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2003 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여성의 59 퍼센트가 1~2주에 한 번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47.2 퍼센트는 혼자 술을 마신 경험이 있다.

여성은 최초 음주 연령이 남성보다 높은 대신, 이후 중독에 이르는 기간은 남성에 비해 훨씬 짧다고 한다.

특히 최근엔 30~40대 주부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늘고 있어 습관성 음주의 심각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여성 알코올 센터에서 한 달째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는 주부 이아무개 씨(44).

스물일곱에 결혼해 20년 넘게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해야 했던 그가 처음 술에 입을 댄 건 몇 년 전부터였다.

하루에도 수차례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와 숱한 집안 대소사를 챙기면서 생긴 스트레스가 어느 순간부터 못이길 만큼 쌓였다는 생각이 든 것.

여기엔 더 이상 엄마 손이 필요 없을 만큼 부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느끼는 외로움도 한몫을 했다.

술을 마시는 이유가 다르듯,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남녀의 시각차 또한 크다.

특히 여성의 알코올 의존증은 우울증과 불안 등 2차 질환으로 연결되기 쉽다. 실제 알코올 전문 치료센터(다사랑병원)에서 치러진 조사에서는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 가운데는 여성(78.3 퍼센트)이 남성(63.4 퍼센트)보다 많았다.
이는 알코올과 관련해 여성과 남성을 보는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견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남편이 알코올 의존증이라면 시댁까지 나서서 적극적인 치료를 권유하지만, 며느리는 ‘어디 여자가~’라는 생각으로 쉬쉬하기 바쁘다는 것.
이 원장은 대부분의 여성은 남편의 알코올 의존증에 대한 치료 의지가 높지만, 반대로 알코올 의존증 아내에 대한 남편의 치료의지는 그리 높지 않다고 얘기한다.

심지어 치료를 위해 아내가 병원에 입원했음에도 ‘생활이 불편해서’ 혹은 ‘남자 환자와 얘기하는 게 싫어서’ 등의 이유로 아내를 조기 퇴원시키는 남편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남편이나 시댁뿐 아니다.

아이들 눈에도 술 마시는 엄마에 대한 선입견은 아빠에 비해 훨씬 부정적이다.

알코올 의존증 여성이 남성에 비해 수치심과 죄책감이 심한 것도 이런 선입견과 편견이 한 몫 한다.
남편과의 불화, 시댁과의 트러블, 그로 인한 우울함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여성들은 결국 변변한 치료 한번 받아보지 못하고 가족들로부터 더 소외되기 쉽다.

그래서 끝내는 화해가 아닌 이혼이라는 가족해체를 불러올 수도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왜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더 쉽게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걸까?

전문의들은 남성이 10년 동안의 음주로 알코올 의존증에 걸리는 경우, 여성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2~4년 안에 알코올 의존증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유는 체내 수분이 적고 체지방이 많은 여성의 육체적 특성 때문이다.

지방의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고 체내 수분까지 적어 알코올 혈중농도 또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

결국 신체 조건부터 여성과 남성은 알코올에 대한 반응이 다른 셈이다.

여성들의 경우는 술의 부작용도 남성보다 높다.

그 중 무월경과 불임은 가장 심각한 부작용이다. 지속적으로 음주를 즐기면 임신 중 젖 분비 자극호르몬인 프로락틴이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시키는데, 그러다보면 과다 음주 시마다 체내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 생리불순이나 무월경 증상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과음은 임신을 유지시키는 프로게스테론 호르몬 분비를 억제시킨다.

임신 초기 자연유산 유발은 물론 임신을 위한 환경 조성에까지 영향을 미쳐 불임 가능성을 높인다.
하지만 대다수의 알코올 의존증 환자의 경우 자신이 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

약 1.7 퍼센트의 여성들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지만(지난해 여성개발원 조사)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알코올 의존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의사에 질문에 한 번 답해보자.

다음은 이종섭 원장이 처음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묻는 질문들이다.

술을 끊어야한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술 마시는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 때문에 귀찮을 때가 있나?

음주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기분이 나쁠 때가 있나?

숙취를 없애기 위해 또는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아침에 맨 먼저 해장술을 마신 적 있나?

이 네 가지 항목 중 세 가지 이상에 해당되면 확실한 알코올 의존자, 한 항목에만 해당되도 문제 음주자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