 월세를 받아 연간 1백70만엔의 주택상환금을 갚고도 연 10만엔씩 부수입을 얻는다. 이것은 내집 짓고 수입까지 얻는 일거양득이 아니라, 노후 대책까지 되는 일거삼득. 책을 끝까지 읽지 않는 한 대학생은 휴대폰으로 오는 무료 메일로 일반 상식과 뉴스, 영어를 본다. 노력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 피곤함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꾸준히 이어나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같은 대충형 인간은 마음이 잘 변하는 B형과 꼼꼼하지 않은 O형에게 특히 잘 맞다고 한다. 

도쿄/이수지 통신원 buddy-suj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