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오동도 

내가 살던 이곳이 
고향이라네, 

붉은 동백 하얀 꽃잎 
아득한 세월이, 

시노 대 바람사이 
바닷물 들고, 

바위섬 언저리에 
저마다 누운 자리, 

씻기는 저 파도에는 
허무한 포말, 

내가선 이 자리는 여수 오동도 
내 고향이라네. 

- 바람시 - 

 
              

우울한 날

 --- 바람시 ---

겨울이 깊어 가는 날 스산한 바람은 내게로 왔다.

우울하고 암울한 날들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한 마디만을 남기며

이렇게 또 하루를 보낸다.

이제 밤도 먼길의 끝 인양 자리를 잡는데

 마음속 깊은 알 수 없는 허전함만이 덩그러니 가슴속으로만 녹아 내린다.

 어느 한마음 속 그 끝을 알 수는 없지만 속으로만 울어야 하는

 이 필부의 가슴엔 서글픔만이 더 자리하는 것 같다.

그리고 깊은 숨 사이가 여운을 남길 때 그 출렁이던 마음의 파도가

 이젠 아득한 날 인양 어느새 그 자리를 잃어 가는 것 같다.

지나온 시간과 떠나야할 시간의 알 수 없는 그 가운데에서

 오늘도 이렇게 하루를 접어야 하는가 보다 그 어쩔 수 없다는

 한마디를 남기고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보다...

- - 이 가을의 허전함이 - -

--- 바람시 ---

차가워지는 이 가을의 어느 날,

나는 문득 “나”라는 사람을 보았다.

어제나 그제나 늘 상 보는 얼굴인데,

새삼 이렇게 내 얼굴이 어색해지는 건

날씨 탓을 하기엔,

무언가 쓸쓸함이 더 해지는 것 같다.

이제 “마흔” 이라는 내 나이며 아직은 청춘이라는

마음만 남은 내 껍질이 내가 아닌 듯한 지금.

물질이며 명예며 어느 하나 나을게 없는

지금의 내 자리는 무능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초라한 모퉁이의 그림자만 같구나.

신문을 펼치면 억억하며 잘나 가는 같은 시대의 부류만이

그들의 전성시대임을 자부하는 글귀만 눈앞에 선선한데

하늘을 바라보듯 아빠만 바라보는 어린 아들 눈망울 앞에서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며 사랑을 보여주고

뒤돌아서는 내 뒤의 허전함은 이 계절의 바람 때문 일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